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인공지능, 핵융합, 유전자 가위, 양자컴퓨터…
4차 산업혁명발 퍼펙트 스톰, 전망과 대응
노영우 / 매일경제신문 지식부 차장 싸이월드 공감
올해 세계인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처음 내놓은 사람은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 그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총회에서 “4차 산업혁명은 속도와 파급효과 측면에서 종전의 혁명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보스포럼은 지난 1월 올해 주제로 ‘4차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를 내세우면서 이 문제를 집중 해부했다. 인공지능(AI)이 핵심적인 단어로 떠올랐다. 이 후 이 단어는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의 변화를 납득하기 어려워질 만큼 4차 산업혁명은 여러 태풍과 자연현상이 결합해 거대한 충격을 일으키는 퍼펙트 스톰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Ⅰ. 왜 4차 산업혁명인가
4차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인류가 경험한 4번째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려면 과거 3번에 걸친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개념 정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18세기 중반에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방적기등 기술의 발전에서 시작됐다. 아놀드 토인비가 ‘영국 산업혁명에 대한 강의’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기술의 발전은 가내수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공장과 기업 위주로 바꿨다. 경제적 변화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 노동자들은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 운동)을 벌이면서 격렬히 저항했지만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막지 못했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브르조아 계급과 자본주의적 정치, 경제 체제를 확립하게 된 것도 1차 산업혁명의 영향이다. 국가적으로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력 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대를 연 것도 이 혁명이다. 2차 산업혁명은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전개된 경제, 사회의 변화로 데이비드 란데스에 의해 정의됐다. 이 시기는 전기와 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1차 산업혁명의 성과가 전 제조업으로 확산되면서 촉발됐다. 2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변화는 1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1차 산업이 영국에서 시작됐다면 2차 산업혁명 때는 독일,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이 가세했다.

3차 산업혁명은 1990년부터 시작된 인터넷 혁명으로 촉발됐다. 정보 소통이 한층 강화되고 세계가 하나로 엮이는 글로벌화가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은 2010년부터 본격화 한 변화로 기술적으로는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3차 때와는 구별되는 큰 특징들이 있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과거보다 훨씬 빠른 기술변화 속도 △기술 융합과 결합의 활성화 △시스템의 혁명 △정체성의 변화 등 4가지를 꼽았다. 실제 최근 들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다. 알파고의 바둑실력은 6개월 만에 세계 최강으로 탈바꿈 한 것이 한 예다. 다음으로 각종 기술의 융합과 결합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자동차 기술이 결합해 무인차를 만들고 항공과 정보 기술이 결합해 드론이라는 무인기를 만들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술의 결합은 눈에 띌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기술 변화는 기업과 산업 국가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구조가 바뀌고 산업적으로도 부침이 심하다. 국가 차원에서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은‘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두가 3차 혁명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다.
Ⅱ. 4차 산업혁명이라는 퍼펙트 스톰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중 눈에 띄는 것은 우선 기술적인 변화다. 이미 알파고와 드론, 무인자동차들이 사람들을 충격 속에 빠트렸다. 앞으로 우리 생활 주변에 닥쳐올 변화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미국의 벤처기업은 벌레의 신경세포 데이터를 로봇에 삽입해 인공생물을 만드는 오픈웜(Open Worm)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영화 아바타가 현실화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기술의 발달로 상품의 수명은 대폭 단축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이 나온다. 창조적 개인과 기업의 영향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또 제품보다 수요와 공급, 기술자과 투자자 등을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이 핵심으로 등장했다.

기술의 변화는 경제, 사회적 변화를 수반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실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과거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은 발생했지만 4차 혁명기에는 그 규모와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커졌다. 실업과 함께 노동의 양극화 현상도 심해진다. 단순 육체노동과 고도의 하이테크 노동만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중간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노동은 인공지능이 대체한다. 이는 중간계층의 몰락과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소수의 기업과 하이테크 기술자가 사회적 부를 독식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만성적인 수요부족 상태가 발생한다. 인공지능이 생산에 투입되면서 적은 비용으로 무수히 많은 물건을 만들어 내지만 이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Ⅲ. 국가 간 ‘승자독식의 시대’
개인의 양극화와 함께 국가 간에도 ‘승자독식의 시대’가 열린다.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해 발전하는 국가와 도태되는 국가가 뚜렷이 구분된다. 세계화 현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종전의 세계화는 국가 간의 조약을 통해 관세와 인적, 물적 이동의 규제를 없애면서 세계화가 진행됐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 세계의 모든 개인이 인터넷 공간에서 연결돼 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개인 간의 세계화가 한층 촉진되는 것이다. 이 경우 국가 간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가 대두될 정도로 많은 개인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적인 자원 배분방식에 대한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시장에서 생산자와 수요자가 만나 가격이 결정되고 이 가격에 따라 물건의 교환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자원이 배분된다. 이 때 중요한 전제가 되는 것이 물건을 하나 더 만들 때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건을 두개, 세 개 만들면 하나 만들 때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달로 물건을 추가로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이 오히려 적어지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물건을 두 개 만들때에 평균 비용이 하나 만들 때 비용보다 적다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물건을 만들면 만들수록 낮은 가격에 팔 수 있다. 극단적으로 물건 값은 0에 수렴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물건은 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렵다. 자본주의적 시장이 작동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유의 개념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이유는 그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서다. 상품이 부족할 때는 소유가 의미가 있지만 상품이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소유가 별다른 의미를 갖기 힘들다. 모든 사람이 필요할 때 특정 상품을 사용할 수 있으면 된다는 ‘점유’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요즘 들어 택시를 공동으로 점유하는 우버택시나 거주하는 집을 공유하는 에어 비앤비 같은 숙박업체들이 생겨나는 것도 소유보다는 점유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Ⅳ. 우리나라의 전망은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현재 상태로는 전망이 밝지는 않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은행인 UBS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25위에 올랐다.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등이 1~4위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영국, 홍콩,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순위에 올랐다. 한국에 이어서는 중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이 뒤를 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법적, 제도적 문제등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한국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측면에서 순위가 83위를 기록해 여러 항목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가장 큰 이유는 4차 산업혁명으로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미래고용리포트’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71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210만 개의 직업이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라지는 직업들은 사무행정직, 제조업 생산, 건설 채광업 등이며 이들은 대부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 반면 재무관리, 매니지먼트, 컴퓨터, 수학 분야의 직업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의 성별, 국가별 격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은 새로 생겨나는 직업 하나당 5개의 직업이, 남성은 3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고용 불안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직업이 늘어나는 국가는 멕시코, 아세안, 미국, 영국, 터키 등이고 직업이 줄어드는 국가로는 중국, 인도, 일본, 호주 등이 지목됐다.
Ⅴ. 근본적인 혁신만이 살길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항상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에게 해당된다. 혁명에 편승하는 개인, 기업, 국가는 번창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쇠락했다. 4차 산업혁명은 그 규모와 효과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파괴력이 크다. 성공하지 못하는 집단은 패배한다. 중간은 없다. 한국은 현재 글로벌하게 발생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보다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펴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퍼스트 무버가 모든 것을 다 갖는 게임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략도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기술 분야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 뇌과학, 인공지능, 핵융합, 유전자 가위, 양자컴퓨터, 합성생물학, 자율주행차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런 기술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가 되기 어렵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회시스템의 개편도 절실하다. 국가 전체적으로 연구개발(R&D)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개인들의 창의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논리와 암기력은 인간이 기계를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아직도 암기와 계산에 치우친 논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재벌시스템은 과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을 일으켜야 할 때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과 창의력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기에는 재벌체제는 맞지 않는다. 유연성을 확보한 중견,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하루 빨리 구축해 재벌체제를 대신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다. 또 개인과 소기업의 벤처정신을 극대화한 스타트업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요구된다.

상명하복의 리더십 문화도 변화가 필요하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요구되는 리더십을 ‘시스템 리더십’으로 정의했다. 시스템 리더십이란 조직 전체를 수평적으로 이해하고 개인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아울러 조직원들의 각종 요구를 반영해 주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을 지는 리더십이 4차 산업혁명기에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나 산업뿐만 아니라 정치영역에서도 이런 종류의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국가보다는 개별 경제 주체의 힘이 훨씬 강해지는 시기에 과거와 같은 피라미드 구조의 리더십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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