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창의성 교육 사례
신종호 /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싸이월드 공감
Ⅰ. 시작하며
어떻게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것인가?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결국 창의성 교육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것을 우리 삶 속에서 유용하게 서로 공유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즉 창의적인 ‘생 산’과 효과적인 ‘공유’는 창의적 인재의 핵심특성으로 고려되어 야 하며, 창의성 교육의 중요한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이 ‘생산’과 ‘공유’ 활동을 내포하는 대표적 영역이라 는 점에서, 문화예술 교육이 창의성 계발의 중요한 교육의 한 방 안으로 제안되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이 제공하는 개인적 가치를 추구하는 독특한 경험이 다른 분야로 전이되어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최근 창의성 교육에 대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학 교에 도입되고 있으며, 창의성 교육의 큰 흐름이 되고 있는 융합 인재 교육(STEAM)에서 예술(Art)은 과학, 공학, 수학 분야의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핵심활동으로 중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 교육의 어떤 측면이 구체적으로 창의성 계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경험이 타 분야 창의성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유발되는 미적 체험이 심도 있는 자아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것이 창의성 발현을 위한 심리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창의성은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때 자신에 대한 이해 가 부족하다면, 자신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 문제를 창의 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예술작품은 특정 대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대 상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재현한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가 창의적 예술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 심도 깊게 인식하고 (Tatarkiewicz, 1986), 자신의 잠재성을 발휘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을 수행함을 의미한다(Arnheim, 1984). 따라서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자신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문화예술 분야의 독특한 문제해결방식은 다양한 분야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문제의 발견, 해결책 제시, 결과의 공유 와 평가라는 일련의 과정은 창의성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 (Treffinger, Isaksen, Dorval, 2000), 문화예술 경험은 이러한 창의적인 문제해결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 빈치, 아인슈타인,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뒤샹, 울프, 파인먼과 같이 역사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성을 발휘한 인물들은 예술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사고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oot-Bernstein & Root-Bernstein, 1999). 예술가들의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연습한다면 창의성을 발현하는 과정 에서도 보다 수월한 전략들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문화예술 경험은 다른 분야의 언어나 표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의사소통 수단을 확보하도록 한다. 예술영역에서 새로운 표현방식은 자체가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표현방식에 대한 고민과 연습은 창의적인 결과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전 달하는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 여기에 문화예술 경험이 정서적 안정을 제공한다면, 창의성 발현과정의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결과를 공유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 교육이 창의성 교육에서 갖는 다양한 가능성들은 실 제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에 적용되고 있다. 교육운영의 주체나 방식에 따라 예술교육 전문기관, 박물관·미술관, 혹은 학교가 주도하는 다양한 유형의 교육사례들이 있다. 본 글에서는 운영 방식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문화예술 교육 사례를 구분하여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소개하고, 우리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내 용과 그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II. 주요국의 문화예술교육 사례
1. 전문기관을 통한 교육: 핀란드 아난탈로 아트센터
첫 번째 사례는 예술교육 전문기관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지는 교육유형이다. 문화예술 교육만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기관을 통해 교육 환경 및 내용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한 경우이다. 따라서 전문 예술가의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삶의 변화를 지향하는 특징을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의 아난탈로 아트센터(Annantalo Art Center)가 있다(곽덕주, 남인후, 임미혜, 2015). 높은 교육수준 과 평생교육으로 많은 나라의 모델이 되고 있는 핀란드의 예술 교육은 ‘타이카람푸’(Taikalamppu)라는 지역예술센터 네트워크 를 중심으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아난탈로 아트센터는 11개 아트센터로 구성된 이 네트워크의 한 기관으로, 1987년에 개관 하여 헬싱키 시 문화국 소속의 시립 문화시설로 운영 중이다.


예술교육 전문기관이지만 센터의 목적은 전문 예술가의 양 성이 아니다. 단지 예술가와 같은 환경에서 예술가 수준의 예술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의 정신을 교육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센터는 3층짜리 낡은 폐교 건물을 인수하여 시작되었는데, 1,200평 규모의 공간은 전문 예술교육기관으로서 손색이 없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장르별로 특화된 실기 스튜디오, 전시장, 강당 등을 보유하고 있고, 순수미술, 응용미술, 연극 등이 모두 가능한 설비에 기자재나 교보재의 수준은 예술대학의 실기실과 흡사할 정도다. 그러나 교육프로그램의 내용에는 예술가 양성을 위한 이론과 실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지 예술창작활동의 진지함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일상적인 공간과 분리된 공간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센터가 지향하는 문화예술 경험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진지하게 예술창작을 경험”하는 것이어야 하고, “전문적인 수준 의 악기, 기자재, 교보재가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많은 활동과 복잡한 프로그램은 자발적 사고와 참여 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한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경험을 통해 실패 없이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주력한다.
아난탈로는 예술수업과 전시·이벤트라는 두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술수업은 학교연계형과 자유수강형으로 나뉘며, 센터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5×2 프로그램’은 학교 연계형 예술수업에 해당한다.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2시간씩 5주 동안 진행되는 수업으로, 처음에는 아동대상의 수영수업에 서 착안하여 기획되었다. 매주 2시간씩 5주간 “생존을 위해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문화예술을 배우는 것”을 표방한다는 것이 다. 학생들은 전문 예술가 및 예술 교육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을 통해 예술을 접하고 창작경험을 한다. 현재 헬싱키 시의 모든 초등학생은 6년의 학교생활 중 반드시 한 번 이상 ‘5×2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전액 무료로 운영되며 시 교육 부서에서 예산을 지원한다.


자유수강형 프로그램은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수업 (cultural courses)이 있다. 누구에게나 참여기회는 열려 있으나 유료이다. 4~6주간 30시간 진행되는데,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 는 예술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종 차별, 사랑, 전쟁,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며, 각 주제는 무엇이든 헬싱키 시내의 다른 기관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운영된다. 주제에 따라서 관련 강의, 전시, 영화, 책, 작가와의 만남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 따라서 예술창작활동 이외에 역사, 문화, 사회 전반에 대한 학습이 자연스럽게 병행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 은 하나의 주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는 셈이다.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분야 간 융합과 그 결과로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는 창의적 경험이 발생한다. 연간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난탈로의 예술교육은 예술교사(art teacher)라고 불리는 현 직 예술가들이 담당한다. 50여 명의 예술가는 프리랜서방식으 로 시간과 과정을 선택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렇기 때문 에 이들은 교육자와 예술가로서의 창작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에게 교사로서 별도의 교육이나 자격을 요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술교사 자격은 예술 전문성이 먼저 확 보되는 것이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함께 나누려는’ 태도 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자칫 교사가 교육의 중심에 섰을 때,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창작활동이 등한시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난탈로의 교육은 예술가처럼 진지하게 몰입하는 경험이 학 생들의 가치관과 태도를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경험 은 다른 분야에서 도전적으로 창의성을 발현하는 재료가 될 것 이다.
2. 미술관을 통한 교육: 영국 테이트 모던
두 번째 사례는 미술관을 통해 제공되는 문화예술 교육이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문화예술 교육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 이상이다. 미술관에서 학생들은 작품의 선, 색, 형태, 리듬 감, 빛의 변화와 차이와 같은 형식적 질(formal quality)에 대한 체험을 하고 순수하게 미학적, 자율적, 시간을 초월한 상태에서 ‘보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술관의 문화예술 교육은 해당 작품이 탄생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과 관련하여 문제에 접근하는 경험까지를 포함한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김형숙, 2001).


국가 차원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등 미술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영국의 사례는 문화예술 교육을 통한 창의성 계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국 정 부는 2002년 ‘Creative Partnership’(CP) 프로그램으로 교육에 문화를 접목시켜 창의성을 지닌 인재를 길러낸다는 목표를 실현해 나가면서, 5세부터 18세까지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박물관, 미술관, 문화예술기관 및 예술가들과 지속적인 공동작업을 통한 문화예술 교육을 강조해 왔다(이은적, 2013).


런던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역시 문화예술이 창의성 교육의 핵심 컨텐츠로 부상하면서 문화예술 을 통한 창의성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테이트 모던을 비롯한 미술관의 주목적은 예술작품이 대중에게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관은 학교와는 차별화된 예술 교육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문화예술의 확장을 실현하는 하나 의 방안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기획하고 있다. 특히, 지역 예술가와 학교 연계가 용이하기 때문에 예술교육의 수월성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테이트 모던의 교육프로그램은 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현업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술가와의 상호작용이 교육프로그램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은퇴한 교사나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안정적인 운영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평소 아동과 청소년 대상의 교육은 1일 이내의 단기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거의 매일 미취학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한 감상, 창작 프로그램이 열리며, 개인 혹은 학교 차원에서 수시 로 신청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중에는 미술관의 전시작품에 대 해 개방형의 질문들이 주어지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답을 한다. 또는 프로그램에 따라서 창작, 감상 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창의적인 자기표현의 기회를 가진다.


이와 같은 단기 프로그램의 예로, 2015년 현재 운영 중인 ‘테이트 모던 학교 워크숍 프로그램’(Tate Modern Schools Workshop Programme: with 2015/16 Artists-in-Residence. Spring 2016)은 현업 예술가와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학생들에 게 새로운 관점으로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 다. 2시간 동안 최대 16명이 수업에 참여하며 주요 활동의 진행 은 현업 예술가가 담당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예술작품은 예술 가, 교사 혹은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는 매개체이다. 작품은 예술과 현대문화를 이해하는 학습의 맥락이 되며, 서로 질문을 하거 나 각자의 의견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활용된다. 예술적 관점으로 토론하는 활동이 주를 이루지만, 결국 이러한 예술가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험을 하며 삶의 방향을 변화시키게 된다.


장기간의 프로젝트형 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에는 지역 내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어,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운영구조는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고,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는 물론 미술관에게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2009년에 운영되었던 ‘Looking for Change’라는 프로그램은 학교 연계를 통해 좋은 성과를 얻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는 런던의 3개 초등학교와 3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로 현업 예술가와 미술대학 교수진이 기획하여 8주 간 운영되었다. 1주차에 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도록 다양한 주제를 소개 하고, 2주차에는 자신의 주제와 연관이 있는 미술관을 방문하여 감상 경험을 갖는다. 3~6주차는 학교에서 예술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거나 창작하는 활동을 하고, 7주차에 다시 미술관을 방문하여 그룹 토론을 하면서 심도 있는 감상 경험을 하였다. 8주차에는 각자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예술경험을 통한 다 양한 변화를 성찰하였다. 이 교육프로그램은 예술적인 기법을 습득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경험에 주목하였다. 실제로 전체 프로그램 과정에서 학생들은 미술관의 작품이나 자신의 작품의 의미가 무엇이고, 자신의 삶 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았다. 즉,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테이트 모던의 문화예술 교육은 예술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관점, 다양한 관점으로 자신만의 의미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흥미로운 일인가를 알게 한 다. 이러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창의성으로 발현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3. 학교 주도의 교육: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
세 번째 유형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문화예술 교육을 운영하면서 타 분야의 창의성 계발을 실천하는 경우이다. 앞의 두 사례 가 전문기관이 교육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인 것과 비교하여, 학교 주도의 문화예술 교육은 교사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안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일반 학교에서도 문화예술 교육은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예술 이외 분야의 창의성 계발을 염두에 두는 사례는 특히 과학영재 대상의 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인디애나 과학수학인문학고등학교, 미국 일리노이 수학과학고등학교,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 등은 과학영재들에게 인간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을 경험하도록 하여 과학적 지식만으로 불가능한 새로운 가치창출 역량을 계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교육열은 이미 유명하다. 특히 수학과 과학에 대 한 국가적 관심은 남다른데, 그 결과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1명, 노벨상 수상 자 10명을 배출한 바 있다. 이스라엘 유일의 영재고등학교인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Israel Arts and Science Academy)는 이러한 이스라엘이 수학, 과학 교육에서 지향하는 미래인재 교육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학교는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유대인 석학 18명이 주도 하여 1990년 설립되었다. 5년여의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다양한 문화, 다양한 학문이 균형적으로 융합된 ‘Total Learning Community’를 모토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었다. 학교는 재능 은 물론 학업동기가 뛰어난 인재를 까다롭게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3단계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매년 70~80명이 입학한다. 전공은 과학(science), 음악(music), 미술(art), 인문학 (humanities)으로 구분되며, 이 중 과학 전공자가 50%, 음악과 시각예술 전공자가 30%, 인문학 전공자가 2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수업료 수준은 연간 6,000달러 정도로 보통 학교보다 2~3배 비싼 편이지만, 전체 학생의 90% 가량이 장학금을 받는 다(정현철 외, 2012). 따라서 200여 명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미래 국가 인재로 이들이 성장해 가도록 돕는 영재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의 특징은 다양한 영역에서 균형 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지적, 인성적 측면에 서 수월성을 함께 신장시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특정 분야의 재능을 계발하는 ‘일류교육’을 지향하므로, 각 전공에 대한 심화 학습은 기본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간학문적 교육과정 을 통해 과학, 예술, 인문학 간의 상호 보완적 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과학 전공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예술, 인문 교과목을 수강하도록 하고, 예술 전공자들에게도 높은 수준의 수학, 과학 교과목을 수강하도록 한다. 과학 전공자들에게 요구하는 예술수업의 수준이 단순한 감상경험이 아니라는 것이 다. 높은 수준의 학제 간 연계 경험(high-level interdisciplinary experiences)이 과학과 예술을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기본 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생들은 다양한 전공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므로, 과학-예술-인문학 간의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학습환경을 조성하였다.
문화예술 교육의 대표 사례는 여름 동안 운영되는 탐색캠프 (Exploration Cam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년 8학년 90여 명이 참여하는데, 자신의 전공 이외의 영역에 대한 관심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학교 학생 이외에도 이스라엘 전 지역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과학, 음악, 미술 분야로 구분되는데, 음악 프로그램은 음악 이론 탐색과 음악 창작으로 크게 나뉘고, 다양한 악기연습, 음악감상 등을 선택하여 경험하도록 한다. 미술분야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조소와 그림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캠프의 마지막 날에는 연주회, 전시회, 연구발표를 하는데, 다양한 활동결과물들을 공유하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캠프 초기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음악수업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차 미술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의 문화예술 교육은 특히 과학분야의 창의성 계발에 문화예술 경험이 지니는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고의 유연성을 함양하고 효과적인 자기표현의 방법들을 습득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창의성 교육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Ⅲ. 정리하며
이제까지 교육운영방식에 따라 문화예술 교육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문화예술 교육 전문기관인 핀란드의 아난탈로아트센터, 미술관의 인프라를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영 국의 테이트 모던, 학교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융합을 추구하는 이스라엘의 예술과학고등학교 사례를 살펴보았다. 각 기관이 제공하는 교육의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예술의 이론이나 기술의 단순한 습득이 아니라 학생들이 질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세 가지 사례 모두에서 문화예술 교육에서의 학습자 경험이 예술가와 유사할 만큼 ‘높은 수준으로’, ‘진지하게’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떠한 새로운 의미를 형성했는가에 대한 성찰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창의성 계발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은 프로그램의 제공 여부보다는 학생들이 어떠한 수준과 내용의 경험을 했느냐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문화예술 교육과 관련된 핵심 개념으로서 ‘미적 체험’을 제시한 맥신 그린(Maxine Greene)은 미적 체험을 인간이 성찰적이고 의식적으로 예술과 만날 때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창의성 계발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은 바로 개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조망, 해석, 표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미적 체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곽덕주, 남인후, 임미혜(2015). 예술이 교육이다: 유럽에서 만난 예술교육. 서울문화재단.
• 김형숙(2001). 공공교육의 장으로서 미술관. 예술경영연구, 1, 62-78 .
• 이은적(2013). 학교 미술교육과 연계하는 미술관 교육 -프랑스와 영국의 정책과 사례를 중심으로-. 초등교육연구논총, 36, 243-268.
• Arnheirn, R. (1966). Toward a psychology of art. Bereley and Los Angeles: Univ. of California Press. 김재은 (역) (1984). 예술심리학. 서울: 이대출판부.
• Root-Bernstein, R., & Root-Bernstein, M. (1999). Sparks of genius. Boston and New York: Houghton Mifflin.
• Tatarkiewicz, W. (1970). History of Aesthetics. PWN-Polish Scientific Publishers. 김채현 (역) (1986). 예술 개념의 역사. 서울: 열화당.
• Treffinger, D. J., Isaksen, S. G., & Dorval, K. B. (저)/김영채(역), CPS: 창의적 문제해결. 서울: 박영사.
웹사이트
• 아난탈로 센터 www.annatalo.fi
• 테이트 모던 http://www.tate.org.uk/about/projects/looking-change
• 이스라엘 예술과학고등학교
• https://www.jewishvirtuallibrary.org/jsource/Learning/three.html
• http://www.excellence.org.il/eng/_Uploads/91.pdf
• https://giftedphoenix.wordpress.com/2012/11/15/gifted-education-in-israel-part-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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