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Report ②
서전고등학교 한상훈 교장선생님과의 인터뷰
봄의 기운이 가득한 3월, 기대와 설레임 속에 첫 개교한 서전고를 방문하였다.

새 건물, 새 학생들로 학교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공모형 교장으로 서전고에 부임한 한상훈 교장을 모시고 학교 운영 방향과 계획 등에 대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상훈 교장선생님은 “학생과 교사 모두가 주인이 되는 지속가능한 학교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서전고의 ‘자율’, ‘참여’, ‘상생’ 의 교육 목표와 추구하는 인간상인 ‘나를 세우고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서전인’ 에 공감하고 오늘날 꼭 필요한 교육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특히 서전고가 “당대 천재 유학자 보재 이상설 선생님의 서전서숙(瑞甸書塾)의 정신을 계승하려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통성과 뿌리를 둔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며 서전고 운영에 대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맞춤형 개별화 교육과정’, ‘미래 교육환경 변화에 적합한 진로 교육과정’ 으로 대표되는 서전고의 교육과정 운영 방안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관심 영역에도 차이를 보인다.”“학생 개개인의 차이를 최대한 교육과정 편성에 반영하고, 예산이 가능한 범위에서 강사들을 배치하는 등 아이들이 희망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 고 말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1인 1논문쓰기’ 등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인적 · 물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협력위원회’ 를 구성 · 운영할 계획이다.” 라고 말했다.

대학입시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한상훈 교장은 “서전고가 계획하고 있는 자율적, 자기주도적, 참여형 교육과정이 잘 진행된다면 현행 입시제도에서 요구하는 소위 스펙 준비가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 말하며, “학교에 내려오는 예산을 보충학습에 사용하더라도 자기주도적, 선택형 학습에 활용하고 ‘진로진학클리닉’ 같은 것을 운영하는데 투자하려고 한다.” 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KEDI의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서전고에 대한 모니터링, 자문 등의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고 언급하며, 학교 시스템, 교육시설, 교육과정운영, 수업 등 분야별로 컨설팅 TF팀을 꾸려서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밝혔다.

이 외에 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의 구체적 사례, 4차 산업혁명과 미래 교육, 서전고 운영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상훈 교장선생님과 한국교육개발원 김은영 대외교류홍보실장의 인터뷰 전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소감, 교직 30년 경험, 포부]
김은영(대외교류홍보실장, 이하 실장) :
교장선생님, 신학기 준비에 많이 바쁘실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충북혁신도시에 서전고가 생겨서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서전고에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앞으로 서전고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서전고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우선 부임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혁신학교 운영하면서 성공한 경험이 있어 서전고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상훈(서전고 교장, 이하 교장) :
조금 갑작스럽게 서전고에 오게 되었습니다. 앞서 근무한 국원고등학교(이하 국원고)에서 교직 생활을 마칠 생각이었죠. 그런데 주변의 권고 등으로 서전고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와서 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 2년간 근무했던 국원고라는 혁신학교에서 나름 선생님들과 같이 고민하고 학교를 운영해 나갔던 경험이 있어서, 기존의 경험을 살려 서전고도 잘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면에서는 기대도 되고, 우려보다는 자신감이 큽니다. 무엇보다 서전고에 와서 보니 선생님들의 팀워크이 매우 좋아서 훨씬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은영 실장 :
교장선생님께서는 30여 년의 교직 생활 등 풍부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충북 고등학교 중 유일한 혁신학교인 국원고에서의 경험이 서전고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혁신학교의 정착 과정 등에서의 고민과 경험담, 그리고 서전고에 부임하셔서 가장 고민이 되셨던 것들에 대해 말씀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상훈 교장 :
충북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혁신학교인 ‘국원고’에서 ‘행복씨앗학교운영부장’ 으로 근무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기도나 서울의 몇 안되는 성공적인 혁신고등학교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 충북현실에 맞게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자양분이 된 것 같습니다.

혁신학교 정착과정에서 제일 고민했던 부분은 학교 조직 내의 ‘협의 문화’였습니다. 의사결정방식을 포함한 한국의 학교 조직에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유지되고 있는 관료주의적인 문화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학교마다 교장을 정점으로 이끌어지는 관료적인 문화가 한국 교육의 탄력성을 없애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첫 번째 고민은 ‘협의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선생님들도 민주적 의사결정방식, 협의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가르치고 적용하는 부분에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학교 내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혁신학교 운영에서 일반적으로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 ‘수업 혁신’이였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교사들도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서 바꿔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반 혁신학교에서도 3~4년차 되어야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리더십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운영 시스템을 뒷받침 하는 학교장의 수평적 리더십이야 말로 혁신학교의 정착, 성공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전고에 와서 가장 고민했던 점은 교사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오리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30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관찰한 결과 선생님들의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납니다. 굉장히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로 오는데, 이러한 훌륭한 선생님들을 시스템이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의 인사제도, 평가제도 등이 선생님들의 잠재역량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면에서 서전고 선생님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서전 교육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저는 학생들의 주인의식과 민주적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주체가 되어 있다면 전통은 이어져 갈 것입니다. 학생들이 오롯이 주인으로 성장하는 것 또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영국의 협동조합학교와 같은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전고가 학생, 교사, 학부모의 주인의식으로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학교가 되도록 앞으로도 많이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서전고의 역사적 전통성]
김은영 실장 :
서전고의 교명 ‘서전(瑞甸)’은 진천 지역의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보재 이상설 선생이 설립한 민족교육기관 ‘서전서숙(瑞甸書塾)’에서 나온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서전고의 설립 취지와 서전서숙(瑞甸書塾)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당대 천재 유학자 보재 이상설 선생님의 서전서숙(瑞甸書塾)의 정신을 계승하려한다는 점 마음에 들어...
역사적 전통성과 뿌리를 가진 서전고를 더 잘 이끌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
한상훈 교장 :
이곳 진천이 보재 이상설 선생님의 고향이고, 이상설 선생님이 설립하신 최초의 학교가 서전서숙(瑞甸書塾)입니다. 이상설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나간다는 학교의 설립 취지가 역사적 전통성을 주고 학교의 기틀을 다지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임하고 나서 이상설 선생님에 관해서 공부를 많이 하다보니, 대단한 매력적인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양명학1)의 진원지인 강화파의 전통 속에서 공부하신 실천적 유학자로 당대의 천재 유학자라고도 불리셨다고 합니다. 양명학의 영향으로 평생을 올 곧게 한길로 가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훌륭한 유학자이신 이상재 선생님의 삶과 뜻을 서전고가 계승하여 학교의 전통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에 기품도 생기고 서전교육의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전고의 학교의 설립 취지가 마음에 듭니다. 서전고가 보재 이상설 선생님의 서전서숙(瑞甸書塾)의 정신을 계승하고자하는 취지로 설립된 학교인데, 역사적 전통성과 뿌리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라서 앞으로 제가 더 잘 이끌어 나가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
[서전고 운영 방향]
김은영 실장 :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서전고를 잘 이끌어가주실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서전고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의 목표,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학부모, 교사,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상훈 교장 :
서전고의 ‘자율’, ‘참여’, ‘상생’ 의 교육 목표와 ‘나를 세우고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서전인’ 으로 제시된 추구하는 인간상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서전고의 교육 목표가 지금 시대상황에 꼭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율’은 자기가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것인데, 주인이 되려면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고, 영혼이 자유로워야 창의력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참여’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체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상생’은 서로 살린다는 뜻인데 인간 사이의 관계를 넘어서 오늘날 자연과 인간의 관계로 까지 개념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전고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이러한 교육목표를 풀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나를 세워’ 즉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고, 함께 성장하는(상생하는) 인간상’이니까요. 특히 저는 교육이념 중 ‘상생’에 주목하고 싶은데요, 이는 오늘날 ‘생태 위기’라고 불리는 문명사적인 상황과 관련지을 때 서전교육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깊이 고민하는 미래인재를 기르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학교 운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적용해보고자 합니다. 또한 학교가 공동체 협의문화 즉, 학부모, 교사 모두 다 주인으로서 참여하는 자율경영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율경영시스템이 정착되고 실현되면 교육의 질도 함께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학교의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을 하다보면 학교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학업 효율성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서 학교를 운영해 나가자’ 라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경영 비전입니다.
[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의사결정 방식 사례]
김은영 실장 :
학생, 교사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학교의 운영에 참여하고, 주도적으로 운영과 관련하여 의견을 나누는 민주주의적인 학교를 말씀해주셨습니다. 학생, 교사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례 중심으로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한상훈 교장 :
제가 서전고에 와서 교직원 회의를 하는데요. ‘방망이’ 하나 갖고 오라고 했습니다(웃음). 일반적으로 학교 회의에서는 이미 결정된 사항을 탑다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형태였지요. 실질적으로 모든 교사가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회의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다가 제가 국회에서 국회의장이 사용하는 ‘의사봉’같은 것을 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회의를 진행하면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교장이 심의하고 보고받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사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고 합의된 최종 결론에 이르면 제가 방망이를 두드리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교장과 교사들 사이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민주적으로 바뀌고 선생님들도 훈련을 해야 학생의 자치활동도 구체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은영 실장 :
학생과 교사 모두 참여한 대표적인 의사결정 사례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상훈 교장 :
학생들이 5월부터 교복을 입습니다. 교복도 결정해야하고, 일단 학생들이 외모에 관심이 많습니다. ‘화장은 어떻게 해요?’ ‘귀걸이 해도 되요?’ ‘핸드폰은 어떻게 해요?’ 이러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5월까지 어떻게 할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검토해야 할 항목이 9가지 항목이었습니다. ‘휴대폰 사용’, ‘두발 규정’, ‘여학생의 치마 기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화장’, ‘렌즈’, ‘귀걸이’ 등에 관해서 학생 설문조사를 (안)을 만들었습니다. 학부형, 선생님들도 (안)을 만들었습니다. 우선 학생 150명이 모여서 토론과 공청회를 2시간 동안 진행하였고, 교사, 학부모, 학생 대표 각각 5명으로 구성된 협의회에서 의견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전고 교육과정 운영 방향과 프로그램 소개]
김은영 실장 :
서전고의 민주적인 학교 운영 방식과 선생님의 경영 철학에 대해 잘 들었습니다. 이제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전고가 가지고 있는 교육과정 운영의 특성,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계획과 비전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관심 영역 차이 보여...
이러한 차이를 최대한 교육과정 편성에 반영하여 아이들이 희망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상훈 교장 :
교육과정은 기본 교과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고, 창의체험활동 교과교육과정이 있습니다. 1학년의 경우 음악, 미술 시간이 없는데 음악, 미술하고 싶은 학생을 위해서 소인수로 교육시간을 편성해서 야간에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관심 영역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를 최대한 교육과정 편성에 반영하고, 예산이 가능한 범위에서 강사들을 배치하고 아이들이 희망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1인 1졸업작품(논문)제도', 'R&E 프로그램'등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R&E(Research&Education) 프로그램이라고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서 활동하는 것인데요. 강남 등에서는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해서 논문쓰기는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만 본래의 취지를 잘 살려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과제연구’형식으로 주제탐구 활동을 활성화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보통 일반 고등학교에서 주제탐구나 소논문 쓰기를 한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예전 국원고에서의 경험도 있고 해서 자신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DBpia(논문 검색 프로그램) 등과 같은 사이트를 참고하게 해서 체계적으로 논문을 쓰게 잘 이끌어주면 수준 있는 논문이 나오는 것을 경험하였거든요. 지금 제가 서전고에서 기획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1인 1졸업작품(논문)’ 제도입니다. 사실 일반 학교에서 엄두를 못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마인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능력, 잠재성을 얼마나 믿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학을 포함하여 혁신도시에 포진해 있는 전문가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김은영 실장 :
교장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논문을 지도하거나 학생들이 1~2년 안에 한 학생이 하나의 소논문 쓰는 것을 지도하려면 선생님들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요. 현재 선생님들 인력으로 가능할까요?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한상훈 교장 :
서전고 선생님들도 충분히 열의가 있고 실력도 상당하십니다만, ‘1인 1논문 쓰기’ 의 경우 지역 인프라와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지역 연계 진로 탐색 연구라고 해서 1인 1 논문쓰기를 지역 인프라와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혁신도시 내에 많은 연구기관이 있다는 점에서 혁신도시에 개교한 학교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논문쓰기가 마인드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교사도 학생도 엄두를 못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등학교에서 무슨 졸업논문을 쓰냐?’ 이렇게 옛날 사고방식에 빠져 비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교사들도 아직 옛날 교육과정중심 사고에서 못 벗어나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전고 선생님들이 낡은 교육에 대해 혁신적인 사고를 갖고 계시고 능력도 갖추신 분들이 많으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와의 연계와 협력]
김은영 실장 :
지역인프라를 많이 활용하겠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교육개발’ 독자 중에 교장선생님처럼 학교를 운영하고 싶으신 여러 교사, 교장선생님들에게 유익한 정보 제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상훈 교장 :
지역의 인프라가 고등학교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동아리활동’ 의 경우 보통 담당 교사가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역의 전문가를 활용해서 진행하면 반응이 좋습니다. 지역 전문가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지역의 역사, 문화재’, ‘노동인권’,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환경오염 또는 공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토론하고 해결해나가면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납니다. 마을의 교사들이 참여하는 ‘인문학 아카데미’도 운영해 보았습니다, 대학교수, NGO활동가 들이 흔쾌히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후에는 이렇게 참여하신 지역 인사들과 협력위원회를 꾸려서 ‘지역사회 협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도 개최한 경험이 있습니다. 학생의 교육과정에 지역사회 전문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을 늘려나가다 보니 이렇게 거버넌스도 구축되었고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지속적인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도 KEDI와의 협력위원회를 기본 축으로 이후에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결합되는 지역의 인프라를 연결하여 지역사회협력위원회도 추가 구성해서 의미 있고 발전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대학입시 준비]
김은영 실장 :
교장선생님의 역할이 막중하고 앞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리라 짐작됩니다. 이어서 서전고가 갖고 있는 미래지향적 체제와 대학입시의 준비를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서전고가 계획하고 있는 자율적, 자기주도적, 참여형 교육과정이 잘 진행된다면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존적인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자기주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상훈 교장 :
저는 서전고의 교육과정은 미래지향적일 뿐 아니라 대입에서의 경쟁력도 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서전고가 계획하고 있는 자율적, 자기주도적, 참여형 교육과정이 잘 진행된다면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존적인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자기주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요즘 많이 거론되는 ‘하브루타 학습 방법’도 학교에 정착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제도화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끼리 ‘공부두레’를 만들어 멘토 활동을 하게 하고 친구들과 지식을 나누고 배려한 부분에 대하여 봉사점수를 부여하는 식으로 제도화시키려 합니다. 이렇게 되면 공부효과가 극대화되고 서로 성장의 촉진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저는 지역에서 공부를 잘했던 학생들이 수능성적이 잘 안나오는 이유가 강제 보충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천이나 충주에서의 경험을 보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강제로 야간 자율학습 시키고, 심야에 보충수업 시켜서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시간을 빼앗고 능력까지 없애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에 내려오는 예산을 보충학습에 사용하더라도 자기주도적, 선택형 학습에 활용하고 ‘진로진학클리닉’ 같은 것을 운영하는데 투자하려고 합니다. 클리닉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능력 MBTI’, ‘개별 진로 맞춤형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학생들을 강제로 야간자율학습 시키는 것보다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갖춘 인재로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학습클리닉’, ‘진로 컨설팅’ 등은 서울 강남 등에서는 사교육의 영역이지만 서전고에서는 지자체 예산 등을 과감하게 여기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김은영 실장 :
교장선생님께서 역시 학교 운영에서도 미래지향적인 풍부한 경영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데요. 위에서 말씀하신 ‘공부두레’ 는 전학생 참여인가요?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사교육에 대한 불안감은 조금 사라지던가요?
한상훈 교장 :
‘공부두레’ 는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서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멘토-멘티 형태로 계획을 세워 서로 공부를 가르쳐주고 난 다음에 실행결과를 제출하면 봉사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아직도 의존적인 학습에 길들여져 있고, 학원을 많이 찾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이 학원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학교활동인 ‘공부두레’ 또는 ‘보충수업’, ‘자율학습’ 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선생님들과 회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 방과후 학습으로 ‘주제중심 선택형 활동’과 ‘학생 설계형 집중탐구’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주제 중심 활동은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과 함께 하는 영어 교실’, ‘지도위의 세상을 만나다’와 같은 식으로 하나의 과목이 아닌 다양한 주제로 연계하여 개설됩니다. 이러한 활동은 이후 대입준비에서 생활기록부 기록할 때에도 다양한 소재로 사고하고 활동했다는 내용을 쓸 수도 있어 입시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인문 고등학교이지만 ‘비만탈출’, ‘농구’ 등 체육 과정도 개설해서 운영하다보니 공부 잘하는 아이들도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방과후로 운동을 신청해서 체력도 기르고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학교에서 이렇게 풍부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자유롭게 선택하여 활동하는 것이 학습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은영 실장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지식 학습에 더 중점을 둬 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이신지요?
한상훈 교장 :
제 원칙은 우선 강제학습은 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참여한다면 이러한 활동 자체가 대학입시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학교에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이 있고 자존감이 낮은 학생도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을 강요하기 보다는 이러한 자율적인 프로그램의 참여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길 원하는 학생은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으로 도서관이나 보충학습 등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전고는 진로진학클리닉 운영 등을 통해서 고 2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쓴다거나 대입을 위한 포트폴리오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전고 학생들은 국영수 교과지식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역량 개발까지 모두 갖추어 수능과 입시에도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리라 확신합니다.
[4차 산업혁명 인재상]
김은영 실장 :
이번 ‘교육개발’ 3월호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상에 관하여 교장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상훈 교장 :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대비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마치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역량 개발이라는 관점에는 조금 의견을 달리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게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 없이 그 흐름에 무조건 맞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조금 우려가 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러한 흐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대안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포괄적으로 미래 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EDI에 바라는 점]
김은영 실장 :
한국교육개발원의 첫 정책연구학교로서 KEDI에 바라시는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한상훈 교장 :
지자체와 협력하면서 어려움이 있거나 할 때 KEDI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KEDI에는 워낙 전문인력이 많으시니까 서전고에 대한 모니터링, 자문 등의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학교 시스템, 교육시설, 교육과정운영, 수업 등 분야별로 컨설팅 TF팀을 꾸려서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제가 앞에서도 언급한 논문지도, 과제탐구, 동아리, 인문학 아카데미와 같은 그런 프로그램들에도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1)
중국 송나라 때 주자(朱子)에 의해 확립된 성리학(性理學)의 사상에 반대하여 명나라 때 왕양명(王陽明)이 주창한 학문이다. 성리학과는 대립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육상산(陸象山)의 철학과 함께 심학(心學)으로도 불린다(두산백과).

2)
하브루타는 나이,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공부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이스라엘의 모든 교육과정에 적용된다(한경 경제용어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