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미래교육 비전1)
백선희 / 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싸이월드 공감
Ⅰ. ‌개관
영국에서는 Beyond Current Horizons 프로그램(이하 BCH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까지 기대되는 영국의 사회적(social), 기술적(technological) 변화를 예상하여 이에 대한 미래교육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영국 내외의 과학 및 사회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사회, 경제, 기술의 경향을 예상하고, 2020년의 교육에 나타날 변화가 무엇인지 진단하여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교육에 관련된 문제들(challenges)을 확인하며, 2025년의 교육의 잠재적 목표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개발하는 것이다.

BCH 프로그램에서는 다음의 네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영국의 미래교육 비전을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첫째, 미래교육 비전을 개발하는 데 있어 미래를 단순히 예견하려고 하지 않고 현존하는 가정(assumptions)들을 의심하고자 하였다. 둘째, 인간사회는 매우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따라서 단순히 기술(technology)의 변화만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였다. 셋째, 교육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 즉, 교육은 개인이 지식과 역량을 개발하여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커뮤니티, 가족, 그리고 사회적 맥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화하며, 학습자의 자아에 대한 감각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였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문제는 항상 가치(values)와 정치의 문제를 수반한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이러한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의 교육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집중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우선순위로 선정된 영역은 1) 생애과정(lifecourse)과 세대 2) 정체성(identities), 지역사회 및 시민의식 3) 지식, 창의성 및 의사소통 4) 노동과 고용 5) 교육영역에서의 공적, 사적, 제3의 영역 간의 관계로 보고, 각 영역별 미래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핵심 질문을 사회/경제/정치적 트렌드, 과학/기술적 트렌드, 교육/기술/사회적 트렌드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Ⅱ. ‌미래교육 비전
앞서 제시한 핵심 질문들을 바탕으로 BCH 프로그램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Trust yourself), 조직에 대한 충성(Loyalty Points), 관계의 중요성(Only Connect)으로 대변되는 세 가지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각 미래사회마다 가능한 교육의 모습에 대한 시나리오를 두 가지씩 제시하였다.
1. 스스로에 대한 신뢰(Trust Yourself) 사회
‘스스로에 대한 신뢰’ 사회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개인의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정당들은 작은 군소 정당들로 분화되어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 개인들은 스스로의 삶의 질, 즉 웰빙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자원배분에 있어서도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사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한편 가족의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개인들은 육아 등의 문제에 있어서 가족에게 더욱 의지하게 될 것이다.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할 때 개인주의의 강화와 가족의 중요성이 오히려 커지게 되고, 개인의 자원이 풍부할 때는 개인의 자아를 더 중시하게 되어 두 가지 부류의 삶의 양식이 나타날 수 있다.

가족은 가족 교육과정(family curriculum)을 통해 개인에게 사회에 대한 태도와 가치를 보여주는 기능을 할 것이며, 가족 교육과정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가족 교육과정을 통해 개인은 독립성과 자율성 등을 배울 수 있고, 가족 내에서 아동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간주되고 느슨한 정도의 양육을 받게 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내가 누구인가?(who am I?)’ 라는 질문은 교육에 있어 근본적인 물음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개인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지속적인 과정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모든 학습자의 목표는 기본적인 생존부터 자아실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는 국가, 기업, 그리고 가족이다. 국가는 개인이 사회화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을 제공하고, 유아 및 초등 학습자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기업 혹은 고용주는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특정 기술을 교육하기 위해 투자하고, 가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인이 노동시장에 적합한 자격을 갖추는 데 있어 지원을 제공하며 도덕적 가치, 정서적 스킬, 마음가짐 등을 교육시스템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사회에 예측 가능한 미래교육 시나리오는 다음의 <표 1>과 같다.
2. 조직에 대한 충성(Loyalty Points) 사회
미래사회의 교육비전을 설정하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 사회는 조직과 개인의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이러한 관계는 전통적인 국가와 개인의 관계와는 사뭇 다르게 보이지만 이미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 볼 수 있는 트렌드로서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강화된다는 관점에 기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 사회에서는 국제사회 간의 이동성이 증대되면서 국적은 더 이상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계약관계에 기반하게 될 것이다. 각국의 정부는 처한 상황에 따라 교육받고, 재능 있고, 출산 가능한 시민을 끌어들이기 위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영국의 지리적, 문화적 영역의 통합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국가는 기본 안전망 및 건강과 관련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주된 역할은 개인이 조직(associations)에 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공은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성공한 조직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은 자신이 가진 자원(resources)에 근거하여 그에 맞는 조직에 소속될 것이며, 특정 조직은 보유 자원에 근거하여 참여하는 사람들을 한정하는 배타적인 그룹이 될 수도 있다(예: 부동산 가격이 비싼 특정 지역은 특권을 가진 개인들만의 협회를 구성할 수 있음). 지역에 근거한 협회는 국가의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개인에게 보다 적합한(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용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정 조건을 갖춘 개인에게는 선호될 수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이 중요한 미래사회에서 교육의 목적은 사회의 지속성을 증진하는 데 있을 것이다. 교육은 개인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적합한 역할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 따라서 교육자는 개인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스킬과 특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고 교육을 받은 개인은 스스로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스킬을 관리하며 다양한 역할, 업무, 자아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교육의 특징과 역할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의 <표 2>와 같다.
3. ‘관계의 중요성(Only Connect)’ 사회
관계의 중요성에 근거한 미래사회에서는 월드 와이드 웹에 기반한 협력과 사회적 공간의 공유, 그리고 개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개인은 공식적인 조직 내에서 행동하기보다는 유연한 관계를 통해 발언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시민성의 개념이 요구되는데, 사람들은 공공장소, 환경, 거버넌스, 사회 기반 시설 등에 대해 자신들 스스로를 관리자라고 생각하며, 개인이 단독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여자들(contributors)이 모여 축적된 효과를 통해 성취해야 할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이득을 얻을 때 그 사회에 소속된 다른 개인도 이득을 얻을 수 있고, 개인이 사회의 이익에 대해 책임을 지고 행동할 때 개인이 외톨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호 의존성(interdependence)이 중시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교육은 공공 영역 강화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이동성(mobility)에 대비하고 안정과 안전을 추구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사회 내에서 개인의 그룹 간 이동이 용이해야 하며, 이동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협력을 통해 공유된 가치와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학습 커뮤니티간의 토론이 활성화 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공식적인 학습의 영역과 더불어 노동현장, 시민으로서의 삶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연령 제한이 없고 학교에서의 출석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며 모든 상호작용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관계의 중요성에 근거한 미래교육의 모습은 다음의 <표 3>과 같다.
Ⅲ. ‌나가며
영국의 미래교육 비전을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주목할 점은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었고, 이를 미래교육 비전의 다양한 시나리오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의 미래교육 비전과는 구분된다. 예를 들어,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를 미래사회의 모습이라고 가정할 때, 지식경제 이외의 다른 변화 가능성에 대해 교육은 어떠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미래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BCH 개발팀은 영국의 미래교육이 특정 이익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할 것에 대해 고려하고 있으며, 또한 현 세대가 예측하고 기대하는 미래사회와 미래교육이 정작 미래를 살아가야 할 세대들의 요구(needs)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탄력적이고 유연한 시각으로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교육의 모습을 예측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교육 비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작업은 그 시대를 살아 나갈 세대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매우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
영국의 미래교육 비전은 Facer(2009)의 Beyond Current Horizons 프로젝트에서 발간한 ‘Educational, social and technological futures: a report from the Beyond Current Horizons Programme’을 바탕으로 요약·정리하였음.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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