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의 귀환’, 의미 · 과제 · 전망
김광선 /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 한국공학교육학회 회장 싸이월드 공감
Ⅰ. 서론
의대 못 가면 공대? 의대 안 가고 공대! 최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입학생의 고등학교 수능 평균등급이 지방대학의 의과대학보다 계속 낮아지다가 2008년부터 조금씩 상승하더니 역전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학교육의 현장에 있는 필자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주변의 산업계 CEO 분들 또한 이러한 우수한 인재들의 공과대학 선호 소식에 고무되고 있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상위 1%의 인재가 의과대학에서도 필요하지만, 공과대학을 기피하고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장래 생활의 안정을 위해 의과대학을 지원했던 풍토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공과대학에 우수한 인재가 입학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엔지니어라고 하는데 엔지니어가 개인적으로 자랑스러운 직업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안보를 지키는 직업이다. 특히 국내의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은 외부의 자원을 활용하여 엔지니어가 지식가치를 입힌 후 수출 등으로 기업의 수익 즉,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과거 몽고의 징기스칸이 세계로 진군하면서 적국의 기술자(엔지니어)를 각별히 대우해 준 것은 국가의 안보유지 핵심에 엔지니어가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엔지니어는 항상 새롭고 빠르게 변화하는 융합기술을 습득하여 보다 나은 인류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은 어떤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볼까 궁리하는 직업이 엔지니어이다. 평생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신제품을 만들어 실용화하고 이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데 대한 크고 작은 기쁨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직업이다.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는 후진국 국민들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만들어 제공할 수 직업이 엔지니어이다. 세계인구의 15%, 즉 10억 명 정도는 아직도 먹을 식량이 없어 아사 직전에 직면해 있으며, 깨끗한 먹을 물과 전기가 없어 창궐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함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엔지니어는 앞으로의 100세 시대에 퇴직 후에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공헌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처럼, 많은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직업으로서 엔지니어에 대한 선호현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하고,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공과대학에 모여들어야 한다. 공과대학은 사회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앞서가는 교육체제로 우수한 젊은 미래의 엔지니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 및 외부 기관의 평가항목 달성에 대학의 에너지를 쏟아 붓거나 부족한 재정확보를 위해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좇아가는 현실에서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대학의 행정이 먼저인지 아니면 교육이 먼저인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면서 재정확보와 홍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의 산업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점하고 있는 엔지니어를 배출해 주는 공학교육체제 또한 국가의 경제적 위상 변화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영미계통의 교육시스템을 좇아갈 것인가 또는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교육모델을 지향할 것인가는 그동안의 현실적용을 통해 우리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해서는 안 된다. 세계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과대학 교육혁신의 방향에 더욱 주목하게 해야 하고 모든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야 한다. 행동하는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예측한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 부합하는 공학교육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변화의 방향은 공유와 개방, 소통의 시대,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되는 프로슈머(Prosumer) 시대를 창출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엔지니어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공학교육체제의 혁신을 통해 미래의 엔지니어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세계의 공학교육계에 우리의 혁신모델을 수출하는 날을 앞당겨야 한다.
Ⅱ. 공과대학 교육의 과제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공과대학 교육의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은 미래사회의 먹거리, 국방, 환경, 그리고 생명을 연장해 주는 의료산업 등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우수한 젊은 공학도를 양성해야 한다. 최근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공과대학의 공학교육혁신센터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공학교육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해 보면 각 대학이 자신의 대학에 맞는 미래의 변화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첫 번째 이유는 국·공립대학, 사립대학을 막론하고 재정적인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 대학에 맞는 효율적인 공학교육을 실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학은 기본적으로 과학의 원리를 응용하여 인류의 생활에 더욱 편리함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시스템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응용기술을 연구하는 학문분야이다. 따라서 현실의 실생활에 바탕을 두고 공학의 기본이론과 함께 현실에의 적용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실습을 동반하는 학문으로 인문사회학 분야와 비교하여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정부에서 수업료 수준과 인상폭을 관리하고 있는 국내 대학의 재정 현실에 비추어 보면 공과대학이라 하여 다른 분야에 비해 실험실습에 필요한 더욱 많은 예산을 지원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공과대학 교육 및 연구 실험시설 현황에 비교해보면 그 격차가 여전히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재정여건, 즉 수업료 수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각 공과대학에서는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예산을 확보하느라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의 LINC 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혁신센터(RIC) 사업,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고용노동부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연계 교과과정 편성 등이 있으며 각 대학에서는 이러한 정부예산을 확보함으로써 각 부처에서 요구하고 있는 공학 교육 및 연구 관련 방향을 쫓아가야 한다. 방향을 제시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주요 국내 일간지에서 평가하는 평가기준이 있고 세계대학 교육을 평가하는 QS 평가, 공학교육인증원에서 주관하는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평가기준이 있다. 재원확보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평판도 향상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평가체계를 좇아가다 보면 각 대학이 자신의 대학에 맞는 미래의 변화 방향을 제대로 잡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정부예산이 중단되면 대학은 정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구성한 조직과 인력을 해체, 방출하는 현상이 지금도 많은 대학에서 발생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의 공학교육이 여전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 머물러있지 최초 선도자(First Mover)로서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15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만 가입하는 30-50 클럽 가입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30-50 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뿐이며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산업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점하는 엔지니어를 배출해 주는 공학교육 시스템 또한 국가의 경제적 위상 변화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느덧 세계 최고 국가로 구성된 그룹에 소속되어 있고, 이는 상대적으로 더 이상 어느 선진국의 공학교육을 좇아갈 수 없는 정상의 최고 위치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1948년 광복 이전 조선시대와 일제의 암흑시기를 거치면서 황무지에 가까웠던 어려운 공학교육 환경을 국가의 산업 및 정보화 정책과 맞물려 국민 모두의 힘으로 극복해 왔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서 앞서 있었던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 공학교육 시스템을 빠른 추격자로서 벤치마킹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한 것이 지금까지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30-50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모든 분야에서 최초 선도자로서 앞으로 나가야 할 현시점에서 선진국 공학교육 또한 우리가 앞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 더 이상 되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수준의 새로운 한국형 모델을 아직까지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세 번째 이유는 우리 대한민국 공학교육의 혁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주체(교수, 대학, 정부)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공유, 그리고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 교수의 경우 기계, 전기전자, 건축, 토목, 화공, 재료 등 각각의 전문분야 학회에서 세부 전공분야를 다시 나누고 독립된 연구실에서 자신만의 연구를 계속 고집하는 연구자들이 많다. 물론 전공분야에 따라 연구와 정보공유의 방향이 다를 수 있어 독립성을 인정해야 하나 기가비트 속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고 공유되는 정보를 활용하는 교수와 비교하여 앞서가는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이제는 타 전공분야까지도 연구의 범위를 넓혀야 하고 협력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공학교육학회와 같이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모여 공학의 교육과 연구를 논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공학교육학회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교수는 평교수보다는 공학교육혁신센터장, 학과장, 학장 등 보직교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2년간의 순환 보직을 수행한 후엔 다시 평교수로 돌아가 본인의 공학기술 전문 학회에만 참석하고 공학교육학회는 등한시하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우리 대학은 학과·학부장에게 각 학과·학부의 미래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교수를 임용할 수 있는 권한과 운영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위한 권한 등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제가 아직도 부족하다. 학과장·학부장 자리는 교수가 순차적으로 1년 또는 2년마다 돌아가면서 대학에 봉사하는 순환보직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대학본부에서 내려오는 공문을 처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공과대학장 또한 2년의 임기를 채우기가 바쁘게 학과·학부로 돌아가 그동안 대학행정을 하면서 부족했던 대학원생 확보와 연구지도, 그리고 본인의 연구논문 제출에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학장으로서 국내외 학장들과 협력하고 공유하며 소통하면서 대학의 특성화된 미래 비전과 실천 전략을 세워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하나씩 실행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 있지 않다. 공과대학의 현황과 문제점을 찾아내고 국제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 전략 수립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공대학장협의회인 Global Engineering Dean’s Council(GEDC)이 조직되어 있는데 한국의 공대 학장들의 참여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공학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을 제대로 실행하고 공급해 주느냐이다. 산업체는 당장 영업이익에 쫓기다 보면 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재양성을 위한 공학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기가 어렵고 대학은 원천 기초이론을 중요시하면서 산업체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분야까지 훈련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원천 기초이론을 중시하면서 그리고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교과과정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나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면 설강과목의 일정 부분을 산업체 요구 내용과 원천 기초이론을 처음부터 접목시키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SNS를 통한 산·학 연계 팀티칭 등의 도입이 부족하다. 미래 산업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기초 응용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 차와 불만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
Ⅲ. 공과대학 교육혁신의 방향
대학의 공과대학은 미래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자기만의 차별화 된 교육 및 연구 목표를 유지하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백년대계의 교육목표와 일치되는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경제논리에 의해 학교의 재정과 미래가 불확실한 이유로 인해 돈과 학교 순위결정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데나 쫓아가는 대학에서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대학의 행정이 먼저인지 아니면 교육이 먼저인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면서 재정확보와 홍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의 각 부처 또한 무분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든 대학들을 예산지원이라는 미끼로 대학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공학교육의 획일화, 또는 중복되는 분야에 대한 과도한 행정 손실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더욱 촉진시키게 된다. 복잡한 공학문제의 핵심은 기본이론에 있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공학교육 정책 또한 교육의 기본을 지키면서 공과대학 교육혁신의 변화와 방향을 정해야 한다.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하라’ 는 명언은 공학교육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와 미래 사회가 변하게 될 근본적인 이유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물인터넷 사회의 도래와 함께 유럽과 중국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발전비용의 제로화를 추구하는 제3차 산업혁명 프로젝트 등을 제시한다. 사물인터넷은 지구상의 모든 활동에 관한 정보를 센서와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스마트 빅 데이터로 제공한다. 2007년 세계에 깔린 센서수가 1,000만 개였는데 2013년에 35억 개가 넘었고 2030년이면 100조 개가 넘는다고 하고 2014년 기가(GIGA) 비트 속도의 인터넷 상용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공과대학 교육혁신 변화의 방향 또한 공유와 개방, 소통의 시대,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되는 프로슈머(Prosumer) 시대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지도자 양성이 되어야 한다.


미래사회를 위한 공학교육의 핵심요소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훌륭한 교수의 역할이 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미래 과학기술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해 주고 전문공학 분야 최고의 교육자로서 교육을 위한 수준 높은 전공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 없이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학생들이 존경할 수 있는 품격 높은 도덕성을 보여주고 사회지도자로서 훌륭한 인품을 갖추고 있을 때 학생들 또한 스승을 따르게 된다. SNS를 통해 공학관련 정보는 물론 최신의 타 분야 정보입수가 가능하고 빅데이터 처리 및 분석 능력의 향상으로 보다 고급정보를 갖는 학생들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교수가 강단에 서서 본인만 갖고 있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학생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 양방향 소통이 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습득한 정보를 같이 공유하고 질문하고 토의하면서 창의적 지식을 논하는 새로운 형태의 강의를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의 사물인터넷 시대의 공학교육에 적용될 최첨단 디지털 미디어 시스템의 H/W와 S/W개발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국공학교육학회 또한 창조적 선도자로서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공학한림원, 그리고 공대학장협의회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함으로써 미래사회의 변화에 부합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공학교육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 TOP 싸이월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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