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일국양제’로 동·서양을 아우르다
김윤기 / 경기 소사고등학교 교장 싸이월드 공감
21세기를 몇 년 앞둔 1997년 7월 1일, 제국주의 시대의 마지막 흔적인 식민지가 원 국가로 반환되었다. 금융쇼핑의 천국으로 불리는 홍콩이다. 1984년 영국이 홍콩의 주권을 중화인민공화국에 다시 넘겨주기로 양국이 서명한 후 효력이 발효된 것이다. 반환 당시 12개의 조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국-중국간의 조약에는 향후 50년간 홍콩이 법과 자치권을 유지하는 특별행정구역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특별행정구’를 정식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중국령에 속하면서 다른 중국지역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홍콩(Hong Kong)이란 지명은 향나무가 많아 붙여진 향항(香港)을 광둥어로 ‘횬콘’이라 하고 이 지역이 1842년 아편전쟁으로 영국에 할양되면서 영국식 발음에 따라 홍콩(Hong kong)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1)

지금 세계는 문명의 발달과 개인 인식의 전환에 따라 국경과 인종, 문화를 초월한 하나의 거대 공동체로 나가고 있다. 과거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던 외국인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젠 다문화란 말이 어색할 정도다. 이와 함께 국가개념도 갈수록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칫 자기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중심을 잃고 안방을 내주는 것이 아닌지 이 시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하나의 깃발 아래 두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일국양제 – 애국심이 우선이다.
홍콩은 여러모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지금과 같은 국가개념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유럽연합처럼 국가의 개념이 사라질 것인지 불확실한 가운데 영국에서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바뀌면서 탈국가적 도시로서의 성격과 중국의 한 지역으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교육방식과 내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홍콩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가성격도 달라질 것이다.

홍콩의 정치제도는 영국식 행정, 입법, 사법제도를 답습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우물물은 강물을 범하지 않는다-각자의 영역을 명확히 하여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독립성을 중국 본토로부터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 아시아개발은행, 세계무역기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각종 국제기구에 독립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특별행정구를 이끄는 행정장관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들로부터 임명된 선거인단 등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로부터 선출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완전 독립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두 체제가 섞인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완전 독립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중국에 지배를 받는다고 보기는 더더욱 곤란하다.

한편 50년간의 독립된 특별행정구가 끝나는 2047년 홍콩을 움직일 주축들에 대한 중국식 도덕교육과 애국심 교육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행되고 있다. 사실 도덕교육의 목적은 자율적 인간으로서 선한 존재를 추구함과 동시에 공동체적 구성원으로서 사회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국식 도덕교육이 지향하는 전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이 옳은가하는 점에는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옳으냐는 자유주의자들의 지적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에서 미국을 뛰어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내적으로 내적 응집력과 대외적으로 보편적 이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도덕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12년 홍콩 주권 반환 15주년 기념식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하나의 국가’ 원칙을 지킬 것과 ‘두 체제’의 차이를 존중하자고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교육부가 『도덕과 국민교육과목』 도입을 발표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비록 홍콩 시민들의 반발로 바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그 후 이와 관련된 위원회가 구성되고 여러 과목에서 중국식 도덕교육을 통해 국가 민족에 대한 정체성 교육과 역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2)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경제적으로는 자유로우면서도 정신적으로는 하나의 유대감을 갖게 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국가, 이스라엘의 힘도 모든 것을 잃어도 ‘얼’은 잃지 않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교육이 국가발전의 필요조건이라면 애국심은 국가번영의 충분조건인 것이다.
스위스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매년 세계 주요 6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한국은 25위, 일본은 27위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이 1위이며 홍콩이 2위다.3) 경제적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의 주요 분야로 구분한 뒤 이를 각각 20개의 중간부분으로 나누고 다시 세부적으로 342개의 정밀분석을 통해 평가한 국가경쟁력은 각국의 시스템과 현황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교육’에 대한 경쟁력 평가도 이루어지는데, 한국의 경우 2014년 31위에서 2015년 32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 게다가 IMD에서 발표하는 2015년 세계 인재보고서(World Talent Report)에도 한국은 2014년에 비해 9단계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31위에 자리한데 비해 홍콩은 12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학업성취도가 OECD 최상위권을 달리는데 비해 교육경쟁력은 높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문제점은 두뇌 유출이 크다는 점이다. 조사대상 61개국 중 17번째로 많은 인재가 해외로 유출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보고 되었다. 재정위기를 겪는 그리스가 두뇌유출이 가장 높으며, 홍콩의 경우 50위로 두뇌유출 비율이 낮다. 중국 본토의 인재 유출이 20위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두뇌유출의 원인에는 일하는 환경이나 조직 문화, 보수, 개인의 발전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물리적 환경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과거 해외에 있던 과학자들이 대한 민국의 발전을 위해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국내로 유턴한 경우처럼 자신이 나고 자란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홍콩 정부가 애국심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교육제도
인구 726만 명(2014년)의 홍콩은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입법, 사법, 행정에 있어 자치를 하고 있으며, 홍콩 정부가 장기 사회간접자본 투자 중 가장 우선적으로 여기는 것이 교육이다.4) 홍콩 교육의 주무부서는 홍콩 교육부(Education Bureau)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예산과 기금을 확보하며 현장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점검 등을 한다. 학제는 역사적으로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2009년 이전에는 13학년제(초등 6년, 중등 7년: 3-2-2)로 운영되면서 11학년과 13학년 때 시험을 통해 상위과정으로 진학을 결정했었다. 하지만 2009년 교육개혁에 따라 초·중등 12년(초등 6년, 중학 3년, 고등 3년)으로 변경되었으며, 고등학교 3년 말미에 홍콩 중등교육 졸업시험을 한 번만 치르는 것으로 변경되어 2012년 첫 시험이 큰 사고 없이 시행되었다. 학교는 크게 현지 Local School, 국제학교, English School Foundation(ESF)계열의 학교 등으로 나누어진다. Local School은 대부분 홍콩 현지인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공립인 경우는 학비가 거의 무료이며 사립의 경우 학교에 따라 학비 수준이 다양하다. 국제학교는 거의 모두 사립으로 특정 국가나 집단에 속하는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Hong Kong International School, Chinese, French, German, Swiss, Korean International School 등 20여 개가 있다. 홍콩의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의 자녀교육기관 역할을 담당해온 English School Foundation(ESF) 계열학교도 국제학교로 전환되어 있다.
유치원의 경우 3~6세까지 입학가능하며 지능과 신체발달, 사회성, 도덕성 등 모든 영역에 발달을 목표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지녀야 할 좋은 습관을 갖추도록 준비시킨다. 또한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기초교육과 함께 흥미자극 및 긍정적 학습태도를 배양시키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 각각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균형 잡히고 다양한 학교교육과정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지식교육 뿐만 아니라 도덕적 가치, 기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초등단계부터 학생들이 두 가지 언어(영어, 중국어) 혹은 세 가지 언어(영어, 중국 표준어-북경어, 광둥어)5)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학교에서 수업은 중국어로 진행되며, 영어는 제2 언어로 사용된다. 학교운영방식은 오전형, 오후형, 전일제형 등 세 가지 방식이 있으며,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전일제형으로 운영된다.

중학교의 경우 전적으로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와 정부로부터 일부 보조금을 받는 사립학교 그리고 주로 외국 국적의 비중국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로 구분된다. 21세기 도전과 지식기반사회의 급속한 발달에 따른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2009년 9월 중학교 교육과정을 3년제로 전환했다. 교육개혁의 방향은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과 요구 및 능력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전인적 인간으로의 발전과 전 생애에 걸친 학습능력의 발달에 있으며 이를 위해 유연하고 실생활과 밀착된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추고자 했다. 특히 홍콩 정부는 중등 교육과정을 이탈한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HKDSE(홍콩졸업시험/대학입학시험)를 통해 학사학위를 받고자 하며, 일부는 전문학사 또는 직업프로그램으로 나가고 있다. 최근 직업프로그램을 강조하는 홍콩교육청은 고등학교에서 최소 250개 이상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최소 60% 이상이 특정수업을 통한 직업기술이나 전문직종을 위한 것이다.

대학은 대부분 4년제로 정부의 지원과 기업 후원으로 등록금이 저렴한 편이다. 그 중 가장 오래된 대학은 1912년 개교한 홍콩대학으로 약 2만 7,00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대학순위에서 아시아권에서는 선두에 자리하고 있으며 홍콩이 경제와 무역 등이 발달한 지역답게 사회과학계열이 유명하다.
글로벌 감각과 자기정체성을 함께 익히는 홍콩국제학교
홍콩 한국국제학교(Korean International School: 이하 KIS)는 1988년 한국정부의 인가와 1993년 홍콩정청의 인가를 받아 홍콩 거주 한인 동포들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 16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KIS 정금현 교장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에 한국어 담임과 원어민 담임을 두는 복수 담임제로 운영함으로써 이중 언어 사용이 가능한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인 담임이 한국교육과정을 지도한다면 원어민 담임은 영어를 중심으로 개인별 언어능력을 고려하여 영국교육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중국어 교육도 실시하고 있는데, 초등의 경우 기초중국어 회화를 비롯해 듣기, 읽기, 쓰기 등에 주 3시간 이상을 수업하고 있으며, 중등의 경우 학년에 구분 없이 수준별 수업을 실시함으로써 실질적인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KIS가 외국어 등 교과수업 위주의 교육만 한다고 보면 오산이다. 학교에 구비된 수영장, 체육관, 농구장, 테니스장 등 다양한 시설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오케스트라, 사물놀이, 밴드반, 로봇조립부, 크로스컨트리부 등 각종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해외학교 특성상 사교육을 받기 힘든 학부모들의 민원을 해결하고자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글쓰기반, 수학개념 완성반, 국어문법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등학생의 경우 논술과 과학 분야까지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IS의 운영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홍콩 주재원들의 근속연수가 2~3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안정되게 학교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기도 하고, 자녀가 해외친구를 사귀는데 유리하다는 이유로 홍콩 내 다른 국제학교로 전학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또 최근에는 홍콩 경제의 하강으로 주요 기업 주재원들의 수가 줄어들어 학생 수가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은 충실한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 밖에는 없다는 믿음을 가진 정금현 교장은 인성이 반듯하며, 국제적 감각을 갖출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면 KIS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야경처럼 홍콩국제학교의 미래가 아름답게 빛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1)
홍콩(중국어: 香港, 병음: Xiānggǎng 샹강[*], 영어: Hong Kong, 광동어: Hoeng gong 횡겅), https://ko.wikipedia.org/wiki/%ED%99%8D%EC%BD%A9
2)
안지영, 「중국과 홍콩 도덕교육과정 비교연구」, 교사교육연구, 2014. 53호. 그 외에도 홍콩의 중국반환 후 중학교에 공민교육과목이 하나의 독립된 과목으로 개설되었으며, ‘국민신분 정체성’ 확립, 국가와 민족개념 강조, 기본법과 중국 사회정치제도에 대한 인식이 강조되고 있다.
3)
대학지성, 2015 가을·겨울호, pp46-47, 사단법인 한국대학총장협회
4)
주 홍콩대한민국 총영사관 http://hkg.mofa.go.kr/korean/as/hkg/policy/hongcondition/index.jsp
5)
중국의 특성상 표준어로 사용되는 북경어와 광동어는 서로 다른 언어처럼 많은 차이가 난다.
▲ TOP 싸이월드 공감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1길 35(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keditor@kedi.re.kr Tel.02-3460-0319 Fax.02-3460-0151
Copyright ⓒ 2011, KEDI.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