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현황과 지능정보사회에 대한 전망
박경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빅데이터인텔리전스연구부장 싸이월드 공감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소프트웨어인 알파고의 대결은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1989년 IBM 인공지능 딥블루(Deep Blue)와 체스 그랜드 마스터와의 대결, 2011년 IBM 인공지능 왓슨(Watson)과 인간 퀴즈왕의 대결에 이어 또다시 인공지능과 최고의 인간 전문가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한 사건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촉발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나 개발자의 범위를 넘어 모든 이의 관심이 된 인공지능은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것인지 살펴 본다.

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사람의 이름을 갖게 되다.
2011년 세상을 놀라게 한 애플의 시리(Siri)는 사람과 대화하는 개인비서를 스마트폰에서 실현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Speech Interpretation and Recognition Interface(언어해석 및 인지 인터페이스)’라는 긴 이름의 약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애플에 인수된 시리라는 회사를 창업했던 CEO 대그 키틀로스(Dag Kittlaus)가 노르웨이 말로 ‘당신을 승리로 이끄는 예쁜 여인’이란 뜻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노르웨이계인 키틀로스가 딸을 낳으면 이름을 ‘시리’라고 지으려 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한다.

2011년 세상을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등장했는데 바로 IBM의 왓슨(Watson)이다. 퀴즈대결 방송 프로그램인 제퍼디쇼에서 퀴즈왕 켄 제닝스와 브레드 러터와 대결해서 승리하며 Deep QA(Question Answering) 소프트웨어가 세상에 알려졌다. IBM은 이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낸 소프트웨어에 IBM 창업자(Tomas. J. Watson)의 이름을 따서 ‘왓슨’으로 이름 지었다.

시리와 왓슨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를 증명한 것이라는 사실 이외에 또 하나의 아주 큰 변화를 가져 왔는데, 그것은 바로 소프트웨어 이름의 변화이다. 스프레드시트 엑셀, 워드프로세서 한글, 데이터베이스 MySQL,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 등 고유의 기능을 상징하는 단어를 찾아서 이름 짓던 방식에서 시리, 왓슨과 같은 사람과 유사한 이름을 지어주는 방식으로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소프트웨어가 사람을 닮아가면서 결국엔 사람과 유사한 이름을 갖게된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Ⅱ.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사람의 지능을 닮아 가는 것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4대 디지털 치매의 주범으로 계산기(엑셀), 주소록(휴대전화), 내비게이션, 검색 엔진을 운운한다. 이 때문에 암산능력이 저하되고, 자기 집 전화 번호조차 못 외우고 갔던 길도 기억 못하며, 검색으로 인해 지식이 평준화되어 버린 전문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계산을 도와주고, 전화번호를 안내해 주며, 빠르고 정확한 길을 실시간으로 찾아 주고, 무슨 질문에든 대답을 해주는 아주 똑똑한 개인비서를 여러 명 두고 있는 것이며, 이런 역할을 바로 소프트웨어가 사람과 소통하면서 하나하나 수행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사람의 계산능력, 기억능력, 공간지각과 판단능력, 지식학습과 탐색 능력 등을 모사하여 만든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인 동시에 평범한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사람의 지능을 닮은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본디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를 동작시키기 위해 탄생하였다. 복잡한 기계를 보다 쉽게 사용하기 위해 운영체계가 개발되었으며, 편리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사람의 언어적 표현 방식과 논리적 사고방식을 차용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되었다. 복잡한 경영정보를 전산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 베이스가 개발되었고 멀리 있는 컴퓨터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연결하기 위해 웹이 탄생했다. 이처럼 컴퓨터는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운 복잡한 정보를 신속하면서 정확하게 저장하고 관리하는 등, 사람이 해야 할 일의 일부를 조금씩 소프트웨어로 대체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지능을 닮아온 것이 소프트웨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조금씩 사람의 지능을 닮아오던 소프트웨어가 근래에 들어서는 사람의 진짜 능력, 바로 사람의 지능 그 자체를 모방하는 시대로 조심스럽게 진입하고 있다. 바벨탑이 무너진 이후 인류의 영원한 난제인 다국어 동시통역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금씩 실현되고 있으며, 스스로 지식을 학습하고 문제를 풀어내거나 사람처럼 영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소프트웨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 자동차 등 오직 사람만이 가능한 일들에 이제 소프트웨어가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바로 진짜 사람의 지능을 닮아가는 기술, 인공지능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Ⅲ. 글로벌 기업의 인공지능에 대한 도전
인공지능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과학자로 유명한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의 저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초월하는 특이점을 만들고, 새로운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구축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와 같은 활동을 위해 구글을 택했다. 커즈와일은 현재 구글의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1) 를 총지휘하고 있다.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세기적인 기획으로 인공지능과 관련된 IT기업과 전문가들이 구글로 모여들면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계학습 기술을 개발하였다. 구글은 개발된 딥러닝 기계학습을 사용하여 유튜브에 올려진 1,000만 개의 영상을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컴퓨터가 고양이의 얼굴을 스스로 인식하게 됐다는것이다.

딥러닝은 인간의 두뇌 기능에 준하는 데이터 학습 능력을 신경망 구조의 기계학습이라는 방법으로 구현한 것이다. 사람이 직접 문제해결의 방법과 절차를 명령하는 결정론적 방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인간 뇌의 신경회로에 준하는 컴퓨터 체계를 구축하여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스스로 갖게 되는 뇌와 유사한 기능을 창조해 내자는 발상이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는 이러한 딥러닝 기술을 사용하여 프로기사의 바둑기보를 학습하여 바둑이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인공지능의 성공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구글이 딥러닝을 통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영상, 음성, 언어 세 분야로 압축되고 있으나, 향후 사람만이 가능한 주관적·관념적·심미적 분석 분야에까지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BM 왓슨은 2011년 제퍼디 퀴즈쇼 우승 이후, 시티은행의 개인신용평가, 웰포인트 보험사의 맞춤형 의료보험 상품개발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활용영역을 계속적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암 진단과 치료법 분석 및 제안(텍사스 의과대학 MD앤더슨 암센터, 뉴욕 메모리얼 슬론캐터링 암센터), 투자종목 제안 등 금융컨설팅(호주 ANZ은행과 CLSA증권), 고객상담 및 대응(IBM 유통부문 콜센터 상담원의 업무 지원) 등 지식을 기반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형 컨설팅으로 그 활용이 넓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왓슨의 기술력과 본아뻬띠의 9,000여 레시피 및 요리 지식이 결합된 앱을 개발해 일반 가정의 요리사들이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해 만들게 도와주고 있다.

IBM은 왓슨을 기반으로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앱 등 인공지능 미래시장2)을 준비하기 위해 왓슨그룹을 출범시켰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소셜 비즈니스(참여·연계 시스템)를 접목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Ⅳ. 한국의 인공지능에 대한 도전
현재 인공지능에서 주목받는 분야는 ‘영상 이해’와 ‘언어 이해’이다. 영상 이해는 디지털 영상을 보고 사람처럼 영상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으로 인간의 시각지능을 모사하는 것이다. 시각지능은 영상 내의 단순한 객체인식을 넘어 영상의 내용을 이해하는 단계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분야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보적인 수준이다.

언어 이해는 컴퓨터가 사람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를 통해 사람과 기계가 자연스러운 지식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인간의 언어지능을 모사하는 것이다. 자연어 이해, 지식처리 및 추론, 자동 통·번역 등이 포함되며 최근 빅데이터 기술과 접목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언어 관련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의미 있는 성과들이 최근 공개되고 있다. 언어장벽을 극복하는 자동통역 소프트웨어인 지니톡(Genie Talk)이 개발되어 스마트폰을 통한 국경 없는 소통 실현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미 한–중–일–영 자동통역을 실현하여 인천 아시안게임에 시범적용한 바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유럽언어권까지 확장된 명실상부한 글로벌 언어 자동통역을 선보일 예정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또한 언어교육과 접목하여 원어민 교사 없이도 사람처럼 대화하면서 영어회화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지니튜터(Genie Tutor) 개발이 진행되는 등 글로벌 수준의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인공지능 분야의 미래기술 선점을 위해 사람처럼 학습하고 생각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장기적 기술도전이 정부의 지원 하에 시작되어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 개발이 본격화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013년에 시작된 엑소브레인(Exo-brain)은 인간처럼 스스로 지식을 학습하여 자연어로 기술된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언어지능 실현을 목표로 하며, 인공지능이 전문적인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미래 세상에 도전한다. 아울러 2014년에 시작된 딥뷰(Deep View)는 인간이 눈으로 보고 학습하고 판단하는 것처럼 컴퓨터가 다양한 영상을 지속적으로 학습하여 사물의 판독은 물론 행동이나 상황까지 이해하는 시각지능 실현을 목표로 한다. 컴퓨터가 사진이나 동영상의 내용을 읽어주고 도심의 CCTV 영상을 스스로 분석하여 위험상황을 판단하는 등미래 세상의 소프트웨어 눈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인간 지능 체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와 시각에 대한 도전을 통해 사람의 지능에 보다 가까운 소프트웨어가 향후 10년 이내에 국내 연구진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Ⅴ. 인공지능의 미래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사람처럼 생각하는 소프트웨어이다. 인공지능은 1950년에 그 개념이 탄생하여 그 이후로 사람처럼 생각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좌절했던 기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컴퓨팅 성능과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 등을 확보할 수가 없어서 대부분 아주 작은 응용분야에 한정된 통계적 기계학습에만 정체되었다가 컴퓨팅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과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의 시작일 뿐이며, 이제 인공지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넘어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에 접근해 가는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유럽이 진행하는 Human Brain Simulation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를 모사하는 도전을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 정신과 심리의 영역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뇌세포 구조를 모사하는 새로운 컴퓨팅 프로세서인 시냅스 프로세서가 개발되는 등 두뇌를 모사하는 인공지능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과학이 인간의 두뇌를 압도하는 2029년 이후의 세상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으며, 그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는 순간을 의미한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에 도달한 뒤 인공지능이 한층 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2045년쯤이면 컴퓨터의 두뇌가 인간의 두뇌보다 10억 배 이상 더 힘을 발휘할 것이라 말한다. 인공지능은 이런 특이점을 향해 이미 소프트웨어는 물론 컴퓨터 사이언스 영역을 넘어 뇌공학, 인지 및 심리학 등과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지능은 물론 지능의 주체가 되는 두뇌의 본질에 대한 연구로도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두뇌의 구조와 기능을 갖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향한 긴 여정의 시작점에 서 있을 뿐인 것이다.

Ⅵ. 지능정보사회에 대한 준비와 전망
사람처럼 생각하는 소프트웨어를 향한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누구도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패배자가 되길 원하진 않는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할 것이며,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세상을 우리는 지능정보사회라고 지칭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를 예측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나아가서는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 놓는다. 하지만 본디 기술은 사용자, 다시 말해 인간에 의해 그 기술의 용도가정해지기 마련이다. 지능정보사회를 대비하면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좋은 기능으로 사용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 한다. 아마도 그 준비의 첫 단추는 인공지능에게 좋은 기능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 다시 말해 학습 데이터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본디 양서를 읽은 사람과 악서를 읽은 사람은 생각과 판단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공지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딥러닝은 빅데이터를 결합할 때 그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학습 기법으로 양질의 학습을 위한 빅데이터를 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훌륭한 선생님과 좋은 교과서가 학습의 성패를 좌우하듯인공지능에게도 좋은 학습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을 위한 좋은 학습 교재를 준비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신을 닮고자 노력하나 신이 될 수 없듯이 인공지능이 사람을 닮아가고 있으나,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기회를 먼저 생각하는 지혜로 지능정보사회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1)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뤄진 원자폭탄 개발 계획을 지칭한다. 당시 1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예산과, 미국 내 최고 과학자를 끌어들인 역사적 과제로 태평양 전쟁에서의 승리와 함께 냉전 당시 소련에 대한 미국의 우위가 유지될 수 있었다.
2)
IBM은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시장규모가 2017년 83억 달러(8조 5,26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왓슨그룹의 출범은 IBM 역사뿐 아니라 테크놀로지의 역사에서도 아주 중요한 변화의 순간이다. 2014년 1월 10일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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