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절반이 시간제로 근무하는 독일 : 증가하는 전일제 교사의 시간제로의 전환
박성숙 / 프리랜서 작가 싸이월드 공감
Ⅰ. 두 사람 중 한 명은 시간제 교사
독일 교사 두 명 중 한 명은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시간제 교사가 없이는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더 이상 시간제 교사에 대한 호불호를 논하는 사람은 없다. 각 주의 교원노조와 주 교육부의 관심사는 시간제 교사의 처우문제나 근무여건 등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있다. 독일 시간제 교사 제도는 1980년대 정규직 시간제 공무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출발했다. 당시 독일정부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상적인 제도’라며 ‘국가는 가족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이 제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시간제 교사 제도로 인해 출산이나 육아 가족 건강 문제로 인해 교직을 떠난 교사들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에 처한 많은 현직 교사들이 시간제 근무로 전환함으로써 가정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1997년 전체 공무원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 큰 효과를 보았고, 교사들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 동독 지역과 같은 가난한 주에서는 전일제 교사의 자발적인 시간제 전환도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부족한 교육재정으로 인해 처음부터 저임금의 시간제 교사를 채용함으로써 최저 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가난한 교사를 양산하기도 했다.
Ⅱ. 방과 후 피자배달, 가난한 시간제 교사의 삶
독일은 교사 임금도 주별로 차이가 난다. 바덴뷰텐베르크 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44세의 음악교사가 월 3,300유로를 받는데 비해 가난한 주인 베를린에서는 600유로가 적은 2,700유로를 받는다. 수년 전, 라이프찌히에서 20년 동안 정규직 시간제 교사로 근무해온 한 교사가 부족한 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퇴근 후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자를 건네주기 위해 낯선 집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이 열릴 때 그는 종종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피자를 주문한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었거나 학부모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로부터 ‘피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놀림감이 되곤 했지만 생존을 위해 그는 시간당 4유로의 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었다고 했다. 시간제 교사의 임금으로는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조차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한 달 동안 피자배달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고작 200유로(한화 약 30만 원)와 팁으로 받는 50유로(약 7만5천 원) 정도다. 이밖에도 오후시간 휘트니스센터 도우미나 청소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교사의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정규직 시간제 교사의 처우문제는 구동독 지역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난제로 남아있다.


아래 표는 1자녀를 둔 기본급 2,674유로를 받는 교사가 50% 시간제 근무를 신청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봉급의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제 근무는 현재 독일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직업의 형태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정규직 시간제로 신규 채용될 정도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중 교직은 2012년과 2013년 겨울학기를 기준으로 665,892명의 전체 교사 중 중·고등학교는 39.4%, 초등학교는 46.8%가 시간제 교사다.
바덴뷰텐베르크 주의 경우 2011년 50%의 공무원이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85.8%로 14.2%인 남성 시간제 근무에 비해 월등히 높다.
Ⅲ. 만연한 교사부족 현상
독일 시간제 교사를 논하려면 독일사회의 만연한 교사부족 현상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가난한 주의 경우 부족한 교육재정과 교사 부족이 시간제 교사 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철밥통 직업, 여성에서 가장 선호되는 직업, 자기 시간이 많은 직업’ 교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독일 일반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선입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독일에서 교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더 이상 선호하는 직업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교사부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연구는 교사부족 현상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15년에는 독일 전역에 74,000명의 교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사가 없이는 학교가 존재할 수 없고 학교의 부재는 교육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사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 사회의 중차대한 문제다. 독일에 교사 부족 문제가 대두된 계기는 과거 교사들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면서 고용이 축소된 데다 공무원 연금이 감소하면서 많은 교사들이 조기 정년퇴직을 회피하게 되면서다. 이 때문에 학교는 장년층 교사로 채워지게 되었고 최근 이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정년퇴직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교사지망생은 부족하기 때문에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된 것이다.


특히 수학이나 물리, 생물, 화학 등 자연과학 분야는 기업의 엔지니어나 다른 보직의 전문 공무원 인력을 재교육 후 시간제 교사로 채용할 정도로 교사 부족 정도가 도를 넘은 상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다른 분야에 충분히 취업의 기회가 있는 사람이 교사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독일직업교육제도는 직업학교 과정은 물론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는 길도 이원제 직업학교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학문적인 부분은 학교에서 수학하고 현장교육은 졸업 후 학교현장에서 실습한다. 한국의 교생실습과 달리 레프랜다(Referendar)로 불리는 실무교육은 적극적인 수업참여와 함께 장기간이다.
한국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별도로 채용하지만 독일 기간제 교사는 보통 레프랜다를 말한다. 레프랜다 기간은 보통 1년에서 2년까지 주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모든 사범대학 졸업생들이 정규교사에 채용되기 위해서는 레프랜다 과정은 필수다. 때문에 레프랜다는 학급 담임을 맡을 수는 없지만 실습기간 중에 정식으로 담당과목을 맡아 수업하고 학급 부담임을 맡을 수도 있다. 레프랜다 제도는 독일 교사인력 수급에서 저임금으로 교사 부족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독일 교사는 전일제, 시간제, 레프랜다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Ⅳ. 시간제 근무 형태와 규정
독일교사의 시간제 근무 규정은 각 주별 시간제 공무원 규정에 준한다. 공무원은 몇 가지 조건에 합당하면 시간제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거나 지병으로 돌보아야 할 가족이나 일가친척이 있을 경우다. 자녀 양육기간이나 가족의 간병이 필요한 기간 동안 보통 50%까지 시간제 근무가 가능하다. 바덴뷰텐베르크 주는 25%부터 최고 73.17%까지 수업시간을 축소할 수 있다. 교사의 주당 평균 수업시수가 26시간인 김나지움(인문계 중·고등학교)의 경우 73.17%가 18시간에 해당되므로 주당 최저 8시간만 수업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998년부터는 고연령 특혜 시간제 근무가 도입되었는데 주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55세부터 고연령 시간제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안식년과 시간제 근무를 연계해 활용하기도 한다.
Ⅴ. 시간제 교사 신청에 제동 건 작센안할트 주
최근 갈수록 많은 교사들이 시간제 근무를 신청하면서 교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교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시간제 근무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어 시간제 교사 제도가 주 정부의 골칫거리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작센안할트 주는 최근 시간제 교사신청을 대거 취소해 교원노조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유는 불성실한 수업준비 등 문제 많은 시간제 교사를 계속 양산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고, 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시간제 교사신청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올해 작센안할트 주는 1,687명의 교사가 시간제 근무 신청을 했는데 그 중 130명은 취소되었다. 7%가 넘는 신청자가 대기자 명단에 올라 결정이 다음해로 연기되었다. 내년에도 1,153명이 이미 시간제 근무 신청을 해놓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나 현재 선발 작업에서 이미 120명이 취소된 상태다.


작센안할트주 교원노조는 시간제 근무 신청이 취소되면 교사들의 의욕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결국엔 병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 교육부의 결정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시간제 근무를 신청한 교사는 이미 근무여건이 어려운 상황이고 더 이상 전일제 근무를 할 의욕이 없는데 이들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에 그 영향은 수업의 질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피해는 학생들이 입게 된다는 논리다. 교원노조는 ‘모든 시간제 근무 신청은 받아들여져야 하며 새로운 교사인력 충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Ⅵ.시간제 교사를 위한 일관된 관리규정 없어
시간제 근무를 선택한 교사들 중에는 임금이 감소된 만큼 근무시간이 줄어들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수업시간 이외의 수업준비와 시험 채점 등을 위한 시간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소풍이나 학교 행사 등 수업 이외의 시간에 어느 정도 참여해야 하는지 경계를 정하기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에 의해 선택했든 처음부터 시간제 교사로 채용되었든 줄어든 보수만큼 시간적인 혜택이 있어야 함에도 초과근무나 전일제 교사와의 차별문제 등 시간제 교사의 권리 보장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각 주의 교육부는 시간제 교사의 근무여건 보장을 위한 권장사항들을 각 학교에 보냄으로써 시간제 교사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시간제 교사의 역사가 짧지 않음에도 일관된 관리규정이 없고 각 주별, 혹은 도시별, 학교별로 자체적인 조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시간제 교사의 근무시간과 책임한계를 명확히 규명한 관리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각 주별 교원노조의 오랜 요구사항이다. 바덴뷰텐베르크 주는 시간제 교사의 업무 영역과 범위에 대해 반드시 참여해야 할 업무와 참여할 필요가 없는 업무에 대해 지방공무원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이 법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할 업무로 휴식시간 감독과 시험 채점, 단독이 아닌 팀을 이룬 학급담임, 수학여행, 학부모 상담 등을 들었고 교사위원회나 학과목위원회, 학급위원회, 학교위원회 등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에 대해 언급했다.


바덴뷰텐베르크 지방공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시간제 교사도 전일제 교사와 대부분의 업무가 비슷하지만 전일제 교사가 수업 이외의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비해 시간제 교사는 보통 수업을 제외한 통상적인 학교 업무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교장이나 동료 교사들이 시간제와 전일제 교사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든지 무시해 버리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시간제 교사가 육아나, 가족의 병간호 등 근무시간을 단축해야만 하는 배경이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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