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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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수학교육의 과거와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일전에 한국을 방문한 수학자이자 벤처사업가인 영국인 Wolfram을 만나 식사한 적이 있다. 작년에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교육과 산업 정상회의’에서 본 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학 수학과를 나온, YouTube 등에서 천재로 소개되는 벤처사업가 Wolfram과의 만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수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열정은 충격적일 만큼 인상적이었다. 2시간 반에 걸친 저녁 식사 시간에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열정적으로 얘기한 Wolfram의 수학교육에 관한 말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수학교육은 ① 실생활에서 수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찾기, ②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수학적으로 공식화하기, ③ 컴퓨터 활용하여 계산하기, ④ 계산 결과를 실생활 문제에 적용하여 해결하기 라는 네 요소로 구성된다. 따라서 수학교육은 이런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문제발견 및 해결이라는 하나의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학생들의 수학적 사유 역량 및 문제해결 역량을 키워가기 위한 것이다.

Wolfram에 따르면 우리 수학교육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우리는 수학교육에서 세 번째 요소에 해당하는 ‘계산하기’가 곧 수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둘째, 우리는 학생들에게 수학문제를 컴퓨터를 통해 푸는 대신에 손으로 계산하여 풀도록 하고 있다.

Wolfram이 지적한 두 가지 문제 즉 ‘수학과 계산하기의 관계’나 ‘컴퓨터를 활용하여 계산하기’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문제제기는 교육학자인 필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Wolfram이 제기한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수학과 계산하기의 관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수학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수학적 사유 역량 및 문제해결 역량을 길러주고자 한다. 그렇다면 계산하기를 통해 이런 역량을 길러 줄 수 있는가? Wolfram의 말대로 계산능력은 기껏해야 수학적 역량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수학적 역량과 계산하기가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계산능력을 기르는 것이 수학적 역량을 기르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계산능력 중심의 수학교육을 하고 있다는 Wolfram의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Wolfram에 따르면, 과거에는 계산능력이 매우 중요했다. 수학적 문제 상황에 맞닥트려 그 문제를 수학적으로 공식화하더라도 문제풀기 또는 계산하기 자체가 쉽지 않았다. 계산기나 컴퓨터가 없는 상황에서 수식으로 표현된 문제를 틀리지 않게 계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다양한 컴퓨터 솔루션을 통해 수식화된 문제의 해결이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수식의 문제풀이보다도 실제 삶의 장면에서 수학적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수식화하며, 컴퓨터로 계산된 결과를 해당 문제 상황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컴퓨터로 잠깐이면 해결될 계산문제를 손으로 반복하여 풀게 하는 지루한 작업을 시키면서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도록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컴퓨터를 활용하여 계산하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수식 문제를 손으로 푸는 것과 컴퓨터를 통해 푸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수식 문제를 손으로 풀 경우 수학 시간의 많은 부분을 계산하기에 사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학교육은 실제 삶 속에서 수학적 문제 상황을 발견하여 수식화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수학적 역량을 기르는 대신에 계산하기라는 지루하고 단순한 반복 작업만을 강조한다. 요컨대, 계산하기 중심의 수학교육은 계산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수학적 문제 상황을 찾아 수식화하여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에는 적은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최근 모 단체에서 영국과 미국의 최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한국의 수능 수학 문제를 풀게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능 수학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더 인상적인 것은 학생들이 왜 이런 문제를 계산기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풀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 학생들에게 수학적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과거지향적 수학교육에서 미래지향적 수학교육으로 바뀔 필요가 있지 않은가? 우리 학생들이 즐겁게 수학을 공부하면서 미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수학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미래 수학교육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콘래드 울프램(Conrad Wolf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