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I 미래교육위원회 좌담회 :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전망과 대응
이준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사회)
원광연 :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양영유 : 중앙일보 논설위원
싸이월드 공감
일시
2016년 12월 2일(금) 오후 1시
장소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
주제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전망과 대응
참석자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사회)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양영유 중앙일보 논설위원
“4차 산업혁명기, 과거 산업혁명과 비교해 사회변화 속도는
10배, 규모 300배, 임팩트 3,000배 달할 것”
“중요한 것은 ‘정의의 가치’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력’…
이를 위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2016년은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었던 시기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모임인 다보스포럼에서 올해 어젠다를 ‘4차 산업혁명’으로 정할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로 부상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스타는 AI다. 기계가 인간의 정신노동까지 대신하고 세상 사물을 통신망으로 촘촘하게 연결해 버튼이나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마법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세상…. 경제법칙·노동윤리·유통물류 등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격변이 불가피하기에 두려움도 크다.

눈앞으로 다가온 미래사회에 우리나라는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월 2일 한국교육개발원(KEDI) 미래교육위원회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 좌장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맡아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양영유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
이준구 : 요즘 시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잘 안 보인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 것으로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원광연 : 저는 이공계 사람이라서 그런지 사회를 ‘시스템’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영향을 주는 인자가 많아집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와 맞물려 돌아갑니다. 비선형 시스템인 것이지요. 그리고 케이오스, 복잡계 시스템이면서 안정적이지 않은 불안정 시스템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인풋이 조금만 달라져도 우왕좌왕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준구 : 인간과 기계가 결합하게 되는 미래사회는 그럼 어떤 방법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요.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 데요. 지금 당장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원광연 : 그렇습니다. 트랜스 휴머니스트나 인간을 넘어서는 기계지능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미래학자들의 가정은 기술의 진보가 지수 함수적으로 빠르게 이뤄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이를 지수 함수의 오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영국의 물리학자인 폴 데이비스는 자원의 한계로 지수 함수적 발전은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미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씨어도어 모디스 역시 순수한 지수 함수를 따르는 것은 자연에 없으며 실제는 로지스틱 함수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평평한 부분과 한계에 달하는 S 커브를 주장하는 것이지요.

제 생각엔 무어의 법칙이 사회변화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1965년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마이크로칩 성능이 2년마다 두 배씩 늘어날 것(후일 18개월로 정정)”이라는 ‘무어의 법칙’을 제시했을 때, 실제로 믿은 엔지니어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50년 동안 반도체기술의 발전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었죠. 무어의 법칙을 적용하면, 앞으로 20년 후의 사회는 과거 40년 동안 겪은 변화만큼 달라진다고 상상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영유 :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0위권의 대국이 되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득수준은 3만 달러에서 계속 정체돼 있고, 미래는 원 교수님 말씀처럼 불안정하고 불확실합니다. 얼마 전 일본나고야대학교 노요리 료지 교수를 인터뷰 했는데, 이분은 200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분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과거 산업혁명과 비교해 사회변화 속도가 10배는 빠르고, 규모는 300배 크며, 그 임팩트는 3,000배에 달한다.’고 말이지요. 우리는 과연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도약할 수 있을까요.

국내 정치상황, 남북관계, 중국・일본과 미국 등 국제관계까지 …, 생각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그에 반해 우리의 교육 패러다임은 너무 낡았다고 생각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5년간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가 새로 생긴다는 보고서도 있었지요. 결국 미래에는 5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는 셈이 아닙니까. 직업 대전환도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도 인재양성은 학교교육에만 의존하고 있고……. 링컨 대통령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이라고 했고, 피터 드리커도 이 말을 인용한 걸 보면 미래학자도 앞날을 예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준구 : 미래 사회를 고용창출 능력만으로 예측해 본다면, 직업은 확실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여기엔 이의가 없어 보여요. 그래서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의 양극화는 개인이든, 국가든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채워나갈 지 우려가 됩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인드’가 4차 산업혁명 이끌 수 있는 원동력
양영유 :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릴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회계사나 기자도 없어질 직업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사람이 더 고차원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던데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분석기사는 더 잘 쓸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야구경기 분석기사 같은 것은 이전 기록이나 상황 등의 데이터가 축적된 로봇이 더 잘 쓸 수도 있을 겁니다. 수십 년 간의 빅데이터 기록을 토대로 판결하는 판사의 역할도 로봇이 더 잘 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거기까지이고, 인간의 가치와 감성, 그리고 종합적인 판단력과 휴머니티의 영역을 과연 기계가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준구 : 직업 없이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문명 발달사를 보면 종전의 일자리가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없어지면 계속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인간이 할 일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일자리 분배가 큰 사회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기계의 일자리 독식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는 데요. 과학자이신 원 교수님은 이런 불안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원광연 : 어떤 시대든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가 가장 격랑의 시기로 보지 않았습니까. 저는 불안하지만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학생들에게도 “불안을 즐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이제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학생들은 다르지 않냐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학생들은 수긍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없어도 안정적인 것이 더 부럽다.’는 것이 솔직한 요즘 학생들의 정서입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인드’가 앞으로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이런 마인드가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의 미래가 지금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밝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계는 사람의 일을 빼앗기는 할 것으로 봅니다. 사람이 더 고난도 고차원적인 고급의 일을 할 것이라는 양 위원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물론 기계를 조정하는 고급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겠지만, 많은 인간은 기계를 ‘서포트’하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벌써 그런 사례는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고요. 얼마 전 여행사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일정에 착오가 있어 전화를 하니 상담 직원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컴퓨터가 한 것이니 잘못될 리 없다.”고…….
이준구 : 듣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이미 인간이 기계의 보조역할을 하고 있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시국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양 위원이 잠깐 언급하신 것처럼 대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밝은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준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사회)
前) 하와이대학교 마노아캠퍼스 경제학과 초빙 부교수
前) 뉴욕주립대학교 올바니캠퍼스 경제학과 조교수
양영유 : 기성세대나 미래세대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정의’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시스템이 ‘정의’롭게 바뀌어야 하겠지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가 3만 달러 시대를 넘어서기가 어려운 이유는 시스템이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특히 지금의 정치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밝게 볼 수가 없습니다. 3류 정치를 빨리 넘어서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교수님이 앞에 계시지만, 경제민주화가 아직도 안 돼 있지 않습니까. 정경유착이 1980년대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이고요. 정치, 경제, 사회 모두 정의로운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겁니다. 윤리와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교육에서 배우고 체득 할 수 있도록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겠지요.
이준구 : 맞습니다. 우리 교육이 지식적 측면에 치우쳐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과연 윤리의식 등이 교육과정에 충분히 포함돼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지식을 평가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없으면, 의식의 변화는 어렵지 않을까요. 학교현장이 협력학습, 공유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빨리 전환돼야 할 텐데, 공교육이 변해도 사교육이 발목을 잡고 있어 변화가 참 더디고 어려워 보입니다. 학교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교육 의존도가 높고 비중이 큰 한은 미래가 밝다고 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양영유 : 사교육은 보완제인데 우리나라는 대체제가 되고 있어 줄어들지를 않는 게 문제지요. 긍정적인 변화는 학벌주의가 그래도 많이 깨졌다는 점입니다. 10년, 20년 뒤에는 더 많이 깨질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평가 시스템이 더디게 바뀌는 점이 문제라는 이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우리가 일본보다는 평가 시스템은 좀 앞서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지식 위주 정답 찾기에 머물러 있어요. 플립러닝, 무크, 능력 위주의 대우와 채용이 자리를 잡아야 하는 데 아직은 미약하죠. 여전히 국무위원의 60% 이상이 서울대 출신이지 않습니까. 능력 위주 사회가 뿌리내려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창의적이고 유연하며, 정의로운 인재를 양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광연 : 정의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제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항상 질문하는 것이 있어요. 삶의 3요소 ‘의·식·주’ 가운데, ‘의’가 무엇을 의미하냐고 질문하는 것인데요. 의외로 ‘의복’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적어요. 한자를 안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웃음), ‘정의’나 ‘의료’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요즘의 삶에 있어서는 사실 맞는 말이기는 하지요.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도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채울 수 없는 ‘기본’은 앞으로 그래서 더 중요해질 거예요. 공정성, 규칙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겁니다.
이준구 :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부와 같은 제3의 세력이 통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승자와 패자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조정도 해야 하고, 작지만 강한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독려도 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구글이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닌 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와 플랫폼의 결합’이 미래 대응 전
원광연 : 구글도 작은 기업에서 성장한 대기업입니다. 애플이나 MS도 그렇지요. 이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플랫폼 기업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가상현실,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등의 신기술은 하나의 기술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과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결합되었을 때 인류는 이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혁신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나의 플랫폼이 다양한 서비스를 포용할 수 있으니까요.

기업이 플랫폼을 제공할 수 없다면, 4차 산업혁명 아래에서는 ‘약자’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거대한 약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구글 이전에 ‘야후’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았습니까. 시계추가 언제 또 변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구글에서 언제 새로운 무엇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정부보다 일반 대중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할 거예요. IT업계는 소비자이자 참여자인 대중에 의해 사랑받기도 하고 버림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구글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고 두려워합니다. 또 이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누구에게나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양영유 : 그동안 우리나라는 추격형 성장모델로 경제성장을 이뤄왔는데 그것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축적의 시간을 가졌다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잖아요. 4차 산업혁명은 플랫폼을 깔고 그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데이터로 먹고 사는 것인데,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따라잡기에 급급했던 우리에게는 그 축적된 시간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구글이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한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건, 인공지능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구글이 유도한 방향대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인공지능을 오픈 이노베이션 하는 것을 노린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알고리즘은 공개해도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지 않습니까. 기술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얼마든지 다 같이 발전시킬 수 있지만, 비즈니스에서 선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건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란 것이지요. 결국 ‘하나의 표준으로 다 빨려 들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광연 /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BK21 콘텐트사이언스 사업단장
前)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교수
前)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설립 및 초대 대학원장
원광연 : 제가 계속 같은 말씀을 드리는 것 같지만, 기술은 안정적이지 않아요. IT업계는 관성에 매우 약하거든요. 낙오자가 되기도 쉽지만, 이름도 없는 회사가 메이저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일반 대중의 힘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정부로부터 받는 압력보다 대중에게 받는 압력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더 큽니다.
이준구 : 개인이 제동장치가 돼야 한다고 하시는데, 개인은 상당히 이기적이지 않나요. 구글이 불공정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개인에게 유리하다면 제동을 걸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폭스바겐 사태를 예로 들면, 디젤 자동차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지만, 사실 개인에게는 환경보다 경유 가격이 먼저이기 때문에 소비자인 개인은 이익을 따라갈 확률이 훨씬 높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광연 : 맞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교육의 레벨이 높아지면,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개인은 사회 및 환경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경제적 이득을 취할 지 갈등할 수는 있지만, 사회적 이슈 쪽으로 움직여 갈 것으로 생각되거든요. 제가 최근에 프랑스를 다녀왔는데, 기차표를 예매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내가 왕복할 거리와 이용하는 교통수단 등에 따라 만들어 내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메시지로 뜨는 거예요. 무엇을 타고 움직일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준구 : 앞으로는 국가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도 변모할 것이고요. 자본을 가지고 있는 국가보다 혁신성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더 잠재력과 경쟁력을 가지게 되겠지요. 기업도 마찬가지고요. 일반적인 재능보다는 혁신성과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가진 기업들이 앞서 나갈 것입니다
원광연 : 맞습니다. 구글이 콘텐츠를 장악하기 위해 페이스북 합병을 원했지만 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정부 규제는 이런 부분에서 필요한 겁니다. 룰이 제대로 정해지면, 룰 내에서도 후발주자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양영유 : MS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지요. 어떤 새로운 후발주자가 나타날지 알 수는 없겠지요. 구글이 지금은 철옹성으로 보이긴 하지만, 10년 후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 그 때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원광연 : 더 빨리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소니처럼…. 여담이지만 지금 촛불집회 역시 IT가 없었다면 이처럼 급속하게 늘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기술발전이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민주화인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지금 해야 할 것은 ‘행복도’를 끌어 올리는 것
이준구 : 2045년은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시점에 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까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줘야 할까요. 어떤 국가비전을 제시해야 할까요.
원광연 : OECD나 PISA가 발표하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항상 성취도는 높지만, 행복감이나 흥미도는 낮은 것으로 나옵니다. 가장 행복하고 성취도도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 북유럽이고 반대는 남미나 동유럽이지요. 우리나라가 지금 해야 할 것은 ‘행복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미래대비를 위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영유 : 2045년이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웃음) 제 희망사항이라면, 통일된 대한민국이고, 인구는 1억이 넘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이민 오고 싶은 나라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 세대들은 스웨덴, 호주를 부러워하는 거 같던데요.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리더가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사회가 안정돼 있으며 복지, 가치 정립 등이 되어 있는 나라들이에요. 2045년에는 우리도 그런 나라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바람은 있지만, 사실 그 방법론을 제가 제시하기는 어렵네요.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면 어떨지 궁금합니다.
이준구 : 경제학자라고 뭐 다르겠습니까.(웃음) 1인당 경제소득이 높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건 다 알고 계시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입니다. 재벌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경제성장에 있어 재벌의존도가 여전히 높고요. 삼성이 망해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영유 / 중앙일보 논설위원
前) 중앙SUNDAY 편집국장 대리
前) 중앙일보 사회에디터
前) 중앙일보 사회1부장·교육데스크

미래사회 메가트랜드는 ‘복잡계’…비성형성·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 길러주는 것이 필요…대안은 ‘창의성’
이준구 : 자,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 보지요. 1522년 마젤란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3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나로호가 지구를 하루에 14바퀴 돈다고 합니다. 1850년대 마차는 시속 4마일로 달렸지만 오늘날의 차량들은 시속 100킬로미터, 3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립니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것처럼 미래 역시 금방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가 곧 맞이하게 될 미래 사회 메가트렌드는 어떤 것들이 될까요. 이를 위해 지금부터 어떤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 지도 말씀해 주시지요.
양영유 : 교육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창의성’이라고 생각됩니다. 구글도 창의성으로 스타트업에서 성공을 했고요. 교실 교육은 한계에 부딪혔어요. 무크나 플립러닝 등 국경을 초월한 교육, 가정・사회・국가를 뛰어넘는 초국가적 교육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학업성취도가 좋다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 교육부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정책을 발표했는데, 방점이 교사교육 정도에 가 있더라고요. 그걸로 될까라는 생각이 정책 발표 내용을 보면서 들었어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한 말이지만, 지금 우리가 상기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립니다. ‘4차 산업 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생각하기보다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현재의 주어진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라는 겁니다. 걱정 너무 많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원광연 : 미래 사회의 메가트렌드는 복잡계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성형성, 불확실성, 불안전성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어떤 직업이 살아 남을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혼란을 헤쳐 나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게 바로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8020의 법칙’이 있는데, 어떤 조직이든 이끌어 가는 것은 20이지만 80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 룰을 교육에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저는 하는데요. 급격하게 제도를 바꾸려 하지 말고 ‘80의 시간은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 20은 여유를 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유를 갖고 생각할 시간을 주면, 좋은 리더가 나올 것입니다.
이준구 : 20%의 여유를 주자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백일몽이라도 꿀 여유가 있어야 ‘창의성’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2045년 능력사회가 되려면 사회가 바뀌어야 할 겁니다. 일본이 ‘유도리’ 교육에서 다시 원위치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어렵게 보이기는 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광연 :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과학자에 대한 교육적 투자가 더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적 인식도 그렇고요. 제가 카이스트에 문화기술대학원이라는 것을 만든 사람이지만, 문화와 기술은 융합해야지 문화만으로 미래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의 롤 모델이 연예인에서 과학자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이준구 : 정리 차원에서 원 교수님 말씀에 첨언 하나 드리겠습니다. 미래 사회, 4차 산업혁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연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공간과 공간으로 이어지는 ‘연결’(Connect)이 ‘혁신’(Innovation)을 주도하게 되겠지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접목시켜 전 세계 한류 붐을 일으키게 한 것과 같이 ‘아이디어와 플랫폼의 결합’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미래교육위원회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 있는 한국의 중장기 교육비전의 수립 및 제시를 위해 지난 6월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미래교육위원회는 다각적인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중장기 교육비전 및 미래 발전 방안을 마련, 정부에 제안하기 위해 세미나・콜로키움 등을 개최해 어젠다를 발굴하고 비전을 수립, 제도 및 정책 대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예정이다.

위원회에는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양영유 중앙일보 논설위원,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윤정로 KAIST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장,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이성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교수,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전상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정재승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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