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구조개혁 추진, 정책모형과 성과, 과제
이영선 /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싸이월드 공감
Ⅰ. 머리말
최근 대학의 구조개혁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기업에서의 구조조정이란 말 대신에 대학에 대해서는 구조개혁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대학의 경우 단순한 다운사이징(down sizing)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질적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 오늘날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것은 대학교육이 크게 기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인적자원의 계발과 활용을 통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대학경쟁력이 그다지 높게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에 따르면 한국의 총체적 국가경쟁력은 세계에서 20위권에 들지만 대학의 경쟁력은 그보다 크게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늘날의 지식기반사회에서 고등교육을 수행하는 대학이 질적 발전을 이루지 않고서는 지속적으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고양할 수 없으리란 점에서 한국 대학의 질적 성장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그러면 과연 대학의 질적 성장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대학은 너무 양적으로 확대되어 있어 이를 어느 정도 정리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대학 구조개혁을 통해 대학의 규모를 줄임(다운 사이징)과 동시에 질적 발전을 추구해야 할 단계에 있다고 하겠다.
Ⅱ. 대학 구조개혁의 필요성
우리는 지금 대학의 변화를 요구하는 몇 가지 큰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첫째는 정보통신의 혁명과 같은 과학기술의 변화이고 둘째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이다. 첫 번째의 변화는 대학교육의 질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둘째 변화는 대학의 양적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양적 변화에 초점을 둔 구조개혁을 논하기로 하자.
[그림1]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학령인구의 변화와 우리나라 대학(전문대학 포함)의 총 입학정원을 비교하고 있다. 인구구조가 급격히 노령화되어 가고 또 저출산 경향이 확대되면서 대학입학 학령인구는 2013년을 정점으로 크게 감소하기 시작한다. 2018년에는 급기야 현재의 대학입학정원보다 대학입학 학령인구가 적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입학령인구 중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최근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80%에 근접하던 것이 최근 70% 중반으로 하락) 실제로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는 대학입학정원보다 더 크게 낮아질 것이다. 또한 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많은 대기업이 사내대학을 개설하고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대학졸업생들의 재교육비를 줄이면서 자기들에게 필요한 인원을 미리 교육하자는 의도이다. 이러한 결과 2018년 이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많은 대학들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다시 대학의 재정적 문제를 야기하여 대학운영에 큰 어려움을 안겨 줄 것이다.

한국 대학의 정원이 높게 책정되어 있고 또한 대학진학률도 높았던 것은 과거에 대학교육을 다소 방만하게 운용한 결과이며 또 대학을 졸업하지 아니하고는 사회적 지위를 얻지 못한다는 풍토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가 보다 실용적인 사회로 전환되면서 단순히 대학의 졸업장만을 추구하는 형태의 교육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적절한 질적 수준을 갖춘 대학만이 앞으로의 경쟁을 이겨 나갈 것이다. 결국 한국의 대학들이 미래의 이 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의 대학교육 전체가 큰 위기에 당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의 효율적 구조개혁과 대학경쟁력 향상을 추구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표 1> 대학진학률 추이(등록자 기준)
연도 '00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진학률
(등록자 기준)
62.0% 65.0% 68.8% 72.6% 73.2% 73.4% 74.4% 76.5% 77.0% 77.8% 75.4% 72.5% 71.3%
※ 진학률 = 당해 연도 고교 졸업자 중 대학 진학자/당해연도 고교 졸업사 x 100
※ 자료 : 교육통계 데이터 베이스
Ⅲ.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모형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경쟁력이 하위인 대학을 선별해 내기 위해 <표2>와 같은 지표를 선정하였다. 대학경쟁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는 재학생충원율과 졸업생취업률을 선정하였다. 충원율은 입학생의 선택의 결과이며 취업률은 그 대학의 졸업생이 얼마나 경쟁력을 지니는가를 나타낸다고 본 것이다. 그 외에도 각 대학의 교육의 질적 수준을 표현하는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환원율, 학사관리와 교육과정의 적합도, 그리고 대학의 재정적 충실성을 보이는 장학금지급률,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 법인부담지표와 전문대학의 경우 산업협력역량지수를 포함하였다. 이러한 지표들의 학교별 상대적 순위를 구한 후 이를 표준화하여 가중치를 부여해 얻은 총점을 마지막 평가지표로 삼았다.

이러한 평가지표의 산정에 대해 몇 가지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상대평가의 문제이다. 상대평가를 할 경우 모든 대학이 높은 경쟁력을 지녀도 결국 하위에 놓이는 대학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각 지표의 일정한 절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 평가를 통과하는 것으로 보는 절대평가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연히 제기된다. 그러나 그 절대기준을 설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며 또 당분간은 각 대학들의 경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일단 몇 년은 상대평가의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또 다른 비판은 가중치에 관한 것이다. 가장 높은 가중치가 부여된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은 지방대학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따라서 2013년도의 평가에서는 취업률과 충원율의 가중치를 다소 낮추고 대신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지표들의 가중치를 높이기로 하였다. <표2>는 새로이 적용될 지표별 가중치의 변화도 보여준다. 이러한 지표들의 가중치를 적용한 후 총점을 구하고, 그 총점에서 하위 15%에 해당되는 대학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한다.
<표 2>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료
구분 4년제 대학 전문대학
'13학년도 '14학년도 증감 '13학년도 '14학년도 증감
취업률 20% 15% △ 5%p 20% 20% -
재학생 충원율 30% 25% △ 5%p 30% 25% △5%p
전임교원 확보율 7.50% 10% 2.5%p 7.50% 7.50% -
교육비 환원율 7.50% 12.50% 5%p 7.50% 10% 2.5%p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10% 12.50% 2.5%p 10% 12.50% 2.5%p
장학금 지급률 10% 10% - 10% 7.50% △2.5%p
등록금 부담 완화 10% 10% - 10% 7.50% △2.5%p
법인지표 5% 5% - 5% 5% -
산학협력 역량지수 - - - 5% 5% -
※ 자료 : 「대학평가지표 개선방안」, 교육부
또 다른 비판은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하여 평가할 경우 지방대학이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위의 평가방법을 일단 전체 대학에 적용한 후 우선 하위 10%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하고, 나머지 5%는 지방과 수도권을 분리하여 선정하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선정 대학이 한 지역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지역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 소속된 학생 수가 그 지역 전체 학생수의 30%를 넘어서지 않게 하기로 하였다. 즉 만일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30% 이내로 될 때까지 상위권 학교부터 제한대학에서 해제해 주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제된 대학이 있을 경우 다른 지역의 대학이 대신 재정제한대학으로 선정되지는 않는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중에서도 대학으로서 충족해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 절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은 다시 재학생들에게 학자금대출제한을 부과하여 보다 강하게 대학 경영개선 노력을 유도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절대기준은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및 교육비 환원율의 대학 전체의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였다.

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현지실사를 통해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대학으로서 수행하여야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대학이거나 대학이 갖추어야 할 시설, 교직원, 학생 등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의 확보가 어려운 대학을 구분해내어, 이들을 다시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한다. 또한 경영부실대학 중에서도 부실 정도가 심한 대학은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법령의 위반사항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린다. 아울러 위반사항이 현저한 경우에는 법에 근거하여 학교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이상에서 설명한 평가모형은 [그림 2]에서와 같이 깔대기모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요약컨대 평가지표에 의거하여 하위 15%에 해당하는 대학들을 정부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하고 이들 가운데 다시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을 선정하며, 또 그들 중에서 다시 경영부실 대학을 가려내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위에서 설명한 대학 구조개혁 정책모형은 대학경쟁력이 열위에 있는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아니면 퇴출을 유도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이 정책은 국립과 사립을 망라하여 적용한다. 그러나 국립대학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이 모형이 기준으로 삼는 하위 15%에 해당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국립대학의 구조개혁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경쟁력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으며 개중에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극히 열악한 경쟁력을 보이는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국립대학의 구조개혁을 따로 시행하는 바, 특히 국립대학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과거에 모든 국립대학이 총장직선제를 시행해 왔는데 이로 인한 폐단을 근절하고자 총장공모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선임된 총장은 정부당국과 성과목표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여 총장의 경영성과를 평가받게 하였다. 그 평가에 따라 대학에 대한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 평가체제가 대학의 연구성과를 전혀 번영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연구가 대학의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평가체제는 어떤 대학이 가장 우수하고 경쟁력이 높은 대학인가를 평가하는데 목적을 두지 아니한다. 오히려 어떤 대학이 대학의 기초적 사명인 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 평가체제는 연구력에 관한 지표를 포함하지 아니한다. 연구력은 높으면서 교육지표가 낮게 평가되는 대학이 있다면 이는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고서도 최소한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런 대학들은 조속히 대학의 기본 사명인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Ⅳ. 대학 구조개혁의 성과
위에서 설명한 대학 구조개혁 모형은 이미 두 해에 걸쳐 시행되었다. 매년 40여 개 대학(전문대학 포함)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었으며 또 매년 10개 내외의 대학이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시행 제1차년도에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 중 거의 절반이 이듬해의 평가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각 대학들이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한 결과이다. 그 대학들의 취업률,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환원율 등에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대학들은 입학정원의 감축, 학과의 통폐합 등의 개혁을 추진하였다. 이 정책을 통해 총 5개의 대학이 불법부실 운영대학으로 폐쇄명령을 받거나 경영난을 근거로 자진 폐교하게 되었다. 또한 총 15,000명의 입학정원이 감축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양적 결과 뿐 아니라 각 대학의 질적 개선도 의미할 것이다. 대학의 교육지표의 개선은 대학당국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서비스를 강화했음을 의미하고, 또 그런 변화가 학생들의 대학에 대한 신뢰를 높여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한 바대로 국립대학의 경우 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없었다. 그러나 국립대학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큰 성과를 거뒀다. 즉 모든 국립대학이 총장직선제를 폐기하게 되었고, 모든 대학의 총장이 정부당국자와 함께 성과목표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 계약의 실행여부에 따라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Ⅴ. 과제
대학을 구조개혁한다는 일은 몹시 지난한 일이다. 대학에는 여러 계층의 구성원, 즉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지연할 경우 개별 대학이 곧 큰 어려움에 닥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각 대학들이 구성원 간의 소통을 통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대학의 특성화를 통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득이 퇴출되어지는 대학도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퇴출이 보다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사립대학 법인의 경우 대학을 폐쇄할 때 잔여 재산이 자동적으로 국고에 귀속된다. 따라서 대학의 법인들이 되도록 자산을 국고로 넘기는 일을 막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게 되고 이는 다시 여러 부조리를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의 퇴출출구를 법적으로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잔여 자산을 이용해 구성원들의 명예퇴직금을 마련한다든지, 또는 학교법인을 사회복지재단 등으로 전환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대학의 폐쇄를 보다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학의 구조개혁 노력이 시작된지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이 정책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방법, 혹은 지표를 개선하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어려운 과정이지만 대학의 구조개혁은 늦추어서는 아니 된다. 만일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개혁의 속도를 늦춘다면 머지 않아 우리 대학들은 큰 혼란과 피해를 입을 것이며, 이는 다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에 직접적으로 큰 악영향을 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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