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놀고 망둥이 잡고 … 학교를 살린 ‘자연체험교육’
- 인천 강화 양도초등학교
김영환 / 한겨레신문 기자 싸이월드 공감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깨끗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파릇파릇한 초등학생들한테 바다는 넓고 하늘은 파랬다.

지난 9월 22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 나들길.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온 인천시 강화도 양도초등학교 학생들은 유난히 푸른 하늘과 넓은 바다를 보며 걷고 또 걸었다. 이날 학교 체험학습으로 마련된 ‘도보백리’ 행사에는 이 학교 전교생 74명 중 부모와 국외여행을 떠난 2명을 제외한 72명과 교사 9명이 모두 참석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이날 오전 8시40분 학교에서 출발해 배로 건넌 석모도 강화나들길을 따라 보문사 눈썹바위까지 걸어 올라갔다. 학생들은 힘들어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선배 손을 잡고 걸으며 계단을 오른 학생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런 새싹들의 입에선 “힘들지만 좋아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강화도보백리’ 매년 개최… “멀리 가려면 친구와 함께 가라!”
양도초등학교는 강화도에 있는 유적을 들르고, 전통재래시장도 구경하며 2박 3일간 자연을 걷는 ‘강화도보백리’ 행사를 2013년부터 매년 해왔다. 1~6학년생을 고루 섞어 의형 제조를 짜 함께 걷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1박을 한 뒤 23일 강화군 창후리에서 황청리까지 걸어 교회에서 점심을 먹은 뒤 학교까지 다시 걸었다. 이 학교 이석인 교장은 “학생들이 20㎞ 정도 걸었다. 힘들겠지만, 멀리 가려면 친구와 함께 가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역경을 이겨내고 친구랑 선후배들과 우애도 생기고, 인성 차원에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108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는 얼마 전 자칫 사라질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1908년 설립된 양도초등학교는 독립운동가 이동휘 선생이 초대교장을 지낸 학교다. 한때 학생수 700명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골학교였다.

그러나 농촌 인구가 줄면서 다른 시골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수가 계속 줄어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2011년 전교생이 23명까지 줄면서 인천광역시교육청 폐교대상학교로 발표가 된 것이다. 주변에 인구 유입을 유도할 만한 시설도 거의 없어 여차하면 2~3년 뒤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2010년 9월 공모를 거쳐 부임한 이석인 교장이 시골학교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하고 학교 살리기에 나서면서 달라졌다. 이 교장은 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이 학교를 둘러싼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아가는 ‘기본에 충실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숲속계절학교’ 학교브랜드로 특화
일반 교과 과정 외에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이용한 양도초등학교만의 특화된 교육과정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숲속계절학교’ 운영을 중심으로 한 학교브랜드(자연의 친구 양도초등학교)를 구현해 낸 것이다.

“숲에서 놀고, 망둥어 잡고~~~”
`숲속 계절학교‘는 풀빛(봄), 물빛(여름), 하늘빛(가을), 눈빛(겨울) 등으로 나눠 5일간 양도초의 학생들은 물론, 외부 위탁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자연체험활동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 반경 2~3㎞에 있는 갯벌과 계곡, 농촌 등의 자연을 계절별로 적절히 이용하여 계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오빠 발이 안 빠져” “조그만 기다려 내가 도와줄께”지난해 5월 양도초등학교 인근의 한 논. 조용한 시골 마을이 초등학생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작은 논에 수십 명의 초등학생들이 팔과 다리를 걷어 부치고 모를 심었다. 못줄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아이들이 선생님의 신호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모내기 작업이 서툰 저학년 학생들의 옆에는 5, 6학년 학생들이 함께하여 일손을 도왔다. 팔과 다리가 진흙 범벅이 되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즐겁다. -‘풀빛계절학교’ 일부-.

“망둥어다!” “나도 잡았어!” 지난해 7월 인천시 강화군 양도초등학교 인근의 바닷가. 수십명의 아이들이 개벌에서 조개를 캐며 즐거워한다. 또 다른 아이들은 바위 위에서 망둥이 낚시를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음날에는 계곡에서 물총 놀이를 즐긴다. 계곡 위아래를 오가며 신나게 물총놀이를 즐긴 아이들은 가재 잡는 시간이 되자 조금 전까지 한바탕 난리를 피우던 아이들은 계곡물 속의 돌을 들추며 가재를 잡았다. -물빛계절학교의 일부-.

위와 같이 봄에 열리는 `풀빛계절학기는 학생들이 오전에 학교에서 교과학습을 하고 오후에는 학교 주변에서 모내기를 한다거나 고구마를 직접 심어보는 농사체험과 숲 해설 자연 놀이를 한다. 또 짚풀공예나 전래놀이체험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여름에 운영하는 `‘물빛계절학교’는 감자캐기같은 농사체험, 인근 갯벌에 들어가 조개를 캐는 갯벌체험, 시원한 계곡에서 페트병을 활용한 물총놀이를 하기도 한다. 또 가을에는 고구마캐기, 화문석짜기, 김치담그기, 망둥어 낚시하기 같은 체험을 한다. 자연을 이용하여 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는 학부모 중에서 계절학기 프로그램에 맞는 전문가나 강화지역 내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한다. 아이들의 체험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지만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여 교육공동체를 구축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란다.

아이들은 망둥이 낚시, 모내기, 순무김치 담그기, 곶감 만들기, 숲에서 놀기, 나들길 걷기 등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 체험에 푹 빠졌다. 이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도시의 다른 학교 학생들도 계절마다 1주일간 시골학교에 머물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교육’, 서울·경기도 멀리 부산까지 소문…전학 오는 학생 늘어
자연과 함께 하는 교육의 힘은 놀라웠다. 소문을 들은 인근 도시에서 이 학교로의 전학이 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실시해 온 숲속계절학교 위탁체험학습에 인천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 멀리 부산에서도 소문을 듣고 참여하는 학생도 있다.

도시에서 문제풀이와 교재 위주의 공부에 찌들었던 아이들의 표정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학생들 간 성적 경쟁도 덩달아 약화됐다. 달라진 자녀의 모습을 접한 도시 부모들은 계절마다 열리는 계절학교에 꼬박꼬박 신청하다 아예 전학을 결심했다. 서울은 물론 인천, 경기 지역 도시 학생이 꾸준히 전학하면서 23명에 불과하던 이 학교의 학생은 2013년 61명, 2015년 68명, 현재 74명으로 계속 늘었다. 교육부 폐교 기준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석인 교장은 “지역에 있는 역사 유적과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자연을 보며 걷는 ‘도보백리’와 계절에 따라 바뀌는 ‘계절학교’에 반해 도시 학생들의 전학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임기를 마치고 인천시내 학교로 간 이 교장은 “서울과 인천에서 나를 믿고 애들을 보냈는데 혼자 떠난 부담감도 있고, 지난 4년간 못한 것도 있다”며 지난해 9월 다시 이 학교로 돌아왔다.

그는 “아이들이 사랑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며 “이를 위해 아이들 본성에 맞고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 시험과 경쟁보다는 감성교육과 충분한 놀이가 보장된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원구에 살던 김문경(37·여) 씨는 2013년 이 학교에 두 자녀를 입학시키고 학교 주변으로 이사했다. 김씨는 “체험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그해 7월 마니산 중턱에 집을 마련하고 강화도로 이사왔다”고 말했다. 그는 “강화도에 와보니 애들도 좋아하고 어머니들의 자기 개발 프로그램이 많아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애들이 학교를 졸업해도 강화에 정착하기 위해 땅을 사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 아닌 ‘행복’ 지향… 주변의 다른 시골 학교들에도 ‘따뜻한 감염’
양도초등학교의 성공은 주변의 다른 시골 학교들에도 ‘따뜻한 감염’을 일으켰다. 이 학교에서 시작한 자연학교인 ‘숲속계절학교’는 강화를 대표하는 도농교류 농촌체험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강화 송해초와 양사초는 각각 ‘솔빛 계절학교’, ‘양사 자연학교’라는 자연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들 학교도 양도초등학교와 같이 정규 교육 과정의 틀을 유지하면서 체험학습을 강화하는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교내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최근에는 연간 2∼4차례씩 다른 시도 학생을 모집해 일주일간의 위탁체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송해초등학교는 42명이던 학생이 1년 만에 52명으로 늘었다. 양사초등학교도 1년이 안 돼 검단신도시에서 2명이 전학을 왔고, 5명이 전학을 준비 중이다.

양사초등학교 이명학 교무부장은 “2013년부터 재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한 자연학교를 올봄에 처음으로 외부에 개방했을 때는 10명이 왔는데, 여름 자연학교에는 38명이 신청했다”며 “평생 경쟁만 강요받아온 부모 세대가 자녀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결단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농촌학교의 계절학교 위탁체험 학생들은 농촌 소규모 학교, 숲과 자연 속에서의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산과 바다, 숲과 흙속에서 뒹굴며 뛰어노는 일주일 동안 아이와 부모는 양도초등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은 성공이 아닌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농촌의 작은 학교, 소규모 인원의 장점과 자연 속에서의 다양한 체험학습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고 있고 학생들의 농촌 유학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 학교의 학생 80% 이상이 강화지역이 아닌 인천, 경기, 서울 등 다양한 지역 출신이라는 점은 폐교위기의 시골 소수학교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과, `‘꿈’, ‘행복’을 모토로 하고 있는 양도초등학교 교정에서는 오늘도 자연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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