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일본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
김윤기 / 안산송호고등학교 교감 싸이월드 공감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의 경제 격차는 ’13년을 기준으로 약 4배에 이른다. 1980년대 17배, 2000년 8배에서 급격하게 줄어들고는 있지만 적지 않은 격차다. 전자와 자동차 분야 등 일부 업종은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국가 경제력은 우리보다 한 수 위다. 이처럼 일본이 지금과 같은 국가 경제력을 갖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항의 개항에서 출발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한때 쇄국정책을 고집했던 일본이 1859년 요코하마(橫濱)를 서양문명의 유입 창구로 개항하면서 산업화와 국제화에 속도를 낸 것이다.


오늘날 일본의 초석을 다진 가나가와현1)은 일본의 43개 현2)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인구(약 900만 명)를 가지고 있으며, 이중 한국인은 약 3만 명에 이른다. 역사 교과서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로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우리와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나라. 일본! 일본 속의 일본, 가나가와한국교육원을 통해 일본의 참모습을 들여다본다.
일본의 교육제도
일본의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와 매우 흡사하다. 학제도 초등 6년, 중학 3년, 고등 3년, 대학 4년(2년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직후인 1872년 서양 학제를 받아들여 근대국가로 나가려던 일본정부의 학제 발표로 결정되었다.


이처럼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국가로 나가려던 일본이 막부시대를 종결하고 전국에 통일된 교육시스템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향후 국가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였다.
현재 일본은 초등 및 중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이지만 고등학교 진학률이 98%에 이를 정도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육까지 이수하고 있다. 교과목은 초등의 경우 국어(일본어), 산수, 음악, 미술, 체육, 도덕이 공통이며, 1∼2학년의 경우 사회와 과학을 합한 ‘생활’을 배우고 3∼6학년 동안은 사회와 과학을 배운다. 중학교부터는 영어 등이 추가된다. 또 초등 입학 전 유치원 교육을 받는 아이가 90% 이상 되며, 일본사회가 학교에게 거는 기대와 역할은 매우 크다. 일본인들의 특징인 질서의식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는 의식은 가정교육과 더불어 학교교육을 통해 뿌리 깊게 내면화되고 있으며 교육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따돌림’ 문제나 ‘은둔형 외톨이’가 일본사회에서 이슈화되기도 했지만, 일본교육은 전후 일본을 선진국으로 이끈 지렛대 역할을 수행한 것임에 틀림없다. 일본은 학교설립에 있어서도 우리처럼 사립, 공립, 국립학교가 있으며, 1877년 도쿄대(東京大)가 국립으로 설립된 후 사립대학들도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은 총 570여 개의 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과는 고등교육기관 수의 차이도 있지만, 1년에 3개 학기로 진행되고 있는 운영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4월에 시작하여 7월까지 운영되는 1학기와 4-5주에 이르는 여름방학 후 9월에서 12월까지 2학기, 약 2주간의 겨울방학 후 1월에서 3월까지 3학기가 운영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우리처럼 2학기제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3학기제를 선택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슬픔, 간토대지진을 간직한 가나가와현
1923년 9월 1일, 간토지역에 강도 7.9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1910년 한일 강제합방(경술국치) 이후 일본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주한 한국인 노동자들도 이날 지진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지진보다 더 끔찍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혼란의 와중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와 같은 유언비어를 통해 일본의 청년회, 재향군인회 등이 조직한 자경(自警)단이 조선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량학살의 배경에는 조선인들에 대한 멸시와 저임금으로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에 대한 반발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패망 전까지 계속된 징용과 강제노동 그리고 어린 소녀들을 위안부로 이용한 전쟁범죄 행위 이전에 일본은 조선인들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1945년 일본의 연합국에 의한 무조건 항복이후 한국인들은 일본 내 생활 안정과 자녀 교육을 위해 조선학교를 설립했으나, 일본정부는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를 해방인민(외국인)인 동시에 일본국민이라는 이중규정을 적용하였다. 즉 외국인으로서 등록을 강제하면서 일본국민으로 간주해 조선학교 폐쇄명령을 통해 자녀들을 일본학교에 취학할 것을 강요한 것이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해 일본이 독립국으로서 지위를 가질 때까지 재일 한국인은 외국인으로 간주되면서 일본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중 고충을 겪어 왔다. 또 외국인 등록증명서를 항시 소지하고 증명서 기한 연장 시마다 지문날인을 강요받는 등 범죄자 취급을 받아왔다. 2000년 지문날인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재일 한국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동포 마음을 보듬는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
가나가와현은 일본의 수도 ‘도쿄’와 인접해 있으면서 산과 강, 바다를 보유한 일본의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북쪽으로 도쿄, 남쪽은 사가미만, 동쪽은 도쿄만, 서쪽은 야마나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중심부는 가나가와를 관통하는 사가미강이 흐른다. 기후가 온화할 뿐만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지닌 유적지가 많아 일본 내 1일 관광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기계, 석유, 전기, 화학, 철강 등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학공업단지가 위치해 있어 경제적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유학생 1,500여 명을 포함해 약 3만 2천여 명의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가나가와현과 시즈오카현, 야마나시현의 한국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은 1963년 설립되었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보이지 않는 아픔을 가슴 한켠에 품고 있는 동포들의 한을 풀어주고자 마음을 보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권기원 원장의 말은 앞으로 해외교육원이 나가야 할 방향이다.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은 2004년부터 우리 동포들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까지 한국역사를 중심으로 한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여 재외교육기관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3년 개원 50주년 행사를 통해 교육원은 새로운 반세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오래된 나이만큼이나 동포들의 한국어 실력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재일 교포 2·3세들의 한국어 능력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권기원 원장은 동포들이 우리말을 읽고, 쓸 수 있도록 한국어 강좌에 힘을 쏟아 왔다. 민단 요코하마지부, 민단 가와사키지부, 민단 남부지부 등 민단 각 지부 교실 활성화는 물론 민단 청년회 어린이교실 지원 등을 통해 동포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미취학 어린이에서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교육생이 참여하고 있는 이들 강좌를 통해 상당수는 여기서 익힌 실력을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뽐내기도 한다. 작년 11월 29일 실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란 제목으로 출전한 고교생 히라노 리리카 양(16세)은 “한국어를 배우기 전까지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고 나서부터 한국은 나에게 마법의 지팡이처럼 내 삶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 아직 자유롭게 한국어를 사용할 순 없지만, 조금씩 배워나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다” 고 말했다. 재일동포 3세 김유귀 씨(48세)도 “아버님과 친구 분들께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시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잘 말하고 싶었는데 교육원에서 매주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 말하기 대회 참여과정을 통해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기회가 되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단기간에 한국어 실력이 늘진 않겠지만, 끊기지 않고 프로그램이 이어진다면 재외동포 가족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기할 수 없는 일. 현지학교 한국어 보급
최근 독도문제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 등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으면서도 교과서에 왜곡된 내용을 기술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행태가 한일관계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 제도는 검정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국가가 관여하는 검정제라 할 수 있다. 즉 문부과학성의 의견이 반영된 검정제로 중학교는 4년 주기로 고등학교는 출판사별로 매년 검정을 실시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출받은 교과서를 ‘교과용도서 검정조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합격여부를 판단하는데, 문부과학성 내에 교과서 편수관이 많은 부분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위원회는 심사 후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합격판단을 보류하고 출판사에 수정의견을 통지하여 그 반영여부에 따라 합격/불합격을 결정하므로 출판사로선 위원회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참고로 일본의 역사교과서 검정기준의 주요 사항은 아래와 같다.
이처럼 검정기준에서는 이웃 국가를 배려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독도나 센카쿠 열도 등 영토와 관련된 부분에서 일본의 영유권을 명확히 기술하도록 문부과학성의 의견이 제시되는 것을 보면 진실을 넘어 국가이익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내에서 한국어 교육과 보급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권 원장은 “어렵고 힘들기에 더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이지 않느냐”고 말하며 ‘시즈오카 인터내셔날에어리조토대학’, ‘국제 고토바학원외국어전문학교’ 등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곳에는 천릿길을 마다않고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어 교과서를 포함하여 아동 도서, 달력, 지도, 한복 등 한국과 관련된 지원품을 한 아름 안고 가기에 그들의 마음도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권 원장은 대학뿐만 아니라 차세대 일본을 이끌어갈 어린이들에게도 친한국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토카이대학 부속 혼다기념유치원, 하야마메이쇼유치원 등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기념품과 학습물품을 가지고 간다고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노력의 열차를 타면 반드시 성공의 역에서 내린다’ 이는 권기원 원장의 책상 앞에 있는 좌우명이다. 70년대 중학교 재학시절 교내좌우명대회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항상 가슴에 품어온 문구라고 한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하늘이 돕는다고 확신한다는 권 원장은 매일 아침 이 좌우명을 보면서 한국어 보급을 포함하여 한국에 대한 홍보도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한다고 했다. 주어진 일을 넘어 항상 새롭고 창의적인 업무를 추구하기에 현지 지역 축제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할 뿐만 아니라, 교육원 홈페이지도 한국어판과 일본어판 안내를 제작하여 링크시켜 놓는 등 세심한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제 봄이다. 꽃샘추위가 벗었던 무거운 외투를 생각나게 할 때도 있지만, 물오른 산수유 꽃망울을 보노라면 따뜻한 봄임에 틀림없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의 개항을 통해 일본이 근대국가로 나갔듯이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의 역할을 통해 한일 관계에서도 따뜻한 봄이 오길 기대해 본다.
1) 일본의 현은 행정구역상 우리나라의 광역시 또는 도 단위에 해당된다.
2) 일본은 1도(都-도쿄도), 1도(道-북해도), 2부(府-오사카부, 교코부), 43현(縣)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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