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교육감의 주요 공약 분석과 향후 전망
강홍준 / 중앙일보 논설위원 싸이월드 공감
“재정여건이 파탄 직전이다. 국회 계류 중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처리되도록 힘써 달라.”

(장휘국 광주교육감·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
“재정 확보에 신경을 써달라. 올해 교부금이 오히려 줄었다.”

(김복만 울산교육감)
“노후 시설이 대폭 증가해 적극적 행정을 펼 수가 없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지난 8월 27일 대전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상견례를 한 17개 시·도교육감은 일제히 재정 문제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 자리는 황 장관이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교육소통령이라고 불리는 교육감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였다.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징계 등 민감한 사안이 많았으나 교육감들의 주된 관심은 재정확보 문제에 쏠렸다.

각 시·도교육감들이 최근 발간해낸 인수위원회 백서를 검토해 보면 빠듯한 재정 여건에서도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인수위원회는 18개 분야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2015년에만 총 1조 3,5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발표했다. 다만 시교육청은 최근 예산 부족으로 고교 1·2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9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취소했으며, 학교에 가야 할 학교운영지원비도 공립학교당 평균 500만 원씩 총 326억 원을 줄였을 정도로 심각한 재정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각 교육감들이 우선시하는 공약은 어떤 것인가. 향후 4년 간 각 지역 교육의 색깔을 드러낼 공약의 특징을 분류해 살펴본다.
Ⅰ. 17개 시·도교육감 공약의 특징
6.4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그 결과 17명의 교육감 모두가 가장 강조한 공약은 학생의 안전과 관련돼 있었다. 전국 17개 중 13개 지역에서 당선된 친 전교조·진보교육감이나 보수 성향의 교육감 모두 학생들의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는데 있어서 마찬가지였다.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입은 대형 사고였으며, 이 사고가 일정 부분 교육감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공약은 대체적으로 학교에서 안전교육 의무화(서울·대구·인천교육청 등), 학교안전관리사 배치(인천 등), 수학여행 등 교외 체험활동 행사 때 사전 안전인증 의무화(부산·경기·전남 등), 대규모 수학여행 중지·소규모 테마형 실시(서울·경기·강원·전북 등) 로 요약된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을 책임지는 부서(학교안전과)를 만들겠다는 곳(서울·대구 등)도 있었다. 이밖에 안전교육과 더불어 생명윤리를 가르치는 교육을 실시하려는 곳(경기 등)도 있었으며, 아예 수학여행 때 119소방관들이 동행하게 하는 곳(서울)도 나왔다. 안전 관련 공약은 다른 공약에 비해 소요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이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번째 특징은 일반고 강화 등 공교육에 대한 지원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지정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은 강화됐으나 자연스럽게 일반고의 위기 현상이 대두됐다.
교육감들은 일반고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대구의 경우 교당 5,000만 원)을 약속하거나 혁신학교의 지정과 확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낙후 지역 학교에서 나타나는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약도 다수 나왔으며, 평준화 체제를 강화하려는 공약도 친 전교조·진보교육감 당선 지역에서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중학교에선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려는 공약도 다수 나왔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 학생들에 대한 맞춤지도를 가능케 하고, 이를 통해 ‘중2병’으로 불리는 일탈 현상을 치유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시교육청의 가변학급제는 학교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학교를 중심으로 학급 수를 더 늘려 학급 당 인원을 24명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학교의 학생 수를 감축하는 것보다 재정이 덜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 특징으로는 교육복지 확대다. 2010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무상급식의 시행이었다. 서울·경기 등 6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복지 공약의 힘이 컸다. 이번 선거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교육복지 공약이 등장했다. 다분히 표를 의식한 공약이다. 박근혜정부의 고교 의무교육 공약에 맞춰 무상교육을 즉시 시행하겠다는 공약(강원·충남), 초등학교의 체험학습비를 지원하는 공약(대구·경기·충북), 고교 교과서 대금 지원 공약(부산·경남)도 있었다. 전북의 경우 통학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이러한 교육복지 확대 공약은 재정여건에 따라 축소되거나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Ⅱ. 13명 진보교육감 공약의 특징
6.4 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친 전교조·진보교육감의 대거 등장이다. 13명의 진보교육감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시동을 건 혁신학교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의 것을 확대하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학교에 대해 “민주적 자치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의한 창의지성교육을 실천하는 모델 학교”라고 풀이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67개 학교가 진보교육감들에 의해 지정됐다. 한 학급 규모가 25명 이하의 소규모이며, 참여와 배려·협력을 강조한 학교 문화와 교사들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 의사결정과정, 지식 위주의 경쟁 교육이 아닌 비판적 사고력을 중시하는 평가를 특징으로 한다.
서울의 경우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재임할 당시 혁신학교 67곳(초등 36, 중등 21, 고등 10)이 지정됐다. 이후 문용린 전 교육감 재직 당시 위기를 맞았다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당선으로 전기를 맞게 됐다. 조 교육감은 2014년 1~3개, 2015년 34개 등을 신규 지정하는 등 2018년까지 200개 학교를 지정할 계획이다.
혁신학교의 원조격인 경기도의 경우는 이재정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핵심 정책과제의 첫 번째로 경기혁신교육의 확산을 내세웠다. 혁신지구(도교육청과 기초자치단체가 협약을 맺고 혁신학교를 지원하는 지역, 현재 6개)를 더욱 확대하고, 혁신학교들로 이뤄진 클러스터를 통해 혁신학교를 일반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진보교육감들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관련해 운영성과를 평가한 뒤 지정 목적을 위반했거나 지정취소요건에 해당할 때 일반고로 전환하는 공약을 가지고 있다. 진보교육감 중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사고 해체와 관련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인수위원회 백서에서 “평가 결과 문제가 있는 자사고 뿐 아니라 운영 성과가 있는 자사고에 대해서도 이를 사립형혁신학교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래의 표는 진보교육감 공약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요약한 것이다.
또한 학생인권조례 제정도 진보교육감 재임 지역에서 일반화된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2011년), 서울(2012년), 전북(2013년)에서 제정됐다. 각 인권조례는 ‘체벌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조례 제정에 반대해 왔으며,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은 “조례에서 규정하는 학생의 권리를 교육상 필요 등에 의해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서울시 의회에 제출하는 등 학생인권조례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 유발 사안이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교육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 2012년 1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으나 문용린 전 교육감 재임 당시 조례에 담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추진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탄력을 받은 공약이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이다. 교육청으로부터 독립된 역할을 하는 학생인권옹호관을 임명하고 2기 학생인권위원회를 구성하며,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도 2015년 10월 조례 제정을 목표로 TF를 구성하는 등 제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학생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요구가 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학생인권복지참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을 제외한 진보교육감 재임 지역에서는 올해 중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작업이 벌어진다.
이밖에 진보교육감들은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내놓고 있다.
Ⅲ. 논란이 되고 있는 공약은?
교육감 임기 시작 이후 가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이 경기도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9시 등교제와 상벌점제 폐지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8월 25일 의정부여중에서 처음으로 9시 등교제가 시행됐으며, 경기도교육청은 9월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9시 등교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게다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내년부터 9시 등교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9시 등교제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잠을 잘 수 있게 하고 부모와 함께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여유를 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등교 시간은 학교장 고유권한이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곳에서는 육아 부담이 커지며, 학습시간이 줄어들어 학업성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은 9시 등교에 반대하고 있다.


상벌점제 폐지 학교 현장에서 논란을 몰고 오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10년 체벌을 금지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상벌점제가 유일한 학생 통제수단이었는데 이것이 폐지되면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염려에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 학생 스스로 학교생활협약 제정·운영 △ 사제(師弟) 간 경어 사용 문화 정착 △ 학생이 자율적으로 규칙을 준수하고 점검하는 학생자치법정 운영 등을 제시했다.
경기도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선 정책 시행과정에서 갈등 양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9월 인사가 발표되면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인선이 끝난 상태다. 다만 9월 인사 과정에서 평교사가 본청의 장학관으로 두 단계 승진 발령을 받는 사례가 인천·경기·강원·충남 등에서 나왔다. 이들 지역의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적격자의 발탁이라고 주장하나 교육전문직 시험 통과와 장학사 근무 실적이 있어야 장학관 승진이 가능한 인사 관행이 깨진 셈이다.
Ⅳ. 공약의 한계와 향후 전망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교육감들이 마주한 건 텅텅 빈 곳간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취임하기 이전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본예산을 편성한 상태였다. 본예산을 검토한 결과 세입결손 2283억 원, 세출 추가 소요액 1439억 원 등 3722억 원이 구멍 난 상황이었다. 인수위원회 측은 “이 정도 금액이면 긴축예산 편성이나 기존 사업 축소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한 마디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서울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최근 3년 간 교육복지 관련 정책에 지출된 재정 결산 자료를 보면 모든 시·도가 같은 상황이다. 특히 3~5세 유치원 무상교육을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액수가 결산액을 기준으로 2조 6397억 원(2013년 결산 기준)에 달해 전년도 대비 166.9%의 상승을 기록했다. 2011년만 해도 시·도교육청이 전혀 부담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을 2012년부터 현정부의 공약에 따라 전액 교육청 부담으로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감당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떠맡긴 결과다.
아래의 표는 교육복지지원 사업 중 정책 과제별로 세출 결산액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학력격차 해소 사업은 2013년 0원이 된 반면 누리과정 지원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복지 분야에 대한 재정 지출액이 커진 반면 교수학습활동의 지원이나 학교교육여건 개선 사업엔 세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교수학습활동의 지원엔 학력 신장이나 학력평가 등의 사업이 포함된다.
각 시·도교육청이 대통령의 공약에 막대한 재원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게 되면서 기존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학교시설환경 개선비를 감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영재교육, 과학탐구대회, 교과학습진단평가, 각종 연수 대회를 폐지키로 했다. 이는 교육감이 역점을 두고 있는 공약을 최대한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교육부의 보통교부금 교부율 인상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전출금 추가가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면 결국 교육감들이 내놓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힘들며, 공약 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교육감들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재정여건 개선을 한 목소리로 요구한 것이다.
공약의 이행 여부는 재정에 달려 있다. 재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공언에 불과하다. 현재 17개 시·도교육감이 내놓은 다양한 공약도 당분간 재정 위기 앞에서 힘을 못 쓸 것으로 전망된다.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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