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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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육 ①
일본의 지방교육자치와 교육위원회의 역할
오오쯔시(大津市)의 사례를 통해 본 교육위원회의 개혁과 역할에 관하여
엄아름 동경대학교 교육학연구과 박사과정
일본의 지방교육자치와 교육위원회의 역할
들어가며
2011년 일본 시가현 오오쯔시(滋賀県 大津市)의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자살한 사건은 당시 전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남아있다. 조사 결과 자살의 원인은 학교에서 당한 집단 따돌림(이지메 いじめ)에 의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밝혀졌다.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학생간의 이지메가 사회 문제로 거론될 만큼 학교 내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났던 하나의 현상이었다. 하지만 2011년 오오쯔시의 학생 자살 사건이 일본 정부와 교육학계 등에서 여전히 회자될 정도로 중요한 이유는, 이 사건이 교육위원회가 종래와는 다른 체제로 변하게 되는 개혁의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건의 사후대처를 해 온 교육위원회의 대응방식이 신속하지 못하고 책임체제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교육위원회의 개혁의 필요성이 거론되었다1). 이에 1948년 교육위원회 법 제정 이후 수차례 일어났던 교육위원회의 개혁은 2014년 6월의 지방교육행정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지교행법)의 개정으로 현재의 체제로 정착하게 된다.

본 글에서는 2011년 오오쯔시 학생 이지메 자살 사건에 관한 교육위원회의 대응방식을 사례로 들어 이 사건을 기점으로 변화한 교육위원회의 새로운 체제와 역할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교육위원회의 창설과 구조를 개관하고, 2011년 당시 교육위원회의 어떠한 구조가 문제가 되었는지를 정리한 후, 신(新) 교육위원회의 체제 속에서 이지메 방지를 위한 오오쯔시 교육위원회의 새로운 역할변화에 대해 정리한다.
교육위원회의 개관
현재 일본의 교육행정의 사무를 담당하는 조직은 국가 단위로서는 문부과학성이 중심이고, 지방자치체는 도도부현(都道府県)과 시구정촌(市区町村) 및 교육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방공공단체의 조합에 설치된 교육위원회가 중심이다. 본 장에서는 지방자치체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위원회가 어떠한 구조로 창설된 조직인가에 관하여 개관하고자 한다.
1) 교육위원회의 창설 : 교육의 지방분권과 민주화를 목적으로 설치된 지방교육 행정기관
전전(戰前)의 일본의 교육체제는 천황제 교육체제로, 교육에 관한 사무는 국가와 각 지자체의 장(長)들이 담당했던 구조였다. 이러한 체제는 중앙집권적이며 관료주의적이라는 비판과 반성 아래 전후(戰後)인 1948년 일본은 일반 정치·행정으로부터 독립한 행정위원회2)로서 각 지자체에 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村上, 2014:76). 교육의 지방분권과 민주화를 목적으로 설치된 교육위원회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교육 정책의 계속성과 안정성 확보, 지역주민의 의향을 반영한 교육 사무의 집행이라는 세 가지 취지에 맞춰 설립된 합의제의 지방교육행정기관이다.
2) 교육위원회의 구조: 교육위원(집행기관)과 교육장+사무국(보조기관)의 합의체 행정기관
194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지방교육 행정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교육위원회는 자치 단체장으로부터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 모든 도도부현 및 시정촌 등에 설치되어 교육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3) 이러한 교육위원회는 좁은 의미로 교육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 자체를 일컫기도 하고, 넓은 의미로는 교육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나 기본방침을 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장이 구체적인 사무를 집행하는 교육위원과 사무국을 합한 합의체를 뜻하기도 한다(小川,2010). 교육위원회의 구조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지방교육자치와 교육위원회의 역할
교육위원의 조건
교육, 학술 및 문화에 대한 식견을 갖춘 자로써 자치단체장이 임명 하는 비상근직. 원칙적으로는 5명.
교육위원의 역할
교육에 관한 일반 방침을 결정하고, 교육장을 지휘감독하며, 교육위원회칙의 제정 등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음.
교육장의 조건
법률상으로 교육위원이 임명하나 현실은 자치 단체장이 임명했음. 교육위원과 겸임 가능한 상근직.
교육장의 역할
사무국의 사무를 총괄하고 교육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사무를 집행하며 사무국을 지휘·감독을 할 수 있음.
(글 : 小川, 2010참조, 그림 : www.mext.go.jp 참조)
3) 교육위원회의 역할
교육위원회는 지역내의 교육, 문화, 스포츠 등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직무를 담당한다.4) 다음의 표는 교육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정리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가가 큰 방향을 정한다면, 교육위원회는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교육시책을 집행할 수 있기에 각 지자체별로 교육위원회의 재량을 발휘한 특색 있는 교육 사업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2008년 국가의 교육과정 특례교(校)제도5) 아래 지자체별로 특별 커리큘럼과 교과서를 편성·제작한 사례는 교육위원회의 재량과 역량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지방교육자치와 교육위원회의 역할
2011년 오오쯔시 이지메 자살 사건과 같이 관할 학교에서 발생한 긴급한 사태를 처리하는 것은 교육위원회의 대표적인 역할이다. 그러기에 사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도 교육위원회가 진다. 하지만 2011년 당시 오오쯔시 교육위원회의 경우는 이러한 역할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문제가 되었다. 당시 교육위원회의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일본의 지방교육자치와 교육위원회의 역할
교육위원회의 개혁과 역할변화
1) 교육위원회의 개혁
2013년 4월 교육재생실행회의와 중앙교육심의회의 심의, 자민당과 공명당에 의한 여당협의과정을 통해 교육 위원회가 집행기관의 성격은 유지하면서 교육위원장과 교육장을 일체화한 신(新) 교육장의 탄생으로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갈무리 되었다. 2014년 지교 행법의 개정으로 현재의 구조를 갖춘 교육위원회의 새 구조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지방교육자치와 교육위원회의 역할
자치단체장의 역할
교육의 진흥에 관한 기본적인 시책(大網)을 정하고 교육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짐. 교육위원회와 함께 협의·조정하는 ‘총합교육회의’를 소집하고 합의가 안될 경우,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을 가짐.
신 교육장의 역할
교육위원회를 대표하는 집행자. 위임된 사무의 집행상황을 교육 위원회에 보고함.
교육위원의 조건
교육장을 선임하고 지휘·감독하는 법적권한이 사라짐.
(글 : 村上, 2014참조, 그림 : www.mext.go.jp 참조)
2) 교육위원회의 역할 변화
자치단체장의 권한 강화로 귀결된 교육위원회의 새로운 체제 아래, 오오쯔시 교육위원회는 국가의 2013년 이지메 방지 대책 추진법 아래, 이지메 방지에 관한 구체적인 시의 행동계획을 발표한다. 오오쯔시장이 이지메 방지를 위한 기본 행동계획을 책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것은 교육위원회의 몫이 되었다. 이지메 방지를 둘러싼 시장과 교육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지방교육자치와 교육위원회의 역할
오오쯔시(장)의 역할
이지메 방지에 관련한 기본 행동계획 책정과 방향 수립
- 이지메 방지를 위한 기본 행동계획 책정: 오오쯔시의 이지메 방지 기본 방침으로써 2014년도부터 3년간의 계획기간을 두고 제 1기 행동계획을 책정했다.
- 교육위원회로부터 독립된 시장 직속의 제 3의 상설 조사기관의 설립: 학교와 교육위원회로부터 독립된 상설기관을 통해 이지메와 관련한 모든 필요한 조사와 조정을 일임했다. 위원은 임상심리사, 학식경험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5인 이내이며 임기는 2년이다.
- 이지메 대책 추진실 설치: 이지메 대책 추진실에 상담 조사 전문원을 두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화요일은 오후 8시까지 상담에 응하도록 하였다. 이곳에서 상담한 내용과 결과는 시장 직속 위원회에 보고된다.
- 이지메 관련 재판의 경우: 이지메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최종 책임은 교육위원회에 있지만, 이지메 관련 재판의 경우 시장이 피고(被告)가 된다.
교육위원회(아동학생지원과)의 역할
학교와의 연계를 통한 구체적인 시책의 집행
- 이지메 대책 담당 교원의 전임 배치: 정규직 교원을 이지메 대책 담당 교원 혹은 학생지도 협동추진교원으로서 각 학교에 전임배치를 하여 학내 이지메 대책 업무를 맡긴다. 이들 교사의 수업 시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시비(市費) 부담의 임시 강사를 고용하거나, 교무주임이 이를 겸하는 학교에는 주 8시간 근무의 시간 강사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 학교 내 교사 연수 실시: 각 학교에 이지메 방지 대책을 담당하는 교원을 대상으로 자료를 배포하고 관련 연수를 실시한다.
- 어린이 지원 서포트 사업 실시: 생활지도상의 문제가 있는 초,중학교에 어린이 지원 서포트 팀을 설치하여 이곳에 변호사와 사회복지사, 임상 심리사를 파견하여 전문가 조언을 통해 학교와 학생의 문제를 개선한다.
- 이지메 대책위원회와의 연계: 이지메가 발생했을 경우, 24시간 이내에 사립학교의 이지메 대책위원회로부터 보고를 받고 대책에 대해 조언과 지도를 한다.
마치며
2014년 지교행법의 개정의 결과, 교육행정에 관한 도도부 현 지사, 즉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한층 더 강해지는 체제로 교육위원회가 변화되었다. 오오쯔시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교육위원회 구조에서 자치단체장의 권한 강화를 통한 신속한 문제 대응과 분명한 책임체제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권한 강화는 자치단체장 개인의 의견이 교육행정정책에 반영되기 쉬운 구조로서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는 뜻이기에 교육위원회 창설 당시에 강조되었던 교육 정책의 중립성, 안정성, 계속성의 확보에 관한 문제가 남는다. 또한 이지메 방지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권한은 자치단체장이 가지고 있으면서 이지메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최종 책임은 교육위원회에 있다는 점에서 책임과 권한의 분산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2011년 당시 오오쯔시 이지메 자살 사건의 경우 사무집행권한이 없는 보조기관이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던 점을 상기하면 새로운 교육위원회 구조 내에서 집행기관만이 아닌 보조기관에도 법적 권한이 부여됐는지, 그 권한이 집행기관과 조화를 이루는지, 결과적으로 자치단체장 이외의 집행기관이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새 체제는 오히려 교육 위원회의 문제해결능력을 떨어뜨리고 교육위원회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 범위를 축소시킨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남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육행정학자 무라카미 유우스케(村上祐介)는 이 모든 문제들은 교육위원회의 문제가 아닌, 일본의 지방교육 자치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이며, 그 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村上,2014:86). 일본의 지방교육자치라는 거대한 틀에서 교육위원회의 재량과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본래의 교육위원회의 운영원리였던 민중통제(Layman control)와 전문적 리더십(Professional leadership)간의 균형6)이 회복될지는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점은 자치단체장의 권한 강화로 인해 교육감을 정점으로 한 교육자치의 약화가 우려되는 한국의 현재 지방교육자치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1) 교육위원회의 존폐론을 비롯한 제도개혁과 관련한 움직임은 1960년대부터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의 지방분권이 이루어지며 국가 담당의 사업들이 지방의 관련기관으로 위임되는 등 지자체의 자율성이 이전에 비해 커지면서 교육위원회의 역할변화와 관련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村上, 2014:76-77)
2) 국가나 지방공공단체의 일반행정 부문에 속하는 행정청으로서 복수의 위원에 의해 구성된 합의제의 형태를 뜻한다 .행정의 민주화와 행정 운영의 합리화를 목적으로 설치된 행정위원회는 국가에 설치된 것과 지방공공단체에 설치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위원회와 같이 지방공공단체에 설치된 행정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 인사(人事)위원회, 공평위원회 등이 있다. (위키피디아 참조)
3) 당초 교육위원회는 도도부현과 5개시(오사카시, 교토시, 나고야시, 고베시, 요코하마시)에 설치되었고 1950년까지 시정촌 40곳에 설치되었다. 2013년 5월 기준으로 도도부현 47곳, 시구정촌 1,737곳, 일부사무조합 82곳에 설치되었다. (문부과학성 홈페이지: www.mext.go.jp 참조)
4) 교육위원회의 직무권한은 지교행법 제 21조에 규정되어있다. 자치단체장에 관한 사무는 제 22조, 원칙은 교육위원회의 직무지만, 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해 자치단체장에게 이관할 수 있는 특례권한은 제 23조에 규정되어있다. (일본 전자정부 총합창구 홈페이지: http://law.e-gov.go.jp 참조)
5) 학교교육법시행규칙 제 55조 2에 근거하여 국가의 학습지도요령을 따르지 않고, 지역과 학교의 특색을 살려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실시하는 것이 가능한 학교를 뜻한다. 도쿄도 세타가야구(東京都 世田谷区)의 일본어 교과서, 구마모토현 우부야마(熊本県 産山村)의 특별 커리큘럼인 우부야마 학(學)이 대표적이다. (www.mext.go.jp 참조)
6) 일본의 교육행정학자 오가와 마사히토(小川正人)가 설명한 교육위원회에 의한 교육행정 운영원리. 교육에 관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素人)들이 교육위원으로서 지역의 교육정책이나 교육행정운영의 기본방침을 결정하게 된다(Layman control). 이 때 교육위원들은 전문가인 교육장의 조언을 얻어 정책과 행정운영을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교육장이 집행하는 구조(Professional leadership)가 교육위원회의 운영원리라는 것이다.

참고문헌
大津市 (2013) .いじめの防止に関する行動計画本編
小川正人(2010).『教育改革のゆくえ―国から地方へ』筑摩書房
教育再生実行会議(2013).「現行の教育委員会制度などの概要」第二次提言 参考資料
村上祐介(2014).「教育委員会改革からみた地方自治制度の課題」自治総研 通巻430号
文部科学省初等中等教育局(2013).「地方教育行政の現状などに関する資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