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도제식 수업, 창원에서 길을 묻다 - 경남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이학수 / 경남신문 기자 싸이월드 공감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1주일은 학교수업, 1주일은 현장교육
지난 4월 13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차룡단지내 절삭공구류 제조회사인 (주)위딘. CNC연삭기가 즐비한 회사 1층 공장에서 앳된 얼굴의 10대 2명이 회사 관계자로부터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다.


이들은 올해 정부가 도입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선정된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컴퓨터응용기계과 2학년 박경열(17), 김도빈(17)군. 박 군과 김 군은 평소 같으면 학교에 있을 시간이지만 창원공단 내 중소기업 현장에서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멘토 역할을 하는 사람은 같은 학교 출신인 최건영(22)씨로 입사 4년차의 산업기능요원이다. 박 군과 김 군은 최 씨로부터 기본적인 기계조작, 도면 해석, 계측 등 생산 공정을 익히고 있다.


박 군은 “학교에서 실습만 하다 보면 현장에 대해 두려움이 많은데 직접 현장에서 배우니 많이 유용한 것 같다”고 했다. 이 회사 장환수 이사는 “이 과정에 익숙해지면 좀 더 고난도의 공정에도 투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스위스식 도제교육을 벤치마킹한 시범사업으로, 전국 8개 지역 9개 학교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학교에서는 이론교육과 기초실습을, 기업에서는 체계적 현장교육 훈련을 이수하도록 구성돼 있다. 1주일은 학교 수업, 1주일은 현장훈련이다. 참여기업은 고숙련 근로자를 기업현장 교사로 배치하고 학교 교사와 팀티칭 등의 방식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훈련과정을 운영한다.
학생은 조기에 취업처를 확보하고 기업 내 현장실습 동안 보수를 받으며 군복무를 대체하는 산업기능요원에 우선 선발되는 이점이 있다. 창원기계공고는 시설기자재비, 일반운영비 등 매년 최대 20억 원(5년간 100억 원)을, 참여기업은 교육훈련비용, 프로그램 개발비, 기업현장 교사 비용 등 최대 연간 2400만 원을 지원받는다. 경남의 협약업체는 위딘을 포함 23개 기업이다.
고용노동부·교육부, 창원서 학교·기업 간담회
이기권 장관 “새로운 길 만드는 과정”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는 국민적 관심사다. 4월 15일 창원기계공고와 협약업체인 동구기업에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현장방문 간담회를 열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소위 스위스식 도제교육을 실시하는 일선 기업들과 창원기공 학생들은 직업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첫 주자로서 잡음이 없을 순 없다”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완벽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인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 장관은 “이론으로 시작한 초기인 만큼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애로사항 등을 적극 수용해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시범운영이 끝나는 2017년쯤이면 완벽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도제교육을 받고 있는 창원기공 2학년 학생 및 학부모들과 참여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의견들이 오갔다.
학생, 깊이 있는 기술 못 배워 아쉬워요
기업, 전담인력 따로 없어 업무 과부하
학교, 기업 적극 참여토록 정부 관심을
백승훈(17)군은 “학교와 회사를 오가다 보니 이론 측면에서 양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고, 김인범(17)군은 “도제교육 시행 초기여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을 전했다.


학부모 대표 백기주(48)씨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벌써부터 산업현장에 내보낸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하지만 좋은 대학이 꼭 좋은 직장으로 이끄는 것 같지도 않고, 공부는 차후에 해도 된다는 생각에 아이를 도제교육에 참여시킨 만큼 취지와 걸맞은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류병현 동구기업 대표는 “도제교육을 실시하는 중소기업들은 각자가 필요한 인력을 스스로 양성한다는 것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행한다고 믿고 있다”면서 “실제 일에 투입되는 설비만을 가지고 교육을 한다는 것은 기업의 생산적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무리가 있을 수 있어 설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상길 성우 대표는 “도제교육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우리가 열심히 기술을 나누어도 나중에는 이 학생들이 대기업으로 인력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불안감이 있다. 또 현실적으로 기업의 생산과 학생 교육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인력에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해결방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 사업의 중요한 과제다. 실제 중소기업에서는 학생들을 교육시킬 전담인력이 부족하다. 위딘 장환수 이사도 “중소기업은 인력운용이 빠듯한데 교육을 전담할 사람이 많지 않다. 평소 자신의 업무에다 도제 학생들의 작업일지를 매일 작성해야 하는 등 업무 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참여 기업체의 산업기능요원 증원 문제도 쉽진 않겠지만 해답을 찾아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병역특례 제도를 이용해 특성화고나 전문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있는데, 도제 학생들로 인해 그만큼 기존 학생들이 받던 수혜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효환 창원기공 교장은 “이 사업의 성공 여부는 참여기업과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했다. 즉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기업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교장은 “1년 40주 동안 기업의 유능한 인재들이 학생교육을 맡고 있는데 1000만 원 정도의 교육훈련비로는 부족하다”면서 “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없으면 기업들이 발을 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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