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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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방학, 어떻게 보내야 하나? 방학생활과 공교육의 역할
 
학생의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인성교육정책 방안
교육개발 11~12월호 특별기획의 주제를 ‘방학’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방학에 관심을 둔 기사나 글을 보면 주로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주제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번 교육개발의 특별 기획에서는 방학과 격차라는 이슈를 짚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주제를 선정하였다.

대학입시라는 특수한 국내 교육 상황을 감안한 고등학교의 방학은 열외로 치더라도, 봄 방학까지 포함하여 70일 이상의 기간을 초·중등 학생은 등교하지 않고 보내게 된다. 물론 다수의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돌봄교실 운영을 통해 학생들을 위한 기초적인 선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일정 수준의 경제력과 교육에 관심을 가진 가정에서의 방학은 수학이나 영어와 같이 입시 주요과목의 보충학습 기간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와 같은 수요는 대부분 학원이나 과외로 대표되는 사교육 영역에서 충족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요즘의 학부모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자녀의 보충학습 참여 외에도 소질과 적성을 탐색하고, 비인지적 영역에서의 역량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의 기회를 자녀에게 주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미래가 필요로 하는 역량’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적합한 인재 양성’과 같은 용어들이 교육에 널리 확산되고 활용되면서 자녀들의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은 부모의 바램이 투영되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부족한 학업보충이던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한 역량개발이던 이러한 트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대상은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 그리고 교육관련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한 농·산·어촌 지역의 학생들일 것이다. 학업지식이 평가의 주요 요소였던 지필테스트에서는 학생 개인의 노력에 의해 일정부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굳이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이나 수행평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 학생이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배양이 필요한 요즘 사회에서는 교실에서 배우는 학과목 지식 외에 다양한 체험과 경험이 학생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초·중등 학생들은 방학마다 수학·영어 학원을 다니며 보충·선행학습을 하는 것 외에, 박물관, 미술관 견학, 각종 공연관람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또한 숙제처럼 치러지는 가족여행, 경쟁력 있는 봉사활동 기회를 얻기 위한 엄마의 줄서기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일찍 방학에 주목한 미국 교육학 분야 연구에서는 처음에는 방학기간의 학습저하 문제에 주목하였다. 학년이나 학과목 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학기 초에 치른 동일한 시험을 여름방학 직후 다시 시행했을 때 학생들은 더 낮은 점수를 얻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Cooper, 1996). 이를 지칭하는 ‘여름방학 학습손실(summer learning loss, summer academic loss)’이라는 용어는 이미 미국 학교와 교육 연구에서는 널리 확산된 개념이다. 용어가 말해주듯이 초기 ‘여름방학 학습손실’에서 주로 관심을 두었던 주제는 학습저하의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미국 사회에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의 방학을 보내는 방식과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즉 고소득층의 자녀들에게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아 성찰이나 개인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방학을 보내는 방식에 따라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 관심이 높은 국가의 교육정책 목표는 대체로 ‘수준 높은 교육성과 도출’과 ‘교육을 통한 형평성 제고’와 관련이 깊다. 수월성과 형평성의 추구는 정책목표라는 측면에서 보면 동시에 도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서로 배타적이기까지 한 이 두 가치를 추구하는 그룹은 끊임없이 경쟁해왔다. 지금 우리사회는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심화된 격차에 대한 우려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이의 학업 성적은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경제력에 달려 있다’는 웃지 못할 말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교육격차문제는 특히, 오늘의 차이가 미래 개인의 삶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더욱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본다. 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 목표 및 관심사 중 하나 역시, 심화된 격차의 간극을 줄여보고자 하는 데에 있다.

방학을 얘기하면서 교육정책 목표추구의 서로 다른 포지션이나 격차라는 문제를 끌어 들인 이유는,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또는 더위·추위를 피하기 위하여 수업을 일정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 기간”을 의미한다는(구글사전) 방학이라는 기간에 대해 우리의 공교육은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제는 펼쳐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 교육을 얘기할 때 방학은 공적인 영역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 가정에서 소비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학교수업과 교육이 더 이상 학과목 지식의 전수 수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있고, 미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학생의 다양한 경험과 체험이 교육성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는 오늘날, 결코 짧다고 말할 수 없는 방학이라는 기간이 정말로 공교육의 영역이 아닌 사적인 영역으로 머물러 있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교육개발 특별기획은 방학에 대한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