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심장 파라과이, 초·중·고교 정규과목에 한국어 채택 - 주 파라과이 한국교육원
김윤기 / 교육부 교육연구관 싸이월드 공감
남미의 심장 파라과이. 브라질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로 둘러싸여 있는 파라과이는 남아메리카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에 남미의 심장으로 불린다. 인구는 약 650만 명에 이르며, 수도는 아순시온이다. '여러 색깔의 강(Para는 여러 색깔, Gua는 ~의, Y는 물·강·호수를 의미)'이란 뜻을 지닌 '파라과이(Repu blicadel Paraguay)' 국호처럼 한국어가 강물처럼 파라과이에 흐르기 시작했다.
Ⅰ. 남미에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기적이 일어났다
한국과 파라과이는 1962년 수교를 맺었으니, 올해로 반세기가 넘었다. 남미의 최초 수교 국가인 파라과이는 이민자 역시 남미 최초로 받아들이면서 지금까지 중남미 이민의 교두보가 되었다. 1965년 첫 이민자가 파라과이에 발을 딛은 이래 지금까지 약 5천 명의 한인이 수도 아순시온을 중심으로 사업과 농업, 방송계, 전문직종 등에 진출해 있다. 우리와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하기에 비행기로 30시간 가까이 떨어져 있지만, 주변국에 비해 낮은 세율(법인세 10%)과 저렴한 인건비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남미의 풍부한 자원과 황금 시장으로 인해 앞으로 기업과 한인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파라과이는 한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몇 년 전부터 한류가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파라과이에서 한국어 사업은 차분하게 진행되어 왔다. 초·중·고등학교에 한국어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드디어 작년(2012년)부터 파라과이 현지 6개 초·중·고등학교에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되었다.(5개교 비정규과목, 총 11개교 채택) 이는 파라과이 교육문화부와 협의를 통해 2008년부터 한국어를 비정규 특별활동 과목으로 시범운영한 지 4년만의 쾌거다. 파라과이의 낮은 수업시수(주당 20시간)와 스페인어 및 과라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여 이 두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기에 그 동안 파라과이에서 영어나 한국어 등 외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파라과이 한국교육원(김대관 원장)은 6개교에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파라과이 초·중·고등학생들은 하루에 4시간 정도의 수업에 주 5일 수업을 한다. 다른 남미국가와 마찬가지로 학생의 학습 부담은 매우 적은 편이다. 또한 비교적 낮은 교육열과 투자로 인해 발생한 부족한 교실과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부분의 학교는 오전반와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교원의 낮은 급여수준(최저임금 수준)으로 인해 우수한 인력이 교직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드물다. 교육자치가 실현되지 않아서 모든 학교는 국립과 사립으로 구분되며, 국립학교 학생의 성적부까지도 교육문화부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집권체제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사립학교와 일부 국립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의 교육열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2007년 전전임 이상승 원장(2005~ 2007)이 한국어 교재를 교육문화부 인정도서로 개발하면서 초석을 놓았다면, 전임 남현우 원장(2008~2010)은 5개의 국립학교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비정규 특별활동으로 3년 동안 시범운영하면서 여건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2011년 부임한 김대관 원장은 전임 두 원장의 역점사업을 이어받아 부임과 동시에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하고 국립학교에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명문학교를 지향하는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외국어를 적극 채택하고, 수업시수를 늘리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한국어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립학교와 적극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했다. 쉽고 편한 국립학교 대신 명문 사립학교와의 접촉으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주변 상황도 좋았다. 마침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파라과이도 K-POP, 한국드라마 등 한국문화에 대한 현지 청소년들의 관심과 열정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 K-POP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은 일선 학교가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하는데 학부모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 것이다.

2012년에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한 학교는 Colegio Cristiano Sudamericano, Colegio T´e cnico Canaan, Escuela Cristiana Americana, Escuela Jardin de Dios, Escuela Cristian Bethel, Colegio San Pablo 등 6개교이다. 미리암(52, Miriam Fleitas Guirlan, Franco 국립학교 교장)씨는 "4년 동안 한국어를 특별활동으로 운영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봅니다. 한국어 수업을 꾸준히 모니터닝한 결과, 외국어 공부가 문법과 회화를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언어의 문화권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주도로 '한국문화축제'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국립학교에서도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입니다." 라고 말했다.

학부모 미르타(44, Mirtha Elizabeth Alderete de Vera)씨도 "아들이 매사에 소극적인데 학교에서 한국어 공부에 취미를 붙이고, 또 수료증까지 받아왔더라구요. 또 어느 날은 한국 요리를 배웠다면서 가방에서 불고기를 꺼내더군요.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한국식당을 자주 찾게 되었답니다. 아이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으로 유학을 갔으면 좋겠어요."라며 한국어를 통해 아이가 긍정적이 되었다며 기뻐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학생 클라우디아(16, Claudia Magali Struvay)는 "한국어를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저는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어 수업이 항상 재미있어요. 수업시간에 한국 요리를 배워 집에서 기억을 더듬으면서 엄마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어요. 요즘은 K-POP 춤 연습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즐겁고, 나중에 한국에 여행을 가고 싶어요" 라며 한국어를 통해 한국 문화를 알고 나아가 한국 방문으로 이어가고 싶은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Ⅱ. 기적을 일상으로 만든다…중남미지역 한국어교원 양성을 위한 한국어교육과 개설
라울빼냐 국립교원대학교(Instituto Superior de Educacio˘ n Dr. Rau˘ l Pen˘a, 이하 ISE)에 한국어교육과가 개설되어 2013년 3월 입학식이 열렸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위치한 ISE는 교직원 500명에 1,734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외국어 교사 양성과정은 80년대부터 개설된 영어에 이어 한국어가 두 번째다. ISE는 Pregrado 과정과 Grado 과정 두 가지가 운영되고 있다. Pregrado 과정은 6학기(유아교육, 초등교육, 수학, 예술, 국어 및 문학, 외국어-영어, 사회학-지리 및 역사포함, 과학-화학,생물,물리, 기업경영 및 회계)를 기본으로 하는 9개 학과가 있고 이와 별도로 특별과정의 경우 3학기(비교과과정으로 유아교육, 이중언어교육, 특수교육, 평가관리, 학습상담, 학교경영 등)로 구성되어 있다. Pregrado 과정을 이수하면 교직으로 진출할 수 있으며 교직 근무 중에 Grado 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받게 된다. Grado 과정은 8학기의 학사과정과 논문 1학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아교육, 스페인어문학, 수학, 외국어-영어 또는 한국어, 사회학, 과학, 예술 과정이 있다. 따라서 한국어 교원이 되기 위해선 8학기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한다.

사실 파라과이 국립교원대학교에 한국어 교사 양성을 위한 학과가 개설된 것은 우리의 높은 소득수준과 관련이 있다. 최근 파라과이에 한국어 붐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파라과이 교원의 처우가 낮다보니 한국어교사로 활동 가능한 대부분의 한국교민들은 교직에 진출할 의사가 없는 형편이었다. 한국어 교원 수요는 있으나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올해 신입생 15명에 청강생 1명으로 출발한 한국어교육학과는 향후 파라과이 내 한국어 채택 초중고의 안정적 확대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중남미 및 유럽의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원 공급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12월 ISE와 MOU를 맺은 주 파라과이 한국교육원 김대관 원장은 이번 학과개설로 인해 스페인어권 사용국가에 대한 현지 한국어교원 공급이 안정되었다며 물심양면으로 힘을 아끼지 않은 기획재정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제교류재단, 국립국어원, 세종학당 등에 고마움을 표했다. 무엇보다 김 원장은 장학금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과 발이 되어준 파라과이 한인회장님과 교민들의 노고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ISE 한국어교육과에는 교육과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올해 한국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한 교수요원이 파견되었으며, 학생들은 졸업인증제를 통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을 취득해야만 한다.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교육학 이론에서부터 스페인어와 과리니어, ICT를 학습하는 교직공통, 교직실습 그리고 48%를 차지하는 전공수업에선 한국어 기초, 한국어학개론, 한국문학, 한국어발음교육론, 한국문화 등 한국어교원으로서 전문성을 키우게 된다. 올해 한글날이 22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글의 위대성과 편리함에 고개 숙일 것이다. 앞으로 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Ⅲ. 공공외교의 첨병 한국교육원…교육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적 지원까지
주 파라과이 한국교육원은 1980년 초에 설립되었으며, 현지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채택 사업 외에 교육원 직영 한국어 강좌, 한국문화 강좌, 한글학교 지원, 유학생 유치활동, 파라과이 공무원 대상 한국어 출장 강좌, 한-파 교육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 파라과이 한국교육원은 독자적인 강의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원 직영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한국어 1~6, 한국어 문법, TOPIK(한국어능력시험) 준비과정 등 다양한 강좌를 마련하고 있으며, 2012년 2월 현재 한국어 수강생은 280명(2011년 초 100명)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와 있다. 수강생의 연령은 7세부터 50대까지 다양하지만,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연령이 가장 많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펠릭스(18, Fe· lix Jose· Melgarejo Patin~ o, 2012년 3월 한국 유학 예정)는 "한국어가 많은 이들에게는 생소하고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이후에 해볼 만한 가치가 있고, 한국과 한국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한국정부에서 지원하는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파라과이를 대표하게 될 기회를 갖게 되어 뿌듯합니다."라며 교육원 강좌를 들은 것이 본인에겐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형성된 K-POP 동호회는 각종 문화행사와 발표회에 적극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파라과이 독립 200주년 행사, 대사관 주요 행사 등에 현지인 수강생이 K-POP 전시회, 커버댄스, 노래 등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며, 현지 Paravisio´ n TV 방송사가 K-POP 스페셜 특집 제작을 요청하여 다수의 한국어 수강생이 출연하는 등 한국문화 전파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사미라(20, Samira Britez, 아순시온국립대 심리학과 재학)씨는 "K-POP을 듣고 나서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파라과이의 많은 사람들에게 K-POP을 소개하고 싶어서 Paravisio´ n TV에 편지를 보냈고, 30명의 교육원 학생들과 함께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방송 도중에 방청객의 호응이 너무 좋아서 담당 PD가 방송분량을 20분에서 90분으로 늘려 주었어요. 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이 방송을 슈퍼주니어 최시원 씨가 보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주었다는 겁니다."며 밝게 웃었다. 2011년에는 20여 명의 대통령실 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를 실시하기도 했으며, 2012년에는 기획청 청사에서 기획청 직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를 실시했다.

로시오 (36, Rocio Cano Jime´ nez, 대통령실 직원)씨는 강좌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어에 대해 알게 되어 파라과이에 사는 한국인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의 문화, 사람, 역사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 외에도 교육원은 한국문화 체험교실 및 수강생 작품전시회, 한국음식축제 등을 개최하여 한국문화와 한국음식에 대한 홍보와 교민들의 평생교육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이생강대금산조(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의 이수자이기도 한 김대관 교육원장이 전통문화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원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험교실에 참석하고 있는 변성희(45, 문화체험교실 수강생, 교민)씨는 "문화체험교실을 통해 한지공예와 도자기공예의 멋스러움을 나타내고, 옛 사람들의 흔적을 느꼈습니다. 또한, 전시회를 통해서 현지사회와 현지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멋과 향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대관 원장은 "수강생 대부분이 현지의 우수한 고등학생, 대학생들인데, 이들이 한국 교민 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한국과의 교류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한국적인 마인드까지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원이야말로 각 나라의 외교부가 지향하는 공공외교2)의 첨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Ⅳ.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파라과이
산림과 천연자원의 보고 파라과이는 1811년에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국력증강에 힘을 쏟아 왔다. 1844년 신헌법이 제정되고 안토니오 로페스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19년간 통치하면서 남미의 강대국으로 부상하였다. 그 후 2대 대통령인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는 1864년 국경문제로 갈등을 빚던 인접 3국인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 5년 간에 걸친 3국 동맹과의 전쟁은 솔라노 로페즈 대통령의 전사로 끝이 났지만, 파라과이가 입은 상처는 깊었다. 전쟁 직전 130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전쟁 후 22만 명만이 살아 남았고 그중 성인 남자는 10%에 불과했다. 학교는 폐쇄되고 언론은 통제되었으며 국토의 절반을 강탈당했다. 세계적 관광지 '이과수폭포'도 이때 빼앗기게 된다. 대한민국이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여 세계 10대 무역대국에 올라선 것처럼 파라과이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60여 년 전 우리가 해외원조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파라과이도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젠 우리가 파라과이 도약의 발판이 되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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