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프로젝트를 통한 인성교육 실현 - 서울 한산미래학교
유현진 / 문화일보 기자 싸이월드 공감
서울 시내 단 한 곳, 전교생 14명, 일반 중학교 내의 별관 사용, 옥상 운동장… 서울시 유일의 대안 공립중학교인 한산미래학교의 현주소다. 이같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산미래학교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사랑으로 감싸안으며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 강동구 둔촌2동 한산중학교 별관에 설립된 한산미래학교는 학교폭력 가해자, 피해자 등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탁받아 교육하고 있다. 현재까지 96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 올해는 14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대안교육의 뜻을 품고 자원해 와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공정애(여·54) 일본어 교사, 김경자(여·56) 국어 교사, 김희중(47) 체육 교사가 그 주인공. 3명의 교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들은 강사들이 가르치고 있다. 한산미래학교의 교사와 강사들이 학생들을 따듯이 품어주는 덕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지 못했던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등 변화하고 있다. 김경자 교사는 "중2병이라고까지 불리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탈선했던 아이들을 다루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교사의 사랑에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명 한 명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교육
한산미래학교는 입학 전 5일 간의 준비적응 교육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가족 소통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심리검사를 받도록 하고, 특히 학부모를 대상으로 개인 상담과 학부모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중 부모와 관계가 안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준비적응 교육기간 동안 매일 과제를 내 주는데, 부모님의 인생사를 써서 같이 나누고 가족의 바람과 자신의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등이다. 이 내용들을 마지막 날 발표회를 통해 학생이 종합 정리해 발표하도록 한다. 김경자 교사는 '일반학교에서는 발표는커녕 어떤 일에도 나서지 않았던 아이들이 가족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이 많이 우신다."면서 "학교에서 하는 발표는 창피하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던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대안학교에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족을 돌아보면서 안정을 찾은 학생들은 대안학교에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런 효과 때문에 준비적응 교육기간 외에도 매년 2회씩 가족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한산미래학교는 대안학교답게 정규 교과 외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는 김희중 교사의 지도아래 다같이 체조를 한다. 또 기타교실, 요리교실, 피겨스케이팅, 미술치료, 생활음악, 도자기공예, 생활스포츠, 생활과 사진, 식물 기르기 등 다양한 진로적성 수업들을 운영하고 있다. 강사들이 가르치는 경우도 있고, 인근 교육시설로 교사들이 아이들을 인솔해 가기도 한다.

김경자 교사는 "일반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하게 되면 박물관 등을 정해진 시간 내에 둘러보는 수준에 그치지만, 우리는 교사와 아이들이 작품 하나 하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서 "진정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 꿈을 키울 수 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사는 학생들의 24시간 보호자이자 친구
이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끌고, 아이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교사들은 거의 24시간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매일 등교 때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하교 때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준다. 하교 지도를 한 후 부모들에게 안내 문자도 매일 보낸다. 공 교사는 "아침마다 교문에서 웃으며 맞아 주니까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즐거워 한다."면서 "하교 때도 아이들을 끝까지 보호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 외에도 강사수업에도 참관해 아이들이 강사들에게 반항을 하거나 수업시간 중 자거나 싸우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수시로 학생들의 상담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은 교무실에 와서 교사들과 오목을 두거나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어울리고 있다. 그 덕에 교사들은 쉴 틈이 없다. 김희중 교사는 "분노조절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교사가 항상 옆에서 돌봐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아무리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 자신들만의 규칙을 지키고 있다. 일반 학교에서 항상 혼나고 문제아로 찍혀 있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존중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변화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교사가 아이들을 그저 혼내는 입장이 되면 아이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다."면서 "학교폭력이 터진 후 수습하는 건 늦고, 예방을 위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놀라운 변화
문제아로 찍혀 혼만 나던 아이들에게 교사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꿈을 찾게 해주려 노력하면서 아이들은 더디기는 하지만 확실히 변하고 있다. 공 교사는 지난 2011년 3학년이었던 A(여·17) 양을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꼽았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A 양은 당시 6개월 이상 가출을 하고, 담배를 피고, 폭력사건에 연루되는 등 탈선행위를 일삼아 1년 유급을 당한 후 이 학교로 오게 됐다. 당시 A 양의 성적은 서울지역 최하위 수준이었지만, 한산미래학교에 와 반장을 맡는 등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면서 은행원이라는 새로운 꿈을 찾아 내신 성적 상위 50% 이내 학생들만 갈 수 있는 금융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공 교사는 "A는 은행원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면서 고등학교에서도 반에서 4∼5등을 하는 등 성적도 좋다."면서 "첫 월급을 타면 맛있는 점심을 사준다고 하는데, 정말 그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한산미래학교는 한 달에 한 번씩 재적학교 방문의 날을 운영해 아이들이 원래 학교의 담임선생님과 한산미래학교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변화가 놀라워 담임들이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

교사들이 허물없이 학생들과 어울리는 덕에 지난해 따돌림을 당해 전학을 온 2학년 B(14) 군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는 "국어 선생님은 마치 엄마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따듯하게 대해 주신다."면서 "선생님이 하나하나 자상하게 지도해 주니까 학교에서 하는 게 다 재밌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산미래학교 설립 초기에는 아이들이 하교 후 학교 근처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등의 불량한 행동으로 주민 민원도 많았다. 그러나 교사들이 아이들 등하교 지도를 하면서 동네 주민들의 불만도 사라졌다. 김교사는 "아이들은 잘 적응하다가도 한 번씩 엇나가는 등 한 번에 눈에 띄게 변화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대안교육이 지속되면 엇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 기간이 점점 줄어들어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공립 대안학교 더 많아져야
교사들은 한산미래학교와 같은 공립 대안학교가 독립적으로 설립되고, 그 수도 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한산미래학교에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자 교사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고 있어 의도하지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다."면서 "유형별 공립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인 C(14) 양은 "아이들이 욕을 너무 많이 해서 위협적일 때가 있다."면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따로 공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산미래학교는 한산중학교 별관에 위치해 있어 운동장도 건물 옥상을 이용하고 있다. 수용 가능한 학생인원도 적다. 황성희 한상중 겸 한산미래학교 교장은 "서울 시내에 공립 대안중학교가 한 곳 뿐이다 보니 수요는 많지만 모두 받아주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지역청별로 하나씩 공립 대안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0일 한산미래학교를 방문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따라 공립 대안학교의 추가 설립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김희중 교사는 "아이 한 명이 한 학교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면서 "대안학교에서 변화돼 다시 원래의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교육현실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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