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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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Report ②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여인서 성미산학교 12학년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성미산학교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4년에 개교한 대안학교이다. 1994년 서울 마포에 세워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들어서면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성미산 개발 저지를 위한 주민들의 노력으로 추진된 마을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2004년 9월 마을학교를 표방하는 학교로 문을 열었다. 초중고 과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160여 명의 학생들과 20여 명의 교사,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이 강사와 보조교사로 참여하여 함께 운영되고 있다.
- 편집자주
들어가며
제도권학교는 학교와 학교 밖 사회가 상당히 분리되어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실생활에서 유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제한적인 경우도 있고, 정말 필요한 것들은 졸업 이후에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 친구의 경우,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없어서 늘 답답하다고 말한다. 정치참여에 대한 이해, 성교육, 학생들의 다양성을 고려한 진로탐색 과정들이 필요하지만 꿈일 뿐이라고 말하며 친구는 울분을 터뜨렸다. 학교 공동체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도 수평적이기 어려워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있다. 청소년은 아직 어리니까, 입시 준비를 해야 하니까, 스무 살이 아니니까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정치 참여나 사회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따가운 시선이 꽂힌다.

내가 11년째 다니고 있는 성미산학교는 이런 학교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 탄생했으며, 성미산학교가 위치해있는 곳은 서울 마포에 위치한 ‘성미산마을’이다.

성미산마을은 ‘성미산’이라는 마을 뒷산이 개발되려는 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성미산은 마을 사람들에게 놀이터이자 휴식 공간, 생태교육의 현장이었고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 마을 사람들은 베어지는 나무를 끌어안고 포크레인 위에 올라가면서 성미산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뭉치게 되었고, 생태마을에 대한 필요를 공유하게 되면서 ‘성미산마을’이라는 네트워크를 만들게 된 것이다. 때문에 성미산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은 생태주의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마을은 ‘전환마을 만들기’라는 지향점이자 활동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런 저런 일들이 벌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환은 생태적인 삶으로의 전환, 세상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하는 삶을 버리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드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 일들을 함께 할 동료들이 생길 수 있도록, 다시는 성미산과 같은 곳에 위기가 닥치지 않도록 일을 한다. 마을 사람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카페, 소비자 협동조합 등을 만들었고 자본이 만드는 예술을 넘어 마을 사람들과 밀접한 예술활동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각종 마을 동아리와 마을 극장을 만들었다. 고립되지 않는 삶을 위해 공동주택과 복지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생태교육에 대한 필요를 바탕으로 공동육아 어린이집, 마을 방과후 교실 등이 탄생했고, 같은 맥락에서 마을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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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마을 만들기 - 절전소
성미산학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전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다. 도시에서 생태적인 자립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삶을 ‘전환’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옷, 집, 밥, 물건 등 삶을 채우는 다양한 것들을 생태적으로 바꿔내려 하고 있다. 성미산학교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핵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데, 위험하고 비윤리적이며 기계의존적인 핵에너지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그 맥락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프로젝트와 에너지를 만드는 실험들이 전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의 양 날개가 되어 벌어지고 있다.

「절전소 프로젝트」는 ‘전기를 아끼는 것이 곧 전기를 생산하는 것’ 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성미산학교와 성미산마을 구성원들에게 교육,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절전 의지를 불타게 만들고, 각종 행사를 개최하거나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일들을 꾸미고 있다. 가장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에너지 모니터링」과 「지구랑 쉬는 시간」 행사를 개최하는 작업이다. 에너지 모니터링은 학교 구성원들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양을 수집하고 그래프, 그림 등으로 표현해 구성원들이 절전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최근에는 ‘절전 마일리지 통장’ 서비스를 만들어 마일리지를 이용해 절전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모니터링과 함께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 누진세, 대기전력 등을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해주는 ‘에너지 진단’도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전기를 줄인 가정에게는 「지구와 쉬는 시간」 행사에서 소정의 선물도 증정하고 있다. 「지구와 쉬는 시간」은 한 시간 동안 불을 끄고 학교 강당에 모여 지구에게 쉬는 시간을 주는 성미산학교의 전통 행사다. 절전소 프로젝트에서는 행사를 기획, 준비하고 있으며 공연, ‘이달의 절전 왕’ 시상식, 영상 상영 등을 맡고 있다. 학교 구성원 뿐 아니라 마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마을 사람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나는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보기 위해 초등학생들이 일렬로 줄을 서있는 모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자전거 발전기는 버려진 자전거와 두 다리만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작은 발전기다. 전기를 아끼는 것과 동시에 전기를 만드는 것을 「지구와 쉬는 시간」이라는 행사를 통해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절전소 프로젝트는 학교를 넘어 마을에서도 절전을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마을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방과후 교실을 대상으로 절전, 탈핵에 대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고 멀티탭, 태양광 발전기 등 절전 상품 등을 보급하고 있다. 마을 내에 「함께 전환하기 모임」을 만들어 세미나도 진행 중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전보다 태양광 발전기가 자주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는데 물론 전력 자급률에 있어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내가 나의 전기를 직접 만들고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한 마음이 들곤 한다. 소문을 듣고 옆집과 옆옆집, 그 집의 옆집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마을의 전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함께 전환하기 모임」에 참여하며 마을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어둠과 촛불이 익숙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절전소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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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프로젝트 - 완전연소
앞서 성미산학교의 전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전기를 줄이는 프로젝트와 전기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중심이 되어있다고 말했다. 전기를 줄이는 작업은 「절전소 프로젝트」로, 전기를 만드는 작업은 「적정기술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적정기술은 누구든지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기술, 자연에 피해가 가지 않는 기술, 소통이 가능 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흔히 제 3세계에만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는데, 어디서든지 환경에 맞춰 유동적으로 변형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최근에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적정기술이 많이 알려져 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성미산마을 사람 모두에게 ‘적정’한 기술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들이 적정기술 프로젝트에서 이뤄지고 있다.

생태건축과 대안에너지를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업은 「완전연소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연소는 성미산마을이나 그 주변 커뮤니티에 조리용 화덕을 보급하는 성미산학교의 대표 동아리다.

완전연소의 화덕은 조금 특별하다. 한정적인 연료인 가스, 전기를 이용하지 않아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최소한의 연료를 이용해 최대의 화력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원리와 제작 과정이 간단해 누구든지 쉽게 제작하고 이용할 수 있다. 화덕을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며 마을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완전연소 화덕의 초기 모델은 성미산마을 근처에 위치한 텃밭에 위치해있다. 작물을 키우고 요리해서 남은 것들을 퇴비로 만들고, 다시 그 퇴비로 농사를 짓는 순환고리를 만들 필요를 느꼈고, 화덕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만드는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그만큼 설치하는 과정에서 텃밭 이용자들과 마을 사람들과 교류도 활발했다. 화덕 제작 작업을 하고 있으면 여러 가지 질문을 받을 수 있는데, ‘왜 만드냐?’, ‘무슨 원리냐?’, ‘우리 집에도 지어주면 안되냐?’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화덕의 원리, 적정기술의 의미 등을 알릴 수 있었고 운 좋게도 화덕 제작 수주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마을 곳곳에 있는 공동주택에 화덕을 보급 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각 주택에 필요에 따라 변형과 개조 과정을 거쳐 총 세 개의 화덕을 보급했다. 소문을 듣고서 다른 공동주택, 커뮤니티 텃밭, 타 대안학교들에서 화덕을 만들어달라고 연락이 왔고, 본격적으로 화덕 보급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어 마포구와 서울 각지에서 열린 도시농업 축제에 가서 화덕 시연을 해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도시인들에게 화덕이란 이질적인 것 같다. 도시는 집과 집 사이가 너무 가까워 연기배출에 어려움이 있고, 공동주택이 아닌 작은 가구단위의 집은 비용과 관리 부분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버튼을 누르면 불이 나는 자동적인 기술이 아닌 화덕은 원시적이고 후진 것 같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때문에 화덕을 제작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안내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성미산학교의 7-8학년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강원도 홍천 농장학교에 난로 겸 화덕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의 적정기술은 어떤 형태일지, 추운 날씨, 난로와 화덕이 어떤 역할을 할지, 7-8학년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기대된다.

완전연소는 화덕을 보급하는 사업을 통해 작지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었다.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은 마을에서 직접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진로 탐색에 작은 도움이 되었다. 완전연소를 함께 하는 친구들은 마을 안에 자신의 역할이 생긴 것 같아 기쁘고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적정기술 체험 정도에서 그쳤던 프로젝트가 점점 마을의 특별한 기술로 여겨지게 되면서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아직은 자립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고 기술도 부족하다. 하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화덕이 마을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한 부분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화덕 뿐 아니라 다양한 적정기술을 공부하고 적용해 넓은 영역으로 확장해보고자 한다. 화덕을 보급한다는 건 휴대폰, 에어컨과 같이 일반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다르다. 삶에 대한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함께 전환마을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며,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런 의미 있는 행동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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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 모으기 - 노인과 함께
도시화와 자본주의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파편화시키고 조각내기도 한다. 정상성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되었고,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에 고립된다. 성미산마을과 성미산학교는 이런 도시의 한계를 인식하고 해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성미산학교에서는 주로 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들과 관계를 맺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초등과정에서는 「할머니의 밥상」 프로젝트로, 중등 과정에서는 「청춘쌀롱」과 「구술생애사」 프로젝트로 함께하고 있다.

「할머니의 밥상」은 초등 4-5학년 과정에서 2012년, 마을 근처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께 반찬을 나누어드리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4-5학년은 삶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들을 익히는 ‘살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밥살림’ 프로젝트에서 할머니의 밥상을 도맡았다. 학생들은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자립을 위한 기술을 익힐 수 있었고, 어르신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관계의 고립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 작업이 이어지고 변형되면서 요즘은 한 학기에 한두 번, 어르신들을 학교로 초대하는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다. 학생들은 직접 먹거리와 공연 등을 준비하고 안마를 해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학생들은 어르신들의 거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진다고 말한다.

중등에서는 마을 복지단체가 준비하고 있는 「청춘쌀롱」과 「월례밥상」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청춘쌀롱은 일주일에 한번, 밤에는 술집으로, 낮에는 비워져있는 마을 가게에서 어르신들이 음식도 먹고, 공연도 보고, 이런 저런 체험도 하는 행사다. 중등에서는 저번 학기에 열심히 배웠던 직조 워크샵을 진행했다. 양말 공장에서 버려진 양말목을 이용해 컵받침을 만들었는데, 손 운동과 눈 운동을 하니 좋다고 집에 여러 장 가져가신 분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음식도 같이 준비하고 노래 공연 등도 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월례밥상도 비슷한 행사로, 한 달에 한 번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다.

이 과정에서 중등 학생들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고, 이들의 이야기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생긴 친구들은 「구술생애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인터뷰해 글로 풀어보는 작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학생들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공원처럼 된성미산이 예전에는 공동묘지였다는 것,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이 전부 다 당근밭이었다는 것, 여우가 꼬리를 질질 끌고 다녔다는 것 등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앞으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동화책이나 영상물 등 컨텐츠 제작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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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은 마을과 마을 바깥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성산동, 망원동, 서교동 등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긴 하지만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교류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성미산마을에 살고는 있지만 자신을 마을 사람이라고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부모와 아이로 이루어진 교육공동체가 마을의 중심이 되어있기 때문에 노인, 청년, 1인 가정 등은 마을일을 함께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할머니의 밥상, 청춘쌀롱, 월례밥상을 통해 ‘마을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가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동/청소년과 노인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일련의 작업들은 아주 흥미로운 것 같다. 오늘날 노인의 손기술이나 지혜는 낡고 후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노인과 젊은이들의 정치적, 감정적, 경제적 대립관계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러 방면에서 주체로 인정받기 힘들며, 이른바 386세대가 사회와 마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때문에 노인과 청소년이 함께 소통하고 연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노인 뿐 아니라,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만 마을 구성원으로 정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벌여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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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다시 만들기 - 작은나무 옮겨심기
성미산마을이 위치한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 일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어로 ‘둥지 내몰림’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지역의 발전에 공헌한 세입자들이 임대료가 올라 도리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성미산마을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었고,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해서 만든 마을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더불어 마을 사람들이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공동의 필요가 생겨나게 되었다.

마을의 입구에 위치한 ‘작은나무’ 카페는 성미산마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작은나무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카페이자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 문화예술공간으로 10여 년째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새 건물을 짓는다는 임대인의결정에 마을 사람들은 작은나무 공간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여러 형태로 힘을 모았다. 우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결과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하라는 요구, 마을공동체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결국 작은나무는 재계약에 실패했고, 2017년 8월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기 전까지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은 작은 나무를 잘 보내기 위해 「작은나무 옮겨심기」 프로젝트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작은나무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작은나무와 비슷한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첫 번째는 기록하기였다. 포스트중등 학생들은 출판 작업을 통해 작은 나무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자 했다. 10년 가까이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벌어졌던 일들, 작은나무를 거쳐간 사람들, 작은나무의 역할 등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집필해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작업이다. 공간은 없어져도 기억들과 기록들은 남는다. 작은나무와 비슷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작은나무와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공간들이 작은나무의 기록들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록과 더불어 작은나무를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초기에 비해 확연히 준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작은나무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다양한 실험 들을 해보았다. 포스트중등 학생들이 직접 작은나무를 운영해보기도 했고 관심사를 반영해 사진전시, 주점, 공기청정기 제작 워크샵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불화자 벗과 지화자 좋다>라는 파티 였는데, 브래지어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과 춤추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작은나무라는 공간이 카페를 넘어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나누고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아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또한 작은나무 앞에서 못난이 작물들을 판매하는 사업도 진행해봤다. 성미산학교 7-8학년이 머물고 있는 홍천에서 농사짓고 남은 채소들을 싸게 공급받아 판매했고, 수익은 작은나무 옮겨심기 프로젝트 운영비로 쓰였다. 손님들은 작물들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카페에도 들어오게 되었고, 작은나무의 현황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대를 모을 수 있었다.

한편에서는 이렇게 작은나무를 보내는 작업을 했다면, 한편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을의 공공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누가 오게 될지, 무슨 일을 벌일지 고민해보았다. 포스트중등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관점으로 공공공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성별, 나이, 장애유무, 부 등과 관계없이 공간, 서비스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관점이기도 하다. 유니버설 디자인 팀은 현재 작은나무의 유니버설 디자인 현황을 파악해보고 대안을 만들어보는 일을 진행했고, 새로 생길 마을 공공공간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함께 상상해보았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포스트중 등은 졸업 이후에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함께 무슨 일들을 꾸며나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작은나무와도 따뜻한 이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마을 공공공간과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작업들을 마을 사람들과 이어가보면 좋겠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치며
졸업을 할 때, 회사에 입사했을 때,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우리는 흔히 ‘사회에 나간다’라는 표현을 사용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 순간도 사회에서 벗어난 삶을 산 적이 없다. 그 곳이 어디든 사람과, 사람이 만든 것들이 있으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청소년은 대학 입학 후의 삶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학교에만 속해 있는 존재가 아니며, 학교 바깥과 꾸준히 연결되어야 한다. 정치 참여와 지역 커뮤니티 연계를 쉽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사회’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청소년을 두 팔 벌려 환영해주어야 한다.

성미산학교는 학교와 바깥의 경계가 없다. 방과후에 학생들은 마을 카페나 마을 방과후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부모들도 마을 동아리, 공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가져와 학생들과 나누기도 한다. 이처럼 학교가 마을이고, 마을이 곧 학교이다.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나와 그렇지 않은 나는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결되는 삶을 살고 싶다. 졸업을 한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마을에서 할 일을 찾는 것, 그런 모델을 만드는 것이 성미산학교의 목표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