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육
호주의 역량 기반 교육과정 설계의 특징
온정덕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함양하여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강조하고 있는 교육 개혁의 주된 방향이다. 그 중에서 호주는 우리나라의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일반 능력(general capabilities)을 설정하고 이를 교과 교육과정과 관련짓고 있다(백남진·온정덕, 2015).
1. 들어가며
호주의 교육과정은 멜버른 선언의 교육 목표에 기반하여 미래 사회 요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멜버른 선언의 교육 목표인 모든 청소년이 ‘성공적 학습자, 자신감 있고 창의적인 개인, 적극적이고 지식을 갖춘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 필수 기능을 설정하였고, 이는 ‘문해력’, ‘수리력’,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ICT) 능력’, ‘비판적ㆍ창의적 사고’, ‘개인적ㆍ사회적 능력’, ‘윤리적 이해’, ‘문화상호간 이해’로 구성된다(ACARA, 2015). 그리고 이러한 필수 기능을 ‘일반 능력’(general capabilities)으로 부른다. 일반 능력은 학습 결과를 특정한 교과를 공부하면서 습득하게 되는 지식보다는 역량으로 보는 관점을 반영하여 설정되었다. 하지만 일반 역량의 달성을 위해 교과의 구분과 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AEU, 2006).
호주 교육과정에서 일반 능력은 “학생이 21세기에 성공적으로 살며 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로서, 지식, 기능, 행동, 성향을 포함하는 것”이다(ACARA, 2013: 13). 일반 능력은 학생을 복잡하고 정보가 풍부한 글로벌 사회에서 자신감 있게 사는 평생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모든 학문 영역에 걸쳐 적용될 수 있다(ACARA, 2013: 87). 그리고 각 일반 능력은 ‘조직 요소’(organizing elements)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문해력’의 경우 듣기, 읽기, 보기를 통해서 텍스트를 이해하기, 말하기, 쓰기, 창작을 통해서 텍스트 만들기 등의 과정을 텍스트 지식, 문법 지식, 어휘 지식, 시각적 지식과 같은 지식의 영역에 적용하는 조직 요소들로 구성된다(<표-1> 참조).
호주의 일반 능력은 조직 요소들로 구체화될 뿐 아니라, 발달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개념화되어 여러 수준으로 제시된다. 호주 교육과정평가보고기관(ACARA, 2013)이 발행한 ≪호주 교육과정에서의 일반 능력≫이라는 교육과정 관련 문서에서는 일반 능력을 소개하며 각 일반 능력과 관련되는 학습 영역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 능력’의 여러 조직 요소 중, ‘ICT를 활용하여 조사하기’의 조직 요소를 다루는 학습 영역을 제시하면 다음 [그림-2]와 같다.
II. 역량 함양을 위한 교과 내용 선정 및 조직
호주에서는 총론 수준의 문서 없이 교과 교육과정 문서들만이 제시된다. 각 교과의 교육과정 문서는 비교적 동일한 형식을 취한다. 교과 교육과정 문서에서 교과의 성격, 목표, 내용 구조, 성취 기준과 함께 일반 능력, 범 교육과정 주제, 타 학습 영역과의 관련 등에 대해 설명한다. 교과의 내용은 일반 능력, 범 교육과정 주제, 타 학습 영역과의 연결성 속에서 제시된다. 이 중에서 사회과를 선정하여 역량이 교과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학습 내용 제시 방식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호주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학습 내용은 ‘지식과 이해(knowledge and understanding)’ 와 ‘탐구와 기능(inquiry and skills)’ 영역으로 구성된다.
가. 지식과 이해
‘지식과 이해’ 영역은 4개의 하위 학문(역사, 지리, 공민 및 시민교육, 경제와 경영)과 관련된 내용으로 유치원부터 2학년까지는 ‘역사, 지리’만을 다루며, 3∼4학년은 ‘역사, 지리, 공민 및 시민교육’을, 5∼7학년은 모든 하위 학문의 내용을 학습한다. '지식과 이해' 영역은 간학문적 사고를 위한 개념(concepts of interdisciplinary thinking)과 학문적 사고를 위한 개념(concepts of disciplinary thinking)으로 구성된다. 간학문적 사고를 위한 개념은 사회과의 하위 영역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학문적 사고를 위한 개념은 교과 기반 학문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요 개념들이다(ACARA, 2016).
나. 탐구와 기능
‘탐구와 기능’ 영역은 역사적인 혹은 현대 사회의 사건이나 발전, 주제, 현상 등을 탐구하는데 사용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포함하는 영역이다. 탐구를 위한 기능은 모두 5가지로 ‘질문하기(questioning), 조사하기(researching), 분석하기(analysing), 평가하기와 성찰하기(evaluating and reflecting), 의사소통하기(communicating)’이다.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5가지 기능은 학년군별(유치원-2학년, 3-4학년, 5-6학년, 7학년)로 반복하되 심화되는 방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표-2> 참조). 또한 각각의 탐구 기능을 ‘역사, 지리, 공민과 시민, 경제와 경영’이라는 학문 내용과 결합하여 학생들이 해야 할 탐구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탐구 기능에 대한 교사의 이해를 돕고 실제 수업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III. 학년별 교과 교육과정의 구성 방식
가. 학년별 주제 설정 및 탐구 질문 제시
학년별 주제는 흥미 위주의 개별 사건, 혹은 단순한 사실들의 통합을 이루는 주제가 아니라 사회과의 일반화나 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끄는 유의미한 탐구 주제의 성격을 띤다. 그리고 학년별 주제의 초점이 되는 핵심 개념들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또한 학년별로 학생들이 주제를 탐구하는 데 초점이 되는 탐구 질문(inquiry questions)을 제시한다. 이 질문들은 학생들의 사고를 유발하며 교과 학습이 탐구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사회과 초등학교 2학년에서 ‘사람과 장소에 대해 우리는 과거 및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주제로 설정하였고, 탐구 질문은 ‘나의 장소가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주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장소와 다른 장소, 과거 혹은 현재와 연결되어 있는가?’ ‘과학기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삶, 그리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 간의 연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나. 학습 내용 구성
사회과에서는 학습 내용을 학생들이 할 수 있어야 할 것을 ‘탐구와 기능’으로, 알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을 ‘지식과 이해’로 범주화한다. 그리고 각 범주에 구체화(elaborations)라는 항목으로 학년별 내용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2학년의 학습 내용 중 ‘탐구와 기능’에서 관점 탐색하기는 [그림-3]과 같다. 아이콘은 일반 역량과 범교과학습 주제를 보여주며, 학습 영역의 내용과 일반 능력의 연결성을 드러낸다(아이콘의 의미는 <표-1> 참조).
다. 성취기준
성취 기준(achievement standards)은 지식과 기능의 두 영역을 아우르며 학습의 결과 학생들이 알고 할 수 있어야 할 것을 총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성취기준은 학년별, 그리고 영역별로 제시된다. 다음은 사회과에서 5학년 성취 기준과 영역별 성취 기준의 예이다. 5학년의 ‘지식과 이해’ 영역에서 다루고자 한 핵심 개념이 하위 학문과 합쳐져 서술되어 있으며, 5학년에서 배워야 하는 모든 탐구 기능이 빠짐없이 성취 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5학년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은 변화를 가져온 사람과 사건/발전의 의미에 대해 서술한다. 학생들은 특정한 공동체의 변화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며,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과거의 여러 측면에 대해 설명한다. 학생들은 과거에 살았던 여러 사람들의 경험에 대해 설명한다. … 학생들은 문제나 도전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안다.

학생들은 조사를 위한 문제를 개발한다. 이들은 탐구 질문에 대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학생들은 목적을 달성하고, 자신의 다양한 관점을 규명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한다. … 학생들은 학문적인 용어와 적절한 방식을 사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의사소통 형식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 탐구 결과, 발견한 점을 발표한다.
IV. 시사점
첫째, 우리나라의 핵심역량에 해당하는 일반 능력은 조직 요소로 구체화되며 그 수준과 함께 수학, 과학, 역사, 영어 등 관련 학습 영역의 내용이 제시된다. 이는 조직 요소 수준에서 학습 영역 간 연결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일반 능력과 교과 교육과정의 학습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반 능력은 내용 설명의 구체화(elaborations)에서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교과의 내용(지식과 기능)과의 연결성을 나타낸다. 이는 일반 능력은 그 자체로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교과 내용을 통해서 구현됨을 시사한다.

셋째, 교과의 지식을 하위 영역들을 아우르는 공통 개념으로 구조화하여 영역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지식과 함께 탐구 및 사고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탐구를 통한 학습이 강조된다. 이는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지식 습득만을 위한 교육은 지양하지만 여전히 교과의 지식이 중요하며, 다만 어떤 지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함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1)
의미(significance), 연속성과 변화(continuity and change),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 장소와 공간(place and space), 상호관련(interconnections), 역할, 권리, 책임감(roles, rights and responsibilities), 관점과 행동(perspectives and action)
참고문헌
- 백남진·온정덕(2015). 호주 국가 교육과정에서의 역량 제시 방식 탐구. 교육과정연구. 33(2), 99-128.
-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2013). General capabilities in the Australian curriculum. Retrieved May 1, 2015, from http://www.australiancurriculum.edu.au/Download/F10
-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2015). General capabilities in the Australian curriculum. Retrieved March 1, 2017, from http://www.australiancurriculum.edu.au/generalcapabilities/overview/introduction
-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2016). The Australian Curriculum, F-6/7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Retrieved from http://www.australiancurriculum.edu.au/download/f10
- Australian Education Union(2006). Educational leadership and teaching for the twenty-first century, Australian Education Union, Melbour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