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이 전체 재학생의 절반을 넘는 다문화 교육 1번지 - 안산원곡초등학교
이상화 / 중앙일보 기자 싸이월드 공감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안산원곡초등학교(이하 '안산원곡초')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학교다. 올해 2학기에 재학 중인 이 학교 다문화 학생은 237명이다. 전체 재학생이 407명이니 절반을 넘는다. 반월·시화공단 등으로 외국인들이 많은 안산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특이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부모 중 적어도 한쪽이 외국인인 경우를 다문화 학생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따지면 올해 전국 초·중·고교의 다문화 학생 수는 55,767명으로 전체 학생의 0.86%다. 안산원곡초는 평균에서 굉장히 벗어나 있는 셈이다. 안산원곡초 다문화 학생들의 출신 국가도 광범위하다. 이 학교 다문화 학생들 부모의 출신 국가는 중국, 필리핀, 러시아 뿐 아니라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15개 국가에 달한다. 안산원곡초를 다문화 학생이 많은 평균에서 벗어난 특수한 학교라고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조만간 다문화학생의 수가 1%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문화학생 수가 점차 증가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취학 연령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늘어난 결혼 이주 여성의 자녀들이 취학 연령이 된 것이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094만 8272명(올해 1월 기준)이며, 이 중 외국인 거주 인구는 144만 5631명으로 전체 인구의 2.8%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안산원곡초는 미래 우리나라 교육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실험실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른 적응 위해 특별학급 운영… 예·체능은 일반교실서 수업
안산원곡초는 성공적으로 다문화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히잡을 쓰고 운동장을 달리거나 식사시간에 돼지고기 대신 다른 반찬을 찾는 것은 안산원곡초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학생이 유창한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수업을 듣는 것을 아이들도 어색하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지난 9월 안산원곡초를 방문해 다문화 교육 1번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안산원곡초의 교육방식이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던 6학년 2반 이 안드레이(13)군은 학교에서 잘 적응한 경우로 학교에서 알려준 경우다. 최근엔 다문화 학생이 한국에 오기 전 한국어를 미리 배우는 등 준비를 많이 하고 온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안드레이는 한국어를 배우지 못하고 온 케이스였다. 알파벳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등학생을 데리고 미국 등으로 이민 갔을 때 아이가 느낄 당혹감과 비슷할 것이다. 안드레이는 전학 첫날 "끔찍스러웠다."고 했다. "(점심)밥을 먹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집에 갈 시간이 점점 다가왔으니까."라고 소감을 썼을 정도다. 안산원곡초는 이와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학급(온누리반)을 운영한다.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중도 입국하여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이다. 체육과 음악, 미술 과목처럼 비교적 적응이 쉬운 수업은 일반 학급에서 모두가 함께 공부한다. 한편 국어와 사회 등 비교적 어려운 수업은 특별학급에서 공부한다. 이런 다문화 학생들에겐 개별 시간표가 따로 있다. 선진국에서 이민자들을 위해 특별학급을 운영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안드레이는 하루에 2시간 정도는 3층에 있는 온누리반으로 가서 한국어를 배운다. 안산원곡초는 수준와 나이 등으로 분류해 한 반에 15명 내외로 총 3개의 특별학급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효과적이다. 반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안드레이는 정반대로 변했다. "집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에 학교에 일찍 온다."고 했다. 간단한 한국어는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매주 화·목요일엔 학교 축구교실에 참여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온누리반은 다문화 학생들을 다른 반으로 편성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부 수업은 다문화 학생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배운다. 교사들은 오히려 온누리반 교육의 핵심은 다문화 학생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시간이라고 지적한다. 무턱대고 분리 교육만 시키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전학 온 한 다문화 학생은 6학년 2반이면서 온누리반에 편성됐다. 일주일 지난 체육 시간, 이 학생은 T-ball(룰을 쉽게 한 야구) 수업을 특별반이 아닌 학생들과 같이 했다. 한국말을 못해도 체육 수업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큰 안타를 친 학생은 반 아이들의 칭찬을 들었다. 이 일로 안산시 초등학교 대항 학교 대표로도 뛰게 됐다. 한국말이 안 되기 때문에 분리 수업만 이뤄졌다면 이 같은 짜릿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적응력 신장'… 대부분 빠른 적응 보여
교사들은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력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한국에 온 중도 입국 아이들이라도 1년 정도 지나면 어지간한 한국어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 오히려 모국어를 잊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2009년 특별학급을 처음 만들었을 땐 다문화 학생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오랜 기간 머물게 했지만 최근에는 가능하면 일찍 '특별학급 졸업'을 권장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일반 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좋은 자극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적응력 신장'이다. '서바이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문화 학생은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거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선입관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진 않지만 반대로 공부를 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3년 전 중국에서 온 한 학생은 지난 학기 전 과목 100점을 받았다. 지난해는 루마니아 출신 학생이 전교 부회장을 맡았다. 한 교사는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이곳에선 익숙한 일."이라고 했다. 한 다문화 학생은 "어려운 말은 영어를 조금 섞어서 하거나 보디랭귀지를 섞어서 이야기를 하면 정확히는 몰라도 대부분 이해될 때가 많다."고 했다. 수학은 숫자와 기호로 대략 이해를 할 수 있고, 음악도 입 모양을 보고 줄곧 따라 할 수 있다.

이런 학교 문화는 다문화 학생이 아닌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다 보면 국적과 출신을 떠나 곧 친해지고 분위기에도 잘 적응하곤 한다. 학생들끼리 서로 돕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다문화 학생들과 함께 배우면서 오히려 한국 학생들에게 좋은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한 특별학급 담당 교사는 "한국어를 잘 모르는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같이하면서, 외국인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또 외국어를 더 배우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전 대원외고 등을 취재할 때처럼 학생들이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선 중국어, 러시아어가 들리는 만큼 자신을 객관화해 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 다문화 학생이라고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다문화 학생이 많다고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온 학생들은 언어 구사, 외모 등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과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학교 교사들도 "다문화 학생이 많다고 하는데 물어보기 전까지는 다문화 학생인지도 몰랐던 학생이 많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15개 문화권의 학생이 함께 수업 … 급식, 역사교육 등 세심한 배려 필요
물론 부수적인 문제는 있다. 15개 문화권의 학생이 모이다 보니 급식이 문제였다. 이슬람권에서 온 아이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인도권에서 온 아이들은 쇠고기를 금기시한다. 지난해부터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대체 반찬'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 애국심 등을 가르쳐야 하는 사회 시간은 교사들을 고민스럽게 한다. 정명복 교사는 "6.25 전쟁을 설명하는 시간에 중공군이 참전하는 대목이 나올 때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중국 학생들은 중국이 6.25 전쟁에 참전해 도와줬다고 배우거나 들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특히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 부분에서 자신들의 부모가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이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 학업 자체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큰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한다. 다문화 학생 중에는 부모의 재혼으로 인해 갑자기 한국에 오게 되는 경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학급(온누리 2반) 정상하 교사는 "중도 입국 학생 중엔 가뜩이나 한국도 낯선 환경인데 새로운 가족을 만나 더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상주하는 상담 교사가 있어서 다문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국어 교육도 강화 … 양 쪽 언어 다 잘하는 것은 미래 큰 자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의무교육 기간 동안 모든 아이는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규정돼 있다(「초·중등교육법시행령」 19, 75조). 여기엔 다문화 가정의 학생도 포함된다. 불법 체류 중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1991년 모든 아동이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제도와 별개로 정부가 다문화 교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처음 다문화 학생 수를 집계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숫자는 9,389명이었다. 정부는 같은 해 '다문화 가정 교육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다문화 교육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장인실 경인교대 한국다문화교육원장은 "이제는 다문화 학생들의 약점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이들의 강점을 키우는 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원곡초은 이런 취지에서 다문화 학생들의 모국어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학생이면 한국어 뿐 아니라 러시아어 수업도 시키는 것이다. 양쪽 언어를 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다문화 학생들에게 미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다문화 학생이 절반이나 되는 안산원곡초와 같이 국내 모든 학교가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이들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안산원곡초는 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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