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교사의 힘으로 모두를 품는 인성교육 - 제주 동화초등학교
정은수 / 한국교육신문 기자 싸이월드 공감
“그동안의 인성교육 프로그램 소감을 써 붙이도록 했는데 한 아이가 ‘행복 좋아하시네’라고 썼습니다. 처음에는 화를 내려다 행복교육을 한다는 교장으로서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네가 얼마나 섭섭한 게 많았으면 이랬겠니. 널 위해 기도할게’라고 답장을 써서 붙였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이가 ‘꽃씨’할 때 ‘씨’하고 ‘손발’할 때 ‘발’을 써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이런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 아이를 잡아와서 단단히 교육시키는 것이 교육방침이었겠지만 얼마나 결핍이 있었으면 이랬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아이를 품었습니다. 그런 후 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송상홍 제주 동화초 교장이 인성교육 사례 발표를 듣기 위해 찾아온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연계 정책워크숍 참가자들에게 꺼내든 이야기는 인성교육을 거부한 사례였다. 마치 우수 사례가 아닌 실패 사례 같아 보였지만 송 교장이 찾은 동화초인성교육의 방침은 이렇게 교육을 거부하는 아이들까지 포함해 ‘모두를 가슴에 품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명칭도 뒤처지는 학생 없이 모두 품고 가자는 뜻에서 모두 태우고 언덕길을 함께 오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완행버스 인성교육’ 이라고 붙였다.
교과와 연계한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시간·교육효과 동시에 확보
동화초의 완행버스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예절행 완행버스 △창의행 완행버스 △꿈행 완행버스 △행복행 완행버스 등 네가지로 구성돼 있다. 인성교육의 목표를 예절, 창의, 꿈, 행복으로 설정한 것이다. 각각의 목표는 달라도 모든 프로그램의 공통된 원칙은 실천 가능한 내용을 교과와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네 가지 프로그램 중 핵심인 ‘행복행 완행버스’ 프로그램은 학년군별로 발달단계에 따른 각 차시의 주제에 관련 있는 교과와 연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교과를 연계한 교육과정은 일회적이고 단시일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벗어날 수 있는 방편도 됐다. 교과를 연계한 만큼 교과 수업 시간을 활용해 10차시로 구성된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2학년군의 어울림프로그램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어와 창체를 재구성해 의사소통 5차시, 공감 5차시로 교육과정을 꾸렸다. 3~4학년의 행복나무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에 대한 실천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10시간을 구성했다. 마찬가지로 국어와 창체 수업 시간을 활용했다.
5~6학년의 행복수업 프로그램은 행복의 원리에 대한 보다 추상적인 접근에서 시작해 일상생활의 실천까지 이어지도록 국어, 도덕, 창체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행복의 의미에 대한 수업은 국어와 연계했다.
수업의 도입은 코스타리카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에 대한 신문기사 모음을 제시해 기사문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국어교과 수업을 하는 동시에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했다. 그 이후에는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글을 쓰고 발표를 하는 활동이나 행복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쓰게 해 쓰기, 말하기, 어휘를 배우도록 하는 과정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게 했다. 정기적으로 여러 차시에 걸쳐 인성교육을 하니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동화초는 1학기 완행버스 인성교육을 마치고 학교 복도에 공간을 마련해 그동안의 성과물을 전시했다. 자신들의 작품을 보던 학생들은 한 학기 교육의 느낌을 묻자 “우리학교는 행복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행복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것”, “친구와 함께 하는 것” 등으로 행복에 대한 인식을 갖고 행복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하고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의 역량과 아이디어 한계
연구하는 교사 공동체로 극복
동화초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또다른 장점은 일부 학급이 아니라 학교 전체에 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마음건강 워크북’을 협의를 통해 만들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했을 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교사는 없지만 10차시에 달하는 분량의 수업을 제각각 재구성한다는 것은 교사 개인에게도 부담이고, 학급 간의 교육 내용에도 격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송 교장과 김경빈 교사가 2013년 서울대에서 하는 행복수업 연수를 받았다. 송 교장은 받았던 연수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교내연수를 준비해 네 차례에 걸쳐 연수를 했다. 교사들의 공감대가 먼저 바탕이 돼야 성공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각 교실에서 프로그램을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교사들은 분과별 협의를 거쳐 각 학년군별로 워크북을 자체 제작했다. 워크북은 1~2학년군은 50쪽 정도, 3~4학년군과 5~6학년군은 80쪽에 달했다. 이렇게 교원들이 함께 학교 전체에 일반화할 수 있도록 만든 구체적인 교육자료는 모든 학급에서 동일하게 시행할 수 있어 한두 명의 교사 개인의 역량과 특수성에 기댄 교육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었다.
교사들의 협력은 단순히 워크북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매 차시를 시행하기 전 사전협의회를 해서 방향을 잡고, 사후 협의회를 통해 개선의 여지를 고민했다.
분노의 건강한 표현을 목표로 하는 어울림프로그램 2차시 수업 전에는 “화나는 실제 경험을 얘기해 실제 생활 장면에서 학습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1차시 때 활용한 ‘나도! 그래’ 푯말을 활용해 화나는 경우에 대한 공감이 되도록 하는 것도 좋다”, “도입부분에서 읽은 책을 정리 부분에서 한 번 더 읽어주면 학습목표를 내면화하는데 효과적이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수업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이 언제 화나는지 알 수 있었다든지 학생들이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생각보다 잘 생각해냈다는 경험을 나누기도 했지만 분노를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 문구를 교실에 직접 게시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등 수업의 효과를 지속시킬 방안도 제시됐다. 고홍현 동화초 교사는 “그동안 수업을 평가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도 워크북의 내용도 개선해서 새로 만들 계획”이라며 “교사들이 함께 협의한 내용이 반영돼 학교 실정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동네 문화행사가 된 4대 축제
지역사회·학부모도 함께 참여
행복행 완행버스 외에도 꿈행 완행버스도 눈에 띈다. 진로교육에 초점을 둔 꿈행 완행버스는 학년별 워크북을 제작해 연간 10시간 이상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지역사회와 연계한 동화 4대 축제를 운영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동화 4대 축제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야영과 지역사회가 어우러진 문화제, 운동회, 과학축제로 운영된다. 문화제의 경우 노인복지회관 등과 연계해 콘서트 형식의 문화제를 하는 형태다. 이 때 학생들만 공연을 하지 않고 지역사회 주민 모두에게 공연의 기회를 열었다. 인근 아파트의 기타동아리 연주나 친척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도 선보여 온 마을이 함께하는 축제가 됐다.
과학 축제도 자동차 정비 등 과학기술 관련 직업을 가진 지역 주민들이 각각 부스를 차려 학생들에게 진로체험의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의 인성교육도 한 사람부터
송 교장, 수년간 인성교육 지속
동화초의 인성교육은 학부모, 지역사회가 진로교육에 참여하고 전 교원이 모여 연구하며 행복수업을 하는 ‘모두의 인성교육’은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작할 때는 한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
창의행 완행버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시로 아침을 여는 나팔꽃 학교’는 동화초의 대표적인 창의·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시인인 본인의 특기를 살린 송 교장이 부임하면서 시작한 ‘동시 배달’이 해를 거듭하며 교사와 학생들의 호응을 받아 교육과정에 들어온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하면 자신이 직접 만드는 시화집에 시를 창작하거나, 암송하고 감상한 시의 감상화를 그린다. 이렇게 한 학기가 지나면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시화집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공감과 소통 능력을 키워주는 감성교육과 시 창작을 통한 창의성 교육을 하고 있다.
고홍현 교사는 “수업 시간에 시 관련 단원을 가르칠 때면 확실히 프로그램의 효과를 느낀다”며 “학생들이 시를 감상하는 안목이나 창의력이 남다르다”고 교육효과에 만족했다. 학생들도 “시를 외우니까 암기력이 늘고 고운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했다. 사실 인성교육을 교과와 반드시 연계해야 한다는 생각도 송교장의 지론이다. 이 때문에 행복수업 외에도 수업이 중심이 되는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수석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수법 연수나 인성과 행복의 요소를 반영한 수업지도안 구안도 강조하고 있다. 송 교장 자신도 시 감상 수업과 5학년 행복수업을 직접 진행한다. 시감상 수업은 교사들을 위해 시범 수업을 직접 하기도 했다


송 교장이 진행하는 5학년 행복 수업시간. 그가 직접 지은 ‘골목길’ 동시를 갖고 시 감상법과 시 창작법 강의를 들은 후, 학생들이 그린 감상화를 살펴봤다. 한 학생이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는 아이 모습을 그렸다. 무슨 뜻인지 묻자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는 아이를 그렸는데, 혼자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쓸쓸하고 외롭게 보여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직접 진행하는 수업에 대해 송 교장은 “자투리시간에 인성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은 교사 개인이 열의가 크면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지만 일반화하고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교육과정 속에 녹아 있어야 수업과 연계될 수 있고, 수업과 연계해야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인성교육은 허공을 치는 것과 같다”며 “교육과정 재구성해 녹여내지 못하면 공염불이 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인성교육이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며 송 교장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치면서 나도 행복해졌다” 며 “시 감상이나 행복수업처럼 감성으로 접근하는 패러다임이 향후 우리 교육의 키워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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