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화사회 그리고 ‘교육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사회구조변화
최항섭 국민대학교 교수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지금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언제 3차 산업혁명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미디어, 학계,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고 있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가지게 하여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상품들을 소비하게 하는 마케팅 용어라고 비판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세미나나 심포지엄에서 종종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지는데 그것이 지나치게 이어져 정작 4차 혁명으로 표현되고 있는 그 ‘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이는 과거 웹 2.0 시대, 웹 3.0 시대와 같은 용어가 유행했을 때도 같았다. 그때도 웹 2.0이 무엇인가? 웹 3.0은 웹 2.0과 무엇이 다르길래 그렇게 불러야 하는가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4차 혁명으로 부르는 그 변화의 흐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

기술사회의 변화와 관련해서 2016년을 지배했던 단어는 단연코 ‘인공지능’이었다. 이후 테슬라 등 자율자행차들이 실제로 상용화되었고, 오큘러스와 같은 가상현실기기가 시장에 출시되어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이러한 기술이 실제로 우리 일상생활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이러한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는 새로운 혁명의 시대이며 이를 4차 산업혁명으로 천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거대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그동안 인간을 보조해왔던 기계가 이제 인간의 능력을 ‘대체’ 혹은 ‘능가’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인공지능기술에 있다. 이로 인해 노동, 경영 등 많은 영역에서 변화가 예상되지만,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인간의 사회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교육영역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어떠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영역에 큰 영향을 미칠 사회 구조적 변화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
오랫동안 개인은 다른 개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화되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 상호작용한 경험으로 교육기관에서 동료들, 교사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화가 이루어졌다. 교육기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개인을 사회화된 개인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제 개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사회화의 바탕이 되었던 학교 동료들, 교사님들과의 상호작용에 기계와의 상호작용이 새롭게 등장한다.

한편, 학교 동료들과의 상호작용에서는 신뢰의 관계가 형성하기도 한다. 설령 내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나의 편이 되어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이 나의 학교동료이다. 이러한 위로와 신뢰의 관계를 통해 인간은 사회화된다. 이 부분까지 기계가 대체하지는 못한다. 교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들은 단순히 사회의 규범을 전수하고, 지식을 학습시키는 존재가 아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학생의 멘토가 되어 미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존재다. 기계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생에게 지식을 전수할 수는 있지만, 학교동료와 교사들의 존재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기계가 점점 빅데이터를 가지고 진화하면서 인간에게 인간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을 들려줄 때 발생한다. 특히 치열한 경쟁주의로 물들어 동료의식이 사라지고 학생들이 서로를 경쟁상대로만 생각하는 한국교육계에서는 더욱 우려되는 바이다. 교사들 역시 과거와는 달리 입시 위주로 학생들과의 관계를 맺게 되면서 사제지간의 관계는 해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학생들은 극도의 외로움을 경험한다. 자신을 위로해줄 학교친구, 교사를 찾기가 힘들고 가족들마저 각자의 삶에 바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다. 이때 자신의 기분을 표정과 말을 통해 인식하고, 자신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말들을 해주며 상호작용해주는 기계는 그 학생에게 대단히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학생의 사회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때 개인의 사회화는 학교동료, 교사, 가족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사회관계에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계는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회화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정직한 지적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계는 나에게 그러지 않도록 프로그래밍이 될 것이다. 나에게 정직하게 고언을 하는 기계는 시장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기계와 상호작용을 계속하게 되는 그 개인은 현실 세계에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정직한 말을 할 때 이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경쟁만을 위주로 하는 한국 교육을 공존과 신뢰를 최우선가치로 하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인의 사회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10여년간을 기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보내 결국 사회가 파편화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vs 인간의 경험과 지혜
인공지능이 교육현장에 있는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의 바탕에는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활용능력에 있다. 즉 인공지능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한한 데이터들인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 지식을 가르치리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에 따르면 현장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복해서 가르치는 내용, 자신의 한정된 경험을 통해서 가르치는 내용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교사, 교수들은 자신들이 한 번 만들어놓은 강의 자료를 긴 기간 동안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례는 업데이트하겠지만, 강의 자료 자체에 새로운 지식들과 정보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기는 쉽지 않다.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에게는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이야기해주면서 그것을 통해 학생들이 삶의 지혜를 얻도록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의 현실 속에서 쉽지 않다. 교사 역시 바쁜 생활 속에 새로운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으며, 학생들 역시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한 활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분명 인공지능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 사례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서 학생들에게 이를 전해주는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역사수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은 가장 최신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사건이 벌어졌는가가 아니다. 그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과 원인, 그리고 그 사건이 개인과 사회에 의미하는 바, 이를 통해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는 무엇인가이다. 이러한 것은 교사들이 스스로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는 것이며, 이에 교사들의 진정한 역할이 있다. 이는 미래 인공지능의 시대에 교사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교사들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의 전달자 역할만을 한다면, 단순히 학생들의 입시를 위한 조력자로서 해야 할 역할만 한다면, 미래의 교사직은 없어질 것이다. 빅데이터를 가지고 스스로 학습할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훨씬 더 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가 중요한 이유는 교사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전수함으로써 학생에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 기계들이 지식, 정보, 빅데이터, 딥러닝으로 무장하여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시대에 교사들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 지혜의 전수에 있다. 이를 위해서 교사들이 보다 많은 삶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교사들에게 더 많은 지혜를 갖기 위한 시간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앞으로 미래 한국교육계가 나아갈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