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끝자락에서 "세계와 인류를 위하여!"
백순근 /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싸이월드 공감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2013년은 어느 해보다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끼게 하는 해였다.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함께 희망찼던 봄이 왔었고,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있었으며, 화려한 단풍과 높은 하늘이 무척 고왔던 가을이 있었고, 어느덧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차가운 겨울이다.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반짝이는 화려한 불빛이 겨울임을 실감나게 한다.

옛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에 대해 잘 순응하는 것을 '철이 들었다'고 했다. '철든 사람'이란 계절 즉 '철'이 바뀌는 것도 모르는 사람을 지칭하는 '철부지'의 반대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사리분별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나간 계절을 반성적으로 뒤돌아보고, 다가온 계절을 성심껏 맞이하며, 다가올 계절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을 지칭한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농경 사회였기에 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적인 변화에 제대로 순응하면서 농사를 짓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철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넘어 지식정보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경제적 양극화나 사회문화적 격차 문제는 단순히 자연에 순응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이면서도 구조적인 문제이다. 직종 및 직급간의 소득 격차, 높은 실업률과 빠른 고령화, 과다한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정, 높은 사교육비로 인한 가계 곤란, 가난과 저학력의 대물림,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대화와 타협의 부재 등은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해결될 일들이 아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상호 존중과 열린 대화,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고통분담과 공동의 적극적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자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인위적으로 노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인위적으로 노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란 단기적으로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들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주로 교육적인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정부의 국정 비전인 '희망의 새 시대'를 위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은 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성취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에 비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국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로 미래 세대를 육성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성취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정치적인 문제와 교육적인 문제는 닮은꼴이다. 예컨대 정치적으로는 기득권자와 비기득권자의 갈등이 있을 수 있듯이, 교육적으로도 기성세대와 신세대와의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안정 지향적인 보수와 개혁 지향적인 진보 간의 갈등이 있을 수 있듯이, 교육적으로도 사회 안정을 중시하는 관점과 사회 변화를 중시하는 관점 간의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정치가 '다수결의 원칙'이 중시되고 있어서 다소 현실지향적인 면이 강하다면, 교육은 '진리의 원칙'이 중시되고 있어서 다소 미래지향적인 면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인간사(人間事)라는 점에서 매우 닮아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정치를 위해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듯,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서도 교육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정치에서 정부, 여당, 야당, 사측, 노측, 강자, 약자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소통, 합의가 중요하듯, 교육에서도 교사, 학생, 학부모, 전문가, 교육당국, 일반 시민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소통, 합의가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계절이 바뀌듯 정치와 교육이 바뀌길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인간사인 정치와 교육을 개선하고 개혁하기 위해 다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보다 나은 미래는 그냥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노력으로 성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는 '신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좋아했었고, 대학을 다닐 때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좋아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최근에는 '세계와 인류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즐겨 사용한다. 2013년 끝자락에서 밝은 미래를 위해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아 다 함께 구호를 외쳤으면 좋겠다. "세계와 인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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