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걱정하던 농촌학교 … 사교육 걱정없는 ‘행복학교’로 : 대구 가창초등학교
한찬규 / 서울신문 편집국 메트로부 기자 싸이월드 공감

‘행복학교’로 지정 후, 작은 기적 만들며 인기학교로 급부상
‘봄이면 이팝나무 꽃 잎이 눈꽃 되어 내려 앉는 숲속 교실, 여름이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엄마소의 울음소리가 정겨운 학교 운동장, 가을이면 덧밭의 귀여운 농부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겨울 아침 차가운 바람에도 음악 줄넘기로 생기 넘치는 작은 풀이, 이슬 한 방울에도 사랑이 있는 학교’누구나 한번 쯤 꿈꾸어 보는 학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변에서 볼 수 없는 학교라며 곧 그 생각을 내려 놓는다. 이런 ‘꿈꾸는 학교’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는 학교가 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에 있는 가창초등학교다.

가창초등학교는 대구 도심에서 청도군 방향으로 12㎞ 떨어진 농촌학교다. 1933년 개교해 1970년 중반까지만 해도 전교생 수가 1,300여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보릿고개 시절,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나 둘씩 농촌을 떠나 대구 도심으로 빠져 나가면서 가창초등학교도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1980년 728명으로 줄더니 5년 뒤인 1985년에는 460명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학생 수 감소 추세는 계속됐다, 1990년 330명, 1995년 202명이었으며 2000년 들어서는 176명으로 2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2005년에는 100명선이 무너졌으며 2009년 76명, 2010년 63명 등이었다. 지난해에는 46명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폐교대상 학교 기준인 60명을 밑돌았다.

폐교 이외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으로 보이던 가창초등학교가 지난해 작은 기적을 만들며 인기학교로 급부상했다. 가창초등학교의 현재 학생 수는 141명이다. 지난해 초 46명과 비교하면 3배를 넘는 것이다. 6학년을 제외하고 전 학년이 정원을 훌쩍 넘었다. 올해 신입생도 몰렸다. 26명이 입학했는데 이 가운데 통학구역 내 의무 취학 어린이는 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1명은 통학구역 외 어린이다. 이같이 가창초등학교가 급부상하게 된 것은 대구시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주자는 취지에서 자율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자율학교는 초등학교교육법상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에 자율권이 부여된 학교다. 과목별로 수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를 행복학교라고 이름 지었다.
‘사교육 없는 전원학교’ 슬로건 내걸고 외국어 중심학교로 거듭나
행복학교로 지정된 가창초등학교는 ‘사교육 없는 전원학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학부모의 요구가 무엇인지, 공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하고 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지에 모든 힘을 쏟았다. 그래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 외국어 중심학교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외국어 교육과정이 필요했다. 따라서 2012년 시범적으로 수준별 반 편성을 하고 정규 교육과정은 물론 발음, 단어, 문법 순으로 체계적인 외국어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수업시간표를 탄력적으로 운영, 영어, 중국어 등을 특화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영어수업은 주당 1~2시간이지만 가창초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주당 6~8시간을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함께 수업하도록 했다. 정규 교과시간에는 할 수 없는 중국어 수업은 방과 후 학교를 통해 주당 2~3시간씩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같은 교과과정 수립이 순탄한 것 만은 아니었다. 학생지도에 많은 경륜과 노하우를 가진 교사들도 고개를 가우뚱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시골학교에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질까 해서 였다. 하지만 교사들은 반신반의 속에서도 계획된 교과과정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모이면 방과후학교 이야기, 영어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이야기, 학교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적응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교사들의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맺어 갔다. 시골학교라는 생각으로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교정을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며 교육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수성구에 사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입소문이 한사람씩 한사람씩에게 전달되면서 졸지에 명문학교가 된 것이다. 지난 3월 중순 오전 가창초등학교 어학실에는 2학년 어린이들이 영어수업에 열중이었다.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알파벳 익히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원어민 교사가 ‘T’자를 들었다. 어린이들이 머뭇거리자 원어민 교사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켰다. 그러자 “Teacher”라는 소리가 합창처럼 교실에 울러 퍼졌다. 어린이들은 “원어민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젠 조금씩 알아들을 수 있다.”면서 “영어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가창초등학교의 외국어 교육은 국내 공립은 물론 사립초등학교를 통틀어 가장 많이 가르치는 것이다.또 매일 방과 후,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는 물론이고 한자, 컴퓨터, 바이올린, 단소, 리코더, 태권도, 줄넘기도 배운다. 수강료는 전액 대구시교육청에서 지원한다. 학교 측이 우수한 강사를 직접 뽑아 교육의 질도 높다.
매주 ‘토요문화학교’ 열어 문화교육 체험 제공 … ‘가창달인제’도
매주 ‘토요문화학교’에서는 미술, 바이올린, 태권도, 컴퓨터, 수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도심 학교 못지않은 문화교육 체험을 제공한다. 또한 ‘가창달인제’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한자 등 8가지 종목을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가르친다. 방학 때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사교육이 따로 필요 없다.

점심시간에는 학생과 교사들이 1,300여㎡에 이르는 학교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각종 채소를 반찬으로 나눠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편식 없는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 3년 동안 중국 텐진의 국제학교 교장을 지낸 뒤 이 학교 교장으로 선발된 이상근 교장은 “행복학교 운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학교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전학 문의를 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다.”며 “전학생 중에는 2, 3학년이 가장 많고 절반 가량은 수성구에서 전학을 온 경우”라고 말했다. 수성구 가까운 곳에선 시내버스로 10~20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일부 전학생 학부모들 중에는 직접 승용차로 자녀를 통학시켜야 하는 수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

가창초등학교와 같은 행복학교의 경우, 학년 당 21명까지 통학구역 외 학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대구시교육청이 규정하고 있다. 수성구에서 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9월 이 곳으로 전학 온 3학년 A군은 “처음 교실에 들어서자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늘 즐거움과 활기가 넘쳤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학 오는 친구들이 더욱 늘어났다. 기존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학년 아이를 전학한 학부모 김모(36·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여)씨는 “남편이 처음 아이를 전학할 때 굉장히 불안해 했다. 그러나 요즘은 제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아이의 행동이나 모습을 보고 너무 행복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근 교장은 “학부모들이 진정 목말라하는 것을 학교가 만족시켜준 결과”라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사교육 부담 없이 행복하게 자라나는 모델로 만들고 싶다. 요즈음은 너무 학생들이 많아 학부모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성화 프로그램이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꾸준히 지원해 명문학교를 만들 방침이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가창초 외에 서촌초·유가초도 ‘행복학교’로 지정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가창초등학교를 비롯해, 서촌초등학교, 유가초등학교 등 3개 학교를 행복학교로 지정했다. 아토피 치유 목적인 서촌초등학교는 올해 40명의 신입생이 몰려 1학년 1개 반을 2개 반으로 늘렸다. 이 가운데 통학구역 내 의무 취학 어린이는 7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2명은 통학구역 외 어린이다. 이들은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을 앓고 있으며 건강진단서를 발급받아 이번에 서촌초의 문을 두드렸다. 서촌초가 편백나무 등 친환경 자재로 교실을 꾸미고 친환경 식단 위주의 급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학급 정원을 20명으로 제한한 서촌초는 신입생이 몰리자 1개 반이던 1학년을 2개 반으로 늘렸다. 예술 중심 행복학교인 유가초에도 지난해 7명이 들어 왔으나 이번에는 20명이 입학했다. 전교생이 브라스밴드 일원이 돼 지역축제를 돕고 사물놀이, 영어연극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행복학교에 대한 인기가 치솟자 올해는 중학교를 포함해 모두 11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행복학교 예산도 작년까지 한해 5억원이던 것을 올해는 19억원으로 늘렸다. 학교마다 1억~2억원에서 차등 지원한다. 대구시교육청 측은 “행복학교는 건강, 외국어 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특화해 운영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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