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학교 살린 전교생 오케스트라의 기적
- 경기 삼덕초등학교
김예람 / 한국교육신문 기자 싸이월드 공감
삼덕윈드오스트라, 학교의 효자 되다.
“학교에서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앞으로 친구들과 펼칠 공연도 너무나 기대돼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제 꿈을 정했어요. 바로 호른 연주가예요.”

지난해 창단된 경기 삼덕초 ‘삼덕 윈드오케스트라’는 학교에 효자 같은 존재다. 폐교 위기였던 학교를 살려냈고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구성원들을 가족같이 돈독하게 묶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6학급 소규모 학교인 삼덕초의 자랑은 3학년 이상 전교생이 참여하는 윈드오케스트라다. 3학년 이상 전교생이라 해도 38명뿐이지만 오케스트라 연습시간이 되면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튜바 등 여느 오케스트라 못지않게 제법 힘 있는 관악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삼덕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교가 거론되는 시골의 작은 학교에 불과했다. 최근 인근에 신도시가 생기면서 위기는 더욱 커졌다. 큰 학교로의 전학이 늘어 학생 수 감소가 가속화됐고 폐교 대상 학교에 올랐던 것이다. 그런 학교를 살린 건 지난해 최중필 교감의 아이디어로 창단한 윈드오케스트라다. 최 교감은 “우리 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활동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소규모학교라는 장점을 활용해 ‘전교생 오케스트라’를 만들고자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살리자…동문, 마을 하나로 뭉쳐
악기는 동문회의 도움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조성호 지도교사는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문들이 힘을 합해 3천만 원 가까이 모아줬다”며 “모교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동문들과 마을 주민들의 성원 덕분에 오케스트라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동문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삼아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 바리톤, 튜바 등 악기와 교재를 마련하고 전용교실을 확보하는 등 오케스트라를 교육하기 위한 환경을 갖췄다. 또 1인 1악기 기본학습반, 1인 2학기 특성화반, 1인 3학기 심화반으로 난이도를 나눠 윈드오케스트라 외에 마칭밴드 등 보다 전문적인 합주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학생들은 4월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연말에는 평택시 신문 만들기 대회 찬조공연, 학생 문화예술 어울림한마당 발표, 양로원 위문 봉사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학교 행사는 물론 크고 작은 지역행사 축제에도 참가해 공연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는 것이 포인트다. 최근에는 인근 초·중고교생 및 지역사회와 연합해 ‘서부지구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창단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삼덕초 학생들뿐만 아니라 졸업생들까지 참여해 의미가 더욱 컸다.

협동심과 자기효능감 눈에 띄게 향상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학생과 교사들은 부단히 노력해 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악기를 다뤄본 경험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주 1회 전교생 오케스트라 통합수업을 진행했고, 주 2회 방과 후 수업시간에도 개인 실기 연습은 물론, 방학 중 캠프를 통해 집중적으로 실력을 키웠다.

조 교사는 “박자도 못 맞추고 계이름도 잘 몰랐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 소리를 넘어 친구들의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시골학교가 음악 하나로 몰라보게 풍요로워졌다”고 덧붙였다.

학교 건물 바로 옆에 자그마한 연못과 잔디밭이 있는 삼덕초 교정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 곳을 ‘학교 숲’으로 부른다. 특히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햇볕을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 연습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함께 호흡하며 소통한 덕분일까. 교사들은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기 전에 비해 학생들의 인성과 협동심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훈 교장은 “혼자 힘만으로는 합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협력하면서 인성과 감수성이 고르게 발달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은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김 교장은 “다양한 교내 및 대외 연주를 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많은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섰던 경험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해 준다”고 덧붙였다.

전 교직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음악지도
이제 학교는 더 이상 폐교를 걱정하지 않는다. 특색 있는 교육활동이 입소문 나면서 지난해 2학년 20명, 1학년 24명이 입학했고 현재도 꾸준히 전입요청이 들어오는 중이다. 한 동문은 일부러 이사를 와 자녀를 삼덕초에 전학시키기도 했다. 현재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평균 학생 수가 9.5명인 것에 비춰보면 입학생이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눈부신 성장에는 학교 교원들의 희생과 자발적인 동참이 뒤따랐다. 삼덕초 교사 8명 중 6명은 악기 지도가 가능할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다. 교사들은 조성호 지도교사를 도와 틈틈이 교육활동을 보조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동아리도 만들어 연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 교감은 “우연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참 복 받은 학교”라며 “지도교사는 물론 새로 오시는 선생님마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며 웃었다.

교장·교감 역시 음악에 조예가 깊다. 김태훈 교장은 오랫동안 중창단 활동을 해왔고 최 교장 역시 클라리넷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 왔다. 최 교장은 최근 오케스트라를 좀 더 심도 있게 지도하기 위해 호른 등 다른 악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임소진 교사는 현재 플롯 동호회에서 활동 중이며 김기웅 교사 또한 올해 직접 작사·작곡한 동요로 ‘KBS 창작동요대회’ 우수상을 받은 실력파다. 최 교감은 “게다가 우리 학교 숙직기사님까지 밴드부 출신”이라며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교 구성원들이 음악에 관심이 높아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정·학교·마을이 진정한 교육공동체로
오케스트라는 학교와 마을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학교는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윈드오케스트라 교실’을 개설해 수업을 진행한다. 지역주민들의 생활 속 음악적 역량과 심미적 감성을 길러주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교사들을 도와 학생 지도에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본인도 함께하고 싶다고 배움을 자청했다”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공동체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 또한 높다.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는 곽희윤(6학년) 양은 “여러 소리가 어우러져서 하나가 되는 것이 신기해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며 “작년 요양원 봉사 공연 때 할머니들이 우리 손주 같다고 박수치며 좋아해 주셨던 순간이 가장 뿌듯했다”고 전했다.

오케스트라는 선후배 사이를 돈독하게 유지시켜주는 매개 역할도 한다. 악기가 손에 익은 6학년 학생들이 중심이 돼 선생님을 도와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곽 양은 “처음에는 악기에 자신도 없고 귀찮아서 도망 다닌 적도 있었는데 6학년 언니 오빠들이 다독여줘서 열심히 참여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선배로서 동생들을 챙기고 함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덕초 학생들은 지난 여름방학에 심화반인 마칭밴드를 중심으로 3박 4일 동안 ‘윈드 오케스트라 여름방학 캠프’도 떠났다. 학부모회도 기꺼이 동참했다. 고구마케이크, 스파게티 만들기 등 다양한 요리교실 프로그램으로 재능기부에 나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교육가족 간 따뜻한 정을 나눈 것이다. 조 교사는 “야영활동을 통해 오케스트라 친구들 간 돈독한 우정을 쌓고 속성 지도를 통해 음악회 참가 준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단원들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삼덕초는 이제 전교생 오케스트라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10월 3일 전국 마칭밴드 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요양원 위문공연, 불우이웃돕기 공연 등 음악을 중심으로 나누고 베푸는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목표다. 김 교장은 “앞으로도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온 마을이 함께하는 진정한 마을교육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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