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 지원을 위한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방향
배성근 /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싸이월드 공감
Ⅰ. ‌들어가며 : 대학의 위기를 질적 혁신을 위한 기회로
현재 우리나라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국내 대학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안으로는 지속적인 입학생 감소로 학생 등록금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재정 구조 상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고, 밖으로는 ‘인구론(인문계의 90%가 논다)’이나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라는 자조섞인 말로 대표되는 대학 졸업자와 노동시장의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가상(cyber)과 실제(physical)간 연결(connection)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창의성와 융합,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능력 등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대학교육의 질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간 우리 대학들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발맞추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왔으며, 교육부도 다양한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 확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자율성을 가로 막고 있어 오히려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Ⅱ. ‌현황과 문제점 :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의 양적 확대
우선, 교육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 확대’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하고 고등교육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GDP 대비 1% 수준까지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양적인 측면에서 재정지원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었다.

정부 전체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는 2008년 5.7조원(GDP 대비 0.6%)에서 2016년 15.2조원(GDP 대비 0.97%, 예산기준)으로 확대되었고, 그 중 교육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9.8조원으로 정부 전체 고등교육 지원 예산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의 고등교육 예산 중 교육, 연구, 산학협력 등을 위해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은 약 1.5조원 규모로 다양한 재정지원사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6년에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다음 [표 1]과 같다.
다만, 이와 같은 다양한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신설을 통한 재정지원의 양적 확대가 현재 대학의 어려운 재정에 도움은 되겠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현장의 의견이 있다.

우선, 현재 다수의 재정지원사업이 정부가 사업 목적과 방식 등을 정하고(Top-Down) 있어,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각 대학의 건학이념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특성화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특히 사립대)의 재정구조에서 현재 겪고 있는 입학자원의 급감에 따른 수입 감소는 자연히 국고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왔으며, 이는 대학의 국고지원금 확보를 위한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사업신청으로 대학 현장의 피로감을 유발했다는 의견이다.

이제, 대학재정의 건전성 악화(비용절감 내지 재원확보)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대학마다 강점을 가지는 분야, 기능 및 역할에 대한 특성화(질적 혁신)를 지원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 되었다.
Ⅲ. ‌개선 방향 :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
교육부는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 시안」(이하 ‘시안’)을 지난 7월 15일 발표한 바 있다.

발표된 내용은 그간 대학 현장의 의견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큰 기본방향을 우선 설정한 것으로, ‘대학 자율성 확대’와 ‘사업구조의 단순화’로 요약될 수 있다.
1. 재정지원사업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다.
국내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미래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대학의 발전방향을 제시해왔다면, 앞으로는 대학이 사업을 주도하고 교육부는 이를 지원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지원사업도 기존의 하향식(Top-Down)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이 건학이념과 특성에 기초하여 예산수립부터 성과관리까지 자율적으로 프로그램 등을 설계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된다.

먼저, 모든 사업에 대해 대학 자율 공모 방식을 도입하고 예산과 관련하여 총액 배분 자율 편성(Block Grant) 원칙을 적용한다. 즉, 정부는 사업의 목적 및 기본방향만 제시하고 대학이 중장기 발전 및 특성화 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구안(具案)한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사업계획서의 적절성 및 실현가능성, 자체 수립한 성과지표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또한, 사업개편 전에도 기존 사업의 평가지표를 간소화하여 효율을 높이고, 획일적인 평가지표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량평가 비중을 가급적 축소하고 정성평가 비중을 늘려 대학의 다양한 특성이 나타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학은 대학의 건학이념과 특성, 지역사회에서의 기능과 역할 등을 잘 살려 발전할 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 대학은 훨씬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2. 복잡한 사업구조를 단순화한다.
지금까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부교육 및 연구 강화, 산학협력 활성화, 평생교육 수요 부응, 인력수급의 적시성 요구 등 당시의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사업의 신설로 이를 대응해 왔다.

2008년 이전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은 주로 대입제도 개선과 연구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특히 대학에서 교수의 연구실적이 강조되면서 실제 등록금을 내는 학생에 대한 학부교육이 소홀해진다는 비판이 높아짐에 따라 학부교육 강화를 지원하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2008~2013년)과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ACE, 2010~) 사업이 만들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사업 신설을 통한 재정지원 방식이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대학의 수입 감소와 맞물려, 대학이 발전계획이나 특성화 방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소모적이고, 경쟁적인 사업 신청이라는 관행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많은 사업 수와 복잡한 사업구조에서 기인한 대학의 소모적 경쟁과 사업간 유사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현재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①연구 ②교육(특성화) ③산학협력 ④대학 자율역량 강화로 단순화하고자 한다.
사업 단순화의 핵심내용은 대학 특성화(CK),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 등 목적 내지 프로그램 사업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이 완료되는 2019년부터 ‘대학 특성화 지원 사업’으로 통·폐합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의 사업단(학과, 전공)은 교육 또는 연구 중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선택하도록 하여, 교육 중심과 연구 중심 특성화를 구분함으로써, 보다 특성화 분야에 집중하게 된다. 다만, 대학 단위 지원사업인 산학협력 지원(LINC+)과 대학자율역량강화 지원 사업은 특성화 분야와 관계없이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대학은 각 재정지원사업이 제시한 목적에 따라 특성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강점분야를 진단·분석하여 발전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대학별 최적의 특성화(Optimization)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3.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와 유기적인 연계를 강화한다.
통계청은 향후 2030년 필요한 대학 수를 현재의 약 56%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특히 2020년과 2021년은 전년보다 7% 이상 입학자원이 급격히 감소하는 (소위) ‘인구절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에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수가 전년 대비 2만 5천여 명 줄어들어 60만 명 선이 드디어 무너졌다.
교육부는 이러한 급격한 입학자원의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15년 1주기(2016~2018)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통해 약 4만여 명의 입학정원 감축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는 대학구조개혁은 단순한 양적인 감축만이 아니라 질적 혁신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러한 질적 혁신을 위한 지원이 바로 대학 재정지원사업이다.

이에 재정지원사업 개편은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투입되는 재원이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며, 대학의 기본여건을 나타내는 정량적 요소는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대학의 평가에 대한 피로도를 최대한 경감시킬 예정이다.

현재 교육부는 발표 시안의 개편방향을 포함하여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이고 충분한 현장의견 수렴과 전문가 검토,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사업별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Ⅳ. ‌나가며 : 진정한 대학 경쟁력은 자율과 다양성으로부터
역사적으로 대학은 사회, 경제 변화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해왔으며, 특히 산업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며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이에 흔히들 미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대학 경쟁력이라고 한다.

앞서 얘기한 4차 산업혁명기에 필요한 미래 인재양성을 위해, 그리고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과 지원이 필요할 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교육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정확히 따라갈 수 없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과거보다 점점 빨라져 이를 정확히 예측하여 교육시스템에 반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변화에 대비하여 경쟁력을 갖추는 가장 바람직한 길은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며, 이러한 다양성의 기저에는 자율성과 창의성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재정지원 규모의 확대와 사업 개편만으로 향후 우리나라 대학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유수대학과 같이 대학 기부금 확충, 투자수익 증대 등 대학 자체수입 증대 노력을 통한 대학 재정의 건전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교육부는 이를 위한 각종 규제개선과 제도적 지원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재정지원사업의 개편방향이 위기상황에 놓인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적 혁신과 경쟁력 제고로,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대학도 정부가 아닌 학생과 학생의 미래를 바라보는 대학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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