학교 변화의 새바람, 자유학기 - 태백 황지중학교
한주희 / 행복한 교육 기자 싸이월드 공감
강원 태백 황지중학교는 올해 큰 변화를 겪었다. 1학년 2학기에 자유학기를 도입, 한 학기동안 시험을 없애고 진로·예체능 활동에 역점을 둔 교육과정으로 재편성했다. 1학년 4학급 123명이 참여 대상이다.
“거의 대부분의 교과 수업이 실습 위주의 수업으로 바뀌고, 동아리 활동이나 체육·음악·미술과 같은 예체능 수업이 많아져서 좋았어요. 시험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교과 진도를 나가느라 급급하지 않았고,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 되었지요.”
1학년 남훈 군은 자유학기가 ‘좋은’ 경험을 쌓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공부에 소홀해지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걱정을 덜었다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다양한 적성·흥미도 찾게 됐다.”는 남 군은 자유학기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1년 전부터 자유학기 준비…
교사 . 학부모 연수로 역량 강화
황지중은 자유학기 희망학교다.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2년간 자유학기를 선도적으로 운영하게 된 것. 태백교육지원청이 자유학기제 선도교육지원청으로 지정되면서 현재는 시내 7개 중학교에서 모두 자유학기를 운영 중이다. 그중 황지중은 진로·예체능동아리모형의 자유학기를 운영, 오후시간을 다채로운 예체능 활동 중심으로 꾸려 나가고 있다.
“황지중은 도시와 농산촌이 복합된 주변 지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내 7개 중학교 중 규모가 가장 큰 학교이지요. 11개 학급 35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학부모·학생들은 교과 학습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고, 인근 문화시설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과 진로관련 체험 활동에 대한 요구를 학교가 수용해 주길 바라고 있어요.”
김연식 교무부장의 말이다. 황지중은 지난해 11월부터 자유학기 도입을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김정기 교감을 팀장으로 T/F팀을 구성하고, 체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지역사회와 MOU 체결기관을 후원단으로 꾸렸다. 20여 명의 교사는 3개 분과로 나눠 교과과정과 교수학습 및 평가, 자율과정 연구를 모색하는 한편, 물리적 환경 조성과 시설 구축에도 노력을 기했다.


우선,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로 지원된 예산 1,700여만 원으로 진로진학실, 과학실 등을 현대화하고 교실 복도, 계단 등에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에 관련된 게시물을 구축했다. 또한, 다목적실 용도로 쓰이던 아고라실은 상설 토론실로 전환하고, 협력과 프로젝트 학습을 위한 도서 구입과 학급도서 운영을 확대했다. 무엇보다 자유학기에 대한 교육 구성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사 . 학부모 대상 연수를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매주 월·수요일 진로탐색…
시험기간에는 진로체험 활동(자율과정)
황지중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있어서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다행스럽게도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인 함태중이 인근 지역에 위치해 선행한 경험을 교류하면서 운영 방향을 모색했다.
황지중은 우선 1학년 교육과정을 자유학기로 운영하기 위한 수업시수를 조정했다. 주당시수 사회 1시간, 수학 1시간, 과학 1시간, 진로와 직업 1시간, 예체능(체육(3), 음악(1), 미술(2)) 6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 3시간을 포함 총 13시간을 오후 자율과정으로 편성했다.


자율과정은 진로탐색과 예.체능 위주의 다양한 활동으로 이뤄진다. 줄어든 체육·음악·미술 시수를 다양한 예체능 활동으로 전환하고, 기존에 운영해 온 학교스포츠클럽을 십분 활용했다. 월·수요일 5~6차시는 진로탐색의 시간. 다양한 직군의 직업인 초청강연, 포트폴리오 제작, 현장체험, 모의창업 등 체험 위주의 활동으로 진행돼 학생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지역 여건상 진로체험 등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나만의 꿈패 만들기’, 자기주도학습캠프 등 학생들이 창의력과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활동 위주로 구성된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김선아 교사는 “시험기간에는 종일제 진로체험이 이뤄진다. 지난 번에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을 다녀온 데 이어, 기말고사 때는 삼척 도계 유리마을을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한다.
예체능·동아리 활동 중심 자율과정 운영
화·목요일 오후는 예체능 활동의 날이다. 화요일에는 체육 . 음악 . 미술 활동을 4개 그룹별로 한 달씩 순환하며 이수하게 되는데, 체험활동 위주로 학생들의 감성을 이끌어 내는 활동이 중심이 된다. 일례로, 미술의 경우 페이스페인팅,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소개하는 자기사용 설명서 작성하기, 자신의 캐릭터를 입체로 표현하기 등이 진행됐다. 앞으로 재활용을 활용한 협동 작품이나 세계 유명 건축물을 이해하고 스텐실 원리로 표현하기 등의 수업이 진행될 예정. 기존의 예체능 교과 수업보다 학생 참여나 관심이 매우 높아진 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목요일에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중심으로, 축구와 농구, 족구, 배드민턴 4개 종목을 반별로 순환하며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동아리 활동이 자유학기에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입된 후, 학생들의 참여와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댄스, 록밴드, 아카펠라 등 자생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매주 금요일에는 9개 선택 프로그램을 개설 . 운영 중이다. 사전 희망조사를 통해 창의보드, 기타, 난타, 우리소리, 요리 등 취미 . 교양 프로그램과 국어·과학·수학탐구 등 교과 심화 활동을 마련했다. 아울러, 각 활동의 최소 그룹은 13명 단위로 편성하고, 학부모, 교사, 외부강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교육활동의 질을 높였다.
“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의 실력이 상당해 놀랄 정도입니다. 취미·교양 프로그램은 외부강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강원도교육청에서 추가로 지원한 1,400여만 원의 예산 대부분이 강사비로 지원됩니다. 문제는 지역 내 강사풀이 부족하여 다양한 강좌 개설이 어렵다는 데 있지요.”
김연식 교무부장은 우수 강사를 초빙하기 어려운 지역 여건을 털어놨다. 예산 지원과 진로탐색을 위한 체험처 발굴 등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태백교육지원청과 MOU를 체결해 고원자생식물원, 석탄박물관 등 45개소에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미래의 직업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하이테크 공장이나 관련 종사자를 찾기 어려운 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학생활동 중심의 교과수업으로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체험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수업방법 개선에 있습니다. 진로 영역 등을 교과 수업으로 끌어 들이면 지역적 한계도 극복이 될 수 있으리라 보고 있지요. 자유학기로 수업의 주체가 교사에서 학생으로 이동했지만, 오히려 교사들의 준비와 활동은 늘어났습니다.”


김철남 교장은 1학년 교실에서 더 이상 강의식 수업을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오후 자율과정뿐 아니라 오전 교과 수업 또한 학생 활동 중심으로 전환된 것. 일례로, 국어 교과는 총 7차시 동안 협동 작문 수업을 통해 글쓰기 단원을 가르쳤다. 주제를 정하고, 예상 독자를 모둠별로 분석해 원고를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교과 수업으로 진행했다. 영어 교과는 자원봉사 관련 글을 읽고 만화로 그리는 등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과학 교과는 올해 연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4월 초 과학과 관련된 탐구 주제를 개인별로 선정한 후, 학급 게시판에 게시해 비슷한 주제를 선정한 4인을 1모둠으로 구성했다. 5월에는 탐구계획, 준비물 등을 정하기 위한 모둠 토의를 진행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담당교사와 토의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2학기 때는 모둠의 탐구 방향과 토의를 진행하고, 10월에는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면서 올 초부터 달려온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임형진 과학교사는 “탐구 주제 선정과 모둠 편성을 학생 주도로 진행해 학생들의 자발적 동기가 유발되고 협동심이 발휘됐다. 교사의 개입이 많았던 이전의 과학 활동에 비해 참여도가 월등히 좋았다”며 “중간발표 시 모둠과의 자유로운 질의·응답의 기회를 주었더니 탐구 방향의 개선과 문제점, 해결방안을 학생들 스스로 찾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평가는 학생상호평가(체크리스트와 서술식), 교사평가, 질의 응답 활동(자유토론) 평가를 종합해 서술식으로 기재했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지식을 알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탐구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가를 중요한 평가대상으로 삼았다.


김철남 교장은 “평가방법이 바뀌지 않으면 수업방식이 개선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는 서술형 평가를 전면 도입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1~3학년까지 최소 1차례 시험을 100% 서술형 평가로 치를 계획이다. 중간 . 기말시험이 없는 자유학기 학생들은 과제물에 대한 서술형 평가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김 교장은 “함태중 교감으로 근무할 때 중간교사를 100% 서술형으로 치른 결과 교사 . 학생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자유학기를 통해 수업이 바뀌고 평가도 바뀌게 되면, 대입 선발도 프랑스처럼 에세이 형태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내년 서술형 평가 도입…진로체험 3단계로 체계적 접근
“아이들이 활발해졌습니다. 표정이 밝아졌고, 학교 오는 게 즐겁다고 말해요. 아이들에게 수업 부담은 줄어든 반면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지요. 교사들은 아직 걱정 반, 기대 반 입니다만 자유학기제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요. 이제는 학습의 개념이 변했습니다. 교과 지식뿐 아니라 협동과 배려를 배워야 해요.”


김철남 교장은 앞으로 교사들의 교과별, 학년별 교과협의회를 더욱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교사 스스로 노력하고 자율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간섭은 최대한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교사 연수다. 현재 황지중 신규교사 6명은 일주일에 두 번 자유학기 연구학교인 인근 함태중에서 연수를 받는다. 그 동안 전 교사를 대상으로 진로코칭, 프로젝트·융합수업 등의 연수도 진행해 왔으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거꾸로 교실’ 수업 연수도 예정돼 있을 정도.
올해의 시행착오를 거쳐 내년에는 황지중의 실정에 맞는 자유학기를 운영하기 위한 수정 . 보완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진로체험은 자유학기 학생들뿐 아니라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외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1학년 때는 부모의 직장이나 지역 내 작은 가게로 체험처를 한정한다면, 2학년 때는 관내 관공서, 3학년 때 관내를 벗어나 진로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또한, 예체능 위주에 머물렀던 동아리 활동도 논술·토론 등을 추가해 학습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연식 교무부장은 “실제로 학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됐을 때, 예산 지원이 없어질 것에 대비한 교과지도 연계 진로교육의 수업 개선 방향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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