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학교도... 대세는'리얼'체험' - 국가주도 직업체험기관 한국잡월드
서혜정 /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사무국장 싸이월드 공감
한 동안 TV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토크쇼였다. 무릎팍도사, 화신, 힐링캠프 등…. 그러나 얼마 전 가을 개편을 단행한 한 공중파 TV는 '리얼리티 전진 배치, 한계점에 다다른 토크쇼 폐지'를 전면에 내세울 만큼 흐름이 바뀌고 있다. 대세는 역시 '체험형'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자유학기제로 인해 직업체험교육이 각광받고 있어서인지 체험형 중에서도 국군과 경찰, 소방대원 등의 직업 세계를 보여주는 '진짜 사나이'와 '심장이 뛴다'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런 체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들고 어려운 직업 상황을 극복해 가는 출연진들의 솔직하고 부담 없는 모습에 대한 공감에 있다. 경찰학교에 입교해 똑같이 교육받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방안전센터에서 5박 6일간 합숙하며 구조대원과 함께 겪는 생생한 현장은 비록 간접체험일지라도 경찰관과 소방대원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잡월드(이사장 장의성)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70여 개가 넘는 '리얼' 직업체험이 가능한 독보적 대규모 현장학습 공간을 갖춘 한국잡월드(이하 잡월드)는 그러나 2012년 5월 15일 개관 전은 물론 작년까지만 해도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2012년 국회예산정책보고서에 따르면 "… 민간업체에 비해 소극적인 광고수입 확보 전략 및 질 낮은 상품의 공급으로 80만 명의 입장객 유치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음…"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만큼 낙관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잡월드는 지난 5월 29일 개관 1년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개관 이후 휴일 등을 제외하면 일간 3,300명 이상 방문한 셈이다. 학교와 단체가 많은 탓도 있지만 1년 뒤에나 예약이 가능할 만큼 인기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대체 그 비결이 무엇인지 최근 한국고용정보원(www.keis.or.kr)을 협업기관으로 맞은 한국교육개발원(www.kedi.re.kr) 백순근 원장과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11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잡월드를 찾아 직접 체험해 봤다.
일본의 실패, 잡월드엔 전화위복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3년 교토부(京都府)에 '나의 직업관(私のしごと館)'이란 이름으로 직업체험관을 건립했다. 청소년들의 긍정적 직업관을 형성하겠다는 취지로 총 580억 엔(약 7,000억 원)을 들여 지은 체험관은 그러나 방문자가 많지 않아 운영난으로 개관 7년 만인 지난 2010년 3월 문을 닫았다. 연간 운영비가 24억 엔(약 300억 원)에 달했지만, 이용객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10억~20억 엔(130억~250억 원)대의 적자를 낸 것이다. 2008년에는 운영권을 민간에 넘겼으나 수지 개선이 되지 않아 결국 폐쇄한 것이다.

문을 닫은 뒤에도 입찰자가 나서지 않아 2년 넘게 유지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최근 교토부(京都府) 관료들이 잡월드의 성공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잡월드 기획 당시인 2007~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고용부(당시 노동부) 간부들이 '나의 직업관'을 견학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역전된 형국이다. 2010년 '나의 직업관'이 문을 닫자 정부가 주관하는, 규모(1만 600평)도 비슷한 '한국잡월드'는 개관도 하기 전에 돈만 쏟아 붓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장의성 이사장(사진)은 "일본의 실패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일본 혼을 강조한 장인(匠人)에 초점을 맞춘 체험관이 요즘 아이들의 직업관과 맞지 않아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민간 기업이 2006년 도쿄에 설립한 초등생을 위한 직업 테마파크 '키자니아(Kidzania)'는 오사카, 서울(잠실 롯데월드) 등에 지부를 둘 정도로 성공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이렇게 설명했지만 2008년 '나의 직업관' 측이 민간에 사업을 이양했음에도 실패했다는 사실은 잡월드에만 있는 청소년 대상 차별화 전략이 존재할 것이라는 궁금증을 갖게 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잡월드를 돌아보는 동안 어느 정도 찾아 낼 수 있었다.

체험에만 그치지 않고 진로 설계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손쉽고 즐거운 검사를 받고 퀴즈를 풀다 보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알아 볼 수 있고, 전문가에게 자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도 있다. 또 애니메이션 형태로 기상 제어사, 공룡세포복원가, 기억열람자 등 미래 첨단직업을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임에 친숙한 청소년들의 특성을 잘 접목한 것이다. 안철수 운영기획본부장은 "이렇게 많은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독자적 연구와 한국의 노하우가 결집된 공간으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적 노하우가 결집된 독자적 공간으로 평가돼 독일,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과 자문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안 본부장은 "개관 후 총 20여 회에 걸쳐 OECD 관계직원 등 341명의 외국인 또는 기관이 다녀갔다"고 덧붙였다.
제2, 제3의 한국잡월드 설립은 가능할까
개관도 하기 전 낭비행정으로 집중 포화를 당한 것이 잡월드 입장에선 전화위복이 됐다. 박근혜 정부의 자유학기제 발표와 대규모 종합직업체험관 부재 등이 맞아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월드가 관람객들의 취향 분석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관람객이나 수익 증가 측면에서 낙관적 판단을 하도록 한다.

또 잡월드 운영수입의 상당 부분이 사업수입으로 충당되고 있고(2012년 결산수입 대비 약 54%, 2013년 예산수입 대비 약 62%), 출연금의 비중은 적고 그것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2012년 결산수입 대비 약 46%, 2013년 예산수입 대비 약 30%)는 점도 고무적이다. 물론 초기 단계를 지나도 관람객이 현 수준을 유지할지의 여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임직원 구조와 콘텐츠 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노출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2013년 4분의 2분기 현재 잡월드의 임직원 수는 정규직 45명, 7개 분야(주차, 체험관 안내, 시설관리 등)의 비정규직 332명, 총 378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다. 이들 중 대부분이 직업체험관 강사로 위탁업체에 의해 관리된다. 2012년 개관 당시 한화리조트 컨소시엄이 맡았으나 현재는 CJ CGV로 변경됐다. 강사 교육과 관리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안철수 본부장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도 강사들의 이직이 잦으면 잡월드 전체 신뢰도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사회공헌 마인드로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잡월드에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우리은행, 현대자동차, 삼성화재, 금호타이어, 메이크업숍, 코오롱스포츠 등에 불과하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도 "자유학기제 시범학교 교원들은 잡월드와 같은 체험관이 늘기를 바라지만 기업 참여모델의 개발과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개인의 사회공헌활동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업체험관 설립은 컨텐츠 없는 하드웨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 고위 관계자 역시 "대전이나 부산 등에 잡월드와 같은 직업체험관 검토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없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을까? 1박 2일 이상의 일정을 잡아야만 잡월드 방문이 가능한 서울·경기권 외 학생들이 보다 많은 직업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려면 가상직업체험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립특수교육원의 3D직업훈련 프로그램처럼 가상 실감미디어 방식을 직업체험에 구현하자는 것."이라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실재감도 보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버 세상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가상체험에 호의적."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직업체험(110여 가지)이 가능해 교육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은 "국가차원 직업체험관과의 협력이 이제 막 시작됐다."면서 "학생들의 직업체험을 위한 다양한 협력 모델을 잡월드 사례를 통해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어린이체험관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꾸며진 놀이를 통해 직업을 즐기고 배우는 곳이다. 어린이체험관은 만4세~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며, 37개 체험실에서 44개 직종을 소개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체험실 마다 각 20~40분 체험이 가능하며 어린이체험관은 월~토 총 2부(09:30~13:30, 14:30~18:30)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 청소년체험관은 다양한 직업들을 경험해 보고 미래의 내 모습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곳으로 만 11세~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41개 체험실과 65개 직종을 소개하고 있다. 청소년체험관은 월~토 총 5부(09:30/10:50/13:00/14:20/15:40)로 운영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1개 직업체험 당일 전날까지 인터넷으로 해당 직종을 정해 사전 예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험시간은 평균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진로설계관은 재미있게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맞춤형 진로설계를 하는 곳으로 놀이형 검사(직업흥미/다중지능), 단체검사실, 직업정보 열람실, 상담서비스, 잡 카페, 어린이놀이실 등이 있다.
TIP : 입장권 하나로 직업세계관, 진로설계관 이용하기
1층에 마련된 진로설계관에서는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근거한 놀이형 진로검사가 진행된다. 8가지 지능과 관련한 체험을 해보고 자신의 강점 지능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홀랜드의 흥미이론에 근거한 놀이형 검사는 음악소리를 듣고 발을 이용해 알아맞히기, 레이저광선 피해 빠져나오기 등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찾아볼 수 있다. 검사를 마치면 곧바로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개인 또는 집단 상담도 가능해 검사를 바탕으로 진로를 설계해 볼 수 있다.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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