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경제자원' 창의인재 만들기…英·美·佛·伊·EU·日 사례
최진숙 / 파이낸셜뉴스 기자 싸이월드 공감
Ⅰ. 창의성은 '가치창출의 원천'
"인간의 창의성이 궁극적인 경제적 자원이다." 세계는 이 명제를 붙잡고 지금 창조경제, 창조산업에 달려들고 있다. 창의성(Creativity)이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창조기업, 창조기술, 창조행정, 창조클러스터, 창조생태계, 창조산업, 창조사회를 이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창조산업에 대한 인식과 수용 양상은 나라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 영국·핀란드·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문화유산과 예술을 중심으로 창조산업이 발전했고, 홍콩· 싱가포르·뉴질랜드·인도네시아·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문화예술·전통 미디어·뉴미디어 분야 등을 집중적으로 키우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먼 미래를 보고 창의적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은 모든 나라의 공통사항이다. 창의력은 조기교육을 통해 성장기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 육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평생교육을 통해 생애 지속적인 자극으로 단련될 필요성도 있다. 여기서 확실한 건 창의력도 교육의 중요 대상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Ⅱ. 영국 : 창의성을 중점 교육대상으로 삼고, 공교육에 문화를 접목
창조산업의 중요성에 일찌감치 눈을 떴을 뿐 아니라 창의력 교육에도 남달랐던 곳은 영국이다. 영국 문화부와 교육부는 서로 손잡고 2000년대 초반부터 창의성을 중점 교육 대상으로 삼고 공교육에 문화를 접목시켰다. 창의 인재를 국가가 길러내겠다는 포부로 어린이·청소년·교사를 대상으로 한 '창의 파트너십'을 진행해왔다. 이 파트너십은 극장이나 도서관, 미술관 등 문화단체나 건축가, 과학자, 예술가 등 창의 전문가와 학교를 연계시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고 이를 정규교육과정으로 인정한 것 등이 골자다. 추후 영국 공식 기관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점검한 결과, 파트너십 참여자들은 모든 과제에서 적극적일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이같은 성과에 고무돼 2008년엔 CCE (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라는 국가 기관까지 설립, 이곳을 통해 영국 전역의 아동, 청소년들이 다양한 창의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2009년 문을 연 창조문화 국립기술아카데미 (NSA)는 문화부문 종사자와 산업현장 간 가교역할을 하며 수요맞춤형 교육훈련을 주도했다. 업계 중심 회원제 조직인 NSA는 영국 전역의 200여 개 극장, 20개 대학, 라이브 음악 고용주 등 창조문화업계 네트워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업계에 필요한 표준과 기술 요건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했다. NSA가 운영하는 '스킬 셋(Skill Set)'은 영국 문화콘텐츠 관련 대표적인 인력양성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았다. 영화, 비디오 등 영상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체계를 개발하고 훈련·교육기관을 지원하는 일 등이 이 프로그램에 속한다.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와 영화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BBC, 채널4, 채널5, 채널디스커버리, 영화위원회 등 업계 118개 제작사가 소속된 12개 관련 단체가 뜻을 같이하고 펀드(Skill Set Investment Funds)를 조성, 운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Ⅲ. 미국 : 세계의 창의성 연구·개발· 보급·교육의 중추적 역할 담당
미국은 대부분의 부문이 그렇듯, 창의력 양성에 있어서도 국가의 직접적 개입이 많진 않다. 다만 소득 수준이나 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어릴 때부터 학교와 지차제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교육과 체험활동 등 문화감수성 함양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은, 창의력 발달을 위한 건강한 사회적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강익희 수석연구원은 "대학들은 산업에 부합하는 맞춤형 전문인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기업은 대학과 다양한 연구, 조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며 "이런 연구의 바탕으로 최근 미국은 세계의 창의성 연구, 개발, 보급, 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 했다. 대표적인 곳으로 1967년에 설립된 뉴욕주립대 버팔로 대학의 '창의적 행동센터'를 들 수 있다. 2004년 '국제창의성연구소'로 개칭, 창의성 연구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창의성 석사' 과정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 수많은 창의성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조지아 대학은 영재·창의성 교육학과를 개설해 창의성의 '지도·연구·서비스'를 중심으로 전문가를 키운다.
Ⅳ. 프랑스 : '지역활동센터'가 창의력 개발의 전진기지 역할 수행
프랑스는 지자체 단위로 조기교육과 평생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활동센터가 창의력 개발의 전진기지이다. 창의인력 양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다양성이라는 데 주목, 이를 가능케 하는 예술적 창조성, 상상력을 어린 시절부터 저렴하고 손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어른들 또한 평생교육 차원에서 접할 수 있게 돕는 기관이 이 곳이다. 지역활동센터는 소득 수준에 따라 교육비에 차등을 두고 학습자가 희망하는 예술활동을 지역에 거주하는 전문가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한다. 피아노, 드럼, 기타, 바이올린, 성악, 그림, 조각 등 예술의 전 분야를 자유롭게 섭렵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곳을 통해 잠재력을 발견했을 경우 상급학교에 관련분야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교육제도를 통해 프랑스는 전 국민의 예술성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이지만 민주성, 참여성, 창조성 등을 골고루 함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윤경 책임연구원은 "프랑스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조화에서 찾을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 기구, 국가와 국민, 인력의 양성과 보호, 정부의 공교육과 자치단체의 평생교육 간 조화가 잘 된 나라"라고 평했다. 이 연구원은 "프랑스의 창의교육은 특정 기관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모든 관련 영역 간 조화를 바탕으로 전 국민이 조기부터 혜택을 받고 각자의 창의성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전 국민에게 창조성 개발을 위한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 프랑스의 인력 양성 철학이라는 것.
Ⅴ. 이탈리아 : '산업'이 맞춤형 인재양성 주도
이탈리아는 산업이 주도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의 모델을 가지고 있다. 라틴어로 워크숍을 뜻하는 '파브리카'는 '실습을 통해 배우고 현재에서 미래를 읽는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이탈리아 의류회사 베네통이 1994년 설립한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다. 전 세계 젊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겠다는 목표로, 혁신과 국제화를 지향하는 파브리카는 전통적인 형태의 교육, 학습에 의존하지 않고 문화와 산업의 결합을 도모해 왔다. 파브리카는 25세 미만의 젊은 디자이너에게 미래의 디자인 비젼을 심어주고, 이들이 세계의 유망주가 될 수 있도록 잠재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다. 기술과 지식 위주의 수업이 아닌 체험 실습과 토론을 통해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각자 취향에 맞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실현될 수 있는 자율적인 시스템 하에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파브리카는 교육기관의 성격이 아니라 연구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운영되다 보니 정규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 일정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우수한 교수진들 아래서 시험 압박없이 자유로이 공부했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케팅 압박이 없다보니 비즈니스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왔으며, 그러니 창의적인 결과물이 더 많았다. 전형적인 평가 수단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수시로 견해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Ⅵ. 유럽연합 : 생애단계별 인재양성계획 통해 창의적 인력 육성
유럽연합은 생애단계별 인재양성계획(Lifelong Learning Programme)을 통해 창의적 인력을 육성해 왔다. 2006년 11월 유럽연합 의회에서 통과된 법령에 따라 추진된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교류와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중등교육, 고등교육, 성인교육, 직업교육 등을 포함하는 통합적 프로그램으로 코메니우스, 에라스무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룬트비히 등 4개로 구성돼 있다. 이중 유럽지역 대학 재학생, 교직원, 대학조직을 상대로 한 에라스무스는 학생과 직원들의 유럽지역 내 교류와 협력을 촉진시키는 게 목표였다. 현재 유럽지역 내 고등교육기관의 90%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EU 회원국 내 희망지역에서 3∼12개월 연수를 받고 여기서 획득한 학점은 유럽학점교환제도를 통해 소속 기관에서도 인정받는다. 교사, 강사도 같은 시스템의 교육과 혜택을 경험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로그램은 기업·고용 활동에 필요한 기술훈련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공연예술분야와 관련된 '트레이닝 온 스테이지 프로젝트'로, 참여기관들이 학습 과정의 평가를 공유하고 이를 양도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탈리아 공연예술분야 직업훈련센터 아이다(AIDA) 재단을 주축으로, 독일의 파카우에극장, 프랑스의 문화 산업분야 전문 관리·교육센터인 AGECIF, 네덜란드의 EUnetART, 폴란드의 ICIMSS, 루마니아의 Teatrul lon Creanga, 영국의 국립극장 교육·훈련부서 등 7개국 7개 기관이 참여해 공동으로 공연예술분야의 인적자원을 양성하고 평가, 기관과 개인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근무기간 초기와 말기의 역량을 평가하고 여기에 맞춰 직업훈련을 시킨다.
Ⅶ. 일본 : '쿨 재팬'·'도키가와장' 통해 창의적 인재 길러
일본은 '쿨 재팬(Cool Japan)'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을 상대로 일본의 문화적 매력을 상품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경제산업성에 설치된 '쿨재팬실'이 그 본부다. 일본의 콘텐츠, 문화, 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국내외 홍보 등 정책기획도 맡는다. 최근엔 당초 계획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긴 했지만 확실한 건 일본이 쿨재팬을 주요 성장동력이자 국가전략의 프로젝트로 삼고 있다는 사실. 일본은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현장밀착형 정책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게 '도키가와장(莊)'이다. 1952년부터 1982년까지 도쿄 도시마구에 있었던 아파트 이름으로, '철완 아톰'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 '도라에몽'을 탄생시킨 후지코 후지오 등 유명 만화가의 신인 제자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절차탁마한 곳이다. '도키가와장'은 만화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 생활을 지원하면서 독립적인 만화가로 데뷔시킨다. 도쿄의 값비싼 임대료가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의 도전과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일본은 차세대 애니메이터를 스튜디오 현장에서 직접 육성하기도 한다. 일본의 TV 방송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은 1주간 80편 가량 된다. 제작 편수는 계속 증가하지만 제한된 제작비를 우려한 원가 절감 차원에서 동화, 색채 등 공정을 값싼 임금의 해외기지 노동력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애니메이션 기초부문이 취약해지고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 육성 보완책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력 인재 동반사업이 맥을 같이 한다. 콘텐츠 산업을 이끌 젊은 인재와 창조 분야 전문가를 매칭해 장기간 창의숙성 멘토링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창의 교육생으로 선발되면 거장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창의 숙성과정을 밟으면서 제작 현장의 생생한 노하우를 체험하고 월급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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