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양성과 대학의 새로운 과제 - 상상력, 누가 이끌 것인가?
민경찬 /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 싸이월드 공감
Ⅰ. 들어가는 말
“모든 학교와 학문의 목적은 결국 세상을,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곳으로 조금씩, 그러나 효과적으로 바꾸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모든 제도, 정책들도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들의 행복에 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대학 구성원들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행복하신지요?’ 답을 선뜻 긍정적으로 내놓기가 어려울 것 같다. 왜 그럴까? 자신의 일로부터 느끼는 보람과 가치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우리 사회는 대학들에게 발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나 대학이나 단기적 업적, 양적 지표 중심의 성과, 획일적 관리에 매달리곤 하였다. 대학들은 정부, 언론의 평가, 정부지원 사업을 통한 재정 확보에 주된 관심을 가지다 보니, 교수들은 평가지표에 도움 되는 일, 즉 단기적, 양적 연구 성과 올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고, 연구에 있어서는 독자적인 연구주제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일종의 ‘유행’과 같은 흐름을 타곤 하였다. 그래서 ‘fast follower’로서 단기적, 양적 결과들은 쌓아왔지만, 긴 안목에서의 방향성이나 한 곳에 집중하며 깊은 내공을 쌓아가기가 어려웠다. 대학구성원들이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없게 한 배경이다.

오늘 우리는 정치적 변혁, 제4차 산업혁명 등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중장기 전략, 지속성, 전문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미래 사회에 대한 긴 안목의 철학부터 생각해야 한다. 기본과 본질에 더 집중하는 일이다. 국가의 역량을 결정하는 인재양성, 지식창출 영역을 책임지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오래 전 칼 야스퍼스는 그의 저서 <대학의 이념>에서 “대학의 이념은 생동하는 정신이며, 하나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대학의 목적은 근원적인 지적 욕구의 실현에 있다. 즉 진리를 추구하고, 그 진리를 전수하는 것이다. … 대학은 그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그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의식을 형성한다.”라고 하였다. 오늘에도 귀담아 들을 이야기다. 대학들은 더욱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세우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Ⅱ. 상상력과 제4차 산업혁명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세우려면, 우리는 먼저 오늘의 시대적 환경, 그리고 미래를 향한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여야 한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오늘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혁명의 초입에 서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고, 행동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 변화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모든 산업들이 이제는 아주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정의되고 창조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무인 자동차, 3D 프린팅, 나노 기술 등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제는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을 제로 베이스에서 모두 바꿔야(reset)함이 요구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는 가운데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매우 빠르게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새로운 산업혁명은 엄청난 컴퓨터 연산능력, 빅 데이터 그리고 지속적으로 한계를 돌파해 나가는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프레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콘텐츠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기존의 지식 및 자원들을 잘 엮어 디자인하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상상력은 과거에도 새로운 변혁의 핵심요소였다. 아인슈타인은 “창조적인 일에는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나는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수단에 불과하다.”라고 하였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과학자에게는 예술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죤 듀이는 “과학에 있어 모든 위대한 발전은 새로운 상상력의 대담함으로부터 나왔다.”라고 하였다. 면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샤를 니콜은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소설가 어슐라 르귄은 “소설가들은 말 할 수 없는 것을 ‘말로서’ 다룬다. 말은 내적인 느낌을 문자로 나타내는 기호일 뿐, 그 느낌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하였다.

훈샘의 Design Story에 의하면 “상상력은 선입관과 고정관념으로 제한된 사고의 틀을 넘어 다양한 갈래로 사고의 반경을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에 가까운 것이라 느껴진다. 즉, 상상력은 일체의 제약을 배제시키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상상력’은 앞으로 교육과 연구는 물론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과정에 기본적 핵심 요소로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Ⅲ. 시대적 변화와 대학의 역할
오늘 우리는 새로운 기회 또는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월 알파고 대국 이후, 더욱 실감나게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새로운 기술혁명의 도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의 대열에 합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워낙 변화속도가 빠른데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발표에 의하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한국의 준비 지수는 139개국 중 25위라고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측면을 따져본 것이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 이후, 발표되는 자료들에 의하면 5년 내에 일자리가 510만 개 없어지고, 20년 안에 일자리 중 47%는 컴퓨터와 기계에 넘겨주게 되며, 올해 어린이 65%는 지금 없는 일자리에서 일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의 고소득 전문직종과 저소득 단순 노동직종으로의 쏠림현상으로 양극화가 크게 심화된다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 속에서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큰 축복이 될 수도 있고,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전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위기적 상황에서 ‘대학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그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 양극화는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컴퓨터, 기계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문명사적 대 전환의 시기이기에, 대학들도 그 정체성과 역할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여, 어떠한 인재를 양성하고, 어떠한 시대정신과 지식을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다. 그동안 대학들은 대개 개별 대학의 생존과 발전이라는 범주에 머물렀다고 본다. 대학들은 이제 기존의 교육과 연구라는 활동 범위를 넘어, 국가의 대학으로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에 더 예민해져야 한다. 이는 바로 대학 본래의 사명이다.
Ⅳ. 상상력과 대학교육
세계경제포럼은 “인재야말로 21세기 혁신, 경쟁력, 성장을 이끄는 핵심요소”라고 하였다. ‘인재가 미래다’라는 말처럼,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상상력에 기반한 창의적 역량을 갖춘 ‘first mover’로서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과 연구를 통한 대학의 사회적 역할은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각 대학별로 어떠한 인재를 양성하여, 학문 또는 사회 발전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기여를 하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인재상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

상상력에 기반한 창의적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유·초·중등 교육과정과 대학 교육과정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하며, 서로 연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상상력, 누가 이끌 것인가?’

사실 상상력은 어려서부터 형성되어야 하는 것으로, 가정과 더불어 관련 교육기관들이 성장과정에서 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볼 때 먼저 대학이 책임감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학입학 전형과 대학에서의 교육내용에 대한 철학과 방향이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학생들마다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즉 ‘정상화’에 대해 무한책임을 가져야 하며, 대학입학 정책의 혁신으로 풀어가야 한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각자가 재능이 있는 분야에서 꽃을 피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지금과 같이 학생들을 어려서부터 지식, 점수 중심의 획일적인 틀에 가두어 넣은 상태에서, 자유스러움에서 나올 수 있는 상상력,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상상력’, ‘느낌’은 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는 각 대학별 인재상 중심의 방향성 있는 교육시스템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기본적으로 각 대학의 설립이념 및 사명과 연계된 ‘소프트웨어’적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교육의 본질은 ‘한 사람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교육 운영시스템을 인재상 중심의 단계적 로드맵으로 설계해야 한다.

먼저 각 대학은 미래 사회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인지를 그려야 한다. 그런데 이는 사람들을 통해 실현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첫째, 각 대학은 그 대학의 설립이념과 교육목표에 기반을 둔 인재상을 세워야 한다. 미래를 바라보며 학생들을 어떠한 인재로 성장시켜,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둘째, 그러한 인재로 성장하는데 요구되는 핵심역량들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셋째, 인재상과 이를 위한 핵심역량을 가장 잘 담아갈 수 있도록 준비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입학정책이 되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의 존재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넷째, 과목, 프로그램별로 강의계획서를 비롯한 운영방안에 바로 이러한 핵심역량들이 가장 잘 함양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설계를 담아야 한다. 다섯째, 이러한 교육 운영시스템으로 양성되어온 학생들이 과연 그 핵심역량들을 얼마나 성취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아래의 그림과 같은 선순환적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대학별로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하며 브랜드화 시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9년부터 ‘잘 가르치는 대학(ACE)’ 지원 사업에서 요구한 기본 틀이다. 교육을 통해 대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가는 일이다.
대학교육은 가족 품에서 살아온 10대 청소년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사회를 책임질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갖춘 어른으로 전환시키는 일이다. 더 나아가 지구촌 시민의식을 가지고 국가, 영역의 울타리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특히 다른 나라사람들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상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그려져야 할 것이다.

인재상에 부합하는 핵심역량은 여러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데, 각 대학교, 대학, 전공영역, 과목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다. 핵심역량은 기본적으로 변화적응능력, 정신과 태도, 인성과 소양, 지식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1세기 기술(skills)’라는 이름으로 16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하였으며, 수학, 과학, ICT 등에 대한 기초 기술(foundational skills),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및 창의성, 의사소통, 협력과 같은 역량(competencies), 호기심, 주도성, 적응력, 리더십과 같은 인성(character qualities)이라는 3가지 범주로 분류하였다. 또한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책임자들은 2020년에 전망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복잡한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창의력, 사람 관리, 타인과의 조정, 감성능력, 판단과 의사결정, 서비스 지향성, 협상, 인지적 유연성을 꼽았다.

‘창작의 전제는 상상이다’라는 말처럼, 핵심역량들은 대부분 감각적, 정서적, 경험적 느낌들, 즉 내적 상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의 운영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특히 다양성·맞춤형의 수용, 동서고금의 고전 읽기, 질문 중심의 토론문화, 성과의 개념과 평가시스템 등의 변화를 통해 상상력 기반의 창의성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때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는 ‘차이’를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해야 한다.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산으로 생각해야 한다. 대학은 입학전형 단계부터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 대학들은 입학생 선발기준도 나름대로의 다양성 공급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 교육의 특징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경험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교육과정도 다양한 트랙을 만들어 개인별로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원 교육도 이제는 학문적 트랙과 더불어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영역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 연구중심대학들의 성공적인 혁신 프로그램의 하나는 전문과학석사프로그램(Professional Science Master Program)이다. 과학에서의 전공과목과 더불어 경영, 정책, 소통, 법 등 현장에 유용한 기술을 접목시킨 것으로, 학생들이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과학을 기반으로 리더십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동서고금의 고전을 깊이 있게 많이 읽고 토론하는 것도 상상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창의성은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며 상상력과 감탄의 능력을 키우는 가운데 만들어 낼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는 물론 누구와도 주저함이 없이 서로가 마음껏 도전적으로 질문할 수 있고 논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우연히 튀어 나온다, 그러므로 위계질서가 강한 우리 문화를 수평적 협력적 관계로 대전환해야 도전적으로 창의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들이 제대로 심화되기 위해서는 ‘성과’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단기적, 양적 지표 중심의 성과 평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성과’의 개념을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인식하고, 이를 읽어줄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first mover’로 가는 길이다.
Ⅴ. 정부와 사회의 새로운 전략
대학들이 상상력을 이끄는 역할을 제대로, 마음껏 펼치려면,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하워드 가드너는 그의 저서 <열정과 기질>에서 “창조성은 한 개인의 탁월한 재능만으로 실현되거나 발휘될 수 없고, 오직 재능이 갖춰진 아이와 그 분야에 우호적인 문화, 그리고 풍부한 사회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각자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중요한데,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이다. 이는 국가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개인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상상력이 중요시 되고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일반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어려서부터 모든 학생을 교실, 학교라는 한 틀에 넣어두고 순응하는 것만이 미덕인 것으로 여겨왔던 환경을 혁신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대학들이 그 대학의 특성에 따라 스스로 미래 인재상을 세우며 독자적인 교육 목표과 원칙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대학들의 운영시스템을 정부 주도로 획일화시켜서는 안 된다. 대학들이 스스로 고민하며 특성을 찾아 발전하도록 ‘다양성’,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이제는 획일적인 ‘사업 단위’의 지원은 없애고, 각 대학별 종합적 장기발전계획을 지원하는 ‘묶음 예산’ 형태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교육과 연구에 대한 ‘성과’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과의 개념이 어떤 의미와 영향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우리의 솔직하고도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의 본질은 ‘한 학생의 변화’이며, 성과는 바로 이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를 읽어주어야 한다. 연구 성과도 실질적으로 학문 발전 또는 사회문제 해결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 지를 읽어야 하며, 대학, 전공, 연구자에 따라 기대성과가 다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간과 재원의 투자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상상력이 충만한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꽃 피우려면,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욱 격려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어려운 과제이다. 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며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일이다.
Ⅵ. 나가는 말
오늘과 같이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럽고 어려운 때 일수록, 대학은 더욱 무게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미래에 대한 새로운 철학, 방향을 제시하며,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데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세계 유일의 큰 성공을 이루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과거의 성공방식을 버리기 어렵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앞에서 상상력 기반의 창의적 인재양성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여러 가지 과제들을 제시하였는데, 과연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새로운 변화를 위한 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는 정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대학들이 먼저 나서서 더욱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정부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국민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 대학이 아닌, 대학들이 공동의 리더십을 세우고 미래 청사진을 보이며 정부와 국민을 설득시키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대학 스스로 자율성을 찾으며, 변화와 위기의 시대를 책임지는 국가의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우며 존재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여기에서 대학 구성원들도 보람과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대학에 ‘선비정신’을 키워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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