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사회 그리고 ‘교육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사회에서의 교원 역량 개발의 제4의 길
정바울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한 바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 로봇,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의 기술이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정보기술, 인지과학의 융합 기술로 발전하고, 이로 인한 지능형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 생산을 주도하는 사회구조의 혁명(김진숙, 2016)”으로 정의된다. 교육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한 학교교육 및 교직의 지형 변화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화두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변화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그 실체와 내용을 제대로 포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 교직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파악하여 교원의 역량 개발 과제를 발굴하는 것은 더욱 도전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사회에서의 교원 역량 개발을 위한 단서를 학교변화 분야의 권위자인 Hargreaves와 Shirley(2012)가 제시한 ‘학교 변화 제4의 길’ 논의 속에서 탐색적 차원에서 논의해 보려고 한다. Hargreaves와 Shirley는 지난 40여 년간의 전 세계의 교육개혁의 흐름을 3가지 흐름(제1의 길부터 제 3의 길)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보다 지속가능하고, 체계적이고, 영감을 주는 대안적 접근으로 제4의 길의 학교 변화 접근을 제시하였다.1) 흥미롭게도 제4의 길과 4차 산업혁명 모두 ‘4 또는 네 번째’ 차원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특별히 ‘제4의 길’의 학교변화 논의에서도 테크놀로지의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4차 산업혁명과 교원의 역량을 살펴보려는 본 주제와 잘 부합한다고 여겨진다(Shirley, 2011).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교원의 역량에 대해, 탐색적 차원에서 ‘딥러닝(deep learning)’과 ‘딥협력(deep collaboration)’과 같은 교원의 ‘딥역량(deep competentcies)’ 개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에 앞서, 다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교육에 주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테크놀로지와 교육 사이의 길고 험난한 여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테크놀로지와 교육의 경주: 주기적 기억상실증 또는 데자뷰?
미국의 교육학자 Cuban(1986)은 지난 한 세기동안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적용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체계적으로 조명한 후 거기에는 ‘열광-실망-비난’으로 이어지는 반복된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분석하였다. 1920년 이래 영화, 슬라이드,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도입으로부터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입에 이르기까지 테크놀로지 옹호자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에 대해 ‘열광’하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테크놀로지가 제한적으로만 교실에 침투하게 되면서 ‘실망’하게 되고, 결국 이러한 실패를 교사들의 탓으로 돌리고 그들을 ‘비난’하는 반복적 주기를 띤다는 것이다. 보다 최근 저술에서 Zhao와 동료들(2015)은 이와 같은 반복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출현하게 되면 또 다시 열광적으로 수용했다가 실패하고 또 실망하는 패턴을 보이는 현상을 ‘주기적 기억상실증(cyclic amnesia)’이라는 흥미로운 표현을 활용하여 분석하기도 했다. 그들은 반복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주는 매혹은 고통스럽고 비싼 실패의 기억을 잊기에 충분하다고 하였다. 이로 인해 테크놀로지의 옹호자들은 기존의 노력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 이유를 깊이 음미하지 못한 채, 늘 ‘열광-실망-비난’의 패턴을 반복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이를 둘러싼 변화와 개혁 담론과 신드롬은 마치 우리가 지난 한 세기 동안 충분히 겪어왔던 테크놀로지와 교육 사이의 반복된 실패 주기의 ‘데자뷰(Déjà Vu)’를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앞서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반복적 실패의 패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비슷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과 교원 역량 개발 제4의 길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해 광범위한 학문간 융·복합이 이루어지고 창의성이 강조됨에 따라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습 경험 융합, 교과 간 학문간 융합, 형식교육과 비형식 교육의 융합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학습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교원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곤 한다(김진숙, 2016). 이와 관련하여 2015 교육과정에서는 “인문, 사회, 과학기술의 기초 소양 함양이나 문·이과 통합 교과 신설,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확대, 전체적인 학습량 감소를 통한 깊이 있는 학습 추진, 교과 내, 교과간 통합적 연계, 토의·협력, 탐구학습의 강조, 과정 중심 평가(김진숙, 2016)” 등을 실제 학교교육과정에 실천하기 위한 교사의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 논의가 활발해지기 전 시점에 저술한 ‘학교변화 제4의 길’이라는 책에서 Hargreaves와 Shirley(2012)는 은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 사회에 요구되는 교원의 역량과 관련하여 주의를 기울일 만한 예리한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며, 융·복합 수업을 하고, 또 맞춤형 수업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 등등 4차 산업혁명에 요구된다는 역량을 기능적으로 세분화한 후 이를 개발하려는 역량 기반(competency-based) 접근(소위 제 3의 길 또는 제 3.5의 길 접근) ‘그 이상’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그대로 둔 채 몇 가지 역량을 추가하고 강화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특히 교원 역량 개발과 관련해서는 교사와 테크놀로지 사이의 관계부터 새롭게 재정립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변화의 새 틀을 짤 필요고 있고, 이를 토대로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새롭게 재정의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딥러닝, 딥협력 그리고 딥역량
이와 관련하여 Zhao와 동료들(2015)의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일, 사람이 절대 안 하기 : 교육 테크놀로지 활용의 다섯 가지 대표적인 실수들(Never send a human to do a machine's job: Correcting the top 5 Ed-Tech mistake)라는 흥미로운 최근 저서는 유용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 그들은 교육 테크놀로지 활용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실수 가운데 하나로 교사와 테크놀로지 사이의 대결적 또는 위계적 관계 설정을 지적한다. 그들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 기기가 인간 교사를 대체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촉발하는 대결적 관점이나 어디까지나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는 교사의 교육활동 가운데 주변적이고 부수적인 기능만을 담당한다는 위계적(종속적) 관계 설정은 이제는 그 설득력이나 타당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관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착오적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인간교사와 테크놀로지가 파트너십을 이루어 코티칭(co-teaching)을 추구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의 보다 전향적인 관점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수-학습 과정 가운데 인공지능 로봇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학습 내용이나 반복, 연습 활동 등은 테크놀로지가 담당할 수 있도록 과감히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렇게 될 경우 교사는 테크놀로지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비판적 능력, 창의력, 정서적 능력, 개척자적 소양과 같은 보다 더 인간적이고 비교우위가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딥러닝’(최근에 유행하는 것처럼 기계가 뇌와 같은 방식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도록 만드는 인공지능과 학습 알고리듬을 말하는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딥러닝이 아니라)의 추구에 전념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되고 전문화될 수 있을 것이다(Fullan & Langworthy, 2014; Zhao et al., 2015). 한편,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기대는 자칫 테크놀로지가 갖고 있는 중독적이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특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거나 망각하기 쉽다(Hargreaves & Shirley, 2012). 딥러닝은 교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유창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디지털 주의력 분산(digital distraction)’으로 인해 깊이 있는 논의와 논증의 과정에 대한 인내력이 감소하는 현상을 극복하여 균형 있는 학습 역량을 함양하는 방향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사는 컴퓨터와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깊고 인간적인 협력, 소위 ‘딥협력’을 조장할 수 있다. Turkle(2012)은 “함께 그러나 외로운: 왜 우리는 테크놀로지에 더 기대하고 서로에게는 덜 기대하는가?”라는 통찰력 있는 책에서 지능정보화의 쓰나미와 낙관주의 속에서 학생들이 문자 메시지와 집착하게 되면서 친밀한 말과 대화의 깊고 풍부한 소양과 깊은 상호작용이 상실되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그리고 스마트기기는 학생들로 하여금 “서로서로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연결(connect)되기보다는 기기에 매여지게(tethered) 할 뿐”이라고 하였다(Hargreaves & Shirley, 2012, p. 41). 교사는 때로 온라인과 디지털 매트릭스에 지나치게 매여 있는 아이들로 하여금 온라인을 잠시 멈추고 오프라인에서의 학습공동체(학급 또는 학교)와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온-오프라인을 주체적으로 횡단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요구된다(Hargreaves & Shirley, 2012).

게다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학교에서의 학생들의 학습 활동과 생활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스마트기기와 소셜 네트워크, 앱과 같은 소통 수단이 깜짝 놀랄 정도로 발전하고 보편화되면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도 기존의 피상적이고 방어적 형태의 상호작용이 아닌 보다 더 투명하고 깊은 차원의 협력과 파트너십이 요청된다. 따라서 교사들에게는 이와 같은 다양한 대상들과의 새로운 형태의 협력과 보다 긴밀한 상호작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리더십’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Cho, 2016).
맺는 말
앞에서 제기한 질문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앞서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반복적 실패의 패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비슷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하거나 예측을 제시하는 것은 글쓴이의 능력 밖의 문제이고, 어쩌면 시간만이 해답해 줄 수 있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도래는 기존의 3차에 걸친 산업혁명과는 그 내용, 정도, 수준이 현저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와 교육 사이의 경주에서도 이미 테크놀로지가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다는 차원에서, 적어도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변화로 이행하는 궤적상의 변곡점 또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근접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Zhao, 2016). 이러한 새로운 변화는 교육정책담당자, 학자, 그리고 교원들의 보다 주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사회에서의 교원의 역량은 학교교육 실천 장면에서 ‘딥러닝’과 ‘딥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량, 이를 통해 형성되는 인간의 다양한 잠재력, 창의력, 글로벌 협업 능력과 융·복합적 역량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포함하는 보다 깊은 ‘딥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Zhao, 2016). 이와 같은 '딥 역량'은 단순히 부가적인 연수나 새로운 기기, 매혹적인 소프트웨어의 보급만으로는 개발되기 어렵다. '딥러닝'과 '딥협력'에 필요한 보다 학생 중심의 교수-학습 실제 재구조화와 교사의 ‘전문적 자본(professional capital)’의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과 교육 거버넌스의 재설계 또는 리디자인(redesign)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Hargreaves & Shirley, 2012). 이 글에서 제시한 '딥러닝'과 '딥협력'은 새롭게 요구되는 교원의 역량 개발을 위한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다양하고 새로운 차원의 교사 역량 등은 후속 연구를 통해 분석되어지고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교사의 '딥역량' 개발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사회에서의 교육이 테크놀로지와의 경주에서 다시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1)
Hargreaves와 Shirley(2012)는 지난 사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교육변화의 접근 방법을 복지 차원에서 국가의 투자와 교사의 자율성을 강조한 제1의 길, 시장과 표준화를 강조한 제2의 길, 공공영역(국가)와 사적 영역(시장)의 실용적 파트너십을 변화와 리더십을 핵심 기제로 하여 모색한 제3의 길, 그리고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의 참여, 교사의 전문적 자본, 그리고 체계성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축으로 하는 제4의 길을 제시하였다.
참고문헌
- 김진숙(2016). 4차 산업혁명과 교육 트렌드. 한국교육신문. http://www.hangyo.com/news/article.html?no=46337(2017. 3. 10. 접속).
- Cho, V. (2016). Administrators’ professional learning via twitter: The dissonance between beliefs and actions. Journal of Educational Administration, 54(3), 340-356.
- Cuban, L. (1986). Teachers and machines: The classroom use of technology since 1920. New York : Teachers College Press. (박승배 역. 교실과 기계. 서울: 양서원)
- Fullan, M., & Langworthy, M. (2014). A rich seam: How new pedagogies find deep learning. London : Pearson.
- Hargreaves, A., & Fullan, M. (2012). Professional capital: Transforming teaching in every school. New York : Teachers College Press. (진동섭 역. 교직과 교사의 전문적 자본. 서울: 교육과학사)
- Hargreaves, A., & Shirley, D. L. (2012). The global fourth way: The quest for educational excellence. London : Corwin Press.
- Shirley, D. (2011). The fourth way of technology and change. Journal of Educational Change, 12(2), 187-209.
- Turkle, S. (2012). Alone together: Why we expect more from technology and less from each other. New York : Basic books.
- Zhao, Y. (2016). From deficiency to strength: Shifting the mindset about education inequality. Journal of Social Issues, 72(4), 720-739.
- Zhao, Y., Zhang, G., Lei, J., & Qiu, W. (2015). Never send a human to do a machine's job: Correcting the top 5 Ed-Tech mistakes. London : Corwin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