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을 키우는 ‘카이로 한국국제학교’
김윤기 / 안산송호고등학교 교감 싸이월드 공감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8월 13일 열렸다. 4년 마다 열리는 수학올림픽으로 불리는 이날 행사에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들의 공통된 지적이 수학을 즐길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 포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수학은 즐기는 과목이 아니라 어렵고 머리 아픈 과목으로 인식될 뿐이다. 그렇다고 한국 수학이 밑바닥이라는 말은 아니다. 20세 미만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1995년 참가한 이래, 한국 성적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12년엔 1위, ’13년에는 2위를 차지하는 등 오히려 해외에서 수학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올림피아드에선 세계 최강국이지만, 학교 교육에선 수학 포기자가 늘어나는 현실은 소득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듯이, 심각한 수학교육의 양극화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제풀이 방식을 유도하기보다 반복적인 단순 문제풀이와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도록 만드는 문제풀이 기계로 만드는 교육이 문제라는 것이다.
“좋은 대학을 보내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고, 좋은 직장은 잡으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인성이 좋아야한다.”라는 말이 있다. 궁극적으로 인성이 중요함을 말하는 것 같지만, 당장 눈앞에 놓인 좋은 대학을 보내기위해 수학을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의 수학교육이 대학 진학의 도구로서 자리매김되기에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지루하고, 재미없고 하기 싫은 과목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세계수학자 대회에서 수학천재들이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도록 하고 싶으면 호기심을 죽이는 문제 풀이 중심의 수학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라는 지적을 실천하는 나라가 있다.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다.
세계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
고대문명의 발상지로서 이집트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다. 지중해와 홍해를 연안으로 동쪽으로 가자지방과 이스라엘, 서쪽으로 리비아, 남쪽으로 수단과 인접된 나라다. 나일강이 남쪽으로부터 지중해를 향해 북쪽으로 흐르기에 대부분의 거주지가 나일강을 둘러싸고 있다. 역사학자 헤로도투스의 말처럼 나일강이라는 신의 축복을 받은 이집트는 BC 3000~2700년경 성립되어 발전해왔다. 1882년 수에즈 운하 보호를 명분으로 영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지만, 1922년 독립되었다. 현재 정식명칭은 이집트 아랍공화국(Arab Republic of Egypt)이며 수도는 카이로다. 16세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았으나 지금은 약 8천 4백만명 수준이다. 이집트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요 산업으로는 농업부분에선 옥수수, 사탕수수, 밀, 쌀 등을 연간 2모작 또는 3모작으로 재배한다. 농업과 함께 석유자원도 이집트 경제의 한축으로 최근 정유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이집트는 인구의 90%가 이슬람교도로 알려져 있으며, 전국 각지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만큼 하루 다섯 차례의 예배와 라마단(斷食月) 준수, 남녀동석금지, 남성중심의 문화 등 생활 곳곳에 이슬람 종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과는 1995년 수교를 시작하여 ‘97년 투자보장협정, ‘98년 무역협정 등을 통해 ‘99년 과학기술양해각서, 외교연구원간 협력의정서 및 원자력협력의정서에 서명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집트 교육체계와 수학교육
이집트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9년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인구의 상당수가 문자해독능력이 부족하다. 3,000년 전에도 문자를 사용해 세계 최고(最古)의 문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에 문맹률이 높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이집트 교육 체제는 중앙집권적이며 학교제도는 크게 국립학교와 사립학교로 양분된다. 국립학교의 경우 초등에서 대학까지 전적으로 국가가 학비를 부담하고 있다. 초등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일반 대학교 4년, 공과대학교 및 약학대학교, 법과대학교는 5년, 의과대학교는 7년의 수학기간을 정해놓고 있다. 그 외에 알 아즈하르(Al-Azhar)로 불리는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이 있다. 알 아즈하르는 일반교육기관과 똑같은 수학기간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지만, 주로 이슬람문화와 역사 종교 등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교육내용을 가지고 있다. 알 아즈하르도 국립학교처럼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집트의 수학교육은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한 측량술과 관련 깊다. 헤로도투스가 『역사』에서 “왕은 모든 이집트인에게 땅을 나누어주고 그 토지로부터 얻은 수확에서 세금을 거두어 들였으나 나일강의 대홍수로 땅이 황폐해지고 구분이 없어지면 왕은 다시 토지를 측량하고 세금을 조정하였다.”라고 밝힌 것처럼 사각형뿐만 아니라 ∏(파이)의 개념이 없을 때 원형의 땅 면적을 구하고, 세금으로 쌓아놓은 농산물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일찍부터 발달한 곳이다. 또 기원전 2,500년 전에 세워진 피라미드가 아직까지 건재한 것도 그 바탕에는 수학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피라미드를 건설한 노동자들의 식량을 분쟁 없이 배분할 수 있었던 것도 분수의 개념을 일찍부터 활용했기 때문이다. 분수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빵 9개를 10명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것이 그 당시로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집트에서 수학은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왔고 오늘날까지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사막에 핀 꽃 카이로 한국학교
이집트 내 한국교민과 한국정부의 후원을 바탕으로 1979년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학교로 가장 먼저 문을 연 카이로 한국학교는 대사관의 부속건물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한국과 이집트는 국교를 수립하기 전이었지만, 교민들은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과 한국인으로서 혼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한국학교 건립에 온 힘을 기울인 결과였다. 그 후 1980년에 당시 문교부 정식 인가를 받고 2000년 9월 뉴카이로 지역으로 교사를 이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카이로 한국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만 1500명이 넘을 정도로 동포교육에 큰 역할을 해왔는데, 이러한 성과 뒤에는 한국정규 교육과정운영과 함께 영어, 아랍어 등 외국어 교육도 함께 힘쓴 결과다.


카이로한국학교는 “바른 심성을 갖추고, 스스로의 능력을 계발하여 미래를 가꾸는 세계를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육성”이라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카이로한국학교 고현석 교장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3년 한 해 동안 전교생 건강검진, 신체발달검사, 줄넘기 급수제, 동요 뽐내기 대회, 종합학습보고회, 주 3시간 예술적 감각 계발을 위한 방과 후 활동 등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전교생 모두가 협동심을 기르고 함께 자라는 형제와 같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1박 2일의 뒤뜰 야영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20여 명은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행사지만 해외에선 생소한 구호 만들기, 잠행, 촛불의식 및 부모님께 편지쓰기, 미션 수행, 장기자랑 및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야영활동에 참여한 김은설 학생(여, 5학년)은 “음식을 준비하고 모두가 함께 잠을 자면서 동생을 얻은 것 같았고, 촛불의식을 통해 타국에서 고생하시면서 우리를 길러주시는 부모님께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며 이번 야영활동이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심성을 순화하고 평생 음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격월제로 열리는 소음악회는 학생들이 무엇보다 좋아하는 행사다. 평소 배운 악기 실력을 드러내며, 틀리고 매끄럽지 않아도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이 행사를 통해 많은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학교장은 말했다. 안동균 학생(남, 3학년)은 “많이 떨리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연습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연주가 끝나고 나니 마음이 너무 가볍고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연주를 들은 이강산 학생(남, 6학년)의 어머니는 “한국학교에서 꾸준히 가르쳐 준 덕분에 우리 아이의 실력이 계속 늘고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며 학생들의 전인교육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그 외에도 카이로 한국학교는 한국과 달리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지원을 위해 월별 도서 행사, 과학행사 주간 운영(카이로뉴턴대회), 한국의 한자 급수 능력 검정시험, 교과서 등과 연계한 학년 통합 한자 급수제 운영, 한컴타자연습 프로그램을 활용한 한글·영어 타자 급수제도 실시한다.


학부모들이 무엇보다 만족하는 것은 외국어 교육이다.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영어와 아랍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저·고학년으로 구분하여 주 10시간의 영어 수업과 주 1시간의 아랍어 수업에 큰 만족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속에 세계인으로 육성되도록 정체성 교육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나는야 한국인 대회, 정음캠프, 태권도교실, 풍물놀이, 여름 방학때 운영되는 풍물, 우리 역사 알기, 전통놀이, 독서’ 등도 학생들에게 어휘력 신장과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고현석 교장은 말했다.
사막의 모래를 옥토로
사막의 모래가 옥토로 바뀌는 것이 단기간에 되지 않는 것처럼, 카이로 교민들로부터 학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고현석 교장은 재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통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재학생만을 교육대상으로 여기는 것에 비해 카이로 한국학교는 졸업한 아이들까지 토요학교를 통해 한국어, 문학, 한국사, 수학 등 중학교 및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전년 대비 학생은 6.25% 증가했고 만족도는 89.48% 기록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 다니는 것을 무척 즐거워한다. 부모로서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만족하며 무엇보다 아이를 학교에 믿고 보낼 수 있어서 좋다.”며 카이로한국학교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국제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이 상급학교에서 영어로만 진행하는 수업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영어수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아직 학부모들의 요구를 100% 만족시킬 순 없지만, 학생들이 요구하는 충실한 한국 정규교육과정 운영과 함께 상급학교에서 요구하는 영어 영역 강화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아랍어의 기초를 닦아주는 방안에 대해 끝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학교 측은 말했다. 모래가 옥토로 바뀔 때 새싹이 자랄 수 있듯이 학부모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카이로 한국학교가 나일강처럼 큰 자취를 남기는 날을 기다려본다.
참고문헌
『풍요의 강 나일』, 베이징대륙교문화미디어 엮음, 박한나 옮김. 산수야
『말많은 이집트 지식여행』, 시바사키 미유키 글그림, 박정임 옮김 서해문집
『행복한 교육』, 교육부 2013.3월호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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