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교육감선거와 새 교육감의 역할과 과제
홍찬식 /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싸이월드 공감
Ⅰ. 들어가며
자치단체장·의원과 함께 시·도교육감을 뽑는 6.4 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시·도교육감선거가 시·도지사 등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것은 2010년 이후 두 번째다.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당시 2010년 교육감선거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른다는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다. 그러나 2010년 이전까지는 교육청마다 사정이 달라 각기 다른 시기에 직선 교육감을 뽑았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첫 직선제는 2008년, 경기도교육감의 첫 직선제는 2009년에 실시됐다. 교육감 직선제 역사는 도입 때부터 계산하면 7년, 전국 동시 선거로부터 따지면 4년 남짓이다.
교육감 선출 제도는 임명제로 시작해 간접선거를 거쳐 직선제로 바뀌었다. 1991년까지는 정부가 교육감을 임명했으며 교육자치제가 도입되면서 간선제를 채택했다.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교육감을 뽑게 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이후 간선제 역시 선거 과열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주민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높아졌다.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도입 당시 직선제에 대한 지지도는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교육감 직선제에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난 상태다.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는 상태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육감 직선제의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교육감이 펴는 교육행정 서비스의 대상은 주로 학생, 학부모이므로 전체 지역주민이 아닌 교육 수요자들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과도한 선거비용도 문제다. 교육감 후보들은 대부분 평생에 걸쳐 교육분야에 종사해온 인사들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대도시 지역의 유력 교육감 후보들이 지출한 선거비용은 한 사람 당 최대 40억 원에 육박했다. 일반적인 교육계 인사들은 감당할 수 없는 큰 돈이다. 선거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했을 경우 정부가 선거비용을 후보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신고한 액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출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런 고비용 구조로 인해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인사 비리 등 다른 부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에는 차기 교육감 선거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청 측이 인사 대상자들에게 돈을 받은 행태가 충남 지역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직선제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이 확산되자 국회는 올해 초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당시 여야 협의에서는 교육감 후보와 시·도지사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묶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서로 이념 성향이 다른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당선되어 함께 같은 지역에서 일을 하게 될 경우 갈등과 엇박자가 빚어질 수 있으므로 학생, 학부모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을 막아 보자는 의도다. 선거비용의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자는 선거공영제 주장도 있었다. 아울러 시·도지사가 어차피 지역자치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교육감선거를 폐지하고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고, 일단 현행 방식으로 한 번 더 교육감선거를 치르는 쪽으로 정리됐다.
Ⅱ. 6.4 교육감선거 어떻게 치러졌나
이번 선거에는 전국 17개 선거구에서 모두 72명이 교육감 후보로 나서 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0년 선거와 비슷한 경쟁률이었다. 지난 선거 때에는 16개 선거구(세종특별자치시 제외)에 74명이 입후보해 4.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와 부산에 각각 7명이 출마해 가장 많았다.
2010년 교육감선거 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이른바 보수와 진보 후보의 대결 양상은 이번 선거에서 더 확연해졌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17개 선거구 가운데 14개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정체성을 드러냈다. 보수 진영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복수의 후보를 냈다. 지지 표를 결집할 수 있는 진보 후보 쪽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
선거운동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인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들이 무상 공약을 내놓은 것은 2010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A 지역의 한 후보는 초·중·고교 학생 전원에게 아침식사를 무상으로 주겠다고 공약했고, B 지역의 한 후보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통학버스를 약속했다. C 지역의 한 후보는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무상 방과후교육, 교과서와 참고서 무료 지급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후보자들이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국민들이 많았다. 언론도 시·도지사 후보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고 경쟁적으로 보도했으나 교육감 후보의 공약이나 후보 간 쟁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했다. 교육감 후보의 인물 검증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그나마 선거 막판에 불거진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 딸의 아버지에 대한 폭로 사건이 교육감선거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부모의 이혼 이후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는 고 후보의 딸이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온 뒤 아버지는 우리와 연락을 끊었다”며 “다른 직책은 몰라도 (아버지의) 서울시교육감 출마는 선을 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일부 언론이 함께 출마한 다른 후보들을 이 사건과 연결시키면서 교육감선거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증폭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세월호 사건 이후 학교 안전과 관련된 공약이 많이 제시됐으나 재원 조달이나 실행 시점 등에 구체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아 급조된 공약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 선거기간 중에 각 후보자들이 지역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Ⅲ. 선거 결과
개표 결과 진보 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17개 선거구에서 13명의 진보 성향 후보들이 당선됐다. 진보 진영은 전국 학생 인구의 절반을 갖고 있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석권했다. 이에 비해 보수 후보는 대구, 울산, 경북, 대전 4개 지역에서 당선되는 데 그쳤다. 2010년 교육감선거 때 진보 진영은 6개 지역에서 당선자를 냈으나 이번 선거에는 두 배가 넘는 숫자를 배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당선자는 서울 조희연(진보), 경기 이재정(진보), 인천 이청연(진보), 부산 김석준(진보), 대구 우동기(보수), 광주 장휘국(진보), 대전 설동호(보수), 울산 김복만(보수), 세종 최교진(진보), 강원 민병희(진보), 충북 김병우(진보), 충남 김지철(진보), 전북 김승환(진보), 전남 장만채(진보), 경북 이영우(보수), 경남 박종훈(진보) ,제주 이석문(진보) 후보였다.


진보 후보들이 약진한 가장 큰 원인은 단일화를 통해 표를 결집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수 후보들은 같은 지역에 여러 명이 함께 출마해 표가 분산됐다. 서울의 경우 진보 당선자의 득표율은 39.08%, 경기가 36.51%, 인천이 31.89%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수도권 이외에 충남, 세종, 부산, 경남, 제주에서도 30%대의 득표율로 진보 후보들이 당선됐다. 보수 후보들이 내부 분열로 패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재선에 도전한 광주, 전남, 전북, 강원의 진보 교육감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40~50%대의 득표율로 비교적 여유 있게 당선됐다. 또한 보수 후보들 중에서도 유권자의 표를 결집할 수 있는 후보들이 있었더라면 30%대의 득표율에 머물렀던 진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 진영의 단일화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원인도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진보 후보들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별도의 사후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원인을 분석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Ⅳ. 새 교육감의 역할과 과제
이번 선거에서 진보를 앞세운 후보들이 당선되고 지방의 ‘교육 권력’을 차지하면서 교육계 전반에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국 16개 교육청 가운데 6곳에서 진보 교육감을 배출했던 2010년 교육감선거 직후와는 강도 면에서 훨씬 다른 상황이다. 하지만 4년 전 이명박 정권의 교육 노선이 우파 쪽에 가까이 있었던 반면,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은 중도 쪽으로 상당히 옮겨져 있는 차이점은 있다.
일부 진보 교육감들의 과거 행보들을 감안하면 이들이 교육 현장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정부와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진보 교육감 중에는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지낸 사람도 있으며 진보 진영에서도 강한 이념 성향을 보였던 인사들도 보인다. 실제 교육 행정에서 어떤 인식을 드러낼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이 편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율형사립고 폐지 문제의 경우 교육감들이 폐지를 결정하려면 교육부와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협의 과정에서 정부와 학부모들이 어떤 입장과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역시 이들의 공약인 혁신학교 확대 문제에서도 다른 학교와의 재정 지원의 형평성 문제를 놓고 충돌의 여지가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교원노조인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고 있는 정부 방침에 대해 진보 교육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어느 정도 강경한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과거 진보 교육감들은 친(親) 전교조 성향을 보여 왔다. 진보 진영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었다. 진보 교육감 사이에서 이런 기조가 유지된다면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교육감의 책무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다. 보수 교육감이든 진보 교육감이든 이런 목표에 이념이나 정치적 색채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교육감은 지역 교원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 편성, 학교 설립과 폐지 권한, 교과 편성 권한 등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이런 ‘권력’을 남용하거나, 해야 할 일을 안 한다면 교육감의 역할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새 교육감들이 자신의 성향에 따라 편을 가르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예컨대 교육청 인사에서 선거 때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을 우대한다든지, 다른 후보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가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들은 학생,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선거 때 내건 공약을 실천한다며 꼭 써야 될 다른 예산을 임의로 집행한다면 학교 교육의 전체적 균형을 허물어 공교육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등장은 한국교육의 새로운 변화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이들이 어떤 역량을 보일지 어느 때보다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Ⅴ. 또 하나의 과제
지방선거와 별개로 치러졌던 2010년 지방선거 이전의 교육감선거는 10%대의 낮은 투표율을 보여 과연 주민 다수가 원하는 교육감을 뽑고 있는지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다. 이런 선거에 수백억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도 있었다.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는 ‘낮은 투표율’이라는 과제를 극복하기는 했으나 교육계 내부에 이념 대결을 증폭시키고, 직선제가 안고 있는 부작용이 더 악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2010년 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곽노현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같은 진보 진영의 박명기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서 그 댓가로 2억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육감이 불법적인 거래를 위해 돈을 주고받은 것을 목격한 서울 학부모들의 심정은 착잡했다. 진보 교육감들은 임기 4년 동안 보수 정권 혹은 지방 정부와 교육 정책을 놓고 충돌하는 경우가 잦았다.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교육 예산의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올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나 학교 주변 곳곳에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은 지 30년이 넘는 노후 교실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데도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고 있다. 무상 급식 등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안전 확보와 건물 신축 등에 투입할 예산이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올해 1월 국회 정치개혁 특위가 교육감선거의 개선 문제를 다룬 것은 무엇보다 교육을 잘 이끌 수 있는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 교육감 임명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국, 일본, 독일, 핀란드는 자치단체장이 직접 임명하거나 임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14개 주만이 주민직선제이고 나머지 36개 주는 임명제로 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서비스 가운데 교육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 교육이 살아나면 지역이 활성화되는 사례를 목격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자체장이 지역 교육까지 책임지는 시스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외국처럼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직접 임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 하다. 이번 선거 이후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직선제 법안에 대한 헌법 소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직선제가 교육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선거가 끝난 뒤 교육 현장에 심각한 상처와 피해를 남긴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선거에서 30%대의 득표율로 교육감이 당선된 곳은 다수 유권자들이 새 교육감을 지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뽑힌 셈이어서 ‘민심의 왜곡’이라는 숙제도 남겼다. 정치권은 미뤄 두었던 교육감 선출 제도의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의 신생아 수는 1960, 70년대에는 연간 100만 명에 이르렀으나 최근에는 연간 40만 명으로 격감했다. 전체 교육계가 줄어든 인적 자원 한 명 한 명을 잘 교육시키는 일이 절실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계가 보수니 진보니 하며 편을 가르며 이념 대결을 벌일 때는 아니다. 수준 높은 교육을 실행하는 것에 미래 한국의 사활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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