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와 시사점
박삼철 / 단국대학교 교수 싸이월드 공감
Ⅰ. 들어가며
현대 교육이론의 가장 진보적인 논의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교육 상황과 생활 상태를 일치시킬 때 학생들은 행복해지며 유의미한 학습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육이론에서는 학생들의 이성 계발을 위해 학교 밖 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인류의 핵심적인 문화유산을 담고 있는 주지주의 교과를 인내를 가지고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존 듀이 이후의 새로운 교육 물결은 학생들의 수업현장이 유의미한 학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교 밖의 생활 상황과 서로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부터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고등학교를 재설계하려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내용은 학생들의 학습활동과 실제 세계(real-world)를 연결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실제 상황적 맥락에서 학습할 때 더 유의미한 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학교와 산업현장을 오가며 배우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제도를 도입하여 2016년에 60개교를 운영하며, 2017년에는 203개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교육부, 2016년 업무계획). 이처럼 최근의 국내외 학교교육 변화의 큰 흐름은 학교 안에 머물러 있던 교육제도(교육적 상황)를 학교 밖과 연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 고에서는 최근 미국과 호주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 동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Ⅱ. 미국의 고등학교 교육 변화 동향
2014년 3월에 발표한 오바마 행정부의 교육정책에 담겨 있는 고등학교 교육 정책의 핵심은 중등학교를 재설계하여 STEM교육을 혁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즉, 고등학교에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을 혁신하여 학생들이 실제 직업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White House Office, 2014). 미국의 STEM 혁신 고등학교의 사례에 나타난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 경향을 교육의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구분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육내용의 변화: STEM 교육의 강화
미국에서 STEM 교육의 강조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냉전시대인 1957년 구소련의 스프튜닉 우주선 발사에 따른 미국 과학교육의 강화 운동에 따라 초기의 STEM 교육이 강조되었다. 최근에는 PISA 등과 같은 국제 학력비교 검사에서 미국의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음에 따라 STEM 교육의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STEM 교육 강화를 통해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며, 관련 분야의 노동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White House Office, 2014). 미래의 무한경쟁과 기술혁명의 시대에서 STEM 교육의 수월성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교육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2. 교육주체의 변화: 산업체 등 전문가의 전략적 활용
STEM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한 가지 중요한 전략적 선택은 STEM 교육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교육주체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즉,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학교 내의 교실에서 전통적으로 구분된 교과목을 지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방식은 학생들에게 ‘왜 이러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갖도록 하곤 한다. 학생들은 전통적인 교과의 실제적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학교교육의 변화 전략은 전통적인 교사집단 이외에 산업체와 대학, 박물관 등의 전문 인사들을 학교교육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들을 통해 실제 직업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학습장소의 확대: 교실과 학교 밖의 실제 세계를 연결하는 교육
STEM 혁신 고등학교의 학습공간은 학교 울타리를 뛰어 넘어 학교 밖의 실제 직업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교실에서 학습할 뿐 아니라 학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산업체 등에 출석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산업현장의 생생한 지식과 기술을 학습한다. 예를 들어, 1학년은 정해진 기간 동안 학교 출석 대신에 희망하는 산업체에 출석하여 학습을 하게 된다. MC2 STEM High School의 경우 1학년 학생들은 1년에 4일을 NASA에 출석하여 학습활동을 전개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방과 후 학습을 위해 NASA 직원들과 함께 학습할 시간을 갖기도 한다.
4. 협력기관과의 관계 강화: 학교와 협력기관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Cleveland시 학교구에서 설립한 MC2 STEM High School은 대표적인 학습네트워크 구축 사례이다. MC2(Metropolitan Cleveland Consortium) STEM 고등학교는 Cleveland 학교구가 설립 주체가 되고, GE Lighting과 지역 대학 등이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2008년에 설립한 공립학교이다. 이 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4개 학년 약 3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STEM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년별로 파트너십을 구축한 기관의 캠퍼스에서 학습을 하게 된다. 즉, 1학년은 Cleveland 시내에 위치한 the Great Lakes Science Center에서, 2학년은 General Electric(GE) Lighting 캠퍼스에서 회사의 기술자들과 학습을 하며, 3학년과 4학년은 Cleveland 학교구 건물에 마련된 캠퍼스에서 각각 학습을 한다. 이처럼 협력기관에서의 효과적인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교육구와 학교, 유관 기관들 간의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 때문일 것이다.
5. 학습방법의 변화: 교과의 벽을 허무는 켑스톤 프로젝트 학습법
미국 STEM 혁신 고등학교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학습방법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즉, 교과 간의 벽을 허무는 교과 통합적인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캡스톤 프로젝트(capstone projects) 학습방법이다. 캡스톤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전통적인 교과 중심의 학습활동을 벗어나 교과 통합적 접근을 통해 실제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생들은 실제 삶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도전적인 문제들을 친구들과 협동으로 해결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능력도 발전시킬 수 있다.


MC2 STEM 고등학교에서의 캡스톤 프로젝트는 10주 단위의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주제들은 실제 생활과 관련된 STEM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외에도 주 정부에서 요구하는 모든 교과내용들을 포함하도록 고안되었다. 각각의 캡스톤 프로젝트의 구성은 하나의 대주제를 중심으로 하위의 토픽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각각의 토픽들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교과내용을 포함한 학습단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과 같은 미국의 STEM 혁신 고등학교의 주요 특징을 요약하면 [표 1]과 같을 것이다.
Ⅲ. 호주의 고등학교 교육 변화 동향
호주에서 강조되고 있는 21세기 기술(21st century Skills)의 영역은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문제해결력과 협력적으로 학습을 수행하는 능력 등이다. 호주의 고등학교도 이러한 지식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호주의 몇 가지 학교교육 변화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실과 실제 세계를 연결하는 프로그램(Connected Classroom Program)
호주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21세기 기술을 학습하도록 하는 중요한 학습방법의 사례는 연결(Connection)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다(NSW DEC, 2012). 연결 프로그램이란 교실마다 설치된 화상회의(video-conferencing) 장비를 통해 교실과 교실 밖의 실제 세계를 연결하여 학생들이 실제로 세상의 생생한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학교에 설치된 화상회의 장비를 활용한 Connection 프로그램은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나는 교실과 교실을 연결하여 학생들이 상호 토론 및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즉,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타 지역이나 다른 나라의 교실을 연결하여 학생들이 공동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경우는 화상회의 장치를 활용하여 공간적·시간적으로 학교에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체나 박물관 등의 전문가를 연결하여 직접적인 실생활 혹은 직업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2. 프로젝트 중심의 과제물 수행평가 강화
호주의 고등학교에서도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이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의 대학 입학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고교내신 성적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12학년의 1년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결과이다. 이처럼 호주의 고등학생들에게 프로젝트 학습은 매우 중요한 학습과제이다. 호주의 고등학생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유형에는 창의적 글쓰기, 비판적 글쓰기, 실험과 필드워크(field work) 등의 모든 수행영역이 포함된다. 완성된 프로젝트의 평가는 엄격한 평가 절차와 기준에 근거하여 교사들이 평가한다. 담당교사들은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학생의 순수 노력의 결과인지를 확인한 후에 성취표준에 비추어 평가점수를 부여한다.
3. 일반계 고등학생의 직업교육과정 선택 기회 제공
호주 직업교육 정책의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11학년과 12학년 학생들도 직업교육 과정을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고등학교 과정 학생들의 약 3분의 1이 직업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수한 직업교육의 결과는 대학입학을 위한 성적 산출에 반영된다. 즉, 호주 교육과정위원회에서 개발한 자동차, 건설, 비즈니스, 전기, IT 등 12개의 산업 관련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이수 결과는 정규 학업성취 기록에 포함되어 대학입학을 위한 점수산출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또한 고등학교 과정에서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습득한 기술은 호주자격기준(Australian Qualifications Framework: AQF)에 적합할 경우 국가 자격증을 받을 수 있으며, 취득한 학점은 상급의 직업교육과정에 진학할 경우 상위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학점으로 인정된다.
Ⅳ.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에 주는 시사점
미국 국가정보원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화와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가장 큰 혜택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NIC, 2005). 지식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불확실성의 미래사회에서 과학기술의 개발 및 활용 능력은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호주는 물론 한국에서도 고등학교 단계에서 STEM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 글에서 살펴 본 미국과 호주 등의 고등학교 교육 변화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일반계 고등학생들도 직업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 검토
호주에서는 일반계 고등학생들도 직업기술 교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 학습결과를 대학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주지주의 교과학습을 통한 지식학습의 유용성뿐 아니라 직업기술 교과 학습도 다양한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해결력, 실용적 지식과 기술 습득 등의 학습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직업기술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거나 장래의 희망을 설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선택할 경우 직업기술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교실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교육의 확대
전통적인 학교교육의 한계는 학생들의 학습상황이 교실 내에 국한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고등학교의 경우에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학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제 세상에서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체험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호주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상황을 학교 울타리를 넘어 학교 밖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인턴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직·간접적인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밖의 세상을 학습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구안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협력기관의 교육적 위상 제고를 통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미국의 STEM 네트워크 구축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학교와 교육청, 산업체들이 교육적 책무성을 가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여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에는 학교에 교육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있다. 지역사회의 기관들과 학교가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상호 책무성을 가지고 학생지도를 한다면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함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교과의 벽을 허무는 캡스톤 프로젝트를 활용한 수업방식 확대 적용
미국이나 호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고등학교 교육내용의 중요한 변화는 문제해결 중심의 프로젝트를 활용한 교과 통합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고등교육기관에서는 다학문적 접근과 융복합적 연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대의 다양한 문제상황들은 단일의 학문적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의 고등학교 교육상황에서 이러한 교과 통합적 프로젝트의 적용은 한계가 있으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미래의 삶을 살아갈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캡스톤 프로젝트를 활용한 학습방법이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학습방법의 구체적인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 김순남ㆍ정광호ㆍ박삼철ㆍ박상완ㆍ김세덕ㆍ노설화ㆍ강이화ㆍ서원주ㆍ이동섭(2014). 대학입시 정책의 국제 비교연구: 고교 내신 산출 및 대입반영 방법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현안보고. OR 2014-10.
· 박삼철(2014). 호주의 학교다양화 사례 분석: 후기중등과정을 중심으로. 비교교육연구, 24(3), 179-198.
· ACARA(2015). Measurement Framework for Schooling in Australia.
· Harnover Research(2011). A Crosswalk of 21st Century Skills.
· NIC (2005). Mapping the Global Future.
· NSW DEC(2012). 21st Century Skills for Australia Students.
· White House Office(2014). Preparing Americans with 21st Century Skills: STEM Education in the 2015 Budget.
Websites
http://www.mc2stemhighschool.org
http://www.boardofstudies.nsw.edu.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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