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품에 안고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김윤기 / 안산송호고등학교 교감 싸이월드 공감
눈부신 여름이다.
짙어진 녹음과 산들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이름 모를 풀벌레와 꽃들도 눈길을 잡으며, 한 포기 풀에서도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가운데 겨우 10% 정도만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생명체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단지 수박 겉핥기 수준에 머물러 있지요.”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의 곤충학자인 브라이언 피셔(Brian Fisher) 박사의 말처럼, 현재의 과학은 단지 200여 만 정도의 종만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지구상의 종(種)은 500만에서 많게는 1억여 종이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발견된 생물체들의 대부분이 북반구의 선진국들에 치중되어 있어, 바다 속에는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파리는 5억 5백 년 전부터 살았으며, 인도양과 서태평양에 서식하고 있는 앵무조개의 경우 5억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무한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바다. 그 중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지점에서 바다를 품에 안고 살아가는 국가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 7,509(18,108)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도네시아란 명칭은 ‘인도 도서(Indo Nesos)’라는 뜻에서 왔으며, 중세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누산타라(Nusantara)’라는 명칭도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관문 인도네시아
태평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적도상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화국(Republic of Indonesia)은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면적에 인구는 약 2억 5천명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수많은 도서로 국가가 이루어지다보니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사용되어 600여 종의 지방어가 있다. 행정구역은 33개주, 2개 특별주, 1개 수도권으로 나누어지며, 수도는 자카르타다.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동남아 국가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GDP 세계 16위의 경제대국으로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황속에서도 G20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다. 현재 한국인은 약 5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32,000명이 자카르타에 거주하고 있다. 양국 간 교역규모는 2010년 200억 달러를 돌파한 이래 2013년에는 248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천연가스, 유연탄, 원유, 중유, 천연고무 등을 주로 수입한다. 인도네시아는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8번째 투자대상국으로 동남아 최대 한류 열풍이 부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대학교, 가자마다대학교, 자카르타국립대학교에 한국학과가 있으며, 하산우딘대학교 등 10개 대학에 정규과목 또는 어학원 프로그램으로 한국어강좌가 개설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에 대해 알려고 하며 관계 맺고 싶어 한다.


양국 국민의 상호 방문은 매년 5%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며 특히 세계적 휴양지로 유명한 발리를 찾는 한국인이 많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약 5만 명의 한인은 인도네시아에 형성된 외국인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규모다. 무엇보다 약 2,2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서 현지인 100만 명을 고용하고 있기에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우호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우리처럼 일본의 식민지배(1943-45)1)를 겪은 국가로 1945년 8월 17일이 독립기념일(국경절: 하리 커머르데까안-Hari Kemerdekaan)이다. 우리의 광복절보다 2일 늦은데, 그 이유가 당시 통신수단이 좋지 않아 소식전달이 늦어서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독립기념일을 마을단위 축제행사로 즐기는데, 각종 운동시합에서 동창회, 먹거리, 아이들 운동회 등으로 이날을 기념한다.
그렇다고 인도네시아가 독립기념일을 마을 단위에만 맡겨 둔 것은 아니다. 국가를 상징하는 문양에도 독립기념일이 숨어 있다. 날개를 펴고 있는 매 모양의 새가 국가 문양인데, 힌두에서 신성시 여기는 새로 ‘비쉬누신’2)이 타고 다녔다고 한다. 이 새 목 부위의 삼각 깃털이 45개로 되어 있고, 꼬리 끝 깃털은 8개, 양 날개 깃털은 17개로 되어 있다. 즉 국가문양인 새의 깃털로 45년 8월 17일을 나타내고 있다. 또 발로 잡고 있는 글귀는 ‘다양성 속의 조화’라는 말로 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국가이니만큼 각각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3)
인도네시아 교육제도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교육제도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초등(SD) 6년, 중학교(SMP) 3년, 고등학교(SMA) 3년, 전문대 및 대학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은 교육부 소속과 노동부 소속으로 나누어지며 종합대학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학원은 석사 2년, 박사 3년이 기본과정이다. 고졸자 중 약 45%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국립대학은 51개, 사립대학 1,262개로 매년 25만 명 정도가 졸업하나 당해 취업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와 다른 점은 8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점이다.


한때 부퉁섬 바우바우시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사용한다고 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한 것이다. 어쨌든 한글의 우수성이 멀리 인도네시아까지 전파되었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태평양을 품은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교장 김승익)는 1976년 초등 3개 학년, 26명으로 개교하여 내년이면 40주년이 된다. ‘글로벌 소양을 갖춘 창의인재 육성’을 목표로 글로컬(Glocal=Global+local) 리더 교육, 학력 신장, 인성 및 진로교육 강화를 3대 축으로 삼아 해외 한국학교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글로컬 리더 교육이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뿌리교육과 함께 글로벌시대에 대비한 영어교육의 강화 그리고 미래의 동남아지역 전문가로 자라날 수 있도록 로컬교육이 어우러진 교육이라고 김승익 교장은 말한다. 이를 위해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는 글로벌 시대에 필수인 영어교육 강화를 위하여 수준별로 운영하는 원어민 영어 수업과 영어몰입교육으로 진행하는 사회, 과학 등 교과 수업의 교재개발, 그리고 영어교육은 물론 창의성과 종합적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발표력을 길러주기 위한 PBL(Project Based Learning) 수업 체계화에 힘써 왔다. 아울러 영어독서인증제, 글로벌 리더십 인증제, 명예의 전당 인증제 등 교내 프로그램과, 현지 및 국내외 학교들과의 활발한 교육문화 교류 등 대외 프로그램을 통한 글로벌 소양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운영 중인 원어민 부담임 제도가 효과가 높다고 김 교장은 말했다. 원어민 부담임이 학생들과 조·종례 시간과 개별상담 시간에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담임선생님으로서 원어민 선생님을 만나, 원어민이라는 높은 벽을 허물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형성한다고 했다. 영어를 조금 못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담임으로서의 원어민 선생님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또 PBL 수업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PBL은 Project Based Learning의 약자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말한다. 학기 초 학생들은 3명에서 4명의 그룹을 만든 후 사회, 과학, 환경 등의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정한다. 그리고 한 텀 혹은 한 학기 동안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연구하며 최종적으로 영어로 발표한다. 예를 들자면 환경 문제를 사회적 혹은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포스터 제작(미술), 발표를 위한 PPT 제작 및 영상 편집(컴퓨터)을 준비하는 것들이다.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교실, 운동장, 과학실, 미술실, 음악실, 학교 매점 등 어느 곳에서든 자유롭게 조별로 진행할 수 있다. 교사의 역할은 멘토가 되어 주는 것뿐이며 모든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진행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협동수업을 하고,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능력, 비판 및 토론 능력 및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재미 있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오대양 육대주를 무대로
이제 영어만 잘 한다고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다수어가 아니고 소수어이기 때문에 소홀히 하기 쉬웠던 제3세계의 언어들이 도리어 경쟁력을 갖는 시대다. 이런 점에서 세계 각지에서 성장하고 있는 재외동포 2세들은 잠재적 경쟁력을 가진다. 한국의 어떤 이들보다도 현지의 문화와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현지에서 자라나고 있는 자녀들에게 좀 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투여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을 더 키울 수 있는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는 전략적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현지어 교육을 강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주당 2시간 이상 정규 필수 교과에 포함하여 2단계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인도네시아 국립대학에서 주최하는 인도네시아어능력시험 중·고급 수준인 3급 이상을 확보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한 학교 내에서도 인도네시아어 말하기 대회, 인도네시아어 단어 경시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더욱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언어는 소통의 수단이다. 지식습득이나 관계형성의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는 인도네시아 지역사회 또래 집단과의 교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현지의 최고 명문 고등학교 중 하나인 SMA68(68 국립고등학교) 외 5개 현지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환학습, 인도네시아 및 한국 가족 문화 체험, 스포츠 교류, 공연 및 문화 교류 등 다양한 활동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인도네시아는 과거 70년대의 한국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다. 대한민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최근 선진국의 잣대가 경제수준으로만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못살면 미개하고 개발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바라보는 시각도 자칫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되었기에 개발도상국이고 빈민국이라고 무시하기 쉽다. 하지만 앞으로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지녀야 할 자세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따뜻한 배려와 나눔이다.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가 중학생은 최소 20시간, 고등학생은 최소 30시간 이상의 현지 지역 봉사를 실시하게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 샤프론 봉사단과 연계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지역 내의 고아원, 양로원,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지원 운동, 지진 화산 재난 본부 지원, 교육시설 지원 등의 활동들은 인도네시아에 한국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줌으로써 민간외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작은 배려가 이웃을 바꾸고, 하나의 학교가 지역을 바꾸며, 그 변화가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의 교육이 오대양 육대주로 퍼져 나갈 그날을 기대해 본다.
1)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네덜란드가 포르투갈령이었던 티모르 섬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도네시아를 식민통치하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망으로 독립을 선언했으나, 향신료에 대한 이권 때문에 네덜란드와 1949년까지 전쟁을 하였다.
2) 비쉬누신은 우주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신으로 항상 자애로우며 진리를 수호하고 실현하는 일을 한다. 하늘에서 지상의 질서가 무너지면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3) 위의 국가문양은 id.wikipedia.org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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