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월드 공감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역할
서거석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전북대학교 총장 싸이월드 공감
Ⅰ. 들어가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1982년 설립 이래 31년 동안 수많은 총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자율성 신장을 위해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대학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학총장들의 고견과 대학인들의 지혜를 결집하여 현명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대학이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구심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 한국 대학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학령인구 급감 현상과 대학 재정의 위기, 글로벌 경쟁의 심화는 대학의 존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대학의 책무성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대교협을 중심으로 더욱 더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 대해 한국 대학들과 대교협은 그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는지 겸허히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대학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무엇인가?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 높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글로벌 연구 경쟁력을 제고하여 국가발전을 선도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일, 바로 이것이 대학이 수행해야 할 기본이 아니겠는가. 대학의 위기 극복 첫걸음은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대학,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학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Ⅱ. 대학 발전을 위한 대교협의 역할과 방향
대교협이 대학의 발전을 견인하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보완하고 다듬어야 할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교협은 설립 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회원 대학의 어려움을 보살펴 주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오늘 우리 대학들이 처한 현실은 분명 위기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1. 대학재정 확충 노력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교협이 2012년 12월에 발간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보고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고등교육 부문 공공 재원 평균 비율은 1.1%인데, 우리나라는 0.6%로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조사대상 28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교육비는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73.4%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등교육재정이 충분하고 안정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기관의 등록금 의존도는 국립 23.7%, 사립 51.1%이며, 국고보조금 수입은 국립 48.5%(입학금ㆍ수업료 제외 시 45.0%), 사립 12.3%에 불과하여 등록금에 의존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세입구조가 매우 취약한 형편이다. 특히 2010년 1월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등록금 인상이 어려워 고등교육기관의 세입구조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아울러 학생에 대한 재정지원 중 장학금 및 기타 가계 지원은 OECD 국가 평균이 10.4%인 반면 한국은 3.0%에 불과하고, 학자금 대출은 OECD 국가 평균 9.3%보다 높은 17.7%로 나타나 장학금은 적고 학자금 대출이 많은 상황이다.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학 자체 노력은 '명목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추가 확충'에 의해 인정되고 있으나, 대학 예산 감소로 등록금 인하와 자체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증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 장학금은 목적, 유형, 명칭이 명료하지 않아 대학생 및 대학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혼동을 주고 있다. 특히, 국가 장학금 Ⅱ는 대학 단위로 지원하며, 대학 자체 노력에 따라 재학하는 학생들의 국가 장학금 수혜 여부가 결정됨으로써 개별 학생들에게 직접 지급되어야 하는 국가 장학금의 성격이 모호하다. 또한 단순히 학생의 경제적 수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미국 주정부의 경우와 같이 학생의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학생 소요총액, 등록금 지불능력, 학생 필요경비 등을 통한 정밀한 장학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고등교육 재정을 2017년까지 GDP 대비 1%까지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대학이 끊임없이 지식을 창출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대학 재정의 확충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국가 장학금 제도도 보완하고 개선하여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되, 동시에 대학의 부담도 줄여 주는 가장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대학 자체적으로도 발전기금 확충, 학교기업 육성, 기술이전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이를 학생들에게 환원한다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2. 대입전형제도 개선
수많은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과도한 대학입학 경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복잡한 입시제도는 학교교육을 왜곡시키고 가계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한 명의 자녀를 졸업시킬 때까지 총 양육비로 3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이 가운데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크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대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대학인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교육 문제는 대학입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학들이 교육과정의 범위나 수준을 벗어나 시험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교협은 대학들과 학교교육 활성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논술 문제 출제 시 고교 교사들이 참여하여 고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마다 우수한 신입생을 뽑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는 하지만, 3천여 개에 이르는 입시전형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통 경감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꿈과 끼를 살리는 학교교육을 통해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도록 우리 대학들도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학생을 선발하는 경쟁'에서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도록 더욱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평가시스템 보완
대교협은 기관인증평가를 비롯하여 대학교육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사업과 산업계 관점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적 변화를 유도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다보니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정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대학 구조조정 관련 평가를 진행하면서 정량적 지표에 근거한 포뮬러 방식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대학별로 재정을 차등 지원함으로써 교육여건 개선 및 성과 창출을 위한 경쟁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효과를 달성하는 측면이 있지만, 간접적 규제로 인한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대학들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평가 지표에 초점을 두고 평가지표 관련 항목 개선에만 집중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평가지표가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학평가와 관련한 지표들은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사항이라기보다는 대출 상환율, 등록금 부담 완화율, 법인지표, 입학관련 지표 등을 포함한 정책지표가 강조되고 있고, 특히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단순 취업률의 강조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평가 시 대학의 설립 목표나 유형, 소재 지역 등 개별 대학들의 특성이 반영된 평가를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을 보완하고,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학기관평가인증제를 더욱 정교화하여 대학이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자체적인 질 관리 체제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4. 대학 특성화와 대학 간 균형 발전
대학은 그동안 정권 및 정책의 교체에 따라 특성화 관련 사업비의 명목, 성격, 목적이 변화함으로써 대학발전계획을 일관성 있게 수립하지 못하고, 대학 특성화 및 관련 재정지원사업의 중복성과 상충성이 존재하여 대학 고유의 특성화를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계획하여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가공동체적 이념과 국책사업 관련 교육·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국립대학과 재단의 설립 이념 및 목적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대학의 특성화 구별이 미흡하고, 지식생산과 우수 연구 성과를 창출해야 할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과 실용분야 중심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할 교육(취업)중심대학의 구별 및 그에 따른 특성화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학은 특성화의 목표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특성화 체제 구축 기반 역시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학은 대학대로 백화점식 학과 운영에 익숙해져 있고, 정부도 특성화를 얘기하면서 정작 특성화를 유도하고 지원하지 못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또한 국가 균형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지역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대안과 지원이 부족했다.이러한 상황에서는 대학이 국가 경쟁력을 선도할 수 없다. 반드시 대학 특성화와 균형발전을 통해 대학 경쟁력도 높이고, 지역 대학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정부 주도형 대학 특성화와 대학 주도형 대학 특성화를 구분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형 대학 특성화는 국가적 요구와 책무를 위한 소외학문 육성, 기초학문 육성으로 특성화하고, 대학 주도형 대학 특성화는 대학별 설립 미션과 장기계획, 지역산업 등을 고려하여 대학이 자체적으로 특성화하도록 자율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오래 전부터 논의는 되어 왔지만,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지 않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 분담, 연구중심대학(academic university)과 교육(직업)중심대학(vocational university)의 구분에 따른 특성화를 지원해야 한다. 지역 및 대학 특성에 맞는 지역산업과 연계하여 대학의 강점 분야에 맞춤형 재정을 지원하고, 지역 산업과 대학 특성화를 연계하여 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위주의 정부 대학평가 및 지원사업에서 인문사회계열 특성화에 대해서도 확대 지원하고, 대학평가 시 특성화 구분에 따른 평가기준을 분리 적용하여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나가며
현재 한국 대학들과 대교협 앞에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하다. 이를 지혜롭게 풀어내기 위해 대교협은 대학총장을 포함한 대학인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지혜를 결집하여 대학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도 소통체계를 갖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역 대학, 규모가 큰 대학과 작은 대학, 특수목적대학과 일반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설립 배경이나 처한 현실,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하지만 협주곡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악기가 각자의 독특한 음색을 가지면서도 조화를 이루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되, 그 속에서 공동의 선을 모색한다면 한국 대학들이 가야할 곳도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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