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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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Report ①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다!
함께 만들어 가는 신현 행복교육
나옥진 인천신현고등학교 수석교사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다!
각 미디어에서 보는 인천신현고의 특별함
오래전에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포스터 속에 있는 여주인공의 아름다움에 이끌리기도 하였지만 메리에게 특별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였던 터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쯤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알고는 혼자 웃었던 유쾌한 기억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2017년 봄부터 “인천신현고에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영화 제목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 취재를 나오더니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을 붙여 보도하였다. 「인천신현고,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 줬더니 잠자는 아이들이 ‘싹~’」 (중앙일보),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과목 선택하고 수업 주도, 생각하는 힘이 자라요!」 (동아일보), 「“반은 같아도 시간표가 달라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늘린 신현고를 가보니...」 (한겨레), 「학생중심 선택교육과정, 학교를 찾아가다 인천 최초 자율형 공립고」 (월간 좋은교사), 「고교학점제 성공적 정착 요건은?」 (MBC) 등이다.
전국의 각 교육청과 학교에서 신현고를 탐방하러 오다
신문과 방송의 보도를 보고 이제는 각 지역의 학교와 교육청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신현고의 특별함을 찾으러 탐방을 온다. 그러면 교장, 교감선생님께서는 학생의 교과 선택권 확대와 선진형교과교실제에 대하여 설명하시고 곳곳에 있는 홈베이스 및 교과교실을 안내한다. 신현고의 선진형교과교실제는 아이들이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교과교실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짝꿍하고도 시간표가 다르면 서로 다른 교실로 가야한다.

사실, 신현고의 특별함이란 학생의 미래를 고민하는 교육과정 재구성에 있다.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5년이면 교육과정이 바뀌고 아이들이 한 세대를 만들어 변한다고 한다. 소위 2009 개정 교육과정 세대, 2015 개정 교육과정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지속적으로 수능 방식이 바뀌고 대입 방법이 바뀌는 통에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정책을 따라가기 바빴다. 그래서 애초에 신현고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교육의 본질과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기로 하였다. 지금 우리가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과 내용이 아이들의 미래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하면서 다양성을 요구하는 사회에 적응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인지에 대하여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토론을 하고 의견을 개진하여 중지를 모았다. 이 토론 문화라는 것이 학교 현장에서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선생님들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신현고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니까 특별함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

2017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교육과정 TF팀이 꾸려졌다. 5월에는 교육과정 편성 관련 제반 여건을 분석하고, 학생(학부모)의 요구와 의견을 수렴하여 신설 과목 개설 필요성을 검토하였다. 교육부가 보도자료(2017. 5.17)를 통해 내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추진한다는 것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하였으나 고교 학점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현재 신현고는 기초, 탐구, 예술·체육교과 영역 외에 13개의 과제 연구, 공학기술, 정보, 창업, 진로와 직업, 환경과 녹색성장, 보건, 심리학, 교육학, 논술, 인문학적 상상여행, 논리학, 철학, 실용 경제,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이 개설되어 있고 실제로 학생들이 선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금 현재 신현고에서 실시하고 있는 선택교과 확대는 차후 고교학점제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다!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시작된 학생 참여형수업
신현고를 방문하신 선생님들께서 학교 탐방이 끝나가면 수석교사인 나에게 살짝 질문을 하신다. “학교의 시스템과 운영의 장점을 알겠는데 그렇게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5월 어느 날 기획회의 시간에 사회과 부장선생님께서 프린트된 용지를 나누어주셨다. 법과 정치라는 교과 시간에 학생들이 학교에 정책 제안을 해왔는데 상당히 많은 제안이 나와서 기록했으니 살펴보라는 것 이였다. 읽어보니 몇 개의 문제점은 학생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적혀 있고 또 몇 개는 학교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적혀 있었다.

통상의 기획회의를 생각하며 유인물을 접어서 수첩에 넣는 순간 부장선생님들의 토의가 시작되었다. 학년은 학년대로 교과는 교과대로 행정실은 행정실대로 나름의 의견이 있었고 교장선생님께서는 최선의 해결 방법을 유도해 내셨다. 그렇게 해서 해결된 것이 화장실은 예쁘게 개조해서 모자랐던 여학생용 탈의실을 만들었고, 공영교실의 책상 속 휴지를 버리지 않도록 서랍을 제거 하였다. 학생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수업 시간에 배운 아두이노를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쓰레기통을 만들어서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노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학생식당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게시판이 만들어지고 길가 좌판대 같은 것도 펼쳐진다. 수업 중 제작된 프로젝트 자료를 발표하여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자 포스트잇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창업 시간에 제작한 물건들을 내놓고 판매를 하며 창업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것을 체험한다. 선생님은 선생님들대로 학생들의 참여형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함께 연구하며 함께 수업디자인을 한다. 그래서 어렵다는 융합수업(STEAM)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국어 시간에는 역사, 수학, 미술이 함께한다. 인문학적 상상여행 시간에는 특색 있는 주제로 작가와 래퍼를 초대하여 글쓰기와 힙합을 즐기기도 하며 동시에 X좌표 갤러리를 전시한다. 지리 시간에는 드론을 제작해 하늘 높이 날려서 촬영한 자료를 가지고 우리 동네 지도를 그린다. 사회와 미술 연계 수업 시간에는 세계 시민교육을 실시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가지에 대한 실천적 방법을 탐색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과학 교과로 가면 점점 더욱 풍성해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수업이 즐겁다고 한다.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렇게 학생활동중심 수업을 하면 수능 점수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아이들의 성적은 더욱 향상되어 갔다.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는 관리자의 소통법
위와 같은 학교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아주 많은 선생님들의 열정과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때로는 지치지 않을까 늘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표정이 대체로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밀어붙이면 안 되겠다는 염려가 생긴다. 또한 무엇을 어떻게 수업 하는지 선생님들의 교육 철학을 신뢰하고 밀어주는 관리자의 믿음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다양한 교사협의체가 힘이 되기도 한다. 저 경력교사 협의회, 고 경력교사 협의회, 복직교사 협의회, 유아맘교사 협의회, 각 교과 협의회 등 꽤 많은 협의회가 있고 매월 1회 야자수 날(금요일 오후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없는 날)을 통해서 교사들끼리 동아리 활동도 하며 격려하고 위안 받곤 한다. 한 번은 유아맘교사 협의회라는 제법 애교스러운 협의체가 있는데, 이 협의회 도중 교장선생님께서 육아의 고충을 들어주시다가 아기를 매우 잘 돌볼 수 있으니 너무 급하면 걱정하지 말고 교장실로 데리고 오라는 말씀에 몇 명의 아기까지 보실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모두 웃었던 일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탈권위적인 수평적 리더십이 선생님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얼굴에 미소를 만든다.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다!
학생들이 선택한 교과,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탐구하고 체험하다
소수의 학생들이 배우고 싶다고 신청한 교과가 12개 반이 개설되어 있다. 보통 한 학급에 6명부터 12명이 수업을 한다. 그래서 소수 학급반이라고 한다. 이런 소수 학급 반에는 소위 말하는 ‘덕후’가 많다. 덕후는 한 분야에 미칠 정도로 빠진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말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줄임말인데 이런 아이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프로젝트 수업을 주도적으로 실시한다. 그래서 꽤 흥미로운 수업 모형이 이루어진다. 이 덕후들 때문에 선생님들은 더 공부하고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21세기 미래형 수업 모형이 실시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주연이고 선생님이 조력자가 된다. 또한 이런 수업은 교실을 벗어나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자연스럽게 공강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알게 된다. 타교 선생님들은 이렇게말한다. ‘학생들이 딴 짓 하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지켜야 하지 않느냐,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그러나 아이들은 자율성과 책임감이 함께 한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또한 학교는 학부모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기 초에 학부모 연수를 실시하며 소통하고, 가정통신문으로 설명하며 이해를 구한다. 이런 학교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아주 많은 선생님들의 준비와 열정과 학부모의 신뢰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역 사회와 해외 학교로 넓혀가는 학교 교육
인성 교육과 역량 교육은 교과 교육 안에서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2017년 6월에는 효 교육과 호국 교육을 융합수업 형태로 국어, 사회, 음악교과 선생님들께서 함께 하기로 하였다. 학교 주변에 거주하시는 6.25 참전 용사 분들을 찾아서 학교에 모시고 학생들과 조촐한 행사를 하였다. 한 분, 한 분, 참전 장소와 부대 이름을 영상으로 보며 건강하시라고 박수쳐 드리고 합창도 하였다. 한 참전 용사 할아버지께서 답례 인사를 하시면서 감격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매우 숙연한 모습이었다. 또한 지역의 무형문화재 전수자가 음악 시간에 초빙되어 전통 음악을 전수해준다. 기술·가정 시간에는 전통 장 담그기를 배운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전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수업 시간에 체험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 자매결연이 되어 있는 고등학교가 있다. 올해는 해마다 실시하는 공자 학당을 외교적 문제로 실시하지 못하고 얼마 전에 일본 학생들이 방문해서 우리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홈스테이를 하다가 돌아갔다. 본교도 11월에 초청이 되어서 일본어 집중반 아이들이 방문하게 되어 있다. 그 외에 하와이 주립대학교와 MOU가 체결되어 있어서 여름 방학 때 하와이에 가서 수업을 한다. 이런 대외적인 큰 행사는 바쁜 선생님들을 대신하여 교장, 교감선생님께서 직접 발로 뛰신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쉽게 지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주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 교육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착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원한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원하는 대학에 붙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이들은 시험 성적이 행복의 순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공부를 해야 함을 알기에 힘들어 하고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너의 꿈을 알아야 진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너의 꿈이 무엇이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생각도 진로에 대한 생각도 막연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 학교는 이 아이들을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진솔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TF팀은 2학기에 들어서자마자 매주 월요일, 밤늦게까지 토론하고 제안하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요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교육 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 본교는 고교 학점제 시행 시기와 상관없이 학생의 요구가 있는 선택과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둘째, 2018년도에는 공통과목 위주의 편성이 예상되며, 2019년에는 선택과목이 학점제 형식으로 구성될 것이다. 셋째, 학점제가 시행된다면 성취평가제가 확대 정착될 것이고 학기 단위 집중이수제가 불가피 할 것이다. 넷째, 수능 등 대입 전형이 학점제 추진을 전제로 조정되어야 하고 학교는 학생 참여형수업과 역량 강화 수업을 실시한다.
학교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 실시를 위한 제언하기
2017년 교육부에서 예고한 고교학점제가 가능하게 하려면 다음 4가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교과 교실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한정되어 있는 각 학급의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획일적인 수업 환경은 다양한 교과목을 수용하기가 힘들다. 둘째, 학생 선택권이 확대되어 있는 교과 시간표를 실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교과를 선택하고 자기주도적학습을 하게 해야 한다. 셋째, 학생 참여형수업을 연구하고 적용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의지와 자칫 지칠 수 있는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관리자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장소와 도구가 있다고 한들 그것을 사용하는 선생님들이 지치면 무용지물이 된다. 넷째, 교양 과목과 진로선택 과목의 전문성 있는 교사의 수급이다. 지금은 교양 교과목을 보통 교과 선생님들이 선택하여 가르치고 있지만 학생들이 의식하고 있는 교과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받기가 어렵다.
마치면서
행복학교는 잘 구성된 교육과정이나 잘 지어진 교과 교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다루어 주는 선생님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관리자와 선생님을 존중하는 학생, 그리고 학교를 믿어주는 학부모가 함께 모여 소통하면서 만들어나가는 커다란 성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