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 법안’ 발의, 배경·필요성 · 주요 내용
김희정 / 새누리당 국회의원 (부산 연제구) 싸이월드 공감
필자는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윈회에서 활동하며 지난 4월 30일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했다. 중요한 법안이라 제출에 앞서 전문대, 일반대, 국·공립대, 사립대, 지방대 등을 대표하는 총장 및 전문가와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를 통해 법안 초안 설명과 의견수렴을 하였고 제기된 여러 내용을 반영하여 법안을 최종 마무리했다.
이번 기고를 통해 법안 발의 배경과 필요성, 쟁점사항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자 한다.
Ⅰ. 법안 발의 배경
한국전쟁 이후 인구가 급증하고 산업역군이 절실한 상황을 계기로 한국 대학은 양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1960년 85개에서 2014년 현재 433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학교가 많아 신입생 유치를 위해 파격조건을 내걸고, 교직원들을 독려하여 신입생 모집에 열을 올리는 대학이 상당수다.
문제는 인구변동에 따른 입학자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아 입학자원 감소는 재정난으로 직결된다. 이는 교육의 질(質)을 떨어뜨리고, 대학의 비중이 높은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결국엔 국가경쟁력 약화를 낳게 된다. 예견된 위험성을 대비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늦출수록 문제는 커질 뿐이다. 지난 4월 30일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1. 학령인구 감소의 선제적 대비 … 2023년 학령인구 16만 명 부족
“정문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교실을 찾아가 봐도 수업을 듣는 학생보다 빈자리가 많다. 학과 사무실엔 학생들이 모여 졸업장은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있었다. 학교 해산을 걱정하는 교직원들 역시 근심이 컸다. 재단 또한 대학경영 다각화가 뜻대로 되지 않아 학교 재산을 팔아도 오래 버틸 상황이 안 된다. 시설이 고장 나도 고칠 돈이 없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여파가 학교 곳곳에서 확인된다. 걱정하는 한숨 소리가 캠퍼스를 가득 채운다…”
10년 후면 현재의 대입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16만 명이나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문제에 미리 대비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부실대학 상황을 가정해 본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8일 ‘대학 교육의 질 제고 및 학령인구 급감 대비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70년 4.53명 정도였으나 점차 하락하여 1980년대 중반에는 1.66명으로 낮아졌다. 2008년에는 1.19명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정부의 인구 부양정책으로 한 때 조금 올랐으나 지난해 다시 1.19명으로 인구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출산율 감소는 학령인구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진학률은 70.7%이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3학년도 고교 졸업자 수는 약 63만 명인데 10년 뒤인 2023학년도에는 40만 명으로 급감한다. 2013학년도 입학정원(56만 명) 기준으로 계산하면, 10년 후에는 고교 졸업자 전원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미충원 규모는 16만 명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미충원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이것 역시 사회와 학생들의 가치관 변화로 고교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대두되면서 2009년부터 대학 진학률이 감소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2. 고등교육 생태계 위협 … 재학생 급감에 따른 대학 재정난 가중
입학생이 줄어들면 대학은 재정난으로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국내 대학들은 학생 등록금에 대한 재정적 의존율이 높다.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방대학·전문대학이 학생 충원에 1차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 소재 대학과 대학원까지 확산되어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을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방에 소재한 대학의 경우에는 지역의 교육기관 역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산업인력 양성·공급, 지역문화 형성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할 때에 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로 확대될 것이다.
결국 국가적 위기로 확산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위기’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국가과제이며, 위기 대응 역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제 때 대응하지 못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Ⅱ. 외국의 대학 구조개혁 현황 및 시사점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예견되는 국내 대학들의 위기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는 선진국의 사례가 참고가 될 것이다.
1. 미국
대학 구조개혁을 크게 3가지 차원, 대학의 기능별 분화, 대학의 지배 및 경영구조 개선, 대학의 책무성 강화라는 방향으로 추진하면서 대학의 질을 높였다.


가. 대학 특성화로 기능적 중복 해소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교양대학, 지역사회대학 등과 같이 대학이 특성에 따라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그 특성을 중심으로 발전함으로써 기능적으로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고 있다.


나. 대학 경영의 다각화로 재정 강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 부설 영리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하여 학생 등록금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 있다.


다. 주정부의 성과중심 예산배정으로 개혁 유도
많은 주에서 대학 예산배정을 교육의 생산성과 연계하는 ‘성과중심 예산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대학기관 평가를 통한 질적 강화, 교수 정년제도 개혁 등 주정부의 요구는 주립대학들에게 다양한 내부개혁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일본
‘대학의 구조개혁 없이는 일본의 재생과 발전은 없다’는 자세로 1980년대부터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평가인증제도, 국립대학 법인화, 사립대학 경영혁신을 통해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가. 평가인증제도
우수한 고등인력 양성체제 구축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의 질(質) 확보 수단으로 대학 교육의 성과와 부가가치에 대한 평가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도입되었다. 2004년 이후 개별 대학의 각종 평가제도, 자기점검 평가, 기관별 인증평가, 전문직 대학원 인증평가, 국립대학법인의 중기목표 계획 및 연도 계획의 실적을 평가하는 등 다양한 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인증평가를 통해 공·사립대학의 학교폐쇄, 공립대학의 변경명령, 공·사립대학에 대한 문부과학대신 권고 등이 가능해지면서 규제완화에 따른 교육의 질(質) 저하를 막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 국립대학 구조개혁
2001년 6월 ‘국립대학 구조개혁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립대학 구조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여기서 제안된 구조개혁 방침은 대학의 재정기반과 국제 경쟁력의 약화, 폐쇄성, 경직성에 초점을 맞췄고 국립대학의 재편·통합, 상위 30위권 대학의 중점육성 등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2003년 7월에 국립대학법인화법이 출범해 2004년 4월부터 전국 89개 국립대학이 86개 법인으로 재편되었다.


다. 사립대학 구조개혁
인구 감소와 관련하여 일본도 최근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입학정원 감소에 따른 미충원율 증가로 줄어든 재정수입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입학정원을 50%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2008년 29개로 전체의 3.6%나 된다. 전문대학은 30개로 전체의 8.3%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사립대학 재정지원과 세제특례, 학교법인 활성화를 위한 경영개선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부터 문부과학성에 학교법인 경영지도실을 설치하고 참사관급의 학교법인 위기관리 대책 전문관을 배치했다. 전문관은 학교 경영의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체크 리스트 모델을 개발하고 대응 자료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가령 경영 판단지표에 따라 엘로우존(경영곤란 상태), 레드존(자력재생이 극히 곤란한 상태)로 구분하여 각 경영상황에 따라 학교법인, 사학사업단, 문부과학성 등이 연계하여 지원책을 제공한다.
3. 영국
1980년대 부터 사회적으로 고등교육의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국제화로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되면서 고등교육 개혁이 본격화되었다. 영국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쟁의 원리에 입각하여 고등교육정책의 효율성과 대학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재정과 평가 등의 규제장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고등교육 개혁에 개입했다. 1992년 고등교육법 제정을 기점으로 고등교육이 기존 엘리트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전환됐다. 특히, 1997년 「디어링(Dearing) 보고서」와 2003년 백서 「고등교육의 미래」를 통해 고등교육의 지속적 개혁 의지와 방향이 제시되었다.


이 중 「고등교육의 미래」는 고등교육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사회통합을 목표로 고등교육 구조개혁과 질(質) 관리 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다. 영국 정부는 지역혁신을 위해 대학과 지역산업 간 연계 구축을 고등교육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며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도 치열한 특성화 구조개혁을 겪고 있다. 2008년 4월 ‘새로운 대학의 도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특성을 고려해 추진한 ‘새로운 대학(New University)’ 사업은 지역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적절한 고등교육기관이 없었던 지역에 양질의 캠퍼스를 조성하여 지역 젊은이와 성인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제공한다.
4. 시사점
앞서 살펴본 국가들의 구조개혁 사례를 종합하면, 대학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재정지원을 연계시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대학의 특성화와 같은 질적인 재구조화를 도모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및 교육과정의 재조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대학의 역할과 책임성을 강조하고, 지역특성화를 통한 정책적 장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안들은 우리나라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과정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Ⅲ.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
필자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크게 2가지 부분, ‘대학평가’와 ‘구조개혁 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대학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지다. 주요 세부내용은 공정한 평가기준, 구조개혁 추진 시스템, 사학의 자발적 퇴출경로, 교직원과 재학생의 보호 등이다.
1. 한시적 대학 평가
이번 평가는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평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재 대학이 받는 평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학교의 부담을 크게 할 수 있고, 대학의 자율성 존중을 위해 한시적 평가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는 대학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학교발전계획·교육여건·교육과정 및 운영 등 을 자체 평가한 후 교육부 장관 아래 신설되는 대학평가위원회에 제출하면 이를 심의하여 대학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행·재정적 지원에 활용하도록 했다.
2. 자율적 구조개혁의 허용
대학의 장 또는 학교법인은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학교 경영이 어려운 경우나 대학 평가의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학이 자체적으로 구조개혁 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구조개혁 실무는 교육부 장관 산하에 학계·법조계·경제계·언론계 등 각계 인사로 구성된 독립적 성격의 위원회를 설치하여 진행하도록 했다. 각 계 인사로 구성하도록 한 것은 다양한 사회적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다.
3. 부실대학 자율해산 창구 마련
학교가 자발적으로 원하여 해산할 경우,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등에 대한 출연 등의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마련했다.
또한, 학생 수 급감으로 학생정원을 감축할 경우 최초 학교 설립 시 갖추었던 교육용 기본재산이 남게 되는데, 이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학생 수가 줄어듦에 따라 향후 학교 경영이 어려워질 측면을 감안하여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발생된 수익금을 학교로 다시 전출 받아 학교 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4. 교직원과 재학생 보호
학교법인 해산 및 대학 폐지·폐쇄와 같이 대학 구조개혁 과정에서 면직된 교직원의 보호를 위해 인사 및 재정상에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재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 등의 지원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5. 한시적 법률
대학의 부담이 크다는 현실적 요구를 반영하여, 이번 법률의 시효를 2025년으로 제한했다.
Ⅳ. 마치는 말
<표 1> 대학은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산업역군을 배출하는 요람으로써 국가 근대화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했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정착을 이뤄낸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적 가치관·직업관의 변화로 전열정비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더욱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학 재정을 의존하는 대학들이 많은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학 정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국면이 되었다.
대학 구조개혁은 대학의 질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큰 목표 속에서 회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된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위기가 예견된 이상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는 사명감으로, 이번 법안을 대표발의하게 됐다. 앞으로 국회에서 충실한 법안심의가 이루어져 고등교육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1. 문교통계연보. 1945-1987. 문교부
2. 배상훈. 김병주. 우명숙. 이교종(2014). 대학 구조개혁 추진방안 연구, 교육부 정책연구 20131055392-0
3. 2013년 출생·사망통계.(2013). 통계청
4. 신현석(2006). 세계 주요국의 대학 구조개혁 동향: 비교 종합을 통한 정책적 시사점의 탐색. 교육행정학연구, 24(2), 425-449
▲ TOP 싸이월드 공감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1길 35(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keditor@kedi.re.kr Tel.02-3460-0319 Fax.02-3460-0151
Copyright ⓒ 2011, KEDI.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