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2017년 7~8월호
세계의 교육 ①
미네르바 스쿨의 성공 가능성을 탐색하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수석연구위원, 미래교육연구부장
미네르바 스쿨의 성공 가능성을 탐색하다
강의실이 없는 학교, 순환형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 하버드대학 경쟁률보다 높은 입학경쟁률을 보인 학교 등의 언급은 미네르바 스쿨을 소개하는 언론 기사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다. 분명 기존의 전통적 대학 교육의 형태나 운영 형식을 뛰어넘는 혁신적 학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기존 교육 체제의 견고함이 존재하고, 전통적 대학 교육에서도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네르바 스쿨의 등장은 참신하다, 혁신적이다, 다양한 혁신 방안 중의 한 가지이다 등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고, 아직 성공적 혁신 모델로의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 교육의 성공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네르바 스쿨은 사회 수요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최우선 교육 가치로 설립되었다는 점이다. 미래 교육을 예측하는 많은 보고서에서는 더 이상 졸업장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대학을 다니는 교육 수요는 감소되고, 무엇보다 사회 수요와 대학 교육간의 불일치 문제가 간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운영 방식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전면적인 혁신 모델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으나 방향을 탐색하는 사례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미네르바 스쿨에 대한 내용 제시는 기본적으로 해당 대학의 사이트1)와 관련 보고서2)를 기본으로 하였으며, 마침 한국을 방문한 미네르바 스쿨 아시아지역 운영진과의 인터뷰(2017.6.15)를 통해 확보된 자료를 근거로 하였다.
철저한 역량 중심 교육을 지향
미네르바 스쿨은 온라인 사진 인화 업체 ‘스냅피시’를 10여 년간 경영한 벤처 사업가인 벤 넬슨(Ben Nelson)이 투자를 받아 2012년에 설립한 대학교이다. 예술인문학, 컴퓨터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경영학 등 4년 간의 5개 학부 전공과 응용예술과학, 응용분석학 등 2개의 석사 학위과정의 인가된 전공 체계를 갖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철학은 실제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며, 다른 사람과 잘 협업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단순히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이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미네르바 스쿨에서 추구하는 21세기의 역량 교육인 것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 운영은 실제 아시아 지역 운영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는데, 미네르바 스쿨을 설립한 배경이 무엇이냐에 대한 첫 번째 질문에 지역 대표는 현재 대학 교육 체제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 질문과 분석에 기반하여 3가지 핵심 원칙을 가지고 설립하였다고 대답하였다. 첫 번째 원칙은 졸업 후 진로 성취를 기반으로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육 경험 제공, 이를 위한 두 번째 원칙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 실현, 이 과정에서 교수 및 교직원은 지원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학생들의 체험 중심, 실증 경험 기반의 교육과정 운영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미네르바 스쿨이 가지고 있는 역량 체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림 1]은 피라미드 구조로 제시하고 있는 미네르바 스쿨의 역량 체계이다. 이것은 크게 핵심 목표(key goals), 핵심 능력(core capacities), 마음의 습관과 근본 개념(habits of mind & foundational concepts)으로 이루어져 있다. 핵심 목표는 학생들이 지도자, 혁신가, 넓은 사고가, 글로벌 시민이 되는 것이다. 핵심능력에서는 비판적인 사고 능력, 창의적 사고능력,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 효과적인 상호작용 능력을 강조한다. 마음의 습관은 어떤 예시에 대한 반대되는 사례 유추, 논리적 사고, 청자의 관심과 목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근본 개념은 문제에 대한 대안적 측면이나 새로운 전략을 창안하기 위한 종합적 사고(heuristics), 시각적 설계 원리 등을 체화하는 것이다.
[그림 1]미네르바 스쿨의 역량 체계
학생 중심 교육 활동 속에 강의실에 출석 수업은 불필요
기존 대학의 수업 방식이 지식 전달을 중심으로 한다면,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거꾸로 교육과정(flipped learning) 방식의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 토의, 협동이 주를 이루며, 학생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이 즉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강점이나 지적 성장을 좀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더불어 그동안의 학교 교육이 물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미네르바 스쿨의 수업은 온라인 학습 형태인 Active Learning Forum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화상채팅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어딘가로 이동할 필요 없이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Active Learning Forum 플랫폼을 통해 단위 수업은 20명 이하로 구성되며, 교수- 학습자 간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장려한다. 또한 수업은 개별화된 학습과 주기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러한 온라인 수업 형태는 세계의 유수 석학들을 교수진으로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주었으며, 실제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 철학에 공감하는 교수진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음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미네르바 스쿨의 교수 채용 방식에 대한 인터뷰 질문에서 교수 채용 절차는 후보자 조사 및 공지를 통해 단과대학 학장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교수 채용은 무엇 보다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간학문적인 전문성 보유, 그리고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교수학습 방식에 대한 수용 여부를 중심으로 면접과 샘플 수업, 수업에 대한 학습자 피드백 등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네르바 스쿨의 가장 큰 특징인 플랫폼 기반의 온라인 수업 절차는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기본적인 수업 방식은 교수와 학생들의 토의 토론이며, 화면에는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색깔로 표현되기도 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학생들의 의견은 그룹핑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면서 효율적인 그룹별 과제 수행과 토론을 이끌게 된다. 모든 수업의 과정은 기록, 관리되어 교수 연구 및 학생들의 평가와 피드백 자료로 활용된다. 인터뷰 과정에서 흥미로왔던 이야기 중의 하나는 교수가 토의토론을 주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10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교수 마이크가 꺼지는 기능도 있다는 것이었다. 철저한 학생 중심 수업을 위한 기술의 적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2]미네르바 스쿨의 플랫폼 기반 온라인 수업 절차
실무 경험 중심 학습과 국가 순환형 기숙사 생활 제도
학생들은 4년간의 재학기간 동안 다양한 학습을 경험하게 되는데,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는 도전적인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게 된다. 예컨대 자신이 속해있는 도시의 시민단체와 협업하는 활동 등을 통해 실제 기술뿐만 아니라 인성도 함께 기른다. 같은 방식으로 학기마다 4번의 프로젝트 과제에도 참여하여 필수적인 능력을 기르게 된다. 이를 위해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은 입학 첫 해부터 전문성을 갖춘 코치를 배정받는다. 더불어 미네르바 스쿨은 다른 대학과는 달리, 학생들이 2학년 가을 학기에 들어가기 전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세계의 유수기업에서 인턴십 경험을 하게 된다. 예컨대, 아마존, 야후, 젠 펀드(Zhen Fund), 칼텍(Caltech) 등의 기업이 그동안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이 참여한 기관들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일찌감치 자연스럽게 이력서 작성 등의 실무적인 기술을 익히게 된다. 직업 세계에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하거나 연구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성과를 포트폴리오로 하나하나씩 기록해 나간다.

한편, 미네르바 스쿨은 비록 온라인 기반의 수업을 운영하지만, 홈스쿨링과는 다른 시스템을 지닌다. 미네르바 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은 국제적인 감각을 기르기 위해 전 세계의 7개 국가의 캠퍼스 기숙사를 해마다 옮겨 다니면서 합숙생활을 한다. 7개 국가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칠레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영국의 런던, 독일의 베를린,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한국의 서울, 대만의 타이페이가 해당된다. 2017년 가을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이 서울 강남 지역에서 한 학기 동안의 학습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한국을 택했는가에 대한 인터뷰 질문에 운영자는 한국의 서울은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 측면에서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이 특별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라고 판단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이어진 미네르바 스쿨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성과에 대한 질의에 대한 응답에서 학교 운영진의 신념과 성공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차별성에 대한 질의에 대해 미네르바 스쿨은 가르치고 배우는 가장 최고의 방식을 기술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를 학교 운영 방식으로 새롭게 고안한 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습 플랫폼을 개발하여 적용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응답하였다. 현재의 성과로는 사회적 인지도가 향상되고 있으며, 실제 학습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턴십 기회가 90%이상의 재학생에게 주어지고, 세계 유명 기업과 기관 고용주에 의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미래 교육 혁신에 대한 요구와 강도는 실제 고등교육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네르바 스쿨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학교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사례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고정된 물리적 시설과 한정된 시간에서의 강의, 개별 전공 중심의 지식 습득 등은 산업화 시대의 전형적인 제도권내의 학교 모습이다. 단순히 강의실 대신 온라인 공간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네르바 스쿨을 대학의 혁신 사례로 주목하는 것은 매우 단편적 분석이다. 또한 미네르바 스쿨을 한국의 사이버대학이나 MOOC 등의 온라인 서비스와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학교의 설립이 조건이나 형태가 아니라 학교를 지탱하는 철학과 가치라고 본다면, 미네르바 스쿨은 현재의 대학 교육 체제에 대한 반성과 미래를 바라보는 설립자의 철학이 뒷받침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지원과 구성원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학교의 존재 가치를 사회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호로 그치는 목표가 아니라 이를 위한 교육과정 운영은 학교 운영자나 교수 관점이 아니라 학습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자가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니, 강의실의 한계와 지역적 제약을 뛰어넘는 온라인 수업과 순환형 기숙사 생활이라는 독특한 운영 방식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도 진행형인 미네르바 스쿨의 운영 방식이 성공적이다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매 학기 학교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사회, 문화적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관점에서 보면 당장의 취업률 이상의 평생학습능력을 가지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게 된다.
실무 경험 중심 학습과 국가 순환형 기숙사 생활 제도
1) http://www.minerva.kgi.edu
2) 김진숙 외 (2017). 대한민국 미래교육보고서. 서울:광문각 김진숙 외 (2016). 4차산업혁명 대응 미래교육 Big Picture 연구. 대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참고문헌
- 김진숙 외 (2017). 대한민국 미래교육 보고서. 서울:광문각
- 김진숙, 정제영, 임규연, 정훈, 정광훈, 계보경 (2016). 4차산업혁명 대응 미래교육 Big Picture 연구. 대구:한국교육학술정보원.
- http://www.minerva.kgi.edu
- 그 외 자료에 제시된 인터뷰 결과는 2017년 6월 15일에 이루어진 미네르바 스쿨 아시아 지역 운영진 4명과의 질의, 응답을 정리하여 제시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