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 - 전북 전주 근영중학교
전호성 / 내일신문 기자 싸이월드 공감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은 진로체험으로 연계…
미래직업 체험,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길”
“우리 역사에 대한 설명이 왜 책마다 다른지 모르겠어요. 고조선이나 한사군 설치 문제만 해도 학자마다 시각이 다르니 뭐가 진실인지 궁금해요.” “전 꼭 역사학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래서 한국과 관련된 역사의 불편한 진실들을 밝혀 내고 똑바로 세우고 싶어요.”
전주 근영중학교 라석호(2학년 6반)군은 평소 관심이 많았던 역사관련 책을 지난해(1학년 2학기)에 많이 읽었다. 자유학기제 기간인 2학기 수업이 1학기보다 훨씬 재미있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고 말했다. 라 군은 자유학기 기간에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고조선에 관한 새로운 학설들은 라 군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고조선의 수도가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쪽일 가능성이 높다는 학설에 매우 흥미를 느꼈고, 생각할 수록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과거지만 미래이기도 하잖아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이유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특히 독도를 둘러싼 일제 강점기 한반도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자유학기제 동안 라 군을 지도했던 교사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잘라 말했다. 라 군의 역사호기심천국은 학생요구 중심의 선택 프로그램 교육과정에서 더욱 커졌다. 생각하는 힘이 강해졌고, 토론수업을 통해 꿈과 자신만의 논리를 키워 나갔다.


전주 근영중학교는 자유학기제 희망학교지만, 연구학교 못지않게 꼼꼼하게 운영방안을 설계했다. 기획 및 총괄, 교육과정 운영, 수업개선을 위한 교수학습, 진로프로그램, 평가 및 검증방안을 마련하고 철저히 학생중심으로 운영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23차례나 공동체 연수와 자유학기제 홍보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부모지원단을 구성하고 학년 협의회, 지역 인프라를 자유학기제로 끌어들였다. 모든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생각과 요구를 반영해 설계했다. 진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열등감이나 소외감이 없도록 배려했다. 특히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나가도록 했다.


학생들은 “국어시간에 과학수업을 함께 하는 게 신기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주제는 여드름. 여드름의 뜻이나, 여드름이 생기는 원인과 과정, 예방방법에 대해 입체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원론을 파악하고 나니 글에 사용된 설명방법을 쉽게 이해했다. 바로 이어 생명과학연구원이나 피부관리사, 임상병리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여드름관련 진로체험으로 연계시켰다. 수업을 마치면 자신의 진로나 미래에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게 했다. 아이들은 활동소개 글을 영어로 쓰거나 그림으로 표현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꿈이 현실로 보이기 시작”
“제가 손재주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네요.”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기도 해서 평소에 수학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수학과 관련된 직업이 이렇게 많을 줄 정말 몰랐어요.”


이주연(2학년 4반)양은 피부과 의사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 양은 “꿈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꿈이 있다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이양은 자율과정 시간에 인형극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더 가까워졌다. UCC 동영상을 만들거나 환경관련 소설, 선생님이 권해준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자유학기제 동안에 환경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쩍 늘었다며 스스로 대견해 했다.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을 찾은 학생들은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생태계 체험과 환경공부에 푹 빠졌다. 민정재 부장교사는 “국립생태원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좋은 생태계 체험뿐 아니라 환경교육에 손색이 없다”며 “질 높은 시설과 해설자들의 수준 높은 해설, 직접 체험한 생태공부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미래 직업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근영중학교에서 추진하는 진로탐색 여행은 무작정 외부 기관이나 시설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 출발 전에 프로그램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우선 왕복 시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후 자아탐색, 진로탐색, 비전세우기가 가능한지 사전조사를 한다. 그 후 탐색영역으로 나눠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먼저 ‘나를 소개하기’를 시작으로 ‘나의 멘토’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꿈 계획’ 등을 통해 자아탐색 영역을 나눈다. 이어 내가 희망하는 직업이나 하고 싶은 일, 흥미로 본 직업군 찾아보기, 나의 직업 가치관 등 자신에게 맞는 진로탐색 활동을 한다. 그래야만 꿈과 비전, 미래 직업에 대한 가상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전을 만들어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강세은(2학년 8반)양은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면서 학교공부가 신나고 재미있다는 걸 알았어요. 한방병원 진로체험은 제 꿈을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이어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것에 ‘번개’를 맞았고, 망설임 없이 미래직업으로 선택했다.”며 웃었다.


수업시간에 배우거나 토론한 내용들을 진로체험과 연계할 수 있어 효과가 좋았다는 게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이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수업에 대한 즐거움 뒤에 우울한 그늘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자유학기제 자율과정(진로탐색 동아리 교양·인성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만족(55%), 보통(35%), 부정(10%)를 나타냈다. 이는 대한민국 학생과 학부모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는 증거다. 풀어야 할 숙제는 ‘성적’, 진로담당 교사는 “대학입시라는 블랙홀이 대한민국 교육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성적’ 스트레스는 자유학기제를 마치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가장 큰 고민이 성적(53%)이라고 답한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 교사들은 예상했던 결과라고 진단했다. 꿈과 끼를 찾아가는 수업과정이 행복했고 즐거웠지만, 여전히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 다음으로는 진로(34%)와 건강, 이성 문제를 꼽았다. 학부모 설문조사에서도 진로(54%)와 성적(44%)이 가장 큰 고민으로 나타났다. 자유학기제 수업 방식이나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90%)을 보이면서도 성적에 대한 갈등과 고민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 생겨”
자유학기제 수업방식에 대해 학생과 교사들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교사들은 수업의 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한 결과가 눈에 보이고 수업능률이 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생들도 기존의 수업방식보다 재미있고 이해가 빠르다고 답했다. 부모들 역시 자녀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자녀에 대한 걱정과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박수옥(48. 학부모)씨는 “지난해 2학기 동안 딸(이정은)에게 스스로 공부하려는 습관과 리더십이 생겼다. 딸의 학교생활을 지켜보고 나서 걱정이나 고민 없이 아들도 근영중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정은이가 올해 1학년 남동생한테 자유학기제 활동에 대해 꼼꼼하게 챙겨주고 설명해 주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 했다. 자유학기제가 좋긴 한데 성적이 떨어질 까봐 걱정한다는 다른 학부모와 달리 딸아이 공부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딸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무엇보다 딸의 변화에 만족해 했다. 표현력이나 창의성도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다. “정은이가 학교에서 ‘또래상담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데 친구 고민을 들어주거나 수업시간에 잠자는 친구를 깨워주기도 해 ‘해결사’로 통한다.” 며 좋아했다.


하지만 체험공간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체험처는 학생, 교사 모두의 숙제로 남았다. 교사들 역시 올해 자유학기제를 앞두고 부족한 체험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무작정 교육부에 손만 벌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또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더 높이는 수업방식이나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교사들은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현장을 찾거나 토론을 한다.


직업체험에 대한 학생들의 칼날 같은 지적도 교사들을 긴장하게 한다. 라석호 군은 “10~20년 후면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고, 체험도 하고 싶다.”며 “이러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의 체험공간’이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정재 부장교사는 “충분한 진로체험처 확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간절한 소망”이라며 “예산문제나 공공기관, 민간기업들의 이해와 참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함께 풀어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를 마친 아이들이 무척 밝아졌어요.” 윤희경 전주 근영중학교 교장은 학교 안에 퍼지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덩달아 즐겁다고 했다. 특히 친구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윤 교장은 근영중학교가 자유학기제 희망학교가 된 게 무척 다행이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시한 자유학기제가 성공했다는 평가에 대한 공을, 고생하고 노력한 선생님들에게 돌렸다.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학생중심의 토론과 융합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의 사고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것. 교사들 역시 이런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윤 교장은 교육과정을 철저히 학생중심으로 짰다. 이를 바탕으로 수업 전에 수차례나 연습을 마쳤다. 이렇게 교사들의 땀과 노력이 질 높은 교육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윤 교장은 올해 시행할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의 개선과 학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를 철저히 분석했다. 공통과정 수업에 대해 답한 ‘만족도 46%’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보통’이라고 답한 46%를 ‘만족’으로 바꿔야겠다는 계획이다.


자유학기제가 좋긴 하지만 마음 속 한편으로는 ‘성적고민’을 하는 학생들의 마음도 읽어냈다. 자유학기제가 끝난 후 상급반이나 고교, 대학 진학문제로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 동안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지만, 토론과 융합수업 등으로 학교생활과 수업만족도가 높아진 점을 ‘성적고민’의 해결방안으로 삼았다. 자유학기제 과정에서 진행한 교과과정을 상급반이나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연계하고 소화할 것인지 연구중이다.


윤 교장은 “요즘 아이들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영리하다.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체험을 좋아할 리가 없다. 아이들이 원하는 미래직업에 대한 고민을 학교 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사회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학기제 동안 얻은 소중한 경험과 꿈을 오래 간직하고, 인생의 나침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찾아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근영중학생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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