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로 사람을 키우는 나라, 이탈리아
김윤기 / 경기 소사고등학교 교장 싸이월드 공감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욕구 5단계 설에서 인간은 가장 기본적이고 생리적인 욕구를 먼저 추구하며, 자아실현이라는 마지막 단계는 하위욕구들의 충족을 바탕으로 실현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의식주를 비롯한 생리적 기본요소에 우선적 관심을 가진다는 말이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문제보다는 실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만 의식주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또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 먹고 입었다면 현대로 올수록 실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한 끼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한다. 문화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먹방’이 인기다. 국내외 유명음식에서부터 동남아와 아프리카 음식까지 처음 보는 음식들이 우리 입맛에 맞게 소개되고 있다. 한식에 익숙한 우리 입맛도 점차 세계화되어 가는 중이다. 벌써 우리 입맛에 익숙한 외국음식도 꽤 있다. 그 중 하나가 피자(pizza)다.1) 이탈리아의 대표적 음식 중의 하나인 피자는 우리의 부침개를 밀어내고 청소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즐겨 먹던 국수와 같은 면 종류지만 국물 없이 샐러드와 치즈, 토마토 등으로 맛을 낸 파스타도 이탈리아 음식이다. 중식과 일식이 오랜 시간을 거쳐 우리의 입맛에 익숙해졌다면, 피자나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우리 청소년을 비롯하여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왔다.


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리와 같은 반도국가라는 사실과 로마, 패션의 나라 그리고 오페라 등 문화강국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약 6,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이탈리아가 음식을 비롯하여 건축과 음악, 미술, 디자인, 문학, 영화 등에 있어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중시 여기는 정책과 관련이 깊다. 14~15세기 유럽 르네상스의 출발점으로, 지금도 오페라를 비롯하여 현대미술, 영화, 디자인, 영화, 작곡 등에서 서양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이탈리아 힘의 원천을 알아본다.
문화재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티레니아해와 리구리아해를 접하는 반도국가다. 수도 로마는 옛 로마제국의 수도였으며, 수 세기동안 서구문명의 정치적 중심지로 르네상스 탄생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586곳 중 35개소)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문화재라고 할 만큼 전국 곳곳에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또 문화재 보존에도 신경을 써서 국가의 문화유산 보호 의무를 헌법 9조에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를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탈리아이기에 최근에는 유네스코와 손잡고 분쟁지역의 문화재 파괴와 약탈방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술경찰 30명과 고고학자, 문화재 복원 전문가, 예술사 30명 등 60명으로 구성된 대응 팀을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의 중요 문화재 파괴를 막는 임무에 파견한 것이다. 이슬람국가 극단주의자들이 문화청소라는 명분으로 타 문화재를 약탈하고 파괴하는 것을 막고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 보존하고자 함이다. 이처럼 문화재를 비롯해 각 분야에 다양성을 중시 여기는 것은 오랜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 즉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이탈리아의 전통은 로마시대부터 내려오고 있다. 로마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 대륙을 정복할 할 수 있었던 것도 로마가 단일민족에 의한 단일국가라기보다 이탈리아라는 지리적 공간 안에서 수많은 지방색과 종교적, 문화적 요인들이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를 억지로 하나의 틀에 집어넣기보다 그 고유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탈리아 달력에 이교도 신을 위한 달을 인정한다든지, 한 주의 요일을 가리키는 말에도 다양한 신들로 나타내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나와 다름에 대해 포용하는 전통은 오늘날 이탈리아 제품과 예술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토대가 되었다.
최고의 복지 - 교육
대부분의 나라가 후진국일 때는 성장중심 정책을 선호하다가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영위에서부터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복지까지 복지에 대한 개인적 입장은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즉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가치관의 문제다.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먼저 복지정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탈리아 복지시스템의 특징으로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함께 고비용/저효율성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가 아님에도 수혜를 받는 이가 많다는 시스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가 복지 분야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문은 연금과 의료 분야다. 이탈리아의 사회복지 예산의 60%가 연금에, 24%가 의료 분야에 그리고 생계 지원 및 보조에 8.1%가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연금부분에 과도하게 치중된 복지정책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탈리아로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탈리아를 여행한 사람들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여름 휴가철에는 상점을 비롯하여 주요 서비스시설이 문을 닫아 불편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료를 사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놀 때 나도 함께 논다는 사고방식이 오랫동안 이탈리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개인적 삶을 고려한다면 누구나 동등하고 균등하게 휴가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 수준에서 복지가 잘 되어 있으며,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측면이기도 하다.


연금이나 의료가 복지의 기초라고 한다면 교육은 복지정책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부모의 재산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한 교육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학생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수 있도록 이탈리아 국립대학의 수업료는 부모나 학생의 소득등급에 따라 결정되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 없는 복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인식 확산과 함께 연금제도를 비롯하여 의료 등에서 복지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2008년 이후 교육부 장관 젤미니(Gelmini)의 이름을 딴 ‘젤미니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은 국립대학 시스템의 개편과 초등학교 교사 수의 축소를 핵심으로 한다.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국립대학을 사립대학으로 전환하고자 하며, 교사의 주당 근무시간을 24시간에서 일반 노동자 수준인 35~40시간으로 연장하고 학급당 3명이던 교사 수를 한 명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이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사회안전망의 균열과 해체를 가속화시키며 고등교육의 기회 박탈을 가져온다는 비판적 평가와 동시에 공교육 체제의 경쟁시스템 도입으로 변화를 유도하고 절감된 국가 교육예산으로 교육 전반에 질을 향상시킨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이 개인 경쟁력의 원천이자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공교육시스템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중요하다. 여러 분야에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이탈리아 공교육시스템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창의력과 독창성 강조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교육에선 미술교육을 강조한다. “전통을 살리되 현대적 감정을 입혀라” 1950년 말부터 이탈리아가 미술교육에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내건 구호다. 기본적으로 미술교육과 인간관계를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조형, 건축, 문예, 음악 등과도 연결시키고자 시도하였다. 학교교육과 더불어 베니스의 비엔나전은 1억 만 리라 이상의 상금을 수여하는 등 엄청난 투자로 미술의 나라, 공예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치원 미술교육의 특징은 아이들이 미술인지 놀이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대로 하도록 허용해 준다는 점이다. 사람얼굴이나 인체를 비율에 맞게 그리도록 가르치기보다 정해진 틀 없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긋기 등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드로잉의 도구도 연필이든 크레파스든 수채화 붓이든 구분을 두지 않고 있으며, 도화지에 그리든 신문지에 그리든 천에 그리든 본인이 원하는 방식을 인정해 준다. 미술적 기법을 익히기보다 미술에 대한 즐거움을 먼저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생떽쥐베리가 어린왕자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나무를 손질하는 법이나 제도법과 같은 세부적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갖도록 하라”는 말과 같다. 드로잉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키우고 미술을 통해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즐기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커다란 배를 만들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로 올라가면 되도록 많은 건축물과 미술품을 보도록 하여 입체적인 감동을 느껴보도록 하고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뿐만 아니라 교회건물의 문양이나 벽이나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공간과 시간 속에서 그림의 역할까지 스스로 느끼도록 유도한다. 건축의 아름다움과 함께 기능을 이해하고 시대적 상황과 지리적 환경 속에서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를 알아가면서 미술이 손끝 기술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과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탈리아에서 미술교육은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게 취급되기에 미술전공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개성 넘치는 패션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이탈리아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교육제도
이탈리아에서는 6세부터 18세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교의 90%가 국·공립학교다. 학제는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5년, 대학교 3~5년으로 9월에 학기를 시작하여 6월에 종료된다. 주당 수업시수는 27시간에서 30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 적다. 이 의무교육이 끝나면 그 중 20%는 취업을 준비한다. 6세부터 시작되는 의무교육 이전에도 3세부터 아실로(asilo) 혹은 스쿠올라 마테르나(scuola materna)로 알려진 공립 혹은 사립 유치원에 갈 수 있다. 약 90%가 유치원에 다닌다.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스쿠올레 마테르나(scuola materna)는 대부분 주 5~6일 간 아이들을 돌봐준다. 공립 어린이집은 국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인원 제한이 있고 규정이 엄격하다. 사립 어린이집의 경우 등록과 입학에 100유로, 매월 150~200유로를 부담해야 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철저한 위생관리를 받는 식단을 제공받는 등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초등학교는 5년제로 보통 만 6세에서 10세까지 다니며, 이탈리아어, 수학, 역사, 과학 등을 그림과 음악을 통해 배운다. 하루 4시간만 수업이 진행되므로 스포츠나 종교 교육 같은 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스쿠올라 메디아(scuola media)로 불리는 중학교는 3년제로 한 반에 보통 25명의 학생들로 구성되며 남녀공학이다. 주요 과목으로는 이탈리아 문학, 역사, 지리, 수학과 외국어를 배운다. 기술, 음악, 미술, 체육 등은 특별활동으로 간주된다. 고등학교(스쿠올라 베디아 수페리오레: scuola media superiore)에 들어가려면 디플로마 디 리첸차 메디아(Diploma di licenza media)라고 알려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고전, 기술, 직업, 예술 등 4가지 학과목 가운데 하나로 전공이 나뉘게 된다.


고등학교는 대체로 5년제(14~18세)로 운영되며 첫 2년 과정은 의무교육과정이다. 학년말 시험을 통해 3과목 이상 낙제하면 유급하게 되며, 졸업년도에 국가에서 주관하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을 실시한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유사한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마투리타(Maturita)를 치거나 기술자격증을 취득하며, 이 시험을 통과한 학생은 일반대학이나 과학기술전문대학에 들어갈 자격을 갖게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약 100만 명의 학부생이 있으며, 이는 전체인구의 약 2%에 해당된다. 대학에서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대학에 지원한다. 밀라노의 보코니(Bocconi)대학, 로마의 루이스(LUISS)대학과 일부 의대처럼 최고수준의 대학을 제외하면 학비가 무료이고 등록에 제한이 없다. 학위취득은 최소 4년이며 최종시험을 언제 치를지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다. 1차 시험결과가 좋지 못하면 재시험이 가능하다. 대학의 학제는 기본적으로 3+2년제로 운영되며 첫 3년은 제1단계 학사학위과정이고 다음 2년은 제2단계 전문학사학위를 받는 과정이다.
부의 원천 창의성 교육
미래사회는 창의성이 중요하다. 기업에서도 문학에서도 예술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창의성은 원천기술처럼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러 이론이 있겠지만, 아름다움과 흉측함, 직선과 곡선, 익숙함과 어색함, 알고 있는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하여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이를 대변하듯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상징은 특이하게도 뱀을 머리에 인 메두사의 얼굴에 세 개의 사람 다리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시칠리아가 비록 삼각형으로 생겼다고 할지라도 두 다리의 인간이나 네 다리의 동물, 심지어 곤충까지 짝수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세 개의 사람 다리는 의외다. 또 흉측스런 뱀을 머리에 이고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는 메두사를 상징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이런 것이 창의성이 아닐까. 이탈리아 교육처럼 우리 교육도 창의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기대해 본다.
1) 피자(pizza)라는 말의 유래는 확실치 않으나 ‘납작하게 눌러진’ 또는 ‘동그랗고 납작한 빵’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피타(pitta)라는 설이 유력하다.
참고문헌
·『천의 얼굴을 가진 이탈리아』, 김종법, 학민사.
·『세계를 읽다 이탈리아』, 레이먼드 플라워·알레산드로 팔라시 지음, 임영신 옮김, 도서출판 가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지음, 안인희 옮김, 푸른숲.
·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대사관, http://ita.mofa.go.kr/korean/eu/ita/main/index.jsp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이탈리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36346&cid=46627&categoryId=46627.
· 위키백과 - 이탈리아의 교육,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D%83%88%EB%A6%AC%EC%95%84%EC%9D%98_%EA%B5%90%EC%9C%A1.
· 이탈리아의 미술교육: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artjammy2009/754.
· 이탈리아의 교육 개요 [네이버지식백과, 외교부],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87305&cid=43909&categoryId=4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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