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김윤기 / 교육부 교육연구관 싸이월드 공감
2014년 5월 12일. 국내 모 일간지가 아시아 대학 평가 결과를 보도하였다.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한국 등의 대학 순위가 공개된 것이다. 국내의 카이스트가 아시아 대학 2위, 서울대가 4위를 차지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대학은 홍콩과기대나 도쿄대, 베이징대가 아닌 싱가포르국립대였다. 총 17개국 491개 대학을 세계 각국의 학자 4만3천 명, 기업 인사담당자 8천여 명이 참여한 이번 평가는 지표에 따라 순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싱가포르국립대가 전체 수위를 차지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은 그동안 PISA에서 실시한 초·중등분야의 수학, 읽기, 과학 영역의 국제비교에서 높은 성취를 자랑하면서 한국교육의 우수성에 자부심을 갖었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수학, 읽기,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한국보다 높은 곳에 자리했다. 특히 컴퓨터 기반 소양평가에서 싱가포르는 수학과 읽기에서 32개 참가국 중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인 싱가포르 교육체계와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에 대해 알아보자.
사자의 나라 싱가포르
산스크리트어로 사자의 나라(Singa+Pura)라는 의미를 가진 싱가포르의 정식국명은 싱가포르 공화국이다. 13세기 스리위자야 왕국의 뜨리부아나(Tri Buana) 왕자가 현재의 싱가포르에 표류했을 때 사자를 목격하고 명명한 것이 지금의 국가명이 되었다. 19세기 초까지 네덜란드의 영향 하에 있다가 1819년 영국인 스탬퍼드 라플스(Thomas Stamford Raffles, 1781~1826)가 개발에 착수하면서 말레이 반도의 조그만 섬에서 훗날 아시아의 부국으로 성장하게 된다.
서울시만한 면적(704㎢)에 인구 약 531만 명(2012년 기준)의 도시 국가지만, 비즈니스, 무역, 교통, 물류 및 금융의 중심지로 교역량 세계 15위, 국민소득(2012년 IMF 기준, 1인당 GDP 50,323 달러)은 아시아 2위를 자랑한다. 중국계 약 74%, 말레이계 약 13%, 인도계 약 9%(2012년 6월 기준) 등 다민족으로 구성된 싱가포르는 영어를 공식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4개 언어를 공용으로 사용하며 각 민족들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영어 습득 비율은 90%를 상회하고, 청년층은 100% 가까이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인 교민은 약 25,000명 정도다. 우리나라와는 1975년 외교관계를 수립하였고, 현재 양국 간 교역은 300억 달러를 넘고 있다. 최근에는 K-POP과 한국 드라마에 의한 한류 덕분에 한국어 열풍이 싱가포르에 불면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퍼지고 있다. 또한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 불리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쌍용건설이 준공하면서 이곳 사람들은 한국 건설의 우수성에 놀라는 눈치다.
싱가포르를 이끄는 힘 - 교육
1963년 9월 16일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연방의 구성원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채 2년도 못가서 싱가포르의 정치인들이 비말레이계의 단결과 지지를 호소했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연방으로부터 추방 아닌 추방을 당하여 1965년 8월 9일 독립하기에 이른다. 이때 세계 언론들은 싱가포르에 대해 독립의 기쁨보다 작은 섬나라의 생존을 걱정하며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국민의 대부분이 무단정착촌에 거주하는 상황이었고, 제대로 된 교육도 실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업률도 10~12%에 달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인해 고정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었고, 유일한 수입원인 중계무역항은 19세기 이래로 개발이 미진하여 더 이상의 물동량을 소화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처럼 독립 당시의 작고 가난한 나라를 세계일류 국가로 이끈 요인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교육정책이다. 어쩌면 싱가포르가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자원이 달리 없는 상황에서 국가 생존과 국민 통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싱가포르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대학교육 경쟁력 부문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각종 평가지표에서 세계 최정상권이다.
싱가포르 교육제도는 나라의 미래가 전적으로 유능한 인재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통한 교육정책으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가 5년 간의 산업인력 수급 전망을 판단한 보고서를 교육부에 보내면, 교육부는 그에 따라 교육과정을 조절하여 인력을 양성하고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인재를 고르고 또 골라내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학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세 등급의 우열반이 정해지면서 시험에 의한 걸러내기(streaming out)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치르는 졸업시험에 의해 상위 60%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중위 20%는 초등학교를 2년 더 다닌 후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불합격자는 직업훈련원에서 직업교육을 받는다. 하위 20%는 중·고등학교 진학 대신, 민족어 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8년간의 초등학교 교육을 마친 후 직업훈련기관으로 보내진다. 이처럼 초등학교부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상급학교교육은 받을 수 없다. 그렇게 걸러진 학생들만 진학시켜 효과적인 수업을 한 덕분에 싱가포르 중등 학생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인 시험에서 싱가포르는 항상 1,2위를 기록한다.
이처럼 시험을 통해 중등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상급학교나 대학 진학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3개뿐인 싱가포르 국립대학과(NUS), 난양공과대, 경영대(SMS)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 덕분에 싱가포르는 동남아 교육의 허브, 세계 교육의 허브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Singapore Korean International School 이하 SKIS)는 1993년 ‘한국의 창을 열고 세계를 누벼라’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초등학교로 개교하였다. 그 후 꾸준히 성장·발전하여 2010년 7월에 지금의 Bukit Tinggi Campus로 이전했으며, 2011년에는 유치원과 중학교, 2012년에는 고등학교를 개교하였다. 2014년 고등학교 졸업생 16명 대부분이 한국과 미국, 일본 유명 대학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렸다. 2014년 5월 현재 유치원 107명, 초등학교 159명, 중학교 52명, 고등학교 84명 등 총 402명이 다니고 있다.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박중재 교장은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교육’ 즉, 지역 특성을 살린 글로벌교육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글로컬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외국어 능력, 다민족 및 다문화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한국정체성 교육이라는 세 개의 큰 틀을 기본으로 교육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SKIS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에 대해 싱가포르 교육부뿐만 아니라 많은 로컬학교, 국제학교들이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SKIS가 이토록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는 수준별 수업과 수월성 교육(AP)을 통해 싱가포르 현지의 교육상황에 대한 이해와 한국교육 체제가 접목되었기 때문이라고 박 교장은 말했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3개 국어 교육(Trilingual system)의 실시에 대해 학부모 박상훈(45세, 남)은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치원 과정에서는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른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다양한 외국어에 노출될 수 있도록 국제 이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놀이 위주로 영어의 경우 하루 3시간, 중국어의 경우 주 1~2회 2시간 정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수학이나 과학 등 일반 교과수업에 영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원어민-한국인 공동 담임제 운영으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중국어의 경우 수준별 수업과 아울러 공인인증시험(YCT) 기회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자기 수준을 정확히 알도록 도와주고 있다. 외국어의 경우 지속적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박 교장은 중학교 진학 후에도 학생들이 3개 언어(Trilingual) 교육 시스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수업의 60% 이상을 원어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초등학교과정을 거쳐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 김동현(15세, 남)은 “집에서는 한국어, 학교에서는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었어요. 특히 영어의 경우 학습 부담이 컸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만 따라가니 이젠 오히려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자신 있어요.”라며 학교생활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가 외국어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년 구분을 없앤 무학년제 학급 시스템인 House 제도를 운영하고, 학교폭력 예방과 사회성 향상을 위해 수직적 선후배 관계가 아닌 수평적ㆍ통합적 관계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또 향후 교육과정의 방향인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낮춘 융합적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인재로 키우고 있다. 국제학교의 특성상 외국 대학으로 진학할 학생들을 위해 AP교과(AP Literature& Composition, AP Human Geography, AP World History, AP Chemistry, AP Physics B)를 운영하여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축구, 야구, 보드 게임, 드라마, 오케스트라 락 밴드 등의 클럽활동과 영어, 수학, 국어, 바이올린, 난타, MUN(모의유엔회의) 등의 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CCA를 운영하고 학생들이 관심분야에 대한 심층적 연구논문을 준비할 수 있도록 ‘리서치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등 학생 개개인의 진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고 이형주 진로진학부장(41, 남)은 말했다.
박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해외에 있지만,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한국인에 대한 긍지를 잊지 않도록 올해부터 독도교육을 비롯해 ‘제1회 한국사 원정대’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윈스턴 처칠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의 학생들이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함께 뜨거운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가지고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날을 기다려본다.
참고문헌
•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 , 클라이브 크리스티 편저, 노영순 옮김. 심산
• 「동남아시아사」 , 최병욱 지음, 대한교과서주식회사
• 「ENJOY 싱가포르」 , 김미선·마연희 지음, 넥서스 BOOKS
▲ TOP 싸이월드 공감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1길 35(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keditor@kedi.re.kr Tel.02-3460-0319 Fax.02-3460-0151
Copyright ⓒ 2011, KEDI.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