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의 실험…교실에 일어난 기적 - 충남 서산 부석중학교
이석호 / 금강일보 기자 싸이월드 공감
우리나라 교육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성적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해 미래핵심역량을 키워주는 참학력으로 학력관이 바뀌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이었다. 미래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전인적 발달보다는 성적중심의 암기 위주 학습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저하시키고 전인적 발달을 가로막았다.

참학력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기른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삶의 길을 찾고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길러준다. 입시를 위한 성적중심의 학습이 아닌 기존에 습득한 교과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고 정교화해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삶에서의 실천이 일치되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진로를 찾고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배움이다. 전통적인 학력에 인성과 사회적 능력을 포함시키는 한편 과정을 중시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강조해 미래핵심역량을 키워주는 새로운 학력관이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 소재한 부석중학교는 5학급 규모의 작은 농촌 학교이지만 미래핵심역량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삶의 길을 찾고,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키우기 위한 의지와 열정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2014년~2017년 교육부 지정 ‘농어촌 거점별 우수 중학교’로 선정된 부석중학교는 ‘한 사람의 꿈도 소중히 여기는 행복 학교’라는 교육 비전 아래 시설 개선과 참학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사학습공동체 수업방법 개선을 꿈꾸다
정규 수업이 끝난 월요일 오후 3시 30분. 학교 전체가 왁자지껄 북새통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연습실로 이동해 악기 방과후 수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타, 플루트에 밴드 활동까지 다양한 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그 시각 교무실에서는 교사들의 학습공동체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얼마 후 개최되는 충남지역 수업방법 개선 발표대회에서 소개할 내용을 놓고 교사들 사이에 진지한 논의가 오가고 있었다. 9명의 교과교사들은 ‘늘꿈’이라는 이름의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학생 중심의 배움의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학습 공동체에서는 참여한 교사들이 수업방법의 개선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생각을 나누고 있다.

교사들은 학습공동체 모임을 통해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수업의 성패 사례를 공유하며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또한 자유학기제를 맞이해 교과 간 통합 수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비된 ICT 교육 기자재들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활용방법을 공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모인 아이디어와 수업방법은 교과나 교사 특성에 맞게 재구성함으로써 학생 중심 수업으로 변화하는 바탕을 만들고 있다.
김기매 교무기획부장은 “교사 학습공동체의 모토는 ‘함께 배우고 즐겁게 가르치자’는 것”이라며 “수업방법의 개선에 교육 포인트를 두고 모두가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석중학교 교사들은 수업방법 개선에 노력하면서 평가방법 개선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수업방법의 개선과 평가방식의 변화는 결국 한 줄기라는 인식에서이다. 교사들은 아리송한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평가방식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충남도내 수석교사를 초청해 평가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전제로 한 수업과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 중심의 평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몇몇 교과에서 수행평가 비중이 1학기보다 10% 이상 확대되었고, 실기 위주인 음악 교과는 수행 평가 100% 반영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시도되기도 했다.

교실마다 작은 도서관 조성
참학력을 키우기 위한 부석중학교의 노력은 일상적이고 섬세하다. 부석중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든 교실에 조성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작은 도서관이다. 교실 뒤편 벽면을 활용해 만들어진 작은 도서관은 흰색과 녹갈색(올리브) 계열로 꾸며져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작은 도서관에는 학습 만화에서부터 인문학 도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비치해 언제든지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책을 둠으로써 일상생활 중에서도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이다. 작은 도서관은 교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녀 탈의실에도 간이 서가를 만들고 책과 읽을거리를 제공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친화적인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었다.

인성이 실력이다
부석중학교는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다. 지난 5월 부석중학교에서는 ‘장한 학부모’ 시상식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학생자치회가 중심이 돼 ‘효 실천 운동’의 일환으로 개최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카네이션을 만들어 달아주는 ‘부모 사랑 카네이션 만들기’ 활동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서툴고 투박한 솜씨이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카네이션을 만들면서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을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열린 ‘장한 학부모’ 시상식은 진한 감동의 장이었다. 모든 학생들은 각자 가슴 먹먹한 사연을 담은 추천서를 만들어 자신의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장한 학부모로 추천했다. 추천된 학부모들 중에서 학급별로 1명씩을 선정한 뒤대표 학생의 추천서 낭독과 학생들의 축하공연, 선물과 꽃다발을 증정하는 시상식을 진행했다. 평소 마음에만 품고 있던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시상식을 통해 마음껏 표출함으로써 시상식을 지켜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봉사동아리 ‘나섬’(나눔과 섬김)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인근 노인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드리고, 거동을 돕는 등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You-我공존 학급의 날’ 운영
부석중학교는 학급별로 ‘You-我공존 학급의 날’이라는 특색 있는 학급 행사의 날을 운영해 학교 폭력 없는 학교,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있다. 1학년과 2학년 1반은 상담강사를 초청해 집단 상담을 하고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친교의 기회를 갖는 등 의미 있는 교우관계 개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학년 2반은 교정에서 1박 2일 학급 캠프를 실시했다. 학급 친구들이 함께 한솥밥을 해서 먹고, 다양한 게임과 친교 프로그램을 가져 공감과 소통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3학년은 학급단합대회를 개최했다. 조별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요리 솜씨를 뽐내고 게임을 즐기는 등 담임선생님과 함께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You-我공존 학급의 날’ 행사는 교우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배려와 나눔,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줘 지난 2년간 단 한명의 전학생도 나오지 않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꿈과 끼 키우는 수요예술문화동아리 공연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부석중학교 뒤뜰은 시끌벅적하다. 뒤뜰에 마련된 쉼터 무대에서 특기적성 방과후 수업시간에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수요 작은 예술 마당’이 열리기 때문이다. ‘수요 작은 예술 마당’은 모든 학생들이 자기가 속한 동아리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격려받고, 박수 받는 무대이다. 바쁜 학교일과를 소화하면서 동아리활동 공연까지 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학생들은 특별한 무대에서 자신들의 숨은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주어진 시간은 짧지만 록밴드, 바이올린, 포크기타, 색소폰 공연, 영어팝송대회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경험할 수 있어 회를 거듭할 수록 공연자와 지켜보는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온 마을이 함께 키우는 참학력
부석중학교 구성원들의 노력과 더불어 참학력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주민과 졸업생 등 지역사회의 응원도 뜨겁다. 부석 주민들은 사람이 미래이고, 교육이 희망이라는 믿음을 갖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품고 함께 키워가고 있다. 동문들은 어린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진로 특강을 해줌으로써 자라나는 후배들이 보다 큰 꿈을 꾸고, 더 넓은 세상에서 당당히 제 역할을 해내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문들은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전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후배들이 자신감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학업에 대한 열의를 북돋워주고 있다.

지역 주민의 후원에 힘입어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서산시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생강 한과 만들기와 소시지 육가공 체험, 한지 공예 등 차세대 창조 농업을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또한 미래자동차 시범학교로 선정돼 전교생이 최첨단의 자동차 산업을 견학하였으며, 지역 대학과 연계해 3D 프린팅 기법과 과학 수사를 공부하는 등 학생들이 구체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뒷받침하고 있다.

삶과 배움이 연결되는 역동적인 교육활동 통해 참학력 신장
부석중학교 전교생은 각자의 개성과 수준에 맞는 선택형 방과후 활동에 참여해 꿈과 끼를 키우고 있다. 월요일에는 색소폰, 플루트 등 6개 종류의 악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졸업할 즈음에는 1인 2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된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주지 교과를 중심으로 한 수준별 수업인 점프업과 레벨업 방과후 수업을 갖고 실력 향상에 매진한다. 목요일에는 1인 2운동을 위해 승마, 골프 등 7개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말에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토요스포츠클럽이나 준거 집단 활동, 꿈다락 진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나가고 있다.

오경수 부석중학교 교장은 “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육성, 즐겁고 행복하게 배우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모든 교육가족들의 노력으로 학생 모두가 활기차게 수업에 참여하고 자발적인 수업연구 문화가 정착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 교장은 이어 “시골학교다 보니 강사 확보가 쉽지 않아 일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앞으로 복지분야 지원을 늘려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생이 82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학교인 서산 부석중학교는 삶과 배움이 연결되는 역동적인 교육활동을 통해 다독다독 참학력을 키워가고 있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힘을 합쳐 한사람의 꿈도 소중히 여기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가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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