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인성교육, 어떻게 하고 있나
서민철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싸이월드 공감
I. 인성교육의 종합적 성격
인성교육이 여전히 화두가 되고 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시작된 인성교육에 대한 공식적 요구는 2009년 ‘창의·인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떠올랐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 69번 ‘학교교육 정상화’ 과제의 첫 번째 계획에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말 ‘인성교육(人性敎育)’은 그것의 외국어 표현에서부터 미묘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개념 규정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지만, 간추려 보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심리학 방향의 규정으로서 인성을 영어의 “personality”와 대응시키고 개인의 성격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 관점에서는 인성을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해석하므로, 좋은 인성을 갖도록 하는 것을 인성교육이라 한다(이계학, 1996; 최신일, 2008). 둘째는 인성교육의 영어 표현을 굳이 찾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견해로서, 인성을 인간성과 같은 것으로 보아 인성교육을 전인교육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한다(허경철 외, 1994; 조난심, 1995; 장성모, 1996; 김신일, 2001; 강선보 외, 2008). 세 번째는 인성교육을 도덕성 교육으로 이해하면서 그것의 영어 표현을 “Character Education”으로 설정하는 견해이다(윤영돈, 2009; 조강모, 2010; 조난심, 2010; 이명준 외, 2011). 그런데, 5.31 교육개혁안과 ‘창의·인성교육’, 그리고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말하는 ‘인성교육’은 사실상 세 번째 의미에서의 인성교육이다.

도덕성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character education”은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도덕 교과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도덕교육의 한 패러다임으로서 “인격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였다(추병완, 1995). 그런데 미국의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은 학교 외 전문교육기관들이 주도하는 교과 외 활동 프로그램으로서 수행되는 것이다. 그것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M. 샌들이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가치중립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미국 공공기관의 정체성 때문이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교과 내의 한 교과인 도덕교육의 한 방향으로서 도입된 셈이지만,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은 그 방법론상 하나의 교과로 국한되기 어려운 것이다. 좋은 인성을 함양하는 것은 모든 생활의 제반 국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학생의 일상생활은 학교와 학교 외의 모든 활동에 걸쳐 있다. 더욱이 교과의 성격상 좋은 인성요소 중 몇 가지는 도덕교과가 아닌 교과에서 더 잘 함양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인성교육방안 연구는 도덕교과뿐 아니라 국어, 사회, 한문, 예체능, 기술·가정, 환경 등 다양한 교과와 비교과활동을 중심으로 하여 제출되었다(이명준 외, 2011; 이미숙 외, 2012 외 다수). 그런 까닭에 인성교육은 그 성격상 학교 내외 및 교과 내외를 아우르는 총체적, 혹은 종합적 성격을 갖는다고 아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전술한 인성교육의 두번째 규정과 세번째 규정은 출발은 달라도 결과는 비슷한 것이 된다. 종합적 성격의 인성교육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독일의 경우이다.
II. 독일교육의 인성교육 지향성
독일의 인성교육은 총체적이다. 이 말은 그들의 인성교육이 한두 가지 정책이나 프로그램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독일교육은 전체적으로 인성교육(Charakterbil­dung)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교육이 전인(全人)으로서의 군자(君子)를 기르려 했던 것과 비슷하다. 몇몇 독일의 학교에 방문하여 관계자들에게 인성교육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고 질문했을 때, 그들의 일관된 답변은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이었다. 굳이 찾는다면 인근 종교시설에 가서 성직자들에게 교육을 받는다거나 저소득 국가 돕기 바자회와 같은 활동, 그리고 엄격한 교칙 규율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들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활동의 하나일 뿐이다. 특별히 인성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혹은 그것을 목표로 한다는 명징한 목적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독일의 주 교육법들은 교육의 목적이 인성교육임을 명시하고 있다. 바덴-뷔어템베르크의 주 교육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신을 경외하고, 기독교적 자비의 정신을 배우고, 인류애와 평화 애호, 타인 존중 및 향토애를 함양한다. 아울러 민주 시민으로서의 도덕적 정치적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Baden-Würtemberg, 2007: 112). 2차대전 이후의 독일은 전쟁 당시 나찌의 폐해를 너무나도 깊숙이 인식하여 독재에 대한 혐오, 인류애, 민주주의 등을 교육의 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베를린의 학교의 책무 규정은 학교교육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목표는 학생들로 하여금 국가사회주의 이데올로기나 다른 독재 이데올로기를 혐오하고 민주주의, 평화, 자유, 인간 존엄, 성평등, 자연과의 조화 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Berlin, 2004a:28). 초등학교 교과별 교육과정 문서의 서문에는 해당 학교급의 교육목표가 길게 제시되어 있는데, 초등교육의 목표를 열거하는 대목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해 놓고 있다(Berlin, 2004b: 8).

초등교육의 목표에 지식이나 기능보다는 가치 지향성, 사회 연대, 협동과 같은 인성교육의 요소를 넣고, 학습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대목, 그리고 미술과 미디어 비판 등을 올려 놓고 있는 것은 우리와 사뭇 다른 점이다. 물론 교육법이나 교육지침, 혹은 교육과정 문서에는 이상적인 것을 실어 놓고 현실은 그것과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괴리는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극심하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그런데 독일의 교육은 그러한 괴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으로서의 교육의 이상적인 목표들이 상당 수준 잘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학교를 방문해 보면 학생들이 대단히 얌전하다.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떠들고 교실에 들어가서도 떠드는 것은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으나, 복도에서도 과도한 행동을 하는 학생이 없으며 수업이 시작되면 교사의 지시에 잘 따르고, 발표식 수업에도 대부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박성숙, 2010)”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들의 교실은 교실붕괴를 염려하는 우리나라의 교실과는 매우 다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이다.
III. 독일교육의 인성교육 지향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
독일의 인성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본 고에서는 그것을 ①저경쟁 교육과 그리고 ②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 ③엄격한 훈육, ④교사에 대한 신뢰로 보았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저경쟁 교육으로 보이며 그것에는 독일의 사회적 조건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1. 저경쟁 교육
독일에 거주하며 자녀들을 독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 보낸 한 주부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독일에서의 학교경험을 소개한 책 『꼴찌도 행복한 교실』(박성숙, 2010)에서 잘 소개하였듯이, 독일교육은 낮은 경쟁의 교육으로 유명하다. 저경쟁 교육은 느린 진도, 낮은 변별의 평가, 짧은 교과 시간과 긴 방과후 시간(Nachmittagsprogramm)으로 나타난다.

독일에서의 평가는 기본적으로 절대평가이며 능력의 변별도 5~6단계에서 그친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매 기말고사에는 1(sehr gut), 2(gut), 3(befriedigend) 4(aus­reihend), 5(mangelhaft), 6(ungenu¨gend) 점 중 어느 한 점수가 부여되며, 5점 이하면 승급이 제한된다. 사실상 낙제만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모든 시험은 논술형이며, 이를 통해 논리력, 분석력, 이해력, 창의력을 동시에 평가한다. 물론 주관식 논술형의 경우, 평정자의 절대적 권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초등학교에서의 학습량은 터무니없다 싶을 정도로 적으며, 철저히 기초에만 충실한다. 구구단은 특별히 가르치지 않으며, 나눗셈 등의 세로 셈법도 4학년 때 쯤에야 스스로 터득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1년을 1에서 20까지만 더하고 빼면서 보내고, 3한년 때까지 한 자리수만 반복하여 곱셈하게 한다. 세로 셈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스스로 터득해야 하며 그것이 편리하다는 것은 3학년 말이나 4학년 때 쯤 가야 알게 된다. 알파벳도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비로소 배우고 1년 내내 알파벳 쓰고 읽는 것만 배운다. 그러나 그 지루한 작업 끝에 4학년 쯤 되면 간단한 작문을 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독일에서는 초등학교든 고등학교든 45분을 1시간으로 한다. 그러므로 고등학교의 경우라도 우리와 시수는 비슷하지만, 아침 7시 45분에 1교시를 시작하면 오후 2시 35분이면 교과시간이 끝난다(만하임의 Karl-Friedrich Gymnasium의 경우). 그러면 오후 6시 정도까지 방과후 활동이 진행된다. 4교시까지 하는 초등과정은 11시 15분이면 교과시간이 끝나고 긴 방과후 활동이 시작된다. 방과후 활동은 클럽활동(위 학교의 경우 오케스트라, 사진, 연극, 모형제작, 모형자동차 제작 및 경주 팀 등)이나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보충 수업(위 학교의 경우 독일어 또는 수학), 교사나 또는 외부 강사를 활용하는 방과후 활동(위 학교의 경우 합창, 기악, 배드민턴, 축구, 저글링, 신선합기도, 무용, 게임, 발리볼, 자전거, 중국어, 이탈리아어 등)이 가능하다(www.kfg-mannheim.de).

이렇게 저경쟁적인 학교교육 풍토는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의 다양성을 가져온다. 교사는 경쟁의 부담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하고, 소신껏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업을 통해 인성교육을 구현할 충분한 여지가 존재한다. 학교에서는 한 주간을 정해 아프리카지역 돕기 바자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수행할 수 있으며, 교회나 기타 지역 자원과 연계하여 활동을 조직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리하여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구 교과(독일어, 영어, 수학)의 비중이 줄고 점차 인성교육의 내용을 담당하는 내용 교과(윤리, 사회, 과학)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도 가능하다(서민철, 2012).
2. 학제와 사회적 조건
독일의 저경쟁 교육을 뒷받침하는 배경에는 저학력자를 충분히 수용하는 탄탄한 독일의 학제가 있다. 독일의 학제는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이 뚜렷이 분리된다. 단 4년 과정인 초등학교(Grundschule)가 끝나면 자신의 소양에 따라 인문 중등학교(Gymnasium)에 갈 것인지, 실업학교(Re­alschule)에 갈 것인지, 그리고 아예 직업을 준비하는 일반학교(Hauptschule)에 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일반학교에 가면 6년의 중등과정을 마치면 바로 견습생으로 가거나 직업학교와 견습생 생활을 병행하면서 기술을 연마하게 된다. 실업학교에 가면 다시 직업상급학교(Fachschule)로 진학하거나 또는 직업학교(Beruffachschule)로 가서 직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는다. 여기서 일부는 기술대학으로 갈 수도 있다. 통상 김나지움에 들어가는 학생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는 경우 대학(Universita¨t)에 진학한다. 학업을 따라가기 어려우면 실업학교나 일반학교로 간다. 우리나라와 현저히 다른 점은 독일에서는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중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 550만 정도라면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Berufliche Schulen)은 270만이 넘는다.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의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선택한다(김은숙, 2013). 또한 졸업생 기준으로 보면, 직업교육을 이수한 학생이 2011년 114만으로 일반 중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수인 88만명보다 더 많을 정도이다(www.destatis.de)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학력별 임금 격차는 나지만, 전술한 조세제도를 통해 소득 격차는 통제된다. 그러므로 학업에 흥미가 없어 실업학교나 일반학교로 가게 되더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 이러한 요소가 독일교육에서 학력경쟁이 낮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그만큼 인성교육에 더 비중을 둘 수 있는 요인도 된다. 인문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에 진학하더라도 꾸준한 평가를 통해 낙제를 받게 되면 더 이상 김나지움에 다니기 힘들어지고, 결국 실업학교로 옮기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일반학교로 옮기게 된다. 그리하여 독일의 김나지움에서 고학년으로 남아 있게 되는 비율은 25% 정도가 되며 결국 이들이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독일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된다. 이들은 중등학교 교사나, 정부 관료, 대학 교수 등의 직위를 차지하면서 사회 지도층이 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신뢰는 확고하다. 교양시민계급의 주도로 근대화가 이룩된 독일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잘 운영되는 직업교육체제를 갖추게 된 것은 독일의 사회적 조건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독일의 산업화 특성, 곧 사회민주주의의 영향이 강한 폭넓은 복지제도이다. 독일의 사회복지제도의 기반은 전국적으로 조직된 강력한 노동조합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역할, 그리고 노사 협조적인 경향이 영향을 미쳤다. 임금 결정을 전국 단위 노동조합과 기업 대표, 그리고 정부 대표가 모여 결정하는 노사정 협의 체제가 정착해 있고,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보장되어, 노동쟁의가 가장 빈발했던 1960년대와 70년대에도 독일에서는 노사분쟁이 거의 없었다(강수돌, 1995; 최형익, 2000).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독일의 폭넓은 사회보장제도를 산출했고, 독일의 저경쟁 사회를 조건화했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은 우리나라에 비해 조세부담율도 높고 사회보험 부담율도 높다(독일 GDP 대비 36%, 우리나라 24.5%). 그렇지만 그것은 거의 사회복지 지출로 돌아온다(독일의 사회지출 비중은 27.4%, 우리나라는 6%). 더욱이 사회지출 중에서도 무능력 급여 비중(2.1%)과 노령 급여 비중(11.7%)이 높아 무능력자라 하더라도 기초적인 생존은 보장하고 있다.

또한 사무직과 블루칼라의 임금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아, 대학 졸업의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학력별 임금 격차를 보면 고졸자를 100으로 할 때 대졸자의 상대 임금은 167로서 우리나라의 161에 비해 오히려 높은 수준이지만, 조세나 사회 보장 프로그램을 통한 공적 이전 제도의 효과는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4배나 더 커서(한국은 -2.2%, 독일은 -9.9%) 사회복지 프로그램 이후 소득격차는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여유진 외, 2010; OECD, 2010). 그리고 독일은 우리나라에 비해 중졸 이하의 상대 임금이 고졸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고졸을 100으로 할 때 독일 중졸자의 임금 지수는 90정도로 60인 우리나라와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OECD, 2010). 이러한 사회 안전망의 발달이 학교에서의 저경쟁 교육을 낳는 물적 토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복지사회로 가는 것은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자연스러운 것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서 볼 수 있다.

독일의 교육은 대학 입시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매해 약 80-90만명 정도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발생하고 이중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40-50만명이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학업을 대부분 견디지 못하고 학사학위를 받는 학생은 10만명 정도이다.1) 그러므로 독일의 교육 체계는 대학에 입학하기까지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대학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한다.
3. 엄격한 훈육
독일 학생들의 얌전함(politeness)은 학교를 방문하면서 느끼게 되는 특징 중 하나였다. 학생들은 조용조용했으며 뛰어다니지 않았고, 수업시간에 잡담하고 수다스럽긴 했으나 무례하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되면 조용히 했다. 학교장과의 인터뷰에서는 폭력, 폭언 학생이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교실붕괴’ 현상에 비추어 대단히 독특한 현상이기 때문에 유학생이나 독일 거주 학부모, 독일 유학 경험자 등에게 묻는 주요 주제였다. 여기에 대해 규칙을 잘 지키는 독일인들의 특성이라는 답변도 있었고, 그들의 철저한 처벌 규정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그들의 훈육(discipline)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들 답변 중에 모든 독특한 현상을 국민성 탓으로 돌리는 경우는, 그것이 일리는 있더라도 더 이상의 분석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좋은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 어떤 국민적 성향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만들어낸 어떤 조건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독일의 법 규정이 체계적이고 처벌 또한 엄격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나름대로 그럴 듯한 답변으로 보인다. 물론 법을 잘 지키는 속성이야 국민성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긴 하다.

다른 하나의 독특한 답변, 그러면서도 매우 그럴 듯한 답변은 그들의 훈육에 관한 답변이다. 그들은 폭력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자녀가 어릴 때에는 대단히 엄격한 훈육을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폐(弊) 금기와 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금지하는 독일사람들의 특성이 반영되어, 자녀에게 대단히 엄격한 훈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에서는 인성교육의 1차적 책임이 바로 가정에 있다.

독일 학생들의 공손함 뒤에는 그러한 가정에서의 엄격한 훈육이 있고, 학교에서의 학칙의 엄격한 적용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학교에서는 무단결석 한 번 하면 바로 정학처분이 내려질 정도로 학칙 적용이 엄격하다. 폭력이나 폭행, 폭언은 곧바로 학부모에게 연락되어 가정과 학교가 긴밀히 연결된다. 필자가 경험한 것이 김나지움이어서 그런가 하는 질문을 한 적도 있다. 거기에 대해, 아마 그럴 수도 있다. 적어도 50% 이상이 되는 선발된 집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지로 실업학교 같은 곳에 가면 학생들이 보다 폭력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 우리나라의 실업계 학교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쨌든 사회 전반적인 인성교육적 분위기와, 학교에서의 엄격한 규칙 적용 등이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독일인의 특성에 대해 근면성, 질서의식, 성실성 등을 예로 든다. “국민성(national traits)”이라는 것이 도대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현상을 국민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어떤 제도가 구현되는 밑바탕에는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아니하기 어렵다. 그리하여 문화 상대주의라는 전제 하에 조심스럽게 독일인의 국민성으로 질서의식을 꼽을 수 있으며, 그것은 그들의 어릴 때부터의 훈육의 결과로 습관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훈육을 시킬 정도로 그들의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혹은 사회적 분위기가 질서를 잘 지키려는 어떤 경향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4. 교사에 대한 신뢰
독일의 인성교육이 대체로 성공적이게 되는 배경에는 또 하나의 요소로 교사의 높은 권위와 교사의 판단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주관식 논술형으로 이루어지는 평가에서 교사의 판정은 시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대체로 교사의 평가를 수긍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저경쟁 상황이 초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김나지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것을 수용한다는 점, 그리고 대입 자격시험의 판정에서도 그 신뢰가 유효하다는 점에서 무언가 더 깊은 요인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한 답변은 국민성과 연관될 수도 있지만, 독일의 국가형성과정에서 주체로 등장했던 이른바 ‘교양시민계급’(Bildungsbu¨rgertum)의 역할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의 자본주의의 발전은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늦었으며, 대자본가의 형성이 뒤늦게 나타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교육을 통해 신분을 획득한 공무원집단이 시민사회의 형성에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여기서 교육은 일반 교양교육이면서 동시에 국가기구에서 특정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우리나라 조선의 양반과도 흡사한 신분이 독일 근대 국가 형성의 주체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조선에서 몰락한 양반이든 영달한 양반이든 지식인계층은 대중들에게 향촌의 교사로,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가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교육을 받은 시민계급은 교수, 교사, 법률가 등 일반시민들을 지도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시민들은 그들을 신뢰하고 존경했다(조상식, 2008).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는 중등학교 교사의 처분에 대한 신뢰와 수용은 그러한 전통에 어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Ⅳ. 우리나라에의 함축
독일의 인성교육에 접근하고자 하면 전술한 바와 같이 독일의 사회적 조건, 문화적 조건, 학제 시스템 등이 서로 얽혀 끌려오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원인을 잡아야 할 지 모를 정도이다. 독일에 대한 직접 경험이 일천한 필자로서는 되도록 단기적인 것과 관찰 가능한 것을 현상으로 설정하고, 장기적이고 관찰되기 어려운 것을 배경으로 파악하였다. 이렇게 볼 때 독일의 인성교육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독일의 근대화과정, 즉 독일 국민국가의 형성과정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독일의 사회발전과정, 혹은 산업화의 단계에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인성교육은 경쟁과 상치된다.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는 것은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직접적으로는 독일의 저경쟁 교육이 독일 인성교육의 성공요인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러한 저경쟁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관심이 모아질 것인데, 그것은 독일의 사회발전 및 산업화단계와 맞닿아 있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독일 근대화과정에서의 교양시민계급의 역할과도 관련된다. 사실상 이것은 교육의 영역을 벗어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업화단계가 성숙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므로 향후 독일이 경험한 것과 같은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에 대한 요구가 강화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학교조건이며, 또 교육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동도서기(東道西器)라는 한계를 떠안으면서 할 수 있는 교육제도적 측면뿐이다. 그것이라도 잘해 낸다면 우리나라의 인성교육에도 얼마간의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점에서 독일의 학교제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첫째는 교사의 권위(단, 합리적인)와 자율이요, 둘째는 가정과의 연계이다. 마지막으로는 내용 교과의 비중 확대이다.

최근 체벌금지를 조례에 명시하기 시작하면서 현장 교사들의 생활지도상의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 체벌금지는 당연한 방향이지만, 무례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처치방안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그것은 교실붕괴의 가속화를 초래할 뿐이다. 무례한 학생의 행동은 나머지 다수 학생의 수업권을 현저히 침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제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이다. 무례한 행동, 폭언, 폭행 학생에 대해 수업권을 박탈하는 권한, 그럼에도 시정이 되지 않았을 때 발동하는 교사의 수업 포기권, 그리고 학부모 소환권, 무례한 학생에 대한 엄격한 처벌 규정 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고, 다수 학생의 수업권도 보장할 수 있다. 교사의 권위는 응당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교사의 권위행사는 수업권, 그리고 평가권, 학생의 생활지도권이다. 생활지도에서 늘 학생과 교사 간에 갈등이 발생하곤 하는데, 여기서는 체벌금지와 함께 교사에게 부여된 상기한 권한들이 갖추어져야만 균형 잡힌 지도가 가능하다. 교사의 교권침해 사례는 대체로 학부모의 무례한 행동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존중의 의무를 조항에 명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조항은 분쟁 발생 시 교사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이다. 아무런 규정이 없다면, 학교장은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자기 통제 하에 있는 교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떠한 생활지도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인성교육이 가정교육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무례한 학생이 발생할 때에는 학부모를 곧장 소환하여, 그 지도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며, 해당 학생에 대한 엄중한 규정 적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학생에 대한 처벌규정이 대단히 허술하다. 숱한 사례가 있는데, 대체로 교사 개인의 역량에 맡겨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교사의 신체적 기질적 역량에 따라 개별적으로 처우하다 보니 간혹 폭력 교사가 나오는 것이다. 학생의 문제행동에 관한 처리는 학생 전체에 대한 인성교육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최근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에 교육책임을 일정 부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은 교과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체로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내용 교과의 비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영어, 수학 중심의 도구 교과보다는 국어, 그것도 문학 중심의 국어, 그리고 영어도 문학 중심의 영어, 사회과 도덕과, 예술과, 과학과 등의 내용 교과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인성교육의 목표를 보다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제도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인성교육의 방향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에 힘입은 저경쟁 교육으로의 대전환이 없다면 의미가 무척 적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력에 따른 소득격차의 완화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교육의 영역을 넘어선다. 교육이 할 수 있는 바는, 교육에서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사회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초등교육의 목표에 특히 포함되는 것
  • 인간의 사회적 삶과 가치 지향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하도록 하기
  • 사회 연대를 위해 스스로 또는 공동으로 의사결정하는 능력과 의지
  • 표준어의 말하기와 쓰기 능력
  • 읽기 능력과 읽기 전략을 습득하여 텍스트와 친해지기
  • 외국어 구사 능력
  • 수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기
  • 신체·운동 기능의 발달 및 확장
  • 미적인 표현과 디자인 형태를 구별하기
  • 미디어를 반성적이고 생산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미디어를 설계하기
(Berlin(2004b). Rahmenlehrplan Grundschule: Mathematik, p. 8.)
1)
독일통계(www.destatis.de)의 교육통계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직업학교를 제외한 각종 고등학교(Gymnasium, Realschule, Hauptschule, Fachhochschule)를 졸업(Abschluss)한 학생은 총 833,353명이었고, 그해 대학 1학년 입학생 수는 485,267명이었다. 그리고 그해 대학 졸업자 수는 94,018명에 불과했다. 이것은 종단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대략적인 비율만 추정할 수 있는데, 고졸자 중 절반이 대학에 들어가고 대입자 중 20% 정도만 대학을 졸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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