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 적성·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교교육으로 인재 양성
정현숙 / 작가 싸이월드 공감
Ⅰ. 들어가는 말
필자는 광주 MBC 기자로 일하던 중, 1998년 남편이 네덜란드 대학 석·박사과정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네덜란드로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다. 풍차와 튤립의 나라, 육지가 바다보다 낮은 나라, 한국의 경상남·북도 만한 작은 면적…네덜란드에 대한 막연한 지식만 가지고 아이들 교육에 대한 학교정보는 하나도 모른 채 떠나게 되었다. 유학 갈 당시 우리 아이들은 각각 일곱 살, 여섯 살이어서 인근 초등학교에 보냈다. 다행히 유치원과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둘째도 형과 같이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간지 몇 개월이 지나도 아이들이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오면 두 아들들은 동네 또래 아이들과 노느라 밥 먹는 시간도 잊을 정도였다. 내심 아이들이 학교공부를 잘 따라가는지 걱정되었지만, 학교에서 교사와의 만남을 통해 학교성적은 물론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는 지를 배치된 책이나 내 아이가 직접 쓴 노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아이들 공부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네덜란드 초등학교 아이들은 책을 집에 가져오지 않는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면 될 뿐, 예습, 복습을 할 필요도 없다. 방과 후에는 마음 껏 놀거나 음악, 축구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두 아이가 인문계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3시 쯤이면 학교수업이 끝났다. 사교육을 받을 장소도 없고 할 필요가 없으니 큰 아이는 집에 오기만 하면 전자기타에 빠져 2시간 이상 기타를 치는데 열중했고, 둘째는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거나 축구를 하러 가곤 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 역시 학교 끝나면 모두가 자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고 누릴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실컷 놀다가도 자신이 해야 할 공부나 과제가 있으면 유급 당하지 않기 위해 어느 새 자기 방에 들어가 혼자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아이들은 그 곳에서 자라면서 한국에서의 그 흔한 보습학원 한 번 다녀본 적이 없었고 자율학습도 해본 적이 없었다.

중고등학교 입학은 초등학교 성적과 졸업시험(CITO) 성적을 토대로 어느 학교로 진학할 지가 정해지는데, 인문계 중고등학교 진학률은 15-20%에 불과하다. 즉 10명의 학생 중 한 두 명만이 인문계로 가고, 나머지 80% 학생들은 상위 보통 중고등학교나 중하위 직업 중고등학교로 가게 된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아이들은 13-14살 청소년기에 벌써 어느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느냐에 따라, 장래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 전문대로 진학하게 될 지 그 길이 대부분 정해지는 셈이다. 네덜란드 청소년들 중 순수한 학문을 공부하는 대학 진학률은 20% 미만이다. 인문계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 중에도 대학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대학 진학률이 전체 학생의 2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걱정은 거의 없다. 대학졸업생 자체가 많지 않아 대부분 1-2년 안에 취업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대학 졸업이다. 네덜란드는 대학 입학의 문은 넓게 열렸지만 졸업은 아주 어렵다.

네덜란드 교육은 초등학생들에게는 마음껏 놀게 하지만, 중·고등학교부터는 어느 학교로 가느냐에 따라 공부를 많이 할지, 실무 직업능력을 쌓을지 정해지며 대학에 다니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의 적성을 살린 맞춤형 교육으로 장래 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주 목적이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누구나 대학에 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정말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머리를 많이 써서 일하고 싶으면 많이 배우는 길로 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억지로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알맞은 직업의 길을 택해 그것에 따른 실무능력을 익히고 자격증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학생들에게 공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zelfstandig' 해야한다고 대답하곤 한다. 이 말은 '자신이 스스로, 독립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부모의 잔소리는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의 아이들은 공부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로 무시 당하는 것 같다며 정색을 하곤 했다. 지금 큰 아이는 네덜란드 라이든(Leiden)대학 법학과를 졸업, 국가 법률사무소(juridisch advise bureau)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고, 둘째는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에 재학 중이며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늦둥이 딸은 서울에서 중학교 2학년에 다닌다. 딸 아이는 학원에 보내지 않고 학교교육에 충실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지켜보는 중이다.

네덜란드 학교교육은 학부모들에게 철저하게 신뢰받는다. 여기에 사교육비 부담이 없는 부모들, 온종일 뛰어놀며 자라는 어린이들, 진지하게 직업을 고민하며 장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줄 아는 학생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하지 않는 청년들을 지켜보았다. 이제 네덜란드 초·중·고, 대학 교육의 장점을 소개하고 한국교육에 적용했으면 하는 점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Ⅱ. 초등학교 : 학교는 즐거운 곳
네덜란드 아이들은 만 4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유치원과정 2년(Groep1.2)이 초등학교에 포함되어 있어, 초등학교 과정이 모두 8년인 셈이다.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데다, 공교육으로 유아교육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유치원과정 교육은 사회생활의 기초교육 위주로 진행되며 글자를 배우거나 숫자를 익히는 교육은 groep3, 즉 초등학교 1학년과정으로 미룬다. 유아교육은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양보와 협동, 나눔을 배우게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교사는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리포트, 즉 성적표를 작성하게 되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유치원아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유급을 적용, 1년을 더 다니게 한다. 이와 같이 어린아이들에게 유급을 적용하는 것은 이 교육과정이 학교생활의 첫 장이자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이라 보고 그 기초를 확실히 다잡기 위해서다.

유아교육 1, 2년 과정이 끝나면 초등학교 1학년(groep3)으로 올라가게 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학교 공부가 이루어진다. 네덜란드 초등학생들은 책가방이 없다. 책을 집에 가지고 다닐 수 없다. 교과서는 학교에서만 봐야 한다. 교과서가 없으니 아이들은 예습은 물론 복습도 할 수 없다. 초등학교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방과 후에는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것을 해야 한다고 교사들은 말하곤 한다. 학생에 대한 공부평가는 수업시간 쪽지시험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1년에 4차례 성적표(report)를 받게 된다. 학교는 성적표를 아이들에게 집으로 보내기 전 반드시 먼저 학부모와 10분 면담을 갖는다. 교사와 학부모 면담은 밤에 이루어진다. 필자도 아이들이 네덜란드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이들이 공부를 따라가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교사와의 면담에 가서 아이가 쓴 책이나 노트, 그리고 쪽지시험을 보고서야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 수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 면담자리에는 이혼한 부부들까지 함께 올 만큼 대다수 학부모가 반드시 참석한다. 네덜란드에서 교사와 학부모 10분 면담은 아주 중요한 만남으로 거의 대다수 학부모가 이 시간을 놓치지 않고 교사의 말에 귀를 귀울인다. 학기 말이면 유급대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학생의 성적이 학년 말 평균 6.0 이하이거나 학교에서 태도가 좋지 않으면 엄격하게 유급을 적용, 같은 학년을 한 번 더 다니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 초등교육은 수준별 교육이 교실 안에서 이루어진다, 공부 잘 하는 아이는 한 학년을 건너 뛰어 월반이 가능하며, 학습속도가 빠른 학생들은 플러스 클래스에 들어갈 수 있고, 과목별 이동수업도 가능하며,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인턴교사가 배치되어 수업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교육시스템이다. 초등교육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유급을 도입, 한 학년을 더 다니게 함으로써 기초교육을 확실히 잡고 한 학년을 올라 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같은 학년에서 두 번 유급을 한 경우는 보통학교에서 배우기 어렵다고 판단, 특수학교에서 느리게 배우는 과정을 통해 초등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네덜란드 초등학생들은 6학년이 되면 중학교 입학을 위한 시토(CITO)시험을 본다. 국가에서 치르는 이 시험은 언어, 수리, 지능 등 여러 분야에 학생의 지적능력을 상세하게 평가하므로, 학생이 앞으로 어떤 중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하면 좋은지 그 결과가 나온다, 각 학교는 이 시험결과와 8년 동안 학교에서의 성적을 토대로 학생의 진로를 학부모와 상담해 결정하게 되는데, 인문계 중·고등학교 진학은 15~20%, 상위 보통 중·고등학교 25~40%, 중하위 직업중고등학교 50~60% 학생이 진학한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초등학교 6학년에 벌써 학생의 진로가 결정되어 어느 길로 나아갈 지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우리와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Ⅲ. 중·고등학교 : 미래의 일자리 준비하는 곳
네덜란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하나로 합해져 있다, 인문계 중·고등학교(VWO)는 6년제이며, 상위 보통 중·고등학교(HAVO)는 5년제, 중하위 직업 중·고등학교(MAVO)는 4년제이다. 즉 학생이 어떤 중·고등학교로 가느냐에 따라 6년을 다니거나 4년을 다니게 된다.

이처럼 공부하는 기간도 차이가 나지만, 공부하는 과정도 아주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인문계 중·고등학생들은, 장래에 대학 진학이 목표인 만큼 언어만 해도 영어와 프랑스 독일어는 필수인 데다 여기에 고전어인 라틴어 히브리어 헬라어는 물론 스페인어까지 배우는 학교도 있다. 반면 중·하위 직업학교 학생들은 영어는 필수이지만 프랑스어와 독일어까지만 배운다. 인문계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상위 15% 안에 들 만큼 공부를 잘하고 머리가 뛰어난 아이들이지만, 5개가 넘는 언어과목은 물론 수학이나, 물리, 화학 세계사 등 공부할 과목이 많아서 대충 공부해서는 따라가지 못하고 유급 당하기 쉽다. 실제로 인문계 중·고등학교는 각 학년마다 유급 당하는 학생이 20%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다. 그 만큼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같은 학년에서 두 번 유급을 당하게 되면 한 단계 낮은 학교인 상위 보통 중·고등학교로 가야 한다.

실제로 우리 둘째아들 친구는 인문계 중·고로 진학했으나 공부를 게을리 하여, 상위 보통 중·고등학교로 갔다가 다시 중하위 직업학교로 까지 전학 간 학생도 있다. 이와 같이 네덜란드 중·고등학교는 초등학교보다 유급이 더 엄하게 적용된다. 반면 공부 잘 하는 학생들 또한 얼마든지 한 단계 높은 학교로 갈 수 있다. 즉 모든 학교들이 서로 열려 있어 공부를 잘하면 올라가고, 그렇지 못하면 유급 당해 내려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 중하위 직업 중고에 다닌다 할지라도, 학년말 성적이 평균성적인 8.0을 넘으면 상위 보통 중·고등학교에 갈 수 있다. 다만 수준이 높은 학교의 경우 교과과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한 학년 낮추어 가도록 하고 있다.

인문계 중·고등학생들은 3학년 말(중학교 3학년-klass3)이면 대학에 가서 어떤 분야를 공부할 지를 생각해 프로필을 정하게 된다. 이 프로필은 크게 문과는 C&M(문화와 정치), E&M(경제와 경영), 이과는 N&G(자연과 건강), N&T(자연과 기술)분야로 나뉜다. 즉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프로필을 중심으로 앞으로 3년 동안 공부하게 된다. 문화와 정치분야를 선택한 학생들은 언어와 정치 세계사 등의 과목을 더 깊이 공부하는 반면 수학이나 과학, 물리 등의 어려운 과목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반면 자연과 건강분야를 택한 학생들은 수학이나 생물, 물리, 화학 등을 더 많이 공부하는 대신에 언어과목은 영어 필수과목만 제외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학생들은 같은 인문계 중고등학교를 다니더라도 어떤 프로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부하는 범위도 다르며 졸업시험을 준비하는 과목도 서로 차이가 난다.

상위 보통 중고등학생들은 배우는 과목이 인문계 학생들과 비슷하지만 5년 과정이어서 배우는 과정이 느리며, 언어도 고전어는 배우지 않는다. 이들 학생들도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똑같은 프로필을 선택하는데 이들은 학문 위주의 대학이 아닌 실무 중심 대학(HBO)을 목표로 공부하게 된다. 중·하위 직업 중·고등학생들은 4년 과정이므로 2학년 말에 프로필을 선택하게 된다. 중·하위 직업 중고등학교는 그 안에서도 이론중심(TL)으로 공부하는 과정을 비롯해 이론과 실무 겸함(GL), 기술직업과정(KBL), 단순직업과정(BBL)으로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즉 학생의 아이큐나 손기술능력 등을 고려해 다양한 직업세계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이들 학생들은 프로필이 기술 - 경영, 요양 - 복지, 농축산업 등 크게 구분되며 그 안에서 또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나뉘어진다.

직업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중·하위 직업 전문대(MBO)로 진학하게 되는데, 중·고등학교에서 어떤 과정을 공부했느냐에 따라 전문대 진학의 방향도 수준이 달라진다. 이와 같이 네덜란드 중·고등학생들은 어떤 과정에서 공부했느냐에 따라 장래에 공부할 분야나 직업세계로 나아갈 길이 분명히 정해져 있어, 그 목표를 향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처럼 수능점수가 나와서 거기에 맞추어 대학에 가는 시스템은 네덜란드 교육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제도일 것이다. 네덜란드 중·고등학교들은 학년마다 4번의 시험을 치르는데. 학부모에게 성적표와 함께 과목교사 면담신청서가 따라온다. 학부모는 3명까지 과목 교사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 즉 아이가 성적이 부진한 과목 교사를 만날 수도 있고, 멘토를 만나 상담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와 면담이 있지만 중·고등학교에서는 담임인 멘토를 비롯해 각 과목 교사와 면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가 부진한 과목 교사와 만나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자세히 물을 수 있다. 과목 교사 면담은 1년에 4번이나 이루어진다. 한 번에 3명의 교사를 만날 수 있으니까 12명까지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학, 화학, 물리 국어 교사 등을 만나 아이가 성적이 부진한 이유와 성적올리기 비법을 자세히 물어보곤 했다.

중·고등학생들은 졸업반이 되면 각자 국가에서 주관한 졸업시험(Eindexamen)을 봐야 한다. 졸업시험 합격증만 있으면 대학은 물론 상,중,하 직업 전문대 진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졸업시험 합격률은 거의 85%~90%에 이른다. 네덜란드 교육부는 또한 졸업시험에 탈락한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1년 동안 학교에 더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가 하면 한 두 과목 시험점수가 낮아 떨어진 학생들은 그 과목만 따로 더 공부해 다음 해에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하는 등 탈락자 구제교육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즉 뒤처진 학생들까지도 다 자격증을 받아 다음 단계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배려해 준다. 따라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졸업시험에 합격해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이 네덜란드 교육의 강점으로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Ⅳ. 대학 :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힘든 곳
네덜란드 대학(WO) 입학은 인문계중·고 졸업시험 합격증만 있으면 진학이 아주 쉽다. 상, 중, 하 직업 전문대도 마찬가지다. 상위 보통 중·고등학교나 중·하위 직업 중·고등학교 졸업시험 합격증만 있으면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의예과나 법학과를 비롯해 물리치료학과 등 학생이 많이 몰리는 학과의 경우, 추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들 인기학과는 예외다. 그러나 정말 의대나 법학과를 가길 원하는 학생들은 추첨에 떨어졌어도 내년에 다시 졸업시험 성적으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세 번 시도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 대학 진학은 각 학과마다 중고등학교에서 어떤 프로필을 공부했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예과를 지원하려는 학생은 반드시 N&G(자연과 건강)분야를 공부했어야 가능하다. 네덜란드 대학은 1학년 신입생이 이수할 학점이 60학점이며 학사과정은 모두 18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그런데 신입생이 60학점을 다 이수하는 학생은 전체의 20%도 채 안 될만큼 공부하기가 아주 어렵다. 따라서 각 대학들은 60학점을 모두 이수하는 학생에게 특별한 자격증을 부여한다. 바로 Propedeuse Diploma(프로페디우스 자격증)으로 일명 'P' 자격증으로 불리운다. 이 "P" 자격증은 학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들로부터 학문연구의 자질이 있음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60학점을 이수하는 학생이 너무 적어 42학점만 이수하면 일단 유급은 면하고 2학년에 올라가게 한다. 그러나 의학과나 법학과 등 일부 학과는 1학년에 42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는 학생은 낙제시켜 3년 내에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다니지 못하게 할 만큼 아주 엄한 제도를 도입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이 네덜란드 대학은 이수할 학점이 적지 않아, 학생들이 공부에 매달리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가 없다. 따라서 대학생은 자유가 많지만 공부부담이 엄청 클 수밖에 없다. 1학년에 42학점만 따면 나머지 18학점을 2학년에 가서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이수할 학점이 많아져, 졸업은 언제 할 지 아무로 모른다.

따라서 네덜란드에서는 '언제 졸업하냐'고 물어보는 것은 금기 시되는 질문일 정도다. 하지만 네덜란드 대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학위를 얻게 되면, 대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졸업 후 1~2년 안에 취업이 가능하다. 네덜란드는 모두 국립대학으로 14개가 있다.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유학가려는 학생들이 필자에게 대학의 서열에 대해 자꾸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네덜란드 대학은 서열이 없다. 다만, 어떤 대학의 학과에 대한 선호도는 있다. 예를 들어 공과대는 댈프트(dleft) 공대. 문학과와 법학과는 라이든(leiden) 대학, 심리학과는 흐로닝엔(Gronigen)대학 등이다. 또한 같은 의과대학이라 하더라도 어떤 분야에 치중해 더 연구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분야에 역점을 두고 공부할 것인지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뿐이다.
Ⅴ. 교육비 : 사교육비 부담 없다
네덜란드에서 세 자녀를 키운 필자에게 가장 좋았던 점은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초, 중고등학교가 무료인 데다, 사교육을 따로 시킬 일이 없으니 그저 아이들을 돈도 없이 교육시킨 덕을 톡톡히 누렸다. 또한 아빠가 유학생으로 소득이 없으니, 사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예능교육이나 스포츠 등도 정부 보조를 받아, 조금만 내고 교육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큰 아이는 피아노, 둘째는 키보드, 늦둥이 딸은 바이올린을 시킬 수 있었고, 축구나 수영, 테니스까지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를 줄 수 있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 17세까지 양육비를 지원해 준다. 늦둥이 딸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서 양육비를 받게 된 데다, 두 오빠들까지 양육비를 지원받았다. 양육비는 3개월에 한 번씩 나왔는데, 한국 돈으로 거의 100만 원이 넘었다. 유학생인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큰 돈이었다. 네덜란드는 대학공부도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공부 할 수 있다. 대학 학비가 1년에 1,700유로, 한국 돈으로 3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학비도 학생의 형편에 따라 10번까지 나누어 낼 수 있으며, 국가에서 학생이면 누구나 저리로 빌려 준다. 어디 그 뿐인가. 대학생들에게는 매달 가정의 상황에 따라 공부 지원비가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90만 원까지 지원되는데, 4년 동안 받을 수 있다. 또한 대학생들은 버스나 기차 등 교통수단의 이용도 공짜다. 국가에서 발급받는 교통카드(OV)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돈이 없어 자식을 공부시키지 못했다거나 배우지 못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국가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얼마든지 공부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Ⅵ. 한국교육에 적용 가능한 것
네덜란드 교육의 가장 큰 강점은 학교교육이 학부모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다는 점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 교사가 학생을 제일 잘 안다고 믿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을 유급시켜야 된다고 판단하면, 대다수의 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학부모들은 교사와의 면담시간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긴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와의 만남시간은 거의 모든 학부모가 줄을 서서 기다려 만날 만큼 학부모는 교사를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학교는 학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자녀들의 적성을 살려 맞춤형으로 교육시켜, 이 사회의 일꾼을 만들어 내는 데 역점을 둔다. 그런데 한국은 교사가 학부모 면담을 한다고 해도 많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턴가 학교교육이 사교육에 밀려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고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학교교육이 신뢰를 받으려면 네덜란드처럼 학생에 대한 평가가 아주 정확하고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학생이 공부를 못하면 네덜란드처럼 유급을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요즘은 학생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학생의 능력에 따른 수준별 교육도 병행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중학교 13, 14살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적성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개발, 그 분야를 일찍부터 준비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교육시스템을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보고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은 중학교 교육은 모두에게 똑같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일찍부터 학생들이 가야 할 길이 다르다. 모든 학생이 다 공부를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학부모는 물론 학생이 인식하고 공부보다는 기술이나 자신의 적성을 살리는 교육을 받아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한다. 모든 학생에게 대학이 목표가 되지 않는다. 정말 공부를 잘하고 좋아하는 학생들만 대학을 간다. 현재 한국교육은 너무 대학입학에 초첨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한국은 대학생이 너무 많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고학력 실업자가 너무 많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학입시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네덜란드처럼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렵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시 경쟁이 사교육시장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처럼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며, 중고등학교는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공부하는 등급이 조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똑같은 공부를 모두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의 능력과 적성은 모두가 다르다. 이제 학교교육도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 거기에 맞는 다양한 인력을 일찍부터 준비시켜 주는 교육으로 인식이 바꾸어져야 한다. 학생의 능력을 살린 맞춤형 네덜란드 교육이 하루 속히 한국에도 자리잡아, 학교가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최고의 공교육 한국'이라는 말이 뿌리 내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참고문헌
중학교 입학을 위한 초등학교 졸업시험-CITO(Centraal Instituut voor Toets Ontwikkeling)

네덜란드 학제, 약어 -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p70, 71 참조

초등학교 교육 소개 -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p122 인터뷰 요한 본 싱크(네덜란드 캄펜의 초등학교 교장)

네덜란드 인문계 중고등학교 정보 - p128~130

중하위 직업 중고등학교 직업과정 -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p146, p147, p148 참조

네덜란드 대학 정보 - p192, 193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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