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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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이슈와 전망 ①
고교학점제 도입의 쟁점 및 과제1)
손찬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고교학점제 도입의 쟁점 및 과제
서론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화두인 4차산업혁명에 있어 성공의 열쇠는 ‘유연성’으로 대변되고 있으며, 유연한 교육시스템은 4차산업혁명의 상대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조건 중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UBS2), 2016). 이러한 맥락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추진 방향의 하나로 ‘유연화’를 설정(교육부, 2016)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등교육에서 지금까지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학생 참여형 수업과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로서 추진되어 왔다면, 최근에는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학점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매우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과거 1~3차 산업혁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4차산업혁명의 특징과 파급력으로 인해, 학생들을 미래 대학생활 및 직업생활에 준비시키기 위한 고등학교 교육체제 전반의 혁신을 시급한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반계고 교육력 제고를 통해 특수목적고로의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과다 경쟁, 사교육비 과다 지출의 문제를 바로 잡고자, 학점제를 자율형 공립고 및 사립고에 우선 시범 적용하고 일반고로 확대하는 추진 일정도 제시하였다. 하지만 학점제의 개념적 요건 중에서 내신성적 평가 방식 전환과 재이수 및 졸업시기 연장 등 사회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사항까지 접근하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명분이 분명한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에 집중하는 선에 머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고교학점제 도입 관점에서 긍정적인 것은 2009년 고교학점제 도입 논의와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기점으로 다양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추진되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포함한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의 개정, 성취평가제 도입, 진로진학상담교사 도입, 교과교실제 도입, 대입전형의 변화 및 수능 절대평가 도입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고교학점제의 개념적 요건 충족은 물론, 그러한 요건 충족을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측면의 지원체제를 포함하며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입전형에 대한 고려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정책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분명한 한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도입과 관련한 쟁점 사항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시작하는 종합적인 방안 모색 접근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쟁점 및 과제
고교학점제 도입과 관련한 쟁점 사항들을 [그림 1]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학점제 도입의 개념적 요건 충족, 둘째는 학점제 개념적 요건 충족을 위한 지원체제 구축, 셋째는 대입전형 연계이다. 각 영역별로 쟁점 및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쟁점 및 과제
1. 학점제 도입 요건 측면의 쟁점 및 과제
가.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우선 「초·중등교육법」 제26조 제1항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에서의 진급과 졸업과 관련하여 그것이 ‘학년’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학년제’임을 명시하고 있다. 학년제는 특정 과목 이수에 실패했을 경우에 해당 학년 과정 전체를 재이수해야 하는(최정희, 2014에서 재인용) ‘유급제’를 포함한다. 이러한 학년제 하에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의 보장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개설 희망 과정과 실제 편성 운영되고 있는 과정 간에는 커다란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학교 내 과목 선택형 교육과정은 교사의 수업과목 증가에 따른 수업 준비 및 출제 부담, 다양한 교과목 개설에 따른 교원 수급 어려움 등이 제기된다(정광희 외, 2016:135). 학교 내 과정 선택형은 과정의 경직성과 미래의 변화를 담아내는 것의 한계, 학생들의 진로 유동성 및 미래사회의 유동적 진로요구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우려, 진로집중과정과 대학 전공 선이수 과목 대응 조건 형성 기대의 어려움, 경상, 법정, 의약학 과정 등 선호 과정이 있을 경우, 과정 간 학생 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진다(황규호, 2015:53-55). 교과중점학교는 학생선발, 별도의 교육과정 편성, 교원 수급 등 교육과정 편성·운영상의 부담과 함께 이 과정으로 입학한 학생이 같은 학교 내 다른 과정으로 이동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전학을 해야 할 뿐 아니라 같은 학교 내 다른 학생도 이 과정과 관련하여 개설된 과목을 수강할 수 없는 등 운영상의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둘째,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은 학생 이동 시간 및 이동상의 안전 문제, 정규교육과정 상의 선택과목이 아닌 순증을 통한 교육과정 추가 이수로 인한 학생의 학습 부담 증가, 등급산출 부담 완충을 위한 소인수 학급 운영으로 수혜 학생 제한, 강사초빙의 어려움, 학사일정 조정 어려움, 담당 교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미비 등의 문제가 운영상의 한계로 제기되고 있다(정광희 외, 2016:139). 셋째, 지역사회 연계 교육과정은 주로 대안교육과 직업교육 분야에서 ‘학업중단 위기학생’들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정규교과목에서 전문적인 강사 인력풀 확보가 어렵고 강사 채용 조건에서의 제약이 크며, 학교에서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 선택에 있어서 학교의 여건에 맞춰져야 가능하다고 여기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응이 여전하다. 그로 인해 교육과정 외 특별 프로그램에 외부 강사를 초청하거나 지역사회시설을 단체로 견학하는 등 일회성 행사 또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인 실정이며,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인정될 수 있는 체계와 제도적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정광희 외, 2016:156). 넷째, 온라인 기반 교육과정 운영은 2012년 방송통신고등학교의 사이버교육 콘텐츠와 시스템을 활용하여 단위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개설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시작된 ‘온라인수업3)’에서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수업’은 당초 취지인 ‘선택 과목 개설 확대’보다는 전편입 등으로 발생하는 미이수 과목 이수 또는 보충학습을 위해 활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손찬희 외, 2014). 현재 온라인수업 운영은 명확한 평가 방식을 결정하여 적용하고 있지 못하다. 최근 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아직 명확한 교육과정 운영 및 수업 모델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고등학교에서 학점제를 도입한다고 할 때, 그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고교학점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그 부합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의미에서 고교학점제를 일부 교과목에서 부분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바와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의 내용에 과목 이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성취수준’을 포함한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는 상충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교육의 ‘단위제’를 표방하고 있으며, 단위제는 해당 과목에서 학생이 어떤 수준을 보이더라도 일정한 시간 이상의 수업에 참여를 한다면 그 과목의 단위를 이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나. 교과목별 성취기준 적용
학점제의 개념적 요건 중의 하나는 ‘성취기준’에 따른 과목 이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현행 교사의 학생평가는 학생 간의 상대적 서열에 의한 학생평가 결과 산출 방식인 규준참조평가의 교육 내·외적 부작용에 따라 준거참조평가인 ‘성취평가제’가 도입되었다. 성취평가제는 교육과정과 교수학습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평가의 교육적 목적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입선발전형을 위한 총괄평가로서의 활용 방안은 유예되어 성취평가제에 의한 과목의 성취등급과 상대9등급제가 병행 운영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상대평가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성취평가제의 평정결과가 대입선발전형의 선발적 기능에 대한 평가 정책적 모호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에서의 ‘성적부풀리기’를 실효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각 등급 간 학생의 성취수준을 구분하기 위한 단위학교의 수준 설정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와 석차9등급 상대평가의 병행 지속 여부나 절대평가의 단계적 또는 전면 적용 여부에 대한 로드맵이 명확히 제시되고 있지 않는 등 평가 정책의 모호성과 불확실성 수준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다. 교과목별 이수기준 및 졸업요건
학점제 도입은 수업일수로 학습의 ‘양’만을 졸업요건으로 하는 것에서 나아가 학생의 실질적인 교과목별 학업성취, 즉 학습의 ‘질’을 평가하여 졸업요건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교과목별 이수기준은 무엇으로 정할 것이며, 고등학교 학력인정을 위한 졸업요건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졸업요건으로는 취득해야하는 최소학점과 더불어, 고등학교 단계의 학력(學力)을 담보하기 위한 일종의 ‘졸업시험’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졸업요건을 무엇으로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우선 졸업요건을 일정 수준의 학점 취득만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학점을 취득한 학생에게 졸업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고, 졸업시험 합격 시 최종적으로 고등학교 졸업학력을 인정할 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현재의 진급 및 졸업의 요건인 ‘출석일수’를 졸업요건으로 포함하여 유지할 것인지도 논의되어야 한다.

졸업요건으로서 학점의 취득 측면에서는 최소이수학점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의 문제와 연결된다. 현행 이수 기준인 ‘단위’를 ‘학점’으로 환산하는 경우 고등학교의 최소이수단위인 180단위(창의적체험활동 이수 단위 제외)에 상응하는 180학점을 최소이수학점으로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단위’를 ‘학점’으로 기계적으로 환산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수 있지만,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와 교과목별 성취기준 적용에 따른 과락 과목 발생, 이로 인한 학생의 학업부담과 졸업시기 지연 등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180학점을 최소 이수학점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쟁점 및 과제
2. 학점제 도입 지원체제 측면의 쟁점 및 과제
가. 학생의 진로 선택과 그에 따른 교과목 선택 역량
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이 교과를 선택하여 이수하는 과정, 즉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 중심의 선택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한다. 학생 중심의 선택 교육과정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먼저 선택 교과목의 운영에 대해 학생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개개인의 학생 소질, 적성, 흥미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교사수급, 교사의 수업 시수, 교실 확보, 일정한 클래스 사이즈 등과 같은 학교 여건을 우선시하여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문제 인식에 기초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운영은 개별화 교육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교육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육과정 운영의 중심은 학교가 아니라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와는 달리 교과 선택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학생들이 이수하기 편한 과목이나 대입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왜곡된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여기에는 학생은 미성숙한 존재라는 인식, 학생이 교과목 선택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교과 선택 역량에 대한 우려는 대입준비에 함몰되어 있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보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문제이다. 자기 적성이나 소질, 진학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학진학을 당연한 코스처럼 생각하거나,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를 진지하고 충분하게 고민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고 응답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부모, 학교등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계획이나 과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 있는 학생들에게 주체적으로 교과를 선택하라는 것은 이상주의적인 접근일 수 있다.
나. 교원인력 수급 및 지원
고교학점제 도입 논의는 일선 고등학교를 비롯한 교원양성기관, 교육전문가 및 학부모 등으로부터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고교학점제의 개념 규정과 성격, 운영 방식 등에 따른 관련 변인인 학생평가방식과 교사평가권, 학생과목 선택, 수능제도 관련성 등과 같은 전제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방안들이 제시되지 않은 것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고교학점제 도입은 고등학교 체제의 변화와 더불어 교원의 직무수행과 역할 등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교직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현재는 담임교사가 학생의 생활지도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운영 구조이지만, 고교학점제가 되면 학생입장에서 우리 학급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별 학생이 교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운영구조로 변화됨에 따라 교원의 역할 변화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교원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세부 관련 변인이 매우 복잡한 특성을 가진다. 교원인사정책은 교원수급계획, 양성, 자격, 임용, 연수, 평가, 보수, 근무조건, 복지후생 등과 같은 요인들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어떤 조직이든지 간에 인적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조직 운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고등학교체제를 학년제에서 학점제로 전환하게 되면, 일차적으로 교원의 직무수행조건과 역할 변화를 불가피하게 경험하게 된다. 교원입장에서 정책변화에 따른 역할 변화는 직무수행 양과 어려움 등의 증감으로 작용하여 학생교육지도력 발휘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장 고교 교사들이 학점제 전환에 따른 직무수행 관련 조건들의 변화에 직·간접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법적, 행·재정적 지원을 얼마나 정교하게 준비하느냐가 학점제 성패 결정의 주요 요인이 된다.
다. 교과교실제 등 학교 공간 구성
전국의 교과교실제 학교의 공간구성은 지역에 따라서 혹은 학교의 여건에 따라서 달리 구성되어 있기도 하고, 학교의 리모델링 이후 다시 학교 운영의 여건 상 공간의 위치나 크기, 교과교실 수가 변경된 학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선진형 교과교실제의 학교가 과연 교과교실제의 운영 취지나 목표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는가와 그에 부합한 공간구성(교과교실의 수, 교실 이용율, 공용교실의 수, 공용교실의 크기와 위치 등)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과별 미디어센터에 대한 활용 방안을 재검토하고 그에 따른 미디어센터의 면적이나 위치, 내부 기기 등에 대한 충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과교실제의 운영 및 공간구성에서 홈베이스는 학생들의 안정된 학교 생활이 유지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단지 학생들의 사물함이 있는 공간이 아닌 그야말로 학생들의 학교 생활의 홈(home)이고 베이스(base)의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전환시킬 시기이다. 또한 고교학점제의 운영을 위한 학교의 공간구성은 기존의 교과교실제의 공간구성으로도 대응 가능한지, 아니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검토와 방안이 수립된 후에 교과교실제 운영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례 학교의 운영 방안과 공간구성에 대한 검토를 거쳐, 현실적인 가능성을 가진 고교학점제의 운영방안과 공간구성 유형을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서 신축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합리적인 운영방안과 공간구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3. 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입전형 측면의 쟁점 및 과제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의 확대는 소인수반의 증대를 야기할 개연성이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 작성 기준으로 13명 이하의 소인수반의 경우 석차등급을 통한 변별이 큰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과 연계된 과목의 수강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학생선발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대학이 소인수 과목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학생선발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확대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현재와 같이 일정 학생 수 이상의 과목에 한정하여 개설되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2017)가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4)을 보면, 출제범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으로 한정하고, 수능 개편 1안과 2안 모두 출제범위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선택과목을 배제하고 있다. 수능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선택과목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목이 수능의 출제범위에 포함되느냐 여부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수능의 영향력이 현재와 같다는 전제 하에, 수능에 과목이 반영되어야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제대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수능에 과목이 반영되지 않아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 상충되고 있다(박경호 외, 2016).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선택과목이 수능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진로선택과목을 선택하는 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개발된 성취기준에 따라 평가하도록 되어 있지만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시험이 아닌 이상 학교 간 성취기준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차이는 학교 간 학생의 성취수준을 비교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학교 간 성취수준의 차이(또는 학력격차)는 성취평가제 도입 이전의 현 체제에서도 상존하는 문제이다. 현 석차등급은 9등급 고정 비율로 학생들을 강제 배정하는데 비해 성취평가제의 성취수준은 9등급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모든 학생이 B등급 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목표 중심의 준거참조평가에 따른 성취도는 교과학습발달상황을 선발도구로 활용하는데 주저하게 할 수 있다. 수능의 영향력이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면 수능의 의존도를 현재보다 높일 수 있고, 수능의 영향력이 현재보다 축소된다면 논술 등과 같은 대학별 고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마무리하며
고교학점제가 학교 교육과정 운영체제로서 학교 현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학점제의 선결요건 충족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은 물론, 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점제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풍부하다면 교육 주체의 인식 전환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의 적극적인 협조와 양보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우리의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을 위한다는 것은 학점제를 통한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확대 자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와 질을 담보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 선택권의 확대는 학생이 희망하고 필요로 하는 교과목에 대한 접근은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학생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학습의 결과와 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위 ‘잠자는 학생’의 문제는 교과목 선택권의 제약은 물론, 수업 자체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거나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수·학습 환경 및 방법 등을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교실수업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1) 본 원고는 손찬희 외(2017)의 ‘학생 맞춤형 선택학습 실현을 위한 고등학교 학점제 도입 방안 연구’에서 고교학점제 도입 관련 쟁점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음.
2) ‘Union Bank Switzerland’의 약자로, 2016년 세계경제포럼을 위한 4차산업혁명 관련 white paper를 발간함.
3) 교육부 이러닝과의 특별교부금 국가시책사업으로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정광훈 외(2012)는 온라인수업을 “방송·통신수업의 한 형태로서, 면대면 출석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생의 학습권과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사가 지도하는 실시간 또는 비실시간 수업 체제”(p.2)로 정의함.
4)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2017. 8. 10.)’을 발표 후,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새 정부의 수능 개편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기초적인 논의는 가능할 것임.

참고문헌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2017).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2017. 8. 10.)
교육부(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전략(試案 )(2016. 12. 23.)
박경호·길혜지·김주아·박병영(2016).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방향 탐색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손찬희·정광희·박경호·최수진·양희준·전제상·류호섭(2017). 학생 맞춤형 선택학습 실현을 위한 고등학교 학점제 도입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손찬희·강성국·이쌍철·김성미(2014).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습권 제고를 위한 온라인수업 내실화 방안. 한국교육개발원.
정광훈·노경희·서순식·강성국·정영식·강민석(2012). 2012년도 온라인수업 운영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광희·김주아·박승재·손찬희·이재덕·김진숙·임유원(2016). 다양한 진로수요 맞춤교육을 위한 고교 운영체제 혁신 방안: 일반고 선택 교육과정 운영과 지원 체제 혁신 방안. 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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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호 외(2015).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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