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2017년 7~8월호
파워인터뷰
제4차 산업혁명과 미래의 교육
미래역량평가 전문가, 패트릭 그리핀 교수에게 듣는다
패트릭 그리핀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
패트릭 그리핀 호주 멜버른대 교수
패트릭 그리핀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20여개 국가에서 평가 관련 연구와 사업을 수행한 세계적인 평가 전문가이자 ‘21세기 역량의 교수와 평가(ATC21S)’ 프로젝트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패트릭 그리핀 교수에게 ‘4차 산업혁명과 교육’ 이라는 주제로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그는 우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꼼꼼히 설명하면서 사회의 변화 함께 교육계의 변화를 진단하였다. 또한 ATC21S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를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협동학습에서의 학생학습 모델링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는 점’ 이라고 설명하면서 ‘발달적 역량 평가’, ‘증거기반 교수 학습’에 대한 사례 설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평가에 대한 방향을 소개하였다. 한국의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그는 “한국은 높은 사교육과 암기력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 대학입시에 의해 좌우되는 평가가 특징”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요인들은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성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어서 홍콩과 같이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이 고등교육 단계에서의 새로운 선발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교육개발원이 한국 교육의 미래 역량을 정의하고 가르치고 평가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희망한다고 격려하였다. 이하는 패트릭 그리핀 교수의 인터뷰 전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
질문1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미래 사회의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부재한 상태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정의는 무엇이며, 그것이 교육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답1
지금의 제4차 산업혁명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최근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과거에 이루어진 산업혁명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차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변화하는 여건 속에서, 지배세력은 생산 방식의 변화를 이끌었으며, 자본주의자들은 생산뿐만 아니라 노동의 공급을 통제하던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등 권력의 이동이 일어났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냉장시설의 발달과 증기동력은 인구의 원거리 이동과 도시의 대규모화를 촉진했습니다. 또한 장인(journeymen)들을 대신한 지역도제자(localized apprenticeships1))의 등장은 교육의 유형이 학문적 교육과 직업교육으로 나누어지는 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학문적 교육은 상위층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데 반해, 직업교육은 노동계급의 교육으로 발전했고, 이와 같은 변화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전까지 연결지어 볼 수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제2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졌습니다. 피임이 가능해짐에 따라 여성의 노동이 가능해지면서 노동자의 수는 2배로 불어났으나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등장은 인력을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몇몇 직업군이 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효율적인 생산, 교통수단,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탄생으로 인하여 사회는 더욱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금융기업은 국가 간 경계를 넘나 들어, 각 국은 자국의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습니다. 고등교육의 팽창과 더불어 학교교육은 문해력과 수리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정보처리 및 기술은 하나의 교과목으로 도입되었다가 나중에는 교육과정 내에서 학습을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대규모 시험을 통해 관련 기능을 측정하게 되었습니다. 직업교육은 실제 근로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기능을 다룰 뿐 노동현장의 변화나 전망에 기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제3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로봇의 등장과 함께 단순 작업은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으며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한 실업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한 노동력 대체 가능성은 결국 노동조합과 사회주의자들이 ‘노동력’이라는 그들의 협상카드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정보의 중요성에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문해력이 필요해졌고, 교사의 역할은 전문적인 지식전달자에서 학습촉진자로 변화하였습니다. 근로 현장은 정보통신 기술과 대인관계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으며, 이는 실업률이 구조적인 현상으로 정착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근로자 교육(workforce education)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21세기 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능형 기계, 데이터 분석, 학습 분석, 기계 학습,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은 근로현장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은 뇌 기능과 학습 과정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발달, 학습, 제조뿐만 아니라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가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방식마저도 통제되고 있습니다. 학습의 내용과 방법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교사의 역할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는 직업군은 교사만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직업군이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홍수에 의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OECD, UNESCO와 같은 국제기구나 기관에서 단기간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의 변화를 예측하려는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삶의 방식과 학습, 근로, 그리고 여가를 즐기는 방식 등을 계획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교육은 정치나 극단주의, 체계적인 교육 관리 시스템 또는 교사 직종의 변화 등을 통해 사회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기 시작되었습니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교과지식이나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이해하게 하는 역량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게 덜 중요해지면서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학생들의 협동심, 의사소통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창조성을 중시하게 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핵심적인 개념이 될 것입니다. 2017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2034년에 직업을 가지기 시작한다고 보았을 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은 오늘날의 직종과 매우 다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매우 다른 형태의 학교에서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과정도 달라질 것이고 교수학습 방식도 다를 것이며,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여 평가할 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교육자가 학부모와 정치인, 직장상사, 종교 지도자뿐만 아니라 실업자까지도 새로운 형태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선거를 의식한 단기적인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과 자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이자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협동심
질문2
2012년 한국 방문 당시, 진행하고 있던 ATC21S를 소개하셨습니다. ATC21S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연구사업과 성과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답2
2009년에 글로벌 공공민간협력사업의 일환으로 “21세기 역량 개발과 교수”라는 과제를 맡게 되어 호주와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 코스타리카 등 총 6개국이 참여하는 연구팀을 구성하였습니다.

ATC21S로 명명된 이 과제의 핵심은 협동심,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 등 21세기 역량을 활용한 협동적 문제해결(collaborative problem-solving)의 개발과 평가에 있습니다. 이 연구는 평가와 기술의 영역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5년에 OECD에서 52개국을 대상으로 비슷한 역량을 평가하였고, 미국 연방정부에서는 최근 협동적 문제해결에 대한 백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가에서 교육과정에 21세기 역량을 접목할 목적으로 저와 저의 연구팀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ATC21S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쳤습니다. 그 중 연구를 통해 개발된 방법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로그 파일 데이터를 찾고 데이터 분석과의 관계를 알아내려고 하거나, 문항반응 모델, 기계 학습, 그리고 인공지능 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내는 사회적, 정서적 역량을 평가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교육적 척도(educational measurement)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렸으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빅데이터에 데이터 분석을 적용하였습니다. 연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공적이었는데,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능력, 협상 능력과 문제해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연구는 멜버른 대학교와 미국의 ETS, 그리고 UC 버클리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기관 역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에서 본 연구와 관련하여 100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모여 논의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ATC21S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협동학습에서의 학생학습 모델링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관점은 교육적 척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새로운 방식의 학습 모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협동학습에서의 교수-학습에 대한 이해를 교실 내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 현장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질문3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로 인한 변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3
무엇을 학습하느냐가 아니라 학습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얼마만큼 학습하느냐?’ 가 아니라 ‘학습한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냐?’ 가 중요합니다. 제가 발달적 역량 평가에 대한 책에 저술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 모든 학생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본인이 지니고 있는 역량을 기반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학습할 것입니다.

Ⓑ 평가와 평가 결과 보고서(성적표)는 학습의 양을 강조하는 점수 형식이 아니라 어떠한 속도로 무엇을 배웠는가를 알아내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교육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학습에 관한 것이지, 점수나 숫자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종에서 점수가 아니라 역량에 핵심을 두어야 합니다.

Ⓒ 기존의 교수학습 방식은 학습에 대한 장애 혹은 결손(학습 부진)을 진단하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수학습은 성장과 발달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학습은 사회적 행위로 간주되어야 하며,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이론을 비롯한 관련 연구들은 제 책에 상세히 저술되어 있습니다.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학습의 영역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교수학습의 보편적인 형태로 스캐폴딩전략을 적용하여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평가는 교사들이 교육적 결정을 내리는데 사용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때 교사와 학부모는 ‘증거’와 ‘추론’의 구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증거’는 사람들이 행동하고, 말하고, 만들며, 쓰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무엇을 이해했는지, 또는 알고, 생각하고, 느끼는지 등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는 사람들의 행동과 말, 글 등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보거나 만지거나, 또는 냄새를 맡을 수 없다면 그것은 증거가 아닙니다. 교사들은 증거기반 교수학습을 훈련해야 합니다. 이 또한 저의 책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 교직은 협동적인 팀 내에서 팀원으로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며, 동시에 다른 이의 의견을 반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직종이 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대부분 비판적이지 않은 태도로 아이디어를 나눕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교사들이 어떤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내용은 저의 저서 중 “교수를 위한 평가(Assessment For Teaching)”에 서술되어 있습니다.

Ⓕ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새로운 형태의 평가척도입니다. 이는 교사가 시험 관리자보다는 참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한 예로, 제가 최근에 받은 이메일을 아래에 제시하였습니다(관련 학교와 교사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몇 가지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교사들은 개별 학생의 인지 수준을 찾아내고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사는 각기 다른 학생들의 근접발달영역을 찾아 내고 적절한 학습방법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몇몇 교사는 인지적으로 도움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스킬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실천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교육은 학생들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사의 이메일
이메일을 보낸 RM 교사의 분석 중 매우 우수한 것은 “적응성(adaptability)”였습니다. 현재 저는 RM과 함께 증거기반의 구분(differentiation)에 관한 분석 결과를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이 내용을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와 학교장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보고서의 예시를 나타낸 것입니다.

Class Report 2000
위의 그림에서 주목할 점은 그 어떤 학년에서도 점수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증거기반 교수학습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한계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역량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학생이 학습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개별화 수업으로 대체하여 제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접근 방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혜택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둘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개발하는 역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학생 들의 말과 행동, 쓰기의 성과는 교사의 교수활동이 아니라 학생이 학습한 결과로 봐야 합니다.

역량은 하나의 구인2)으로 볼 수 있으며, 구인은 사람 간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유명한 구인 중 하나로 지능을 들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 정의하기 전까지는 실체가 없습니다. 협동심, 의사소통능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등의 21세기 역량도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행위를 관찰하여 이러한 개념들을 정의하며, 이를 위해 다른 수준의 구인을 가진 사람들을 관찰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상대적으로 뛰어난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몇몇은 의사소통이나 창의력이 남들보다 뛰어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서 어떤 구인이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관찰되는데 관심을 두고, 교수학습의 증거에 대한 논의를 생각해야 합니다.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며 무엇을 만들고 쓰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창의력이라는 구인을 가진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이를 기반으로 교사들은 학생들이 창의력이라고 정의된 행동을 더욱 정교하게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입니다. 학생이 말하고 행동하며 만들어내고 써내려가는 것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어떻게 그 학생의 역량이 개발되었다고 추론해 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구인을 가르침으로써 기능과 지식, 태도, 윤리 등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지, 구인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르치는 것은 학생 행동의 향상 정도가 증거로 나타날 때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인은 잠재적이거나 숨겨진 반면 증거는 가시적이며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역량은 증거로부터 추론되는 것입니다. 역량의 적고 많음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과제를 수행한 후 나타난 행동을 기록하여 그 향상 정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행동은 단계적으로 발달하며, 이는 잠재되어 있는 역량을 이끌어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역량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질문4
ATC21S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역량의 주요 특징은 무엇입니까?
답4
ATC21S에서 다룬 핵심역량은 사고방식, 일하는 방식, 삶의 방식, 일하기 위한 도구 등의 새로운 방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각의 방식을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여러 증거를 수집하여 각각의 방식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동적 문제해결’과 관련한 연구들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21세기 핵심역량의 새로운 유형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고방식, 일하기 위한도구, 일하는 방식, 삶의 방식
질문5
학생 개개인의 핵심 역량 성취도를 평가하는 방식과 기본 평가 원칙은 무엇입니까?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는 무엇입니까?
답5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미 위에서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에 덧붙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객관적 척도에 따른 교사의 판단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 기반의 평가를 위한 로그 파일 분석은 다지선다형 형태의 평가를 포함합니다. 이는 기존 형식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객관적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활동 로그 파일을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최근 이와 같은 방식을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s)로 확장시켰습니다.
질문6
학교에서 핵심 역량을 가르치고 학습하는데 교육과정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과목을 포함해야 하며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답6
교과지식이 없는 학교교육을 상상하기 어려운데, 과학, 인문학, 언어학 등의 교과 내에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교과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과 내용의 기저에 있는 기본 역량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평가 또한 암기능력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한 지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예비교사들은 교과지식의 습득을 중심으로 교육받고 있습니다. 이제 교원교육은 21세기 역량을 강조해야 하며, 이는 교수학습의 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발달적 접근방식도 필요합니다. 많은 국가가 PISA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사실 PISA는 아직까지도 역량을 측정하기 보다는 지식을 축적한 정도를 평가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PISA는 우리가 역량에 관해 알고 있는 수준을 향상하는 방식으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지필 형식이나 컴퓨터 기반의 형식적인 평가는 역량을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발달 수준에 따른 결과를 보고하고 있어, 역량이 높아지는 단계를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질문7
교수님께서 이미 미래 사회를 대비한 핵심 역량 교육과 평가의 많은 사례를 경험하셨을 것으로 압니다. 그 중 우수사례 몇 가지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7
과거에 있었던 저의 연구는 대부분 문해력과 수리력을 핵심 역량으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1985년에 호주 정부는 저에게 미래 사회와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한 글을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 저는 지식경제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은 학문지식의 내용보다는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이란 읽고 암기하고 되풀이하는 것(Read, Remember, Recite)에서 소통하고 창조하며 협동하고 비판하는 것(Communicate, Create, Collaborate, Critique)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3R에서 4C로의 변화를 뜻합니다.

싱가포르와 호주의 교육과정은 역량을 초점으로 두고 있는 좋은 예입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교육과정과 평가를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UNESCO는 역량교육과정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역량에 대한 정의와 평가 경험이 많은 경험자들 간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OECD 역시 소프트스킬(soft skills) 설문조사와 PISA 등을 통해 역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글로벌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ATC21S 프로젝트는 ‘방법론’ 부분에서 역량을 정의하고 21세기 역량 측정방식을 서술하고 있어, 또 하나의 우수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질문8
한국에서는 디지털 교과서와 소프트웨어 교육 등 새로운 기술을 학교에 도입하여 주요 미래 역량을 배양하고 평가 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의견 또는 제안사항이 있습니까?
답8
제가 한국에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떠한 전략과 새로운 기술 등이 활용되고 있는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만일 다양한 21세기 역량을 함양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기술이라는 수단이 과연 성공적인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술은 단순히 전달하는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들이 배운 것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기주도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는지 입니다. 그러나 앞서 교사와 관련하여 설명할 때 언급한 바와 같이,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협동심 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증거에 기반한 모델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일 교사들이 이러한 역량을 모델링하는데 기술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전략은 대부분 성공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e-learning이나 블렌딩 학습 전략(blending learning strategies)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질문9
한국은 특히 계층 간 이동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한국의 성장에 기여하였으나, 동시에 학생의 낮은 동기와 대학입시위주의 교육, 그리고 높은 사교육비용 지출 등과 같은 문제점을 가져왔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답9
이 질문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히 답변한 것 같습니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역량 습득에 초점을 두는 발달적 접근(A developmental approach)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습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실수와 약점을 중심으로 하는 결핍 모형(deficit model)을 역량 발달적 접근방식(developmental competence approach)로 대체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학부모가 미치는 영향 때문에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KEDI에서 학부모 교육 또는 학부모의 태도 변화 등을 연구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훨씬 더 월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군요. 그보다도 한국의 강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가난하고 낮은 교육 수준을 가진 나라에서부터 세계적으로 교훈을 주는 나라로 성장하였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겪고 있는 학업 스트레스는 학생들의 학업 참여율과 관심도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한국의 사교육은 가장 높은 편에 속하기도 하고요. 교육과정은 암기력을 기반으로 하며, 대학입시에 의해 좌우되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의 평가는 역량 평가의 정반대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성공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지능형 기계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홍콩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정부와 연구기관이 고등교육에서의 새로운 선발 유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10
최근 한국에서 고등교육 시스템 개선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였습니다. 노동 시장 진입을 앞둔 대학생들의 핵 심역량을 증진하는 방법에 대해 어떠한 의견이 있으신지요?
답10
저는 대학생들만을 위한 역량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사실 ATC21S의 핵심역량을 모두 강조하고 싶습니다. 멜버른 대학교에서는 공학과 과학, 경제학 전공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동적 문제 해결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의 변화는 산업계를 위한 빠른 대처 정도로 여겨지곤 합니다. 장기적인 변화를 위해서 초등교육에서 나타난 변화가 학교교육을 거치면서 쌓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ATC21S 프로젝트의 경우, 특정한 교육 수준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개별 학교와 시스템 수준에서의 21세기 평가 자료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며, 글로벌 수준의 평가 자료 개발은 UNESCO와 함께 할 예정입니다.
질문11
마지막으로, KEDI에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답11
미래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가르치고 평가하는 데 KEDI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희망 합니다. 21세기 핵심역량 관련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 도제교육 [徒弟敎育, apprenticeship] : 13세기 이후 산업혁명기까지의 가내수공업 사회에서 실시된 직업교육 제도. 10세 이후부터 상업·공업·기술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장인(匠人, master)의 개인 집에 다니면서 도제가 되어 봉사하면서 학습하기 시작한다. 그 교육내용은 직업관계는 물론 인격교육에까지 미친다. 매우 엄격한 압제적인 훈련을 비교적 장기간(5∼7년)에 걸쳐 이수한 뒤 다시 일정한 작품제작에 합격해야 비로소 장인이 된다. (교육학용어사전, 1995. 6. 29., 하우동설)
2) 경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건·과정을 지칭하는 개념. 이 개념은 과학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바 여기에는 경험적 구인(empirical constructs)과 가설적 구인(hypothetical constructs)이 포함된다. (교육학용어사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1995. 6. 29., 하우동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