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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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③
방학, 어떻게 보내야 하나?
최시영 서전고등학교 학부모
방학, 어떻게 보내야 하나?
‘방학’이란
내 어릴 적 방학에 대한 기억들도 있고, 또 아이들을 키우면서 방학에 대한 나름대로의 경험들도 있어서 늘 익숙한 단어이기도 했지만 네이버에 “방학”을 검색해 봤더니 몇가지 정의가 나왔는데, 특히 다음의 정의가 눈에 들어왔다.

“방학”이란 ‘학업을 쉰다’라는 의미로 학교에서 학기가 끝난 뒤에 수업을 한 동안 쉬는 일이나 그 날들을 가리킨다. 방학 기간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일정한 양의 과제를 내 주는데, 그것을 방학 숙제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방학 중에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위키백과)

요즈음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위에 언급된 ‘방학’에 대한 정의 맨 마지막 구절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방학을 대부분 방학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부모 세대의 방학 추억
내게 방학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시절 방학 내내 친구들과 어울려 딱지치기, 구슬치기, 숨바꼭질 등으로 놀기 바빠 실컷 놀다가 개학 하루 전에 일기 몰아쓰기와 그리기나 만들기 한 두 개 정도를 해 갈까 말까였던 것 같다. 당시 ‘탐구생활’이라고 하는 방학책도 방학 시작하는 날 ‘생활계획표’ 하나 덜렁 그려놓고 어딘가에 내팽개쳐 두었다가 개학할 때 찾느라 허둥대다가 그냥 학교에 갔던 기억들도 많다.

중고등학교 때도 역시 마찬가지로 요즘 아이들같이 과외나 학원이라는 곳은 거의 없기도 했거니와 더러 있었다고 해도 얼씬도 못 해봤기 때문에 마냥 친구들과 어울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던 기억이 훨씬 더 많았다.
요즘 우리 아이들 방학, 현실적인 고민들
고2 딸 고1 아들 연년생 둘을 키우면서 초, 중, 고 매 시기 아이들의 방학에 대한 기억은 나의 어린시절 방학 생활과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 낳아 키울 때 대부분의 가정이 마찬가지겠지만 부부가 맞벌이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 다닐 때는 방학이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전전 긍긍하던 모습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다행히 우리는 모시고 살던 어머니께서 봐주거나 처가에맡겨 주변에 몇 안 되는 선택받은 케이스였다.

방학 때 비교적 자유롭게 피아노, 기타, 바둑, 농구, 검도 등을 했던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휴대전화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학업에 대한 압박을 많이 주려하지 않은 탓인지 지난 여름방학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아들 모두, 아이의 친구들이 내신과 수능을 대비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기숙학원을 가거나 국영수 단과 학원을 등록해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는 것과는 달리 동아리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에 시간을 보냈다.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 압박을 하지 않는 편이어서, 학교를 선택할 때도 교육혁신을 추구하며 새로 개설된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켰지만, 공부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입학식 때부터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을 만날 때마다 아이들을 제발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부탁을 하였지만, 학기중에는 몰라도 방학중에는 불안해진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전에 해 오던 대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반 이상이었고, 1학기 기말고사가 어려웠다고 아이들 얘기가 나오자마자 몇몇 학부모들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기숙학원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학교에서는 의욕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학생들이 여름방학 중에도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점심 학교급식까지 제공하였으나, 여러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신청률 저조로 폐강되었다고 들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웬만큼 했었던 아이들이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성적이 저조한 것에 실망하고 학부모들이 내신과 생활기록부 관리 등에 전보다 예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부모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프로그램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이를 외면하고 기숙학원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방학,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학교교육의 자력이 약해지는 방학기간의 딜레마, 벗어나기
대학 입시 위주의 현재 교육 시스템과 학부모들의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내 아이가 다니는 자율형 학교에서처럼 방학까지도 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에 맞게 애를 쓰는 학교들이 있다. 일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학교도 있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의 호응이 저조할 수도 있고, 초기 시도여서 새로운 변화가 어설퍼 실망할 수도 있다. 완전히 새로 변하기 전까지 과도기에는 나아가려는 힘보다 종래대로 되돌아가는 힘이 더 셀지 모른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학교에서는 학기 중에 이루어지는 사교육뿐만 아니라 방학기간 중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교육으로 인해 아이들은 헷갈리고 교사들은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새로운 시도만 믿기에는 불안함을 떨쳐버리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혁신에 대한 기대와 종래와 같은 학력 둘 중 어느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황이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이 다니는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와 공교육 차원에서의 학기 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비롯한 새로운 시도들을 직접 목격한 나로서는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느끼지만,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기 중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따라가되 방과후나 방학기간에는 학원에서의 사교육과 병행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학교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방학기간 동안에는 학부모들의 불안이 더 증폭되기도 하는 것이다.

불안한 부모의 영향 속에서 아이들의 학습은 갈지자를 걷는 셈이 되는 것 같다. 방학 기간 동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활동, 특기 적성 활동을 학교나 마을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안한 학부모들과 학교와 지역사회에 아이들 교육문제로 함께 의논하고, 교육 당국과 학부모들이 교육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일이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이 과정에서 대입제도를 포함하여 새롭게 설정한 교육방향에 맞게 제도를 운영하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또 하나 바램은 아이들 방학 동안만이라도 부모들의 직장 근무가 탄력적일 수 있으면 좋겠다. 한때, 아동 청소년기에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는 게 좋다고, 밥상머리 교육을 위해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게 좋다고 여러 매체와 사회 운동을 통해 캠페인을 벌이거나 정책 당국이 권장하였지만 정작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부모들의 출퇴근 시간이 연동되어질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등한시했던 과거 기억이 새삼스럼게 떠올라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